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15화 (115/156)

# 115

Chapter 45 - 메이저리그로의 귀환 (2)

[1회는 박유성이 안정적으로 삼자범퇴로 틀어막았습니다.]

[마지막의 그 정면 승부는 꽤나 긴장했는데 잘 이겨냈네요.]

[그러게요. 적혀있는대로 박유성은 자신의 최고 구속에 거의 근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1회부터 전력을 쓰기는 힘들텐데...'

"2회부턴 조금 낮추자."

"그래. 한 3마일?(5km)"

여기서 1마일은 약 1.61km에 해당한다.

따라서 3마일은 약 4.83km에 해당하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애매한 구속이 나올 경우 반올림을 통해서 구속을 측정한다.

"그냥 올리는거 아니었나?"

"뭔 소리야?"

"아니... 아무것도."

1회부터 100마일을 던졌으니 2회는 97마일로 조절하겠다는 계획은 긴 이닝을 소화할 입장에서 충분히 할만한 것이었다.

"좋아. 2회부턴 조절하면서 가지."

일단 2회에도 컵스의 타선은 잠잠했다.

그러나 그것은 애리조나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구속을 줄이며 페이스 조절을 하기 시작했음에도 처음 만나본 투수인 유성의 공을 제대로 공략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고 이 경기를 중계하고 있던 한국 해설진들도 유성의 피칭에 칭찬을 보냈다.

[1회에 비해 구속이 3마일 정도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4,5,6번 타자를 가볍게 틀어막고 있는 박유성 선수네요.]

[KBO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죠.]

[그렇습니다. 1회에는 상대 타자들의 기선 제압을 위해서 페이스를 바로 올리고는 2회부터 조금씩 조절하면서 긴 이닝을 소화할 여력을 만드는데요.]

"이게 바로 류와 다른 점이지."

"응?"

류연진의 최고 구속은 95마일(153km) 정도로 평가된다.

최대 103마일까지 올라가는 유성보다 8마일(13km)나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유성은 힘 조절을 하면서 던져도 95마일을 가볍게 넘기지만 류연진은 전력으로 던져야 그 구속이 나오는 것이었다.

실제로 류연진의 경기를 보면 구속이 90마일 아래로 떨어질 경우 부진한 경기를 펼치지만 90마일만 넘어도 어떻게 5이닝 이상을 소화하였다.

유성은 이러한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 KBO에서도 딱히 구속 저하가 없기도 했지만 힘을 빼고 던져도 95마일 정도는 가볍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96,97마일 정도가 유지되는 포심으로도 유성은 타자들을 착실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그를 보좌하는 여러 수준급 구종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3회 초 공격의 선두 타자는 유성이었다.

[그러고보면 박유성 선수가 투타겸업을 하기로 했죠?]

[네, KBO에서 3년 평균 70경기 정도를 출전하면서 3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낸 엄청난 타격을 보유한 타자입니다.]

[제가 알기로 KBO는 144경기 체제인데 그 절반을 뛰고 20홈런이요?]

[3시즌 중 앞의 2시즌은 128경기 시즌이었습니다.]

[그래요? 듣고 보니 더 놀랍군요.]

그렇게 떠드는 사이에 유성은 초구를 가볍게 지켜보았다.

유성의 타격 능력이 9번 타자치고 범상치 않다는걸 시범경기를 통해서 확인했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투수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피칭은 포심 위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2구째가 날아들자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체이스 필드도 넘기기에는 딱 좋지.'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생각보다 큽니다! 중견수 따라가지만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놀라운 솔로 홈런이 터집니다! 데뷔전을 치루는 투수가 홈런까지 때려내면서 컵스가 선취점을 가져갑니다!]

이걸로 스코어 1대0.

그리고 컵스는 유성의 홈런에 잠시 멘탈이 흔들린 투수를 제대로 공략하며 순식간에 2점을 추가하며 스코어를 3대0까지 벌려냈다.

"좋아. 드디어 터졌군."

"이 정도면 오늘 경기는 쉽게 가져갈 수 있을듯 하군요."

실제로 하위 타순의 차례인 3회 말 수비를 유성이 안정적으로 틀어막으면서 경기는 곧 바로 4회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도 4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유성의 타석이 돌아왔다.

