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
Chapter 41 - 3번째 시즌 (2)
팡!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 경기 종료!]
[시즌 5번째 등판에서 시즌 첫 완봉승을 달성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시즌 초반을 말하자면 엄청난 기세의 스타트라고 해야겠죠?]
[네, 개막전부터 엄청난 활약이었기에 기대를 했는데 오늘 경기는 그 이상이더군요. 오늘 경기까지 5경기 등판해서 5승을 거두고 37이닝동안 단 2실점만 하면서 방어율도 0.49 밖에 안됩니다.]
[게다가 타자로도 많은 경기는 아니지만 나올때마다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팀에 많은 보탬을 주었는데요. 덕분에 다이노스는 아직 30경기도 안 치루었지만 7할이 넘는 승률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30경기도 안 치룬 시점이었으나 그럼에도 유성의 성적은 눈에 띄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유성만 잘한다고 나올 수 있는 성적도 아니었기에 다이노스의 다른 선수들도 주목을 받았는데 지난 시즌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했던 범성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있었지만 테인즈와 이호중은 점수를 쓸어담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이노스 타선을 보면 말이죠.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아요.]
[그렇죠. 지난 시즌 신인왕인 박민오 선수도 그렇고 타선 짜임세가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투수쪽인데요.]
[원종헌 선수의 이탈은 시즌 시작 전이라 어떻게 매꾸었습니다만 외국인 선발인 첼리가 부진을 겪고 있죠?]
[네, 시즌 초반이지만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지난 시즌의 2선발이 어디갔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상황입니다.]
[그나마 올해부터 에릭에서 해크로 등록명을 바꾸었죠? 해크가 잘 해주고 있고, 이재후 선수랑 손민훈 선수가 안정적으로 버텨주고 있어서 불안 요소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본래 그를 준비 시킨 것은 이쪽 대상이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스페어 선발을 준비할때부터 이런 상황을 가정했던 것이기에 김강문 감독은 과감하게 첼리를 2군으로 보내고 2군에서 선발 준비를 하고 있던 이태영을 1군에 불러올렸다.
"이제 시작인가..."
아직은 접촉의 조짐이나 특이 사항이 없었다.
평소에 유성이 그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줘서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과거에 알던것보단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이노스 선발진을 보면 꽤나 특이한 구성이라고 해야할까요.]
[어떤 점이 특이한가요?]
[우선 두 외국인 투수 모두 우완인데요. 첼리가 빠른 공 비중이 좀 더 높다면 해크는 변화구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이런 구성은 다른팀도 비슷하니 여긴 특별하지 않겠지만 박유성 선수도 우완이지만 범접할 수 없는 강속구와 뛰어난 변화구를 모두 가지고 있는 소위 말하는 완성형 투수입니다.]
[그렇죠.]
[여기서 손민훈 선수는 대표적인 기교파 투수고, 이재후 선수는 사이드암에 새로 합류한 이태영 선수는 언더핸드입니다.]
[그러니깐... 5명 전부 우완이지만 파이어볼러에 기교파 2명에 사이드와 언더 1명씩으로 선발진이 구축 됬다는 이야기로군요.]
[네, 사실 이게 다이노스처럼 좌완 선발이 없는 팀에서 해볼만한 선발 구성 방식이기는 합니다.]
다이노스의 선발진에 변동이 생긴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게 되었기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이노스가 노리는건 단순한 1위가 아니다. 박유성의 말대로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압도적인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어.'
'지금 승률만 유지해도 아예 100승까지 노려볼 수도 있는데...'
다이노스도 유성도 시즌 최다승이 목표였으나 다이노스를 분석하고 있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누군가는 벌써부터 다이노스의 시즌 100승에 대해 거론하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었다.
"100승...?"
"우린 유성이가 말한 91승 넘기는것도 힘든데 거기서 더 하라고?"
