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
Chapter 42 - 프리미어12 (2)
[개막전 한일전에서 아쉬운 0대1 패배 이후에 치룬 6번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이 2015 프리미어12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일본과 맞붙게 되는 대한민국입니다.]
- 이번에는 이겨야지.
- 오늘 쓸려고 박유성도 아껴놨으니깐.
앞선 경기의 패배나 일본만 하루 더 휴식을 취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정으로 인해 선수들은 작정하고 칼을 갈고 나왔다.
"저녀석들은 잠자던 호랑이를 깨운거나 다름 없어."
"오늘 유성이가 끝까지 던지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러면 저녀석도 엄청 길게 던질테고..."
이미 선수들은 오늘 경기가 장기전이 될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유성과 오타니가 맞붙게 되었으니 말이었다.
그것은 일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기에 경기 초반은 과감하게 유성의 공에 적응하기로 결정하였다.
일본 야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쿄돔에서 치루어지는 프리미어12 결승전을 위해 수 많은 일본 방송국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에서도 제법 인력을 보냈지만 홈그라운드 위치인 일본만큼은 아니었다.
"괜찮을까요?"
"괜찮아. 녀석들은 어린 애가 아니니깐."
그 말대로 선수들에게 이곳이 어디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일본을 무너트리기 위해 의논을 이어갔을 뿐이었다.
"어차피 초중반엔 저나 저녀석이나 힘이 남아돌아서 무리하게 덤비기보단 차분하게 공에 적응하는게 우선이에요."
"적응이라..."
"저쪽도 저한테 완벽하게 억눌린걸 기억하고 있을테니 초반 양상은 비슷할거에요."
"양쪽 중에 어느쪽이 더 빨리 공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란 말이지..."
그들도 프로에서 수년간 활약해온 선수들이었다.
유성이 말하는 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의 초반은 예상대로 양쪽 모두 탐색전이었다.
지난 3년간의 풀타임 경험을 통해 어느덧 완벽에 가깝게 160km의 공을 다루고 있는 유성과 달리 오타니는 아직 조금씩 모자란 부분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도 초반에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확실히 아예 못 치겠다 수준은 아니지만...'
투수의 힘이 남아있는 초반부터 상대할만한 공도 아니었다.
결국 기존의 이야기대로 대한민국 타자들은 오타니의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버티기 시작했고, 이런 모습을 본 일본 타자들도 마찬가지로 유성의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늘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본의 홈에서 펼쳐지는 결승전이다보니 은연 중에 일본이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이득을 조금씩 보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에 민감한 유성은 이러한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일본의 홈에서 치루는 경기인만큼 이 정도 편파는 예상한 것이고, 이 정도 편파로는 자신을 방해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안 잡아주면 좀 더 안으로 꽂아 넣는다.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신중함을 기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역으로 이용 할 수 있는 투수가 유성이었기 때문이었다.
'굳이 여기서 역 이용할 필요는 없어.'
팡!
"스트라이크 존이 살짝..."
"편파적인거 같지?"
"그래. 그리고 박유성이 힘으로 억누르고 있지."
일본 타선이 초반을 탐색전으로 방향을 잡은만큼 생각만큼 투구수를 줄이지는 못했다.
그래도 안타는 커녕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경기 초반이라고 할 수 있는 3회까지 일본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 대가로 투구수가 43구로 생각보다 많아졌다는게 문제지만 오타니도 사정은 비슷했다.
"40구라..."
"단순하게 보면 너나 오타니나 이번에도 7이닝 페이스야."
"하지만 중반부턴 흐름이 달라지겠죠."
"그래. 한바퀴 돌았으니 조금은 더 공격적으로 붙을꺼야."
실제로 4회부터 양팀 타선의 움직임은 달라졌다.
아직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성급하게 덤벼들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손 놓고 지켜보던 첫 타석과 달리 확실한 공은 배트를 내밀었다.
딱!
"아웃!"
"후..."
하마터면 유성도 아슬할뻔 했던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3루수가 몸을 날려서 타구를 잡아내며 안타를 막아내며 여전히 안타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고 일본 타선을 틀어 막았다.
그래도 한 타순을 작정하고 탐색전으로 써먹은만큼 유성과 오타니의 공은 이전보다 더욱 공략될려는듯한 기미를 보여주었다.
팡!
