# 118
Chapter 46 - 뉴 제네레이션 (2)
[분명 1루에서 출발했던 선수가 어느새 홈까지 갔네요.]
[저희 생각보다 박유성 선수의 주력이 더 빠르네요.]
[그러게요. 보통의 주력이면 3루에서 멈출텐데 박유성 선수는 아예 홈까지 가면서도 여유롭게 들어왔습니다.]
[박유성 선수가 갑자기 홈까지 가면서 좀 급하게 송구를 한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박유성 선수가 그에 걸맞는 주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컵스는 6회에서야 선취점을 터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게 말이 되나?"
"말이 되니깐 점수가 났지."
"...그렇군."
팽팽한 0의 흐름이 깨지자 세인트루이스측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슬슬 교체를 준비할 시기였기에 한 템포 빠른 움직임이라고 생각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
"저쪽은 준비 시작했나?"
"점수가 안 나왔다면 모르겠지만 점수가 나왔으니 저희도 슬슬 불펜을 준비 시키죠."
"그래야겠지."
겨우 물꼬가 터진 6회 말의 공격에서 컵스는 유성의 득점때 주자를 다시 2루로 보낼 수 있었다.
어떻게든 평정을 찾으려했던 마르티네즈지만 컵스 타선은 끈질기게 2루에 있던 주자를 불러들이며 스코어를 2대0으로 늘려버렸다.
이 점수로 탄력을 받은 유성은 7회 초에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라서 세 타자를 순식간에 무너트리며 7이닝 무실점 11K라는 성적으로 오늘 경기를 마무리 하였다.
[이정도면 거의 기울어졌네요.]
[네, 박유성 선수의 투구수도 아직 여유가 있거든요.]
"더 던지겠나?"
"당연하죠. 저번 경기에서도 일찍 쉬었는데다가 오늘 경기도 1이닝 더 던진다고 해도 100구가 안될 상황인데 일찍 쉴 이유도 없죠."
당연한 사실이었다.
점차 메이저리그의 분업화가 세분화 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100구도 안 던지고 내려가는건 연봉 값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말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만큼 유성은 오늘 경기에서도 8이닝을 던지게 되었다.
[자, 7회를 끝으로 내려갈줄 알았는데 박유성 선수가 8회에도 올라오는군요.]
[사실 투구수의 여유가 있었으니깐요. 여기까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나마 우려되는 점은 KBO에서 뛸때 박유성 선수가 70경기 조금 넘게 등판 했는데 그 중에 8이닝 이상을 던진 경기가 몇경기 없다는 점입니다.]
[투구수와 별개로 긴 이닝 소화가 우려된다는 이야기죠?]
[네, 이제 21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경 써줘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상위 타순과 클린업은 7회에 이미 전부 상대했다.
그러다보니 8회는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공을 던져도 타자들을 쉽게 처리 할 수 있었고, 유성은 결국 8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하게 되었다.
"끝인가."
"이봐, 유성. 저기 너랑 같은 국적의 투수가 올라왔어."
"응? 그렇네. 2점 차이에서 등판이라..."
오승훈의 등판이었다.
8번 타자부터 시작하는 타순에서 유성은 마운드를 주시했다.
만약 조 매든 감독의 의사가 있다면 유성은 한번 더 타석에 나설 수도 있었다.
"붙어보고 싶은가 보군?"
"...티가 나던가요?"
"한국 선수가 많은건 아니니깐 아마 의식을 하고 있을꺼라 생각했지."
"한국에 있을때 딱 1년간 붙어봤는데 그때도 투타겸업을 한다고 2번 밖에 못 붙어봤어요."
"그때는 어땠는가?"
"1대1이었죠."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던 조 매든 감독은 유성의 배트를 직접 유성에게 주며 유성에게 한 타석을 더 주기로 하였다.
[여기서 박유성이 한번 더 타석에 들어서는군요.]
[오늘 안타 1개 밖에 없기는 했지만 컵스 타선에서 쉽게 뺄 수 없는 타자니깐요.]
