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16화 (116/156)

# 116

Chapter 45 - 메이저리그로의 귀환 (3)

이제야 5회가 지났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오늘 경기는 기본적으로 빠른 템포로 경기가 전개 되고 있었다.

컵스가 만든 4점 중 2점이 유성의 연타석 홈런으로 나온 것이었고 그것을 제외하면 점수는 커녕 주자가 출루한 상황도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5회를 지나서 경기는 6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몸값에 걸맞게 데뷔전부터 그 애리조나 타선을 그들의 홈인 체이스 필드에서 압도하고 있는 박유성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욕심이지만 좀 더 장기인 삼진 잡는 모습을 더 보고 싶네요.]

[그건 저도 보고 싶네요.]

6회에도 컵스의 타선은 잠잠했다.

사실 선두 타자의 2루타 덕분에 추가 점의 기회를 만들어냈는데 나머지 세 타자가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면서 그대로 물러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러든 말든 유성은 6회 말의 하위 타순을 맞이하여 다시 페이스 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팡!

[94마일(151km)까지 구속이 내려왔군요.]

[한번 더 페이스 조절을 하는듯 합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제 생각보다 더 긴 이닝을 노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유성의 투구수를 생각하면 8이닝까지는 충분히 노려볼 수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다.

90마일 중반대까지 구속을 내렸음에도 애리조나 타자들은 함부로 타격을 하기 힘들었다.

당장 포심과 투심의 구분이 어려운 것도 있었고, 유성이 기본적으로 고정된 패턴을 벗어나서 변화구로 초구를 던지는 변칙 피칭을 펼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6회 말에도 애리조나는 유성의 피칭에 말려들고 말았고 삼진을 순식간에 헌납하였다.

[삼진 아웃!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10개의 삼진을 잡아냅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하나를 더 잡아낸 유성은 6회 말까지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무리하였다.

[이 삼진으로 박유성 선수가 오늘 경기 11번째 삼진을 잡아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MLB 데뷔전 역대 최다 삼진까지 단 3개. 기록 갱신까지 단 4개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1900년... 너무나 아득한 과거죠. 그로부터 지금까지 단 3명의 투수들만이 데뷔전에 1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2010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워싱턴 내셔널스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입니다.]

- 와 스트라스버그가 소환되네.

- 데뷔전부터 이러는게 말이 되냐.

ㄴ 그에 맞는 기록을 쓰고 있으니 말이 되지.

ㄴ 그렇네.

왠만하면 데뷔전을 치루는 선수에게 더 부담을 주기 싫었던 조 매든 감독이지만 유성이 투구수의 여유가 많다는 점을 들며 더 던지겠다고 이야기했기에 유성은 7회 초에 오늘 경기 3번째 타석을 맞이하였다.

[3번째 타석에도 들어서는군요. 네, 투구수만 봐도 더 던지게 해야하고 오늘 타격 성적만 봐도 더 치게 해야합니다.]

[2타수 2안타 2홈런 2타점 2득점. 박유성 선수의 오늘 타격 성적입니다.]

- 어디서 2가 자꾸 들리는데?

- 그 숫자를 이야기하면 안돼.

ㄴ 콩...

유성이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만큼 어느새인가 바뀐 애리조나의 투수는 신중하게 유성을 상대하고 있었다.

1S-1B의 볼카운트에서 유성은 다시 한번 배트를 휘둘렀다.

딱!

[설마는 아니겠죠! 저 멀리 날아가는 타구가 설마를 현실로 만듭니다! 3연타석 홈런!]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루는 투수가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낸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MLB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스코어가 5대0으로 벌어지게 되고 유성이 잠시 숨을 돌리며 7회 말 등판 준비를 하는 사이에 컵스는 1점을 더 추가하며 6대0까지 점수 차를 늘려버렸다.

"2번부터 4번까지인가..."

"이번이 고비라면 고비야."

"그래서 아껴둔 공이 있지."

