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114화 (114/156)

# 114

Chapter 45 - 메이저리그로의 귀환 (1)

2016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시카고 컵스의 개막전 상대는 LA 에인절스였다.

차후 오타니의 소속팀이 되기도 하는 팀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가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트라웃..."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재능 중 하나이자 최고의 타자라 불리는 그 선수의 존재는 유성의 투쟁심을 깨우게 만들었다.

그러나 유성에게는 아쉽게도 조 매든 감독은 유성이 메이저리그에 처음 왔다는 점을 감안해서 하위 선발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물론 회귀 전의 경험이 있기에 그런 배려를 받을 필요 없었지만 컵스에 합류한 이후로 유성은 한가지 사실을 알았기에 그 배려를 받아 들였다.

'성장이 완전히 끝난 단계가 아니라고 했지...'

만 21세에 불과한 젊은 몸이 의외의 방법으로 유성의 휴식을 강제로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이미 이번 시즌 등판 일정이 구상된 상태였지만 컵스는 이번 시즌의 우승을 노리는 동시에 장기간에 걸쳐서 에이스를 담당해줄 유성을 조금 더 관리하기로 결정하면서 등판 일정을 조정했다.

"KBO에서 140이닝, 185이닝, 230이닝 정도를 소화했군요."

단순히 리그만 본것이 아닌 포스트시즌과 국가대항전까지 포함한 숫자였다.

리그 기준으로 본다면 버두치 리스트에 문제될것 없는 30이닝 정도의 증가였지만 포스트 시즌과 국제대회가 기준 이상의 이닝 소화를 가져온 것이었다.

"애초에 전후반기에 각각 1번씩 로테이션 걸러서 총 3번의 휴식기를 만들어줄 계획이었어. 그런데 조정하기로 했으니... 올스타전까지 5번의 휴식기가 생기겠군."

그 말은 기존에 전후반기에 1번씩만 거를 예정이던 로테이션을 전후반기에 2번씩 거를 예정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였다.

"시작은 4선발인가..."

컵스의 일정대로라면 첫 등판은 4월 9일.

그리고 그날의 상대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였다.

"그러고보니 그레인키가 애리조나로 갔었네."

유성이 7년 2억 1500만불이라는 역대급 금액을 받는 바람에 이야기 되지 않았지만 그레인키도 6년 2억 650만불이라는 그에 준하는 역대급 금액을 받았기에 만약 대결이 성립되었다면 많은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아무튼 컵스는 이번 시즌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다.

그런만큼 개막전은 반드시 잡아줘야하는 경기였다.

컵스의 에이스로 나서는건 지난 시즌에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아리에타였다.

그가 보여준 실적이 있는만큼 이 등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리에타는 왜 자신이 지난 시즌에 사이영 상을 받았는지 보여주듯 7이닝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피칭으로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다.

"좋아. 시작이 반이라고 개막전부터 이겼으니 올해도 분위기 좋게 가겠군."

"이제 우리팀 최고 몸값 투수가 잘 던져주기만 하면 되겠군."

"박 말인가?"

"그래. 다저스의 류가 작년에 부상으로 빠졌지만 그 앞의 두 시즌에 다저스에서 최고의 3선발로 불리면서 뛰었으니깐 말이야."

잠시 류연진의 기록을 떠올린 그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그가 7년간의 통산 성적을 보면 단순히 방어율만 따져도 2점대 후반이야. 그런데 3년이지만 박유성은 1점대 초반의 방어율이지. 리그 차이나 아직 어리다는 점은 감안해도 2점대 중후반 방어율은 충분히 기록해줄 수 있어."

"21세 투수에게 그정도 기대치라..."

"이것도 보수적으로 잡은거지 솔직히 그보다 더 낮은것도 가능하다고 보거든."

"기대치가 높은데?"

"당연하지. 100년의 역사를 마무리할때가 왔는데 안 그럴 수가 없지."

그들도 기본적으로 컵스의 팬이었으니 그만큼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개막전 경기의 승리에 힘 입은 컵스가 2번째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2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다시 3번째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만들어내자 컵스팬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며 TV를 보았다.

