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17화 (117/156)

# 117

Chapter 46 - 뉴 제네레이션 (1)

MLB 데뷔 첫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16K와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미국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유성의 다음 상대는 신시내티였다.

"지난 시즌에 처참한 성적을 거두면서 올해 탱킹 시즌에 돌입했어. 덕분에 안 그래도 약해진 전력이 더 약해져서 상대하기는 쉬울꺼야. 하지만 다른 타자들은 몰라도 딱 1명은 주의해야하지."

"조이 보토."

"그래."

2010년 메이저리그 MVP를 대표적인 타이틀로 가지고 있는 그는 현역 타자 출루율 1위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구안을 갖춘 MVP 컨텐더급 타자였다.

"탱킹 시즌을 맞이한 팀 덕분에 왠만한 선수들은 다 쓸려 나가고 유망주나 4A리거들이 가득하군."

"그래서 비교적 상대하기 쉬울꺼야. 앞서 말했듯 보토는 예외지만."

***

팡!

[가만히 지켜보면서 삼진! 데뷔 2번째 경기인데 오늘도 박유성 선수는 대단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보토마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은건지 완벽하게 틀어막히고 있네요.]

[네. 게다가 초반에 구속 조절을 하다가 안타를 하나 허용한걸 제외하면 박유성 선수는 단 1명의 타자도 출루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데뷔전부터 8이닝을 던졌기에 투구수 여유가 있음에도 조 매든 감독은 오늘 유성에게 6이닝만을 던지게 했다.

오늘도 유성이 1타점을 추가한 것을 합치면 컵스가 4대0의 스코어로 신시내티에게 리드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유성이 마운드에 내려간 이후 타선이 빅이닝까지 만들어내면서 최종 스코어는 10대1로 컵스의 승리와 함께 유성은 시즌 2승째도 달성하게 되었다.

이 경기는 워낙 신시내티의 전력이 약화된 상태였다보니 사실 예상대로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렇기에 그 다음 경기가 진짜라고 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유성의 3번째 등판 상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박유성 vs 오승훈. 두 한국인들이 만나다.]

[과연 박유성이 타자로 나설때 오승훈을 만날 것인가?]

"코리안 더비라고 해야하나?"

"그렇지. 같은 한국 선수끼리 붙게 되었으니 말이야."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한국의 히어로즈에서 뛰던 박병훈과 함께 일본 프로야구인 NPB에서 뛰던 두 선수까지 메이저리그로 넘어왔다.

바로 이대오와 오승훈이었다.

두 타자도 시즌 초반에 팀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오승훈도 시즌 초반부터 확고하게 세인트루이스 불펜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혹자는 대 한국인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현재 MLB에 있는 한국 선수의 숫자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그 중에서 누가 정점일까."

"텍사스에 있는 추겠지. 류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상태가 영 안 좋으니 말이야."

"하긴..."

나오지도 못하는 쪽과 부진에 빠졌어도 꾸준히 나오는 쪽의 차이는 컸다.

게다가 연차까지 감안하면 현재 MLB에 있는 한국인 선수 중에선 추신소가 가장 위에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머지 않아서 박유성이 그 자리를 받아가겠지만 말이야."

"...2경기 잘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한다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오늘 세인트루이스는 매우 좋은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투수끼리의 대결도 쉽게 끝나기 어려운 경기였는데 세인트루이스의 주전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의 존재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가 이끄는 투수진과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는 최고의 루키라..."

"저번 경기에서 6이닝만 던졌던건 어쩌면 오늘을 위한 대비였던걸지도 모르겠군."

사실 슬슬 투타겸업의 시작을 위한 조절이었지만 타격 연습을 공개 훈련에서 했던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그들로써는 판단에 한계가 있었다.

어찌되었든 분명히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강력했으나 유성에게는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대들이 아니었다.