[첫 타석에서 놀라운 솔로 홈런을 보여준 박유성인데요. 이번 타석에도 때려낼 수 있을지...]

[아무래도 힘들겠죠. 그 홈런으로 컵스 타선이 움직였는데 쉽게 승부를 걸지는 않을겁니다.]

실제로 초구부터 변화구가 들어오며 유성에게 신중하게 덤벼드는 모습을 보여준 애리조나의 투수였으나 유성이 가볍게 공을 걸러내자 오히려 1S-3B로 자신이 몰리는 상황이 되었다.

[4개의 공을 전부 지켜보았는데 오히려 볼넷 직전이 되었군요.]

[홈런이 두렵다면 이대로 출루 시켜도 나쁘지 않을듯 한데 말이죠. 투수라서 함부러 도루를 하기는 힘드니깐요.]

KBO에서 3년 연속 10도루 이상을 기록한 유성이지만 컵스 해설진은 그 기록에 대한 거론을 아직 하지 않았다.

유성의 몸값을 생각하면 도루를 하다가 다쳤을때 돌아오는 손해가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이제 5구째.]

그래도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유성이 출루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아무리 경계를 한다고 해도 투수는 유성을 출루 시키기 싫어했다.

그래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공을 던졌다가 유성이 다시 휘두른 배트에 공이 맞아나갔다.

딱!

[다시 쳤습니다! 이 타구도 큽니다! 설마하던게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박유성의 연타석 홈런!]

"...저게 투수야?"

"폼으로 투타겸업 하는게 아니었네..."

2개의 홈런 모두 솔로 홈런인건 아쉬웠지만 콜로라도는 이 홈런으로 인해서 바로 불펜을 준비 시키기 시작했고, 애리조나의 선발은 이번에는 가까스로 추가 실점을 막아냈지만 꽤나 많은 체력이 소진된 상태였다.

[이거 차이가 엄청나네요.]

[네, 이제 4회 말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의 박유성 선수라면 이번 이닝도 막아낼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도 타순이 1바퀴 돌아서인지 애리조나의 타선이 유성의 공에 대해 어느정도 적응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 이래야 MLB지.'

딱!

"파울!"

96마일 정도의 포심은 평소에도 자주 접하던 것이었기에 애리조나의 1번 타자는 손쉽게 이 공을 때려낼 수 있었다.

아직 유성의 구위가 살아있었기에 파울이 되었지만 이걸로 자신감을 잡기는 충분했다.

물론 유성은 타자가 마음대로 날뛰게 놔둘 정도로 무르지 않았기에 바로 투심을 던졌고, 다시 한번 배트를 낸 타자는 공을 때려내기는 했지만 타구가 3루수에게 향하고 말았고 3루수는 기대대로 안정적으로 공을 1루로 던지며 1아웃을 만들어냈다.

[구속을 낮추니깐 이렇게도 이어지는군요.]

[네, 투심이 지금 95마일까지 올라오는데 포심이 97마일 정도로 내려오니 구속 차이가 확 줄어서 구분이 어려워졌습니다.]

"생각보다 더 골치 아파. 구속이 낮아졌다고 좋아했더니 투심이랑 속도가 비슷해서 까다로워졌어."

"그렇단 말이지..."

첫 타석부터 유성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했던건 폴 골드슈미트 뿐이었다.

그런만큼 애리조나 타자들은 은연 중에 골드슈미트가 2번째 타석에서 활약할 수 있게 정보를 꾸준히 만들어냈다.

'변화구가 많아서 골치 아프기는 해.'

구속 조절을 통해서 위력을 강화 시킨 포심, 투심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라는 위력적인 공들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박유성은 아직 스플리터를 안 꺼냈군."

"응? 아직도 안 던진 구종이 있어?"

"그래. 스플리터야."

"그거 엄청난 이야기로군. 체이스 필드에서 애리조나를 상대하면서 구종을 하나 아껴놨다라..."

2번 타자에게 유성은 조금 다른 패턴을 보여주었다.

포심으로 시작하는 기본 패턴이 아닌 커브와 슬라이더를 1,2구로 사용해서 카운트를 잡는 패턴이었다.