유성의 첫 등판 경기가 원정에서 치루어지기에 컵스의 홈에서 경기를 볼 수 없었기에 이루어진 선택이었다.

"애리조나라..."

"체이스 필드도 꽤나 타고투저 구장이지."

"그래도 맞붙을 투수는 그리 강하지 않아서 박이 타자 친화 구장에서 얼마나 잘 던지느냐가 관건이겠군."

당연히 유성도 이 구장이 어떤 구장이 잘 알고 있었다.

투수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 필드까진 아니라도 그에 준할 정도로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었으니 말이었다.

"오늘은 어떻게 던질꺼야?"

"개막전이니 무리하지는 않을려고."

"그래. 첫 경기니 그게 좋겠지."

원래라면 주전 포수인 미켈 몬테로와 호흡을 맞춰야겠지만 바로 어제 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라는 처참한 타격을 보여줬기에 교체 되었다.

유성이 포수를 가리는 스타일도 아니었기에 이 부분은 문제 없이 넘어갔다.

그리고 원정 경기였기에 시카고 컵스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고, 1회 초에 곧 바로 점수를 내지 못하며 0대0의 상황에서 경기는 1회 말로 넘어오게 되었다.

드디어 유성이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드디어 이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7년 2억 1500만불. 솔직히 지금봐도 말이 안되는 금액이네요.]

[물론 하위 리그로 평가되면 KBO에서 3년간 뛰면서 통산 1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비롯해 수 많은 역대급 기록을 남겼습니다. 대표적으로 주목할게 0점대 방어율과 300K 기록이죠.]

[이 2개 기록이 놀라운게 이 2개의 기록을 만들어낸 시즌에 210이닝을 소화했습니다. 만약 메이저리그 적응만 한다면 조심스럽게 1점대 방어율도 기록 할 수 있다고 예상 할 수도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경악스럽군요. 이미 시범경기에서 5경기 17이닝 1실점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기대치를 끌어 올린 상태거든요.]

유성이 연습 투구를 진행하는 사이에 여러 기록을 쏟아낸 컵스의 해설진들은 드디어 유성이 초구를 던지려고 하자 이목을 집중 시켰다.

팡!

[초구부터 100마일(161km)이 나옵니다!]

[타자도 이 공을 보자마자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개막전부터 100마일이라니 장난 하나?'

데이터는 확인했지만 그래도 시작부터 이런 공을 보니 그로써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따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유성의 2구째도 거침 없이 들어오자 배트를 다 잡으며 스윙 타이밍을 잡았다.

'보통은 변화구를 던지지만 이녀석은 가끔 3연속 스트레이트를 꽂아넣는다.'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타입이었다.

수준급 변화구 여러개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한데 만약에 들어올 포심까지 염두에 둬야했으니 말이었다.

결국 유성의 여러 구종 중 하나인 커브에 헛스윙을 한 애리조나의 선두 타자는 그대로 물러났다.

[삼진! 순식간에 삼구삼진으로 타자를 처리하는 박유성입니다.]

[커브가 아주 일품인데요?]

[그렇죠. 단순한 파이어볼러라고 생각하면 순식간에 뒤돌아서 덕아웃으로 가야할겁니다.]

메이저리그는 4번 타자보다 3번 타자 자리에 더 강한 타자를 놔둔다.

1번이라도 더 타석에 들어서게 하고 1번이라도 빠르게 타석이 돌아가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최근의 메이저리그는 강한 2번을 이야기하며 아예 2번에 최고 타자를 배치하기도 했다.

물론 애리조나는 그에 해당하는 구단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순식간에 2번 타자도 삼진으로 처리할 수 있었으나 애리조나의 3번 타자는 급이 다른 타자였다.

바로 애리조나 최고의 타자인 폴 골드슈미트를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성의 기세는 거침 없었다.

팡!

[초구는 다시 100마일이 기록되는 포심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트라이크입니다. 박유성에 대해 저희도 많이 분석을 했는데 KBO에서 저런 공을 건드릴 타자가 없다보니 극단적일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할 수 있었다더군요.]

[그래서인지 메이저리그 데뷔전인 오늘도 공격적으로 나가고 있네요.]

