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
Chapter 41 - 3번째 시즌 (1)
첫 2번의 시즌을 무사히 마친 유성은 3번째 시즌을 위해서 이른 시기부터 준비에 돌입했다.
다음 시즌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KBO는 144경기를 치루기로 결정하였기에 유성도 그에 맞게 준비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25경기 출전하고 전부 8이닝씩 소화한다고 하면?"
"딱 200이닝이네요."
"경기당 7이닝으로 한다면?"
"175이닝이죠."
"그래. 8이닝씩 던져주면 좋겠지만 7이닝도 충분해. 차라리 몇번 더 등판을 하는게 팀에도 도움이 되고 말이지."
투수로도 타자로도 리그 최고에 도달한 유성이지만 다이노스 입장에서 타자는 결국 부가적인 것이었기에 투수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물론 유성이가 건강한 이상 겸업은 계속 되겠지만 둘 다 한다는건 결국 리스크가 존재하니깐. 안 그래도 매년 소화 이닝이 늘어나고 있어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를 해줘야 해."
"아쉽기는 하네요. 타자로 한번 풀시즌 뛰어보면 50홈런도 쳐볼만한 재능인데..."
"아쉬워도 둘 다 하는건 리스크가 있어."
"그렇죠."
그렇게 다가올 시즌 유성의 운영 방법을 정한 다이노스는 시즌 개막을 기다리며 2연속 우승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2015 스프링 캠프는 그러한 의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과정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사용할 수 있는 외국인 투수가 1명 줄었기에 3명을 두고 저울질을 하던 다이노스는 웨버를 보내며 새로 5선발을 찾고 있었는데 지난 시즌 불펜으로 활약했던 손민훈과 13,14시즌에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이태영을 5선발 멤버 후보로 올려두었다.
"나이가 있어서 민훈이가 풀선발은 무리고 유성이도 타자로 나설꺼 감안하면 조금씩 공백이 생길테니깐 예상대로만 흘러가면 괜찮을꺼야."
"야구라는게 그렇게 쉬운건 아니지만요."
"그렇지. 만약을 위해 남은 스프링 캠프동안 후보군을 더 찾아놔야겠지."
지난 시즌의 우승을 통해 감독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맛 보았던 김강문 감독이기에 이번 시즌은 좀 더 여유롭게 팀을 운용할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유성이만 관리할게 아니라 다른 투수들도 다 관리해주자고."
"그래야죠. 그래야 유성이가 빠지더라도 우승을 계속 노릴 수 있으니깐요."
물론 기대대로 흘러가면 좋았겠지만 시즌 시작전부터 지난 시즌 셋업맨이었던 원종헌이 대장암 진단을 받고 팀에서 이탈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투수들을 기용해서 공백을 매꾸려고 해보겠지만 지난 시즌을 통해 검증된 핵심 자원이 빠진것은 다이노스처럼 뎁스가 얇은 팀 입장에서는 타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선발이 확실히 버텨준다면 문제 없는데..."
"단순하게 본다면 60이닝 정도를 매꿀 불펜을 찾으면 되지만 경기수가 늘어난걸 감안하면 못해도 2명은 발굴해야합니다."
"깜빡하고 있었군. 경기수 증가까지 감안해야하니..."
그렇게 그들이 고민을 하고 있을때 유성은 144경기 넘어서 아예 메이저리그 시즌에 맞먹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올해 새로 시작될 프리미어12 때문이었는데 개최 시기가 시기이다보니 메이저리그 진출 전의 일종의 쇼케이스로 활용할만한 대회라는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쇼케이스라..."
회귀 전에도 몇번 참가해봤던 대회이기에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유성은 다시 훈련에 집중했다.
"열기가 대단하네."
"올해만 잘하면 내년에 미국에 갈테니깐."
"크... 내년부턴 엄청 힘들겠구만."
"뭘 벌써부터 내년 걱정을 하냐. 내년에는 그에 맞게 감독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신뢰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치루어진 스프링 캠프는 순식간에 마무리 되었다.