"뭐... 못할건 없죠. 지금 승률만 최대한 유지해도 되는거니깐요."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던 다이노스 선수들은 유성의 말에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시즌 초반 페이스 덕분에 유성이 말했던 최다승 기록도 이제 선수들끼리 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100승은 느껴지는 단위부터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올해 페이스가 좋은 것을 선수들이 느끼고 있었기에 일단은 도전해보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게 되었다.
다시 8번의 경기에서 6승 2패를 거두며 타팀과의 격차를 더욱 늘린 다이노스는 이번 시즌에도 2위에 위치하며 다이노스를 추격 중인 라이온즈를 만나게 되었다.
"새 외국인이네?"
"기존 외국인이 나갔으니 당연한거겠지. 게다가 우리한테 밀려서 예정과 달리 돈을 더 썼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호오..."
다이노스가 일부러 유성의 등판을 바꿀 이유는 없었기에 원한다면 피해 가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라이온즈는 과감하게 에이스 매치를 성사 시켰다.
그렇게 성사된 1,2위 팀의 미리보는 한국시리즈의 1차전은 화끈한 타격전이었다.
딱!
"대타 준비해라."
"네."
8회 말 2사 1,3루.
스코어는 5대6으로 다이노스가 1점 차로 추격을 하는 중이었다.
유성이 나오는걸 보자마자 라이온즈도 준비 중이던 임창영을 마운드로 올렸다.
이른바 맞불 작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이드암이던가? 꽤나 골치 아픈 유형인데..."
"지난 시즌에 딱 1번 상대해서 안타를 때려냈군."
"그거면 충분해."
팡!
초구부터 기록된 152km의 구속.
바로 몇년 전에 NPB에서 160km를 기록하던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KBO에서 손 꼽히는 강속구를 구사하는 투수였다.
물론 유성에겐 메이저리그로 가기 위해 넘어야할 계단 정도에 불과했다.
2구째가 살짝 빠지는 볼이었기에 차분하게 지켜본 유성은 이어진 3구째를 보자마자 배트를 휘둘렀다.
딱!
"...은퇴할때가 됬나."
[이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임창영의 혼잣말과 함께 넘어간 타구를 보며 유성은 그라운드를 돌았다.
이미 앞선 경기에서 유성의 플레이를 보았던 선수들은 일부는 전의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심지어 박수를 치는 선수도 있었다.
단번에 8대6으로 바뀐 스코어에 힘 입어 다이노스는 그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에 펼쳐진 3연전의 2차전에 앞서서 유성은 한가지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꼬리를 잡았다."
"정말요?"
"그래. 곧 해결 할 수 있을꺼다."
"그러면..."
"넌 오늘 경기나 제대로 해. 사실 에이전트가 이런 일을 하는것도 약간 이상하지만... 그래도 선수 대신 일처리하는건 에이전트의 역할이니깐."
"네. 그래야죠."
가장 거슬리던 문제가 해결 되었다.
물론 경기에 지장이 갈정도로 의식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짐을 덜어낸 기분이었기에 유성은 편안하게 경기에 임했다.
"플레이볼!"
1회 초의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시작부터 160km를 기록하며 라이온즈 타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프로와 고교 선수의 대결을 보는듯한 압도적인 격차였다.
순식간에 마무리된 1회 초에 보통의 선수라면 기가 죽을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 라이온즈가 데려온 투수는 아무래도 급이 다른듯 했다.
팡!
[초구 155km가 기록됩니다.]
[평소보다 약간 빠르다고 해야할까요?]
[그렇죠. 평소에 150 초반을 주로 던지거든요.]
"KBO에서 전력으로 던지는걸 거의 못 봤는데 오늘은 볼 수 있겠군."
"냉정하게 KBO 수준에서 전력을 다 하는것도 이상했으니깐 말이야."
아무리 KBO가 더블A 수준으로 취급을 받는다지만 단순히 공이 빠른것만으로는 KBO를 정복할 수가 없다.