[게다가 지금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같은 한국인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듯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8,9번에 대타를 기용하며 마지막까지 추가점을 위해 몰아쳐야했지만 조 매든 감독은 일부러 대타를 아껴두며 지켜보았다.
어차피 2점의 리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펜이 감당해야할 이닝도 1이닝에 불과했으니 이 정도 변덕은 문제 없었다.
[이 시점에서 투수 박유성이 아닌 타자 박유성으로 오승훈과 대결이 나올줄은 몰랐는데요.]
미국이라면 모를까 한국에선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점심에 해당하는 시간이었기에 안 그래도 높았던 시청률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었다.
팡!
"스트라이크!"
과거에 붙어봤다고 해도 오랫만에 만나서 붙어보게 되었으니 유성은 신중하게 초구를 지켜보았다.
'여전하네.'
구속 자체는 95마일(153km)이 나오면서 할만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오승훈의 진가는 그 포심의 구위에 나오는 것이었으니 조금 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었다.
2구째인 슬라이더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걸러낸 유성은 1S-1B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를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파울!]
[94마일이 나온 공을 그대로 받아쳤는데요. 조금만 안으로 들어왔으면 최소 2루타가 나올뻔 했습니다.]
'봐줄 생각이 없나보구만.'
아무리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신의 공이 통하고 있다는걸 증명하고 있는 그라고 해도 긴장 할 수 밖에 없는 상대가 바로 유성이었으니 4구째의 사인 교환은 비교적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들어올만한 구종이 한정되었는데 뭘 던질려나.'
비록 불리한 볼카운트지만 유성은 그렇게 두려울게 없었다.
빠른 공이라고 해봐야 앞서 상대하던 마르티네즈 때문에 적응이 되었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음...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지만 더 던질만한 구석을 찾지 못하고 있네요.]
[4구째는 볼이 되었네요. 확실히 던질만한 코스가 애매하네요.]
해설진들도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빠르게 이어진 5구째에 유성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스윙을 하였다.
딱!
[쳤습니다! 내야를 훌쩍 넘기는 타구!]
[게다가 좌익수랑 중견수 동선이 겹칩니다!]
[공 빠지죠! 박유성도 2루까지 바로 들어갑니다!]
마지막 타석에서 운 좋게 터져나온 2루타는 오승훈에게 한숨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2루타가 터지자마자 유성은 보호 차원에서 대주자와 교체 되며 드디어 오늘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수고했다."
원래대로라면 8회 초 등판을 마치고 바로 아이싱을 해야했지만 8회 말 타석까지 들어서면서 유성은 뒤늦게 아이싱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오승훈은 2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어렵게 어렵게 컵스 타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고, 운 좋게 초구부터 처리한 타자가 나오기도 했고 반대로 유성처럼 여러 공을 던져야했던 타자도 있었다.
그런 고비들을 넘긴 끝에 오승훈은 무사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결국 유성이 아이싱을 마무리하고 돌아올때쯤에는 컵스가 9회를 틀어막으며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경기가 마무리 되었다.
"이제 다음 등판은... 다시 신시내티로군."
다시 한번 맞붙게 되는 신시내티.
앞선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 신시내티는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리빌딩 시즌에 돌입하면서 탱킹 모드에 진입했기에 전력 자체가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며칠 후에 만난 신시내티는 이전 경기와 달리 조금 더 대비를 해온듯 유성의 공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으나 그정도는 예상했다는듯한 유성의 피칭에 오히려 말려들었다.
[신시내티가 박유성에 대해 분석하며 준비를 좀 한거 같았는데 박유성도 마찬가지로 신시내티를 분석하며 준비를 했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5회가 끝났는데 불펜이 움직이는걸 보니 오늘 경기도 짧게 던질 생각인가 봅니다.]
"벌써 준비하나요?"
"어차피 우리 선발이 뛰어나다보니 불펜이 자주 나올 일도 없네. 돌아가면서 선발 관리를 해줘도 될 정도지."