구단에서도 원종헌의 이탈로 눈에 띄는 움직임을 펼치지 않기로 정했기에 이례적으로 조용하게 스프링캠프가 마무리된 것이었다.
***
"시범경기때 유성이는 어떻게 하실껍니까?"
"타격감 조율이나 하게 하고 등판은 후반에 1번만 하는걸로 하지. 그동안 유성이는 잘 해왔어. 남은 기간에도 알아서 관리할테니 오히려 최대한 어깨를 보존해서 시즌 시작부터 부담을 주지 않게 하는게 좋겠지."
"그게 좋겠죠."
다이노스 입장에서는 수 많은 논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팀의 에이스이자 상황에 따라 핵심 타자로 팀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유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미 지난 2년간 꾸준히 관리해온 다이노스는 올해도 유성을 관리할 계획이었다.
지난 시즌의 우승 경험을 통해서 무리하지 않더라도 우승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디어 데이에서 유성은 그런 생각과 달리 불을 질렀다.
"첫 시즌 15승에 지난 시즌도 20승을 달성하셨는데 이번 시즌은 몇승을 생각하시나요?"
"승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MVP의 명색이 있는데 20승은 해야겠죠?"
"하하, 그렇네요. 사실 승보다 주목을 받는게 방어율과 삼진 기록인데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음... 이건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지난 시즌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습니다."
그대로 예상 성적을 불러버릴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유성이지만 여기서는 조금은 감쳐두기로 했다.
대신 그 다음 질문에서 일종의 선전 포고를 했다.
"다이노스는 올해도 우승을 노리시겠죠?"
"네, 거기에 경기수가 늘어나기도 했으니 2001년 유니콘스의 91승 갱신도 한번 노려보고 싶습니다."
올해가 2015년이니 그 기록이 세워진것은 무려 14년 전이다.
그래도 마침 이번에 경기수가 늘어났고 지난 시즌의 다이노스가 거둔 성적을 생각하면 충분히 노려볼만한 기록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그걸 허용하지 않을듯 한데요."
"우승팀에 걸맞게 실력으로 기록을 세워보겠습니다."
이미 우승과 MVP를 모두 거둔 유성기에 남은 것은 이러한 기록 갱신에 도전하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미디어 데이가 마무리되고 유성도 시즌 준비의 마무리를 했다.
"제가 이야기한건요?"
"최종 점검까지 끝났다. 이제 접촉하는 놈들을 통해서 낚으면 된다."
"이런 일을 부탁해서 죄송해요."
"아니야. 니 덕분에 여기까지 빠르게 올라왔으니 이정도는 해줘야지. 뭐, 애초에 보라스의 도움을 못 받았으면 이것도 무리였겠지만."
"그러고보니 대체 무슨 딜을 했던거에요?"
"하하... 그건 비밀이야. 이야기 된게 있어서 말이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꽤나 긴 시간동안 준비하고 있던 승부조작의 뿌리를 잡는 것의 마지막 단계가 다가온 상황이었다.
"그러면 넌 이제 마지막 시즌을 치루고 난 일 하다가 그쪽 체크하면 되겠다."
"그래야죠."
지난 시즌 다이노스의 우승을 보고 여러 팀들이 외국인이나 FA에 많은 투자를 하였다.
대표적인게 바로 베어스였는데 자이언츠의 장원중을 4년 84억의 거액에 영입하고는 새롭게 외인 타자까지 100만불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여 영입하였다.
"올해는 어떨꺼 같냐?"
"역시 라이온즈랑 베어스가 제일 위협적이겠죠. 히어로즈도 경계해야겠지만 완전체에서 한단계 내려왔으니깐요."
유성보다 1년 먼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강정하의 공백은 현재의 히어로즈로써는 전혀 매꿀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대체로 나온 선수가 차후는 완전히 공백을 매꾸었지만 그 선수가 포텐을 터트릴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인데다가 그러는 사이에 히어로즈는 더 많은 전력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도 포스트 시즌은 귀신같이 진출했지...'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성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진짜 시즌이 시작될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2015 시즌 개막전의 선발 투수는 당연히 유성이었고, 그 상대가 되는 팀은 신생팀인 TK 위즈였다.