맷 형제라고 불리는 3명의 맷은 세인트루이스가 자랑할만한 멤버들이었으나 첫 만남에서 바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덕분에 초반 3이닝동안 세인트루이스 타선은 잠잠한 모습을 보였으나 반대로 유성을 포함한 컵스의 타선도 초반에는 침묵을 지켜야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오늘 세인트루이스의 선발은 사실상 1선발 역할을 하고 있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즈였기 때문이었다.

[본래 세인트루이스의 1선발은 아담 웨인라이트입니다만 지난 시즌 시즌 아웃 수준의 부상의 여파로 이번 시즌 상태가 애매하다는 이야기가 있죠.]

[네, 마침 지난 시즌부터 포텐이 터진 마르티네즈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선발 역할이 인계된 상태죠.]

3회 초 2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오늘 경기에서 자신이 직접 점수를 뽑아내기도 힘들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초구부터 98마일(158km)에 달하는 강속구를 꽂아넣으며 유성에게 쉽게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과시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르티네즈 하나만 보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뒤에 앉아 있는 포수가 걸렸다.

야디에르 몰리나라는 그 이름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유성의 경계가 헛된것이 아니라는듯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라고 불리는 그는 단 몇경기만에 유성에 대한 걸 파악한 상태였다.

초구는 유성을 분서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아무리 유성이라고 해도 약점이 되는 코스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KBO에선 애초에 그런 약점을 노출 할 정도로 유성의 타격 능력이 떨어지는게 아니었기에 문제 없었으나 몰리나는 그런 경기 모습에서 유성의 약점을 파악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파울!]

[지금 이 공은 97마일이었는데요.]

[박유성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타격이 많지는 않습니다. KBO 시절의 기록을 봐도 이 정도 구속을 본건 아마 오늘이 거의 처음일겁니다.]

"마르티네즈라... 녀석과 이름이 같은 투수가 하나 있었지."

"외계인."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은 그에 비견될 수는 없어. 하지만 피지컬도 그렇고 닮은 점이 많지."

현 시점에서는 외계인이라 불리던 페드로 마르티네즈 하위 호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런 투수라 해도 지금 포수 위치에 앉아있는 선수가 몰리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늘 유성은 사실상 외계인을 상대하는 심정으로 공을 던져야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3구째는 볼이 되었고, 유성의 선구안에 대해 들어보았던 몰리나도 그 모습을 보며 데이터 확인과 조정을 거쳤다.

2S-1B의 볼카운트에서 알 수 있듯 급한쪽은 유성이었고, 세인트루이스 배터리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유성은 4구째로 날아든 거의 스트라이크나 다름 없는 공을 다시 걸러내며 자신의 선구안이 데이터에 비해 더 좋다는걸 과시하였다.

'스트라이크나 다름 없는 공이라고 해도 결국 볼이라는 이야기다. 그래도 이 공을 걸러내다니... 확실히 컵스에서 제일 심혈을 들여서 상대할 가치가 있군.'

새로운 상대였다.

그런만큼 몰리나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는만큼 몰리나는 즐거움을 느꼈다.

"어디 이걸 칠수있는지 볼까."

영어는 알아듣더라도 스페인어를 알아들을 일은 없었기에 몰리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깥쪽 높은 존에 정확히 들어오는 코스를 요구했다.

포텐이 터지기 전의 마르티네즈면 모를까 포텐이 점차 터지고 있는 지금의 마르티네즈라면 못할 것도 없는 코스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마르티네즈는 요구대로의 코스로 공을 던졌고, 유성은 높은 코스의 공인 것을 확인하고는 배트를 낼려다가 멈추었다.

팡!

"스트라이크!"

[아, 가만히 서서 삼진을 헌납하고 마는 박유성입니다.]

[너무나 정확하게 바깥쪽 높은 코스를 공략했네요. 박유성도 저런 공을 던질줄 몰랐나 봅니다.]

"저 위치는 생각도 못했네."