[헛스윙 삼진!]
[슬슬 불안한 느낌이 들고 있는데요. 그래도 아직까지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4회까지 양쪽 모두 무실점. 특히 박유성 선수는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타니보다 다룰수 있는 구종이 많고, 그 구종들 모두 수준급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박유성 선수가 좀 더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고 가고 있네요.]
[오타니 선수가 포심만 던지는 선수는 아니지만 공 던지는 모습을 보면 박유성 선수에 비해 단조로운 느낌이기는 하네요.]
[문제는 그래도 공략이 어렵다는거죠.]
"그래도 투구수 조절이 되기는 했네."
딱 11개를 던지며 54구로 조절했다.
이 점은 대한민국 타선도 태세 전환을 하면서 오타니도 어느정도 이득을 보았기에 여전히 큰 차이는 없지만 덕분에 서로 경기를 끝까지 맡을 수 있게 되었다.
"대타 준비 시키지."
"대타를 벌써요?"
"물론 연장전을 염두에 둬야겠지만 그 전에 끝내버리는 것도 생각 해야지."
저쪽의 감독은 젊은 감독이라 판단이 느린듯 했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김인신 감독이 보았을때 일본 대표팀은 공략할만한 요소가 있었다.
쓸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5,6회를 다시 한번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6이닝동안 72구로 투구수를 더욱 절약해냈다.
"좀 더 줄여야했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이제 저녀석보단 적어졌잖아."
오타니의 투구수는 6이닝 75구.
큰 차이는 아니지만 유성이 9이닝을 노릴 수도 있는 투구수인 반면에 오타니는 8이닝이 한계로 보이는 투구수였다.
"슬슬 승부수 띄울때가 되기는 했지."
오타니 투구수가 슬슬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일본이었지만 변화를 주기는 힘들었다.
일본 감독이 망설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두 타석 동안 적응을 마친 타자들이 그래도 뭔가 해주지 않을까라는 망설임이었다.
"납득 되는 망설임이야. 하지만 망설이기만 해서는 될것도 안되지."
일본의 감독이 망설이는 사이에 김인신 감독은 냉정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다.
"몇몇은 배트 속도가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어. 오타니가 내려가지 않는 이상 맞추는것도 어려울꺼야. 대타 준비는?"
"다 됬습니다. 출전 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딱!
[쳤습니다! 3번째 타석에만에 활로를 열어내는 안타를 때려내는 김현성!]
[오늘 경기 대표팀의 3번째 안타이자 첫 선두 타자 안타가 나왔네요.]
[여기서 어떻게든 밀어붙여야 하는데요.]
그러나 오타니는 주자 1명 나간것에 딱히 내색을 하지 않고는 순식간에 4,5번 타자를 연달아 범타와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과시하며 무사 1루를 단번에 2사 2루로 바꾸었다.
2루를 허용한 것도 승부에 집중하다보니 주자 견제를 소홀히 하면서 벌어진 일종의 무관심 도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베이스를 하나 내준걸로 2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으니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선수도 아닌 김현성이었기에 대주자를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오타니 입장에서는 6번 타자만 제대로 처리하면 이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6번 타자가 예상 외로 끈질겼다.
딱!
[파울]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가네요.]
[예상보다 더 힘든 승부를 펼치는 바람에 오타니의 투구수가 90개에 근접을 했습니다. 빠르게 처리를 해야 8회까지는 던질 수 있을텐데요.]
[그런데...]
딱!
"파울!"
[다시 파울. 저 한국 타자가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네요.]
[분명히 대타였죠. 저 타자?]
[네, 그렇습니다. KBO 리그에서 이번 시즌에 1군 풀시즌을 치루면서 한국에서 가장 큰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3할 6푼의 타율과 27개의 홈런을 때려낸 선수입니다.]
[이런 선수를 대타로... 아껴두다니 배짱 한번 좋군요.]
어느새인가 그들의 대결은 5구째로 이어졌다.
3개의 파울 타구와 1개의 볼로 인해 볼카운트는 2S-1B에서 5구째는 아슬하게 볼이 되는 공이었다.
오타니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다음 공을 바로 준비하였고, 타자도 참기 쉬운 공이 아니었기에 잠시 몸을 풀어주며 긴장으로 이완된 몸을 정비했다.
"저 타자 누구였지?"