"어쩌다보니 한번도 안 쓴 공이 되버렸군."

없어도 지금처럼 완벽하게 경기를 이끌 수 있었으니 필요 없었다는 쪽이 정확하겠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무기를 끝까지 숨길 필요는 없었다.

"이젠 어떻게든 흔들어야해."

바로 뒤에 3,4번 타자가 있는만큼 자신이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었다.

3타석동안 단 1번도 출루를 못한다면 그 자신의 자존심에도 스크래치가 생길 문제였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페이스 조절이 끝났다는듯 유성은 다시 구속을 99마일까지 끌어올리며 2번 타자를 순식간에 삼구삼진으로 돌려보내며 12번째 삼진을 잡아냈다.

[이제 2개만 더 잡으면 됩니다.]

[정확히는 3개가 더 필요한데 이번 이닝에는 달성할 수 없는 숫자군요.]

"어쩌실겁니까?"

"14개가 안되면 끝이야."

"매정하시군요."

"오늘 데뷔전을 치루는 선수에게 더 부담을 주는것도 좋지 않지."

게다가 평범한 데뷔전도 아니고 3연타석 홈런까지 자축의 축포로 쏘아올린 역대급 데뷔전을 치룬 선수였다.

그런만큼 언제든지 유성을 내릴 수 있도록 컵스의 불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골드슈미트와의 대결에 앞서서 불펜이 준비를 시작했군요.]

[이거 이번 이닝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지금 페이스라면 90구 이전에 7회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죠.]

물론 그럴려면 당장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처리해야했는데 이미 두 타석을 깔끔하게 막아낸만큼 해설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팡!

"스트라이크!"

[여전한 100마일의 포심에 골드슈미트가 미처 배트를 내지 못했습니다.]

[몸쪽 코스이다보니 쉽게 건드리기도 쉽지 않거든요.]

초구의 결과를 본 유성은 잠시 고민했다가 2구 사인을 주고 받았다.

2구째로 던진 공도 포심이었으나 이번에는 구속은 달랐다.

팡!

[93마일로 확 힘을 빼버렸군요.]

[볼이 되기는 했지만 스트라이크를 줘도 됬을정도로 아슬했던 공입니다. 이번 타석에는 구속의 편차로 승부를 볼 생각인가 보네요.]

'여기서 스트라이크가 나왔으면 편했지만...'

그 골드슈미트를 상대하는 것이니 성급하게 가지 않는게 좋았다.

그렇게 3구째 다시 구속을 끌어 올려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갔고, 골드슈미트는 이번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듯 공을 제대로 받아쳤다.

딱!

[쳤습니다! 뒤로 물러난 유격수의 키를 넘겨버리는 안타!]

[여기서 오늘 경기 2번째 안타이자 골드슈미트에게 첫 안타를 내준 박유성입니다.]

"쩝... 너무 많이 보여줬나."

아쉬움을 표할때 벤치에서는 움직일지 말지 고민했다.

"나가볼까요?"

"음..."

'벤치가 움직일려는거 같은데?'

'무시하고 빨리 진행해줘.'

'...그러지.'

유성은 감독이 올라올 타이밍마저 틀어막으며 빠르게 다음 타자를 상대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 모습을 보았기에 조 매든 감독은 유성의 상태를 좀 더 지켜보기로 결정하였다.

그 믿음에 보답하듯 유성은 4번 타자를 맞이해서 포심, 커브, 체인지업이라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조합으로 단번에 삼진을 잡아내며 13번째 삼진을 기록했다.

[어메이징. 그야말로 타자들을 박살내고 있어요.]

[이제 삼진을 하나만 더 잡으면 대기록에 도달 할 수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간다면 새로운 역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유성도 좀 더 힘을 실어넣어서 초구를 던졌고, 그 공은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빠른 공이었다.

[103마일! 7회에 오늘 경기 가장 빠른 공이 나옵니다! 경기 후반에 최고 구속을 기록하는 박유성!]