무려 99마일까지 구속이 올라갔기에 알았다고 해도 쉽게 때려내기는 힘들었을 공이기는 했다.

그래도 한 타석의 경험을 얻었으니 다음 타석에는 충분히 노려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유성은 4회 수비를 준비하러 바쁘게 움직였다.

양팀의 투수전은 치열하게 전개 되었다.

방심하지는 않았지만 여유롭게 공을 던지던 유성도 3회에 당한 삼진을 통해서 좀 더 심혈을 기울여서 피칭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카디널스의 배터리도 4,5회를 깔끔하게 틀어막은 상태였다.

[자, 6회에 다시 박유성 선수의 타석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1사에 주자 없는 상황인데요. 아직도 0대0의 스코어가 유지되고 있기에 이쯤에서 흐름을 바꿔줄게 필요한데요.]

"골치 아프네. 저녀석도 페이스 배분이 잘 되었어."

"선발 싸움이든 불펜 싸움이든 길게 간다는 이야기지?"

"아니. 1점만 내면 그렇게 길게 갈것도 없어."

경기의 절반이 지나간 시점에서 1점도 점수가 안 나오면 연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성도 더 이상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어지지만 아직은 6회에 불과했기에 얼마든지 유성이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몰리나라는게 걸리지만... 못할건 없지.'

앞선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상대였기에 카디널스 배터리는 초구부터 신중한 피칭을 이어갔다.

그러나 유성도 노리는게 있었기에 3구까지 게속 지켜보며 볼카운트가 2S-1B이 되는 것을 기다렸다.

삼진을 잡아낸 코스는 첫 타석때 사용했으니 다시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애초에 그 코스 자체가 쉽게 던질만한 코스가 아니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다른 코스로 4구째가 들어왔고, 드디어 유성의 배트가 움직였다.

딱!

[쳤습니다! 1,2루 사이를 빠져나가는 안타!]

[1사지만 주자가 만들어졌습니다.]

보통 투수들이라면 도루 자체를 생각 하지 않기에 리드는 많아봐야 2발 정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유성은 마치 도루를 할려는 것처럼 꽤나 긴 리드 폭을 만들며 투수는 물론 몰리나의 신경까지 건드렸다.

'주력에 자신 있다는건가?'

KBO 기록을 떠올리면 매시즌 10도루 이상을 기록한 알고보면 준족이라 할만한 주력의 보유자였다.

하지만 유성의 몸값을 생각하면 컵스 벤치가 어떻게든 그걸 말릴테니 실제로 뛸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이 존재했기에 1루를 슬쩍 본 몰리나는 다음 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고는 바로 1루 견제를 시도했다.

팡!

"세이프!"

유성도 눈치라면 다른 선수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기에 순식간에 견제를 피해서 1루에 돌아왔다.

[지금 박유성이 생각보다 리드를 크게 잡아놨는데요.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전개되자 해설진도 KBO 시절의 성적을 가져와서 유성이 생각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설명하며 현재 전개되고 있는 경기를 지켜보았다.

[2구째 뜁니다!]

딱!

[쳤습니다! 런 앤 히트! 타구는 2루 베이스 위를 지나서 외야로! 1루 주자는 2루를 지나서 3루로 가고 있습니다!]

유성이 순식간에 3루로 가는 것을 보며 중견수는 천천히 공을 잡으려고 했으나 유성은 3루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 그대로 3루 지나서 홈으로!]

[바로 홈으로 던져야죠!]

갑작스러운 유성의 추가 진루 시도에 침착하게 공을 잡았던 중견수는 급하게 홈 송구를 시도했다.

그러나 유성이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홈으로 향했고, 중견수도 급하게 송구를 한다고 정확도가 살짝 어긋나고 말았다.

"세이프!"

결국 6회 초에서야 길었던 0의 행진이 유성의 폭풍같은 주루 플레이를 통해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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