"음..."
오늘 경기도 6이닝만 던지고 마무리한다면 평균 이닝으로 따지면 7이닝씩 소화하는게 된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이렇게 보호 받을 정도로 유성이 이번 시즌을 위해 준비한 것은 작은게 아니었다.
"자네 심정이 어떤지 알고 있네. 데뷔 시즌인 이번 시즌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 해왔겠지. 하지만 그래서 아끼는거네."
"그건..."
"포스트시즌에 선발의 핵심으로 던져줘야할 선수를 시즌 초반부터 소진 시킬 수는 없지."
오늘 경기 이후로 몇경기만 더 치루면 4월이 마무리 된다.
그런만큼 컵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초반부터 1위를 질주하고 있었는데 단 1달이지만 그들은 확신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들이 포스트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이었다.
[그러고보면 얼마 전부터 박유성 선수가 드디어 타자로써 타석에 들어서기 시작했죠?]
[그렇죠. 예상대로 좌익수로 2경기에 나서서 2경기 모두 멀티 히트를 치면서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했죠.]
그 타격감은 오늘도 이어지면서 4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진행 중이었다.
투수로 주로 나서다보니 이 4경기 사이에 휴식을 취한 경기가 여러번 끼여있기는 하지만 이런 연속 기록은 출전한 경기를 기준으로 하니 문제 없었다.
[아직 타자로 10경기도 안 나왔습니다만 5할이 넘는 타율과 4개의 홈런은 분명히 돈값이 아깝지 않게 하는 활약이죠.]
[말씀드리는 사이에 박유성 선수가 6회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결국 사전에 이야기된대로 유성은 오늘 경기도 6이닝만 던지고 등판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스코어가 6점차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였으니 당연한 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걸로 4경기동안 28이닝을 소화하게 된 박유성입니다. 평균 7이닝을 소화했는데 실제 경기를 보면 6이닝 2번, 8이닝 2번입니다. 그래도 시즌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의 스타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28이닝동안 박유성 선수는 단 1점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피안타마저 1경기에 제일 많이 내준게 3개 밖에 안되는 상황입니다. 보통 공격적인 피칭을 하면 그만큼 안타를 자주 내주는데 워낙 공이 좋다보니 그런 상황도 잘 안 나오고 있죠.]
"28이닝 무실점이라... 최장 기록이 50이닝이 좀 넘었던가?"
"아마도... 그럴꺼야."
기록의 스포츠라 불리는 야구답게 최근 수년 안에 나온 기록이면 모를까 수십년 전의 기록을 기억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아무튼 돌아가면 유성이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기록에 대해 찾아보기로 한 그들은 컵스가 시종일관 우세를 잡는 모습을 보며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떠났다.
컵스의 승리가 거의 확정 되었고, 실제로 컵스가 승리를 거두었으니 더 지켜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일찍 돌아간 그들은 유성이 앞으로 몇경기를 더 뛰어야 새로운 기록에 도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는 여러 곳으로 이야기를 전달했다.
"신시내티를 만나서 조기에 등판을 마무리하는 바람에 4경기 중 3경기는 10K를 기록했지만 1경기는 못 했어."
"아쉽군. 그것도 기사로 내보낼만한거였는데 말이야."
기자들은 기자들 나름대로 압도적인 투수 성적에 멈추지 않고 투타겸업까지 도전하고 있는 유성에 대한 기사거리를 정리하고 스카우터들도 다음 유성을 상대할 팀은 유성을 좀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반대로 컵스 스카우터들도 유성을 위해 상대팀을 분석하였다.
"그래도 어려울꺼 같은데?"
"59이닝이라... 31이닝을 더 해야하고 거기서 1명을 더 잡아야 기록을 갱신할텐데..."
"뭐, 기록 갱신이 근접하면 이야기해도 되잖아?"
"그렇기는 하지."
참고로 유성의 다음 상대는 피츠버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