[한창때의 벌랜더가 생각 나는 모습이군요.]

전성기에 비해서 내려왔지만 벌랜더라는 이름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10년이 넘는 MLB 커리어를 통해 보여준 수 많은 경기과 성적들을 통해 명예의 전당에 근접한 몇 안되는 투수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벌랜더도 경기 막판에 90마일 후반의 구속을 기록할 정도로 완급 조절을 잘하던 투수였죠.]

초구부터 103마일이 기록되면서 타자는 얼어붙어버렸고, 이어서 던진 투심과 체인지업은 연달아 맥없는 헛스윙을 유도해내면서 결국 14번째 탈삼진까지 잡아내게 된 유성이었다.

[오 마이 갓!]

[MLB 데뷔전에서 14K를 달성한 4번째 투수가 지금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8회에 무조건 올려줘야합니다. 투구수도 정확히 84구 밖에 안되었거든요!]

그 스트라스버그도 데뷔전을 치룰때 14K를 잡아내면서 7이닝 2실점의 성적과 함께 94구를 던져야했다.

하지만 유성은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동시에 84구 밖에 안 던졌기에 새로운 기록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8회도 던지겠나?"

"당연하죠."

아쉬운 점이라면 9회까지 던지기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개막전이니 거기까진 무리겠지.'

MLB 역사에서 개막전 완봉승을 거둔 사례가 없는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진귀한 기록인 것은 사실이었는데 남은 투구수를 점검한 유성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타순을 감안하면 못할건 없는데..."

6번부터 시작하는 타순이니 삼진 기록을 늘리는 것도 문제 없었다.

하지만 계획이 언제나 원하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딱!

[쳤습니다만 유격수가 잡아서 1루로.]

[순식간에 2개의 삼진을 더 늘려서 데뷔전 탈삼진 기록을 16K까지 늘린 박유성이지만 아쉽게도 17K에 도전하다가 땅볼로 삼진 흐름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거론을 안 했습니다만 만약에 박유성 선수가 17K까지 잡아냈다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을겁니다.]

[그렇죠. 9회에 나머지 3개까지 잡아낸다면 20K를 잡아낼 수 있었을테니깐요. 하지만 그 땅볼로 박유성 선수의 데뷔전 삼진쇼는 16K로 마무리 될듯 합니다.]

"수고했다."

"아깝네요. 초반에 조금 페이스를 빠르게 올렸으면 더 큰 기록까지 잡았을텐데요."

"데뷔전부터 무리할 필요 없어. 시즌은 이제 시작했고 남은 경기는 많으니깐."

"그렇죠."

결과적으로 유성의 충격적인 데뷔전은 8이닝 무실점 2피안타 무사사구 16K 95구라는 엄청난 기록과 함께 컵스의 불펜이 마지막 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데뷔전 승리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군요. 데뷔전부터 8이닝 무실점 16K에 3연타석 홈런까지 때려낸 컵스의 새로운 에이스 박유성 선수죠.]

[역대급 금액을 투자했고 앱스타인 사장이 그만큼 자신감을 표했기에 어느정도 기대감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정도일줄은 몰랐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선수가 나타날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컵스의 우승 확률이 더 높아졌네요.]

아리에타, 레스터, 래키로 이어지는 3선발은 그 몸값이나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유성도 막대한 몸값에 걸맞게 충격의 데뷔전을 보여주며 자신이 그 몸값에 걸맞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올해 MLB는 예년보다 더 재미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네, 새로운 슈퍼 루키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컵스의 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겠죠.]

[마침 컵스에는 100년 넘은 저주가 있는만큼 지금의 전력이라면 모든 컵스 팬들이 그 저주를 깨기를 빌겁니다.]

그렇게 해설진들이 이야기를 하던 사이에 유성은 벤치에서 눈을 감고 오늘의 경기를 복기했다.

"드디어 내가 이 무대로 돌아왔군. Welcome to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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