빠른 공을 보조할만한 변화구가 필요했고, 유성은 빠른 공을 보조할만한 여러 최고 수준에 도달한 변화구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라이온즈의 새 외국인 투수도 빠른 공에 걸맞는 변화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투수가 오늘 경기에서 전력으로 던지는 이상 팽팽한 투수전이 될것은 뻔한 이야기였다.
팡!
"큭."
[헛스윙 삼진!]
[박유성 선수처럼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하네요.]
[네, 앞선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오늘 경기 전까지 1.5라는 안정적인 방어율을 과시하고 있었는데요.]
[박유성 선수는 아예 0점대를 기록하고 있지만요.]
어찌되었든 현 시점에선 리그 최고의 두 투수가 맞대결 하는 것이었으니 이후의 경기는 투수전으로 이어졌고, 덕분에 경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 되었다.
어떻게든 활로를 열어볼려는 양팀의 타자들이었지만 한치의 양보 없이 전개되는 경기는 전광판에 0의 행진을 만들어내게 할 정도였다.
그나마 숫자가 바뀐 안타 숫자도 빗맞은 안타를 1,2개 내준 수준에 불과했기에 두 투수 모두 7회까지 무실점을 이어갔다.
"더 던질거냐?"
"가능은 한데..."
투구수만 따진다면 1이닝은 더 던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점은 상대도 마찬가지였기에 김강문 감독도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불펜이야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교체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나 팽팽했다.
"음... 솔직히 여기서 아끼고 싶지만 분위기에서 밀리면 안된다. 그러니 한번 더 부탁하마."
"네."
이미 유성은 8회에 어떻게 던질지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이제는 상대가 8회에 나오든 말든 상관 없는 단계였다.
"여차하면 2경기 연속 완봉도 생각해야겠네."
다른 사람이 들었으면 놀랐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태연하게 한 유성은 다시 마운드에 오르며 라이온즈 벤치를 확인하였다.
자신을 보고 저쪽 투수도 다시 마운드에 오를게 분명하니 말이었다.
[자, 박유성 선수가 8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는데요. 아직은 투구수의 여유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박유성 선수가 언제 내려갈지 모르겠네요.]
[지난 등판처럼 9이닝을 소화한다고 하면 연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말이죠.]
'괴물 같은 녀석... 아직 체력이 남아돈다는거지?'
라이온즈의 중심 타자 중 하나인 박선민으로써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유성이 1회 이후로 보여주지 않았던 160km의 공을 8회에 다시 꺼내들면서 더욱 상황은 불리해졌다.
[여기서 160km가 다시 나오는군요.]
[늘어난 시즌을 위해 더 많은 체력적인 준비를 했다더니 어느덧 8회인데도 이렇게 강속구를 마구 던지고 있네요.]
"그나저나 얼마를 써야하지?"
"포스팅 비용은 불행 중 다행으로 상한이 급하게 체결 되어서 3천만불 아래로 해결 하게 되었는데 선수한테 줄 돈이... 못해도 1억 5천만이란 말이지."
바로 작년의 다나카가 2천만불이 포스팅비로 1억 6천만불의 계약금 및 연봉을 얻을 수 있었다.
다나카와 달리 이번 시즌이 겨우 3번째 시즌이라는 점과 구단에서 꾸준히 관리를 받았다는 점 그리고 타격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는 선수라는 점으로 인해 암묵적으로 다나카 이상의 금액이 이야기되고 있었다.
실력이야 이번 시즌에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다나카 이상으로 평가 받기 시작했으니 돈이 남아도는 구단들은 모두 붙어 있는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딱!
[쳤습니다만 유격수가 가볍게 잡아서 1루로 뿌리면서 아웃. 순식간에 8회 초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박유성 선수입니다.]
[이거 오늘 경기 쉽게 안 끝나겠는데요?]
[그렇습니다. 라이온즈도... 계속 가네요.]
어쩌면 경기의 향방을 결정할지도 모르는 8회 말.
누가봐도 승부를 걸만한 시점이었기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다이노스 타자들에게 향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런 시선을 느끼며 타석에 들어섰다.
이제 경기는 8회 말로 접어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