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
Chapter 42 - 프리미어12 (1)
2015 시즌의 통합 우승을 통해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유성은 간발의 차이로 40-40 클럽을 기록한 테인즈를 밀어내고 MVP를 수상하게 되었다.
3년 연속 투수 4관왕은 물론 역대 최초인 300K의 금자탑은 그만큼 드높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상식이 마무리되고 바로 프리미어12 대표팀으로 합류한 그들은 첫 경기인 일본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던질 수 있느냐?"
"네, 1주일 넘게 쉬어서 전혀 문제 없어요."
"그렇다면 개막전을 맡기마. 오타니는 니 상대다."
오타니 쇼헤이 회귀 전에는 몇번인가 만나 보았지만 회귀 이후에는 고교 시절 이후 2번째로 만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투수 대 타자로 만났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투수 대 투수로 만나는 것이기에 시작 전부터 양국의 언론들은 160km가 넘는 공을 던지는 두 투수의 대결에 집중 조명을 하였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도 이 대결을 보기 위해 일본 도쿄돔에 모였다.
"누가 이길까?"
"아직 나올려면 멀은 쪽보단 당장 나올 예정인 녀석을 응원하는게 좋겠지."
이미 한국시리즈로 검증 되었지만 그래도 프리미어12 같은 국제대회에서도 성과를 보여주는게 그들 입장에선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요소이기에 스카우터들은 유성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럼 둘 중에 박유성이 살짝 위라는거겠지?"
"뭐, 오늘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한편 라커룸으로 향하던 유성은 오타니와 만나게 되었다.
"오랫만이야."
"그러게. 5년만이던가?"
"대충... 그정도 됬지."
당시의 계획에 따르면 일본 원정 계획은 3년 정도 지속할 예정이었지만 2학년인 2011년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원정은 결국 1회성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5년만에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되었다.
"좋은 경기하자고. 리그에선 소속팀이 워낙 강해서 붙어볼만한 녀석들도 결국 무너지더라고."
"그건 걱정마.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하고 왔으니깐."
"기대할게."
고등학교 시절에는 아직 오타니도 미완의 타자였기에 유성이 손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둘 다 프로에 들어온지 3년이 지나면서 커리어 하이를 만들어내기도 했기에 이번 대결은 그만큼 주목을 받았다.
[동갑내기의 두 투수. 박유성과 오타니 쇼헤이가 2015 프리미어12 개막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됩니다.]
[이 경기는 정말이지 많은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경기네요.]
[그렇죠. 누가 승리를 거둘 것인가 이전에 두 선수가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절로 드네요.]
일본이 개최한 대회인데다가 일본의 구장 중 하나인 삿포르 돔에서 치뤄지는 경기였기에 홈팀의 자격으로 일본이 후공을 가져가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선공을 가져가게 되었다.
그리고 압도적인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1회 초가 순식간에 마무리 되었다.
[이런 모습은... 박유성 선수를 제외하고는 쉽게 본적이 없는 장면인데요.]
[최고 161km가 기록된 구속에서 알 수 있듯 오타니는 제대로 던지고 있습니다.]
[리그에서도 느꼈지만 저정도 속도의 공을 우리 선수들이 쉽게 건드리지 못하네요.]
[네, 사실 이런 장면이 나올꺼라는건 어떤 선수 덕분에 예상을 하기는 했습니다. 바로 지금 마운드에 오르는 박유성 선수 덕분에 말이죠.]
'삼진이라...'
앞선 오타니의 피칭을 떠올리며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그가 자신의 삼진 기록을 의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오타니의 이번 시즌 출전 경기를 확인하며 그에 따른 분석을 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완봉까지 가는 대결은 무리겠군.'
어차피 첫 경기부터 무리하게 던질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유성도 봐주는 것 없이 시작부터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팡!
[160km! 바로 응수를 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이 선수가 바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차세대 에이스입니다.]
2구째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휘어지며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를 만들자 일본의 선두 타자도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걸 치라고...?'