[개막전부터 두 팀이 만났네요.]
[네, 9번째 구단과 10번째 구단이 이렇게 바로 만나게 되었네요.]
[양팀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예 스프링 캠프부터 위즈가 다이노스를 따라 미국 일정을 소화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그러면 다이노스에 대해 꽤나 알것 같은데요?]
[이게 또 위즈 선수들이 했던 말들중에서 인상적이었던게 박유성 선수가 사람이 맞냐라는 이야기였어요. 선수들이 보기에는 저렇게 해도 되는건가 싶은 훈련량을 가볍게 소화했다고 하더군요.]
[마나 많은 양이었길래 그런 반응이 나왔나요?]
[제일 차이가 적었던 훈련도 거의 1.5배 가까이 소화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면 차이가 큰 훈련은 막 2,3배나 된다는 소리 같은데요?]
[맞습니다. 박유성 선수의 기본적인 체력이 그만큼 엄청나다고 하는 감탄의 이야기 밖에 없더군요.]
그때 마운드에 유성이 나타났고, 가볍게 몸을 풀며 개막전의 행사나 시구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다음부터는 오로지 자신의 무대가 진행되기 때문이었고, 유성은 개막전을 보러온 홈관중들을 위해 초구부터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팡!
[초구 160km! 시작부터 강력한 공을 던지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이러면 위즈 타자들은 힘들죠. 박유성 선수가 시작부터 이렇게 던지면 자칫 잘못하면 대기록을 내주는 상황도 생각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기록의 사나이라고 이야기 되기도 할 정도로 박유성 선수가 여러 기록을 세웠죠. 노히트노런 경기는 물론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KBO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 게임에 탈삼진 기록도 있죠.]
그렇게 해설진이 설명을 이어가는 사이에 유성은 순식간에 첫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였다.
참고로 이번 시즌 유성의 제한 투구는 105구로 늘어났는데 그와 별개로 경기당 7이닝 정도만 소화하기로 이야기가 되었기에 실제 경기에서는 그보다 적은 투구수만 소화하는 경기가 더 많을 예정이었다.
이런 철저한 관리 덕분에 다이노스는 시즌 시작 전부터 MLB 구단들에게 류연진 이상이라는 기준을 선포한 상태였다.
물론 이런 것을 대놓고 이야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우회적으로 이야기를 한것이었기에 딱히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었고, MLB 구단들도 눈치 있게 받아들였기에 KBO 역사상 최고 금액이 4년만에 갱신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유성이가 마지막 시즌만 잘해주면 되는거지."
"그렇죠. 뭐, 지금만 해도 괜한 걱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해주고 있지만요."
팡!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 순식간에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박유성!]
"그래도 방심하지 말게. 부상 같은건 언제 어느순간에 올지 아무도 모르니깐."
"물론이죠. 보통 선수도 아니고 에이스인데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위즈도 나름 괜찮은 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상대가 무려 리그 MVP이다보니 지금의 모습은 완벽하게 리그 최하위 타선의 모습이었다.
[위즈 타선이 안타까울정도로 당하고 있네요.]
[사실 박유성 선수에게 타선으로 어떻게 승부를 해볼려면 히어로즈나 라이온즈, 베어스 정도는 되어하거든요? 다시 말하면 그 정도 타선이 안된다면 나머지 팀들은 무득점에 운 좋으면 1득점 정도를 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격차가 컸던가요?]
[게다가... 이것도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한 이야기라 이번 시즌은 장담 못 드립니다.]
팡!
해설마저 장담을 못할 정도로 유성은 KBO에서 규격외의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결국 유성은 1회에 상대한 3타자 전부를 삼구삼진으로 처리하며 2015시즌 개막을 화려한 삼진쇼로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