설마 타자도 유성이 이 시점에서 이렇게 던질줄 몰랐기에 맥 없이 2스트라이크를 허용하고 말았고, 3구째에 간만에 나타난 101마일의 포심에 바로 헛스윙 삼진을 하며 물러나고 말았다.

[헛스윙 삼진! 오늘 박유성은 완벽한 데뷔전을 치루고 있습니다.]

[네, 그 완벽한 데뷔전을 위해서 이번에 상대할 타자를 특히나 신경 써야하는데요.]

골드슈미트의 2번째 타석이 시작되자마자 유성은 바로 100마일의 포심을 통해 그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건냈다.

팡!

"스트라이크!"

"이정도면 루키 취급은 안 하는게 맞겠지?"

"..."

포수에게 슬쩍 말을 걸었던 그였지만 데이빗 로스는 일부러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은 유성이 보낼 사인에 집중해야했기 때문이었다.

"흠..."

바로 앞 타자에게 커브와 슬라이더를 보여줬다.

자신에게 던지기 위해 한번 던져본 것인지 아니면 사용 안 한 체인지업을 사용하기 위해 던져본 것인지는 모른다.

이미 그 3개 변화구에 대해 꽤나 감을 잡은 상태였으니 말이었다.

팡!

"볼"

"휴..."

물론 감을 잡았다고 해서 3개 중 하나를 무조건 맞출 수 있는건 아니었다.

슬라이더가 아슬하게 볼이 되면서 호흡을 가다듬은 골드슈미트는 3구째를 기다렸고, 유성은 투심으로 그에게 승부를 걸었다.

딱!

[쳤습니다! 우측으로 판정은! 파울! 파울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파울 라인 밖에 떨어졌습니다.]

[박유성에게는 다행이고 저쪽은 아까운 기회였네요.]

"어우... 생각보다 잘 따라가네."

그래도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이제 떡밥을 하나 더 보여주고 마무리를 하면 되었다.

[4구째. 헛스윙! 삼진 아웃! 높은 하이 패스트볼에 골드슈미트가 헛스윙을 하며 물러납니다!]

[투심을 통해 낮은 존을 공략할려다가 맞으니깐 바로 포심으로 스트라이크 존 위의 높은 코스로 던져서 방향 전환을 하려고 했는데 그 공에 딸려 나왔네요.]

"이러면 3번째 타석도 편하지."

실제로 유성은 4구째 높은 공 이후에 5구째에 떨어지는 공으로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4구째에 끌려갔으니 유성으로썬 보여줄 패턴을 하나 아끼게 된 것이었다.

"이거 잘하면 끝까지 노려볼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4회 말까지 경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스코어는 4대0을 가르키고 있었다.

컵스 타선은 여전히 추가점을 뽑지 못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유성이 애리조나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기에 4점의 리드로 충분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렇게 5회도 무사히 넘어가는듯 했으나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타구가 떨어지는 텍사스 안타가 나오면서 5이닝 가까이 이어지던 퍼펙트와 노히트가 동시에 무산되었다.

[아깝습니다. 대기록의 불문율을 위해 거론을 안 하고 있었는데 텍사스 안타가 나오면서 기록이 깨졌군요.]

[이제 박유성 선수가 오늘 경기 처음으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자를 상대하는데요.]

그래도 타순은 나쁘지 않았다.

2사 1루 상황의 7번 타자라면 힘으로 눌러도 되는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이곳이 체이스 필드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유성이 3구 연속 포심을 던지면서 삼구삼진으로 타자를 처리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엄청납니다. 여기서 힘으로 그냥 밀어버리며 애리조나 타석을 찍어눌러버립니다.]

[100마일, 101마일 그리고 102마일이 나왔습니다.]

[흔히 이런 구속 조절을 보통 완급 조절이라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조절이 되는 선수는 오랫만에 보네요.]

[네, 덕분에 컵스는 처음 주자를 내보냈음에도 5회 말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었지만 유성의 투구수는 아직 62구에 불과했고, 경기도 이제 절반을 지나가고 있었다.

"데뷔전부터 기록 하나 세워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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