"무리 안 한다고 안 그랬던가?"

"본인 기준에선 저게 무리 안 하는거라더군요."

"허어..."

확실히 KBO에서도 적은 등판으로 긴 이닝을 소화할때 이러한 공격적인 피칭이 큰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이곳은 메이저리그였고 특히나 지금 상대 하는 타자는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MVP 2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폴 골드슈미트였다.

"1,2번은 쉬웠을지 몰라도 골슈에겐 막 덤벼서는 안될텐데..."

그러든말든 유성은 공격적인 피칭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신경을 안 쓴것은 아니었기에 앞서 사용한 커브, 체인지업에 이어 오늘 경기 4번째 구종인 투심을 꺼내들었다.

팡!

[이건 투심이군요.]

[95마일(153km)짜리 투심이라니 직접 안 봤으면 못 믿었을지도 몰랐겠군요.]

'포심에 투심이라... 나랑 힘싸움이라도 하고 싶은건가?'

잠시 고민했던 그는 배트를 새롭게 잡고는 3구째를 때려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파울이네요.]

[네, 그런데... 파울이지만 넘어갔습니다.]

[2스트라이크까지 몰렸음에도 때려낸 타구가 파울 홈런이 되는군요. 역시 보통 타자가 아닙니다.]

유성을 칭찬하던 컵스 해설진도 갑작스러운 파울 홈런에 경계심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나 빼는게 어때?'

이 타구는 포수의 리드에도 변동을 주었다.

다른 타자는 몰라도 골드슈미트는 자신의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었으니 이해되는 변동이었다.

연속해서 던졌던 투심이 저렇게 맞아떨어진만큼 유성은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를 만져보며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잠시 유성도 고개를 끄덕이며 유인구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골드슈미트도 이 공은 때리기 난해하다고 판단했던지 가만히 지켜보면서 볼 카운트는 2S-1B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결정구에서 포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유성도 골든슈미트가 어떤 타자인지 알고 있었지만 오늘 컨디션이 좋아보였기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슬라이더로 유인구 어때?'

'음... 그게 좋겠네.'

유인구는 잘 사용한다면 타자를 속이며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볼이 되는 공이었다.

KBO에선 딱히 유인구를 던질 필요도 없었고, 던지더라도 대부분의 유인구로 삼진을 만들어냈던 유성이기에 이번 공에 약간은 기대를 가졌다.

딱!

"파울!"

하지만 골드슈미트는 MVP 2위와 함께 실버슬러거까지 수상한 내셔널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다.

보통의 타자라면 헛스윙을 했을지도 모르는 유인구였지만 그는 쉽게 당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파울이 나오면서 승부가 6구째로 이어집니다.]

[과연 골드슈미트답네요. 꽤나 빨리 박유성 선수의 실력을 파악하고 있어요.]

'이러면 어쩔 수 없지. 준비해.'

2사에 주자 없는 상황.

볼카운트는 2S-1B로 하나만 더 잡아내면 삼진과 함께 이닝이 종료되는 상황이었기에 유성은 와인드업을 하면서 힘을 끌어 모았다.

"후..."

그렇게 페이스를 끌어 올린 유성의 공이 순식간에 날아갔고, 골드슈미트도 기다렸다는듯 스윙을 시작했다.

골드슈미트는 갑작스럽게 들어간 그 공을 반응해서 맞추었으나 앞으로 보내지는 못했다.

타구는 앞이 아닌 뒤로 향했고, 포수 미트를 최대한 열어놨던 컵스의 포수 데이빗 로스는 순간적인 반응으로 뒤로 향하는 타구를 잡아냈다.

펑!

"스트라이크!"

[삼진! 골드슈미트를 파울팁 삼진으로 잡아내는 박유성과 데이빗 로스입니다!]

[승부가 길어질것 같으니 과감하게 승부를 봤네요.]

[네, 그에 걸맞게 102마일이나 기록된 박유성의 전력 투구로 1회 말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컵스입니다.]

서로에 대한 탐색전은 가까스로 유성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으나 유성과 골드슈미트는 서로를 슬쩍 보며 각자의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이제 시작이군."

그 말처럼 유성의 첫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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