"박유성의 동기. 다이노스 2군에서 2년간 있다가 15시즌 앞두고 베어스로 트레이드 되었지. 1군에 테인즈라는 괴물이 있어서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거든."
"과연... 자리만 주어지면 터질 유망주였군."
흔히 이야기되는 박유성의 동기라 불리는 선수들은 3년이 지난 지금 프로에 여러 영향을 주었다.
유성이나 주환처럼 에이스나 클로저로 자리를 잡기도 하고, 팀에 따라선 빠질 수 없는 핵심 서브 자원으로 기용되기도 했다.
"요즘은 박유성 학교 팜이 조금 아쉬운 편이라더군."
"뭐, 매년 이렇게 프로급을 마구 배출 할 수는 없으니 말이지."
애초에 박유성이라는 규격 외의 선수가 너무 기대치를 올려둔 것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오타니는 긴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무려 10구나 던지는 큰 타격을 입으면서 말이었다.
[아쉬웠지만 잘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타니는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설령 다시 올라오더라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오타니는 여기까지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일본 대표팀은 7회 공격때 더욱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유성은 그들보다 몇수는 위에 있는 선수였다.
딱!
"아웃!"
팡!
"스트라이크!"
딱!
"아웃!"
오히려 그들의 공세는 유성의 노히트를 7이닝째로 늘려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일본은 미리 준비 시켜두었던 불펜을 끌어 올리며 오타니의 등판이 끝났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말해서 대표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오타니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던 대표팀이 갑자기 일본 대표팀의 셋업맨으로 활약하는 투수를 공략하기에는 스타일이 살짝 달라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그래도 유성이 8회 말도 다시 삼자범퇴로 틀어막으며 대한민국 타자들은 한번 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선수들은 이번 기회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결전의 9회를 시작하였다.
[이제 9회로 접어드는 경기. 예선에서도 9회에 1점으로 승부가 갈렸는데 똑같은 장면이 다시 재현 되었습니다.]
[그때와의 차이라면 오타니는 똑같이 7회를 끝으로 내려갔지만 박유성 선수는 이번에 9회에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네요.]
물론 만약을 위해서 불펜이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도 유성이 대기록을 진행 중이었기에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지막 정규 이닝 공격에서 김인신 감독은 시작부터 대타 카드로 오재운을 투입 시켰다.
대타로 들어간 오재운은 상대 입장에서는 짜증날만하지만 같은편 입장에선 박수를 칠만한 신경전을 통해 곧 바로 안타를 때려냈고, 이것은 오랫동안 막혀있던 대한민국 타선의 대폭발로 이어졌다.
곧 바로 타석에 들어선 김현성의 2루타로 무사 2,3루가 만들어지고, 이대오의 안타로 순식간에 주자 2명이 모두 들어왔다.
그렇게 되자 일본은 바로 투수를 교체하며 흐름을 끊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박병훈도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듯 바뀐 투수의 공을 공략하기도 했다.
딱!
아쉽게도 박병훈의 타구가 수비에게 잡히고 말았고 동시에 대주자가 런다운에 걸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2아웃을 내주며 이닝은 그대로 마무리 되는듯 하였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으나 7,8,9번 타자가 연달아 안타, 볼넷, 안타로 출루에 성공하며 다시 1점을 더 추가한 대표팀은 순식간에 스코어 3대0을 만들어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2사 1,3루의 상황에서 사구가 나오면서 2사 만루가 이루어졌고, 이 엄청난 빅이닝의 시작이었던 오재운의 타석이 다시 돌아왔다.
[8이닝동안 잠잠했던 것은 이 9회에 폭풍 같이 몰아치기 위해서였던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타선이 1바퀴 돌면서 3점을 획득하고, 여전히 만루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우린 일본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거대한 대첩을 만들 결정적인 기회를 잡아냈습니다.]
딱!
그리고 다시 한번 바뀐 투수의 초구를 바로 노린 오재운의 타구가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하면서 해설진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소리를 질렀고 그렇게 날아가던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버렸다.
[넘어갑니다! 그랜드 슬럼! 9회에 7점이나 뽑아내면서 스코어 7대0을 만들어내는 대한민국 대표팀입니다!]
7대0이라는 스코어로 인해 경기는 사실상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9회 말 대기록의 완성을 위해 유성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끝내버리고 와라."
"네. 그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