KBO가 NPB 아래라고 평가 받는다고 해도 타고투저 리그에서 0점대 방어율은 절대 쉽게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였기에 일본 선수들은 오타니와 동급이라는 가정으로 준비를 해왔으나 지금 유성이 보여주는 것은 오타니 이상이었다.
팡!
"큭!"
[헛스윙 삼진! 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순식간에 선두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처리하는 박유성!]
[그렇죠. 우리가 기대했던게 이런겁니다. 에이스 대결에서 우린 절대로 밀리지 않습니다.]
"겨우 한번 붙어본거지만 내 체감으론... 오타니보다 더 한 녀석이야."
"오타니보다 더라..."
슬쩍 뒤를 보며 오타니를 확인한 일본 대표팀의 주장은 좀 더 신경 써서 상대해야하는 상대라는 것을 확신했다.
1번 타자가 순식간에 삼구 삼진으로 물러났기에 다른 일본 선수들도 유성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감을 잡기 시작했다.
"저녀석 다음 공 던지는 템포가 엄청 빨라. 내가 자세 잡자마자 바로 던지는 수준이야."
"어차피 경기는 길어. 좀 여유롭게 보자고."
순식간에 2번 타자도 삼구삼진으로 물러나고, 조금 더 관찰하기로 생각한 일본은 3번 타자마저 삼구삼진으로 물러나는 것을 지켜만 봐야했다.
[일본 대표팀이 맥 없이 물러나는군요.]
[저쪽에서 오타니랑 비교하던데 시즌 내내 상대해본 제 감상으로 말하자면 오타니가 아니라 다르빗슈를 데려와야할겁니다.]
오타니의 위상이 많이 올라왔지만 투수로써의 실력을 따진다면 아직은 다르빗슈가 더 위라고 할 수 있었다.
오타니도 이제서야 NPB에서 에이스급으로 성장한 판국에 다르빗슈는 NPB에서 5년 연속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사이영 상에 근접한 MLB 에이스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일본 최고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투수였다.
물론 해설이 이런 이야기를 하든말든 오타니와 유성은 현재에 집중했다.
클린업이 나오는 2회에 한층 더 페이스를 끌어 올린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삼자범퇴를 만들어냈고, 그런 흐름은 3,4,5회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생각 이상으로 팽팽한 투수전이네요.]
[그래도 확실히 차이는 나고 있습니다. 박유성 선수는 5이닝동안 56구를 던지면서 놀라운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오타니는 71구로 꽤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페이스면 박유성 선수는 완봉도 노려볼만 하지만 오타니는 7이닝 정도겠네요.]
[지금 투구수라면 그렇죠.]
- 아니 지금 시작한지 1시간 밖에 안 됬는데 6회 시작하네.
- 그러게. 보통 1경기 뛰면 3시간하는데 2시간 컷 하겠는데?
워낙 빠른 템포로 경기가 이어지다보니 선수들도 계속 정신을 집중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이러한 점은 두 투수 모두 5회를 지나 6회를 마무리 했을때도 단 1안타씩만을 내주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었다.
[결국 6회도 0의 행진이 이어지며 마무리됩니다.]
[이러면 8회 정도가 승부처가 될꺼 같은데요.]
"어렵군."
"저쪽 리그에서 0점대를 폼으로 한건 아니네요."
"다들 아까부터 느끼고 있겠지만 저녀석은 메이저리그의 에이스라고 생각하고 상대하는게 편할꺼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유성이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진짜였으니 그들로써도 별 다른 말을 하기 힘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홈에서 열리는 대회의 개막전부터 패배를 하게 생겼으니 말이었다.
이러한 우려는 7회가 마무리 되며 오타니가 등판을 끝내자 현실이 될뻔 했으나 대한민국이 예상 외로 유성을 7회를 끝으로 내리면서 8회부터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경기가 흘러 가게 되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1이닝 정도의 여유가 더 있었던 박유성 선수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한건지 모르겠네요.]
비록 7회에 투구수가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유성은 8회까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빠르게 교체를 단행하였고, 그 결과 8회는 불펜이 잘 막아냈지만 기세를 회복한 일본 대표팀의 공세를 막지 못하면서 9회에 1점을 내주고 말았고, 타선은 9이닝 내내 일본 투수진에게 틀어막히며 대표팀은 0대1이라는 아까운 스코어로 영봉패를 당하게 되었다.
"박유성 선수. 잘 던지다가 이른 교체로 경기를 마무리 했는데 어떤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요. 코치님이 개막전부터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겠다고 하셔서 적당히 던지고 내려온겁니다."
"계속 던졌다면 연장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경기 결과가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건 모릅니다. 제가 더 던졌어도 일본 타선이 점차 적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수도 있었을겁니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야기였기에 유성은 적당히 인터뷰를 마무리했고, 선수들은 다음 경기를 위해 대만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사실 유성을 적당히 아낀것도 일본에 의해 일본을 위한 대회 운영 때문이었다.
원래 일본에서만 경기가 치루어질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대만이 개최로 참여하며 개막전, 4강전,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대만에서 나머지 경기가 치루어지게 되었기에 대한민국과 일본은 경기를 마친 뒤에 바로 대만으로 넘어가야했기 때문이었다.
그와중에 경기 시간에서 차이가 생기면서 다음날 움직이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바로 이동을 해야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런 부분에서 건드리는구만."
"어차피 4강이나 결승에서 다시 만날테니 그때 눌러버리죠."
"그래. 예선에서 이러기보단 위에서 눌러주는게 더 좋겠지."
프리미어 12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대회는 12개 국가가 참가하는 대회였다.
세계 랭킹 1위부터 12위까지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대회인만큼 메이저리거들은 없지만 그래도 꽤나 수준 높은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였고 한국이 있는 B조는 일본을 제외하고도 미국, 멕시코, 베네수엘라, 도미니카라는 중남미 강호들이 포진 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게 이들은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는 둘 다 7회 콜드로 상대를 잡아내기도 했고, 멕시코를 상대로도 시종일관 압도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게다가 유성은 이 3경기에서 모두 타자로 나서며 자신에게 관심 있는 팀들에게 자신의 타격 능력을 한번 더 과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미국전에서 불펜으로 나서서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는데 그 이닝이 9회와 10회였다.
특히 연장전인 10회부턴 승부치기가 도입되는데 승부치기는 주자를 먼저 2명 놔두고 경기를 치루는 제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유성은 아무 일 없다는듯 삼자범퇴로 미국 타선을 틀어막으며 경기를 11회로 넘겨보냈다.
그리고 11회에 대한민국은 오심으로 1점을 내주었지만 갚아주듯 2점을 만회하며 일본전 패배 이후 4연승으로 조별 리그를 마무리하였다.
[이렇게 4승 1패로 조 2위를 확정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8강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8강에서 만날 상대는 2년 전 WBC에서 충격을 안겨주었던 네덜란드이고, 4강은 방금 결정 되었는데 멕시코입니다.]
[네덜란드를 넘는게 문제겠군요.]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8강전.
유성을 미국전에 사용했던 것도 결승 전까지 남은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기용한 것이었기에 8강은 다른 투수가 나서게 되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네덜란드를 압도한 대표팀은 그렇게 4강을 확정하게 되었다.
"저쪽도 예상대로 미국과 일본이 붙는다는군요."
"그나저나... 저긴 19일에 경기하고 우린 20일에 경기를 한다?"
"완전히 자기들 마음대로죠."
"일단 결승에 가고 나서 생각해야겠지만... 괘씸하군."
개막전을 치룰때부터 느꼈지만 완벽하게 일본을 위한 대회였다.
그렇기에 감독, 코치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결승전을 생각하며 4강 상대인 멕시코를 완파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 시켰다.
그렇게 완성된 결승은 다시 한번 펼쳐지는 숙명의 한일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