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
Chapter 40 - 한국시리즈 (2)
첫 고비라고 할 수 있는 박병훈, 강정하로 이어지는 두 괴물 타자를 넘긴 유성에게 다음은 쉬운 편이었다.
150km대의 공도 어려워하는 타자들이 160km를 제대로 감당하는건 무리였으니 결국 쓰리 아웃을 만들어내며 유성은 2회 초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였다.
"이런 순간에는 타자들이 일해야하는데..."
"김강문 감독의 엔트리 구성이 조금 아쉽네."
1,2,3번 모두 테이블 세터로 구성 되었다.
물론 3명 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주자들이지만 무리하게 테이블 세터를 3명씩이나 둘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테인즈, 이호중, 나범성으로 이어지는 타선이라..."
"히어로즈가 플레이오프때 작정하고 밴네켄을 아껴놔서 초반에는 공략이 어려울꺼야."
준 플레이오프 1차전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을 한 밴네켄은 그로부터 1주일을 꼬박 쉬고 경기에 나섰다.
덕분에 그는 오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다이노스 타자들은 그런 밴네켄을 상대로 고전하였다.
딱!
[쳤습니다! 2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안타!]
[테인즈 선수가 아쉽게 유격수에게 걸려서 아웃을 당했는데 이호중 선수가 여기서 안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잡아내는군요.]
1사 1루의 상황에서 나범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다이노스 팬들은 그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데뷔 시즌인 지난 시즌 이후 수 많은 발전을 한 그는 이번 시즌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며 리그 최고의 선수로 도약했다.
아무리 이호중이 느린 주자라지만 저런 타자 앞에 주자가 있는 것은 밴네켄에게 여러가지로 부담이 되었다.
'그나마 약점이 명확하다는게 다행인가...'
투수를 하다가 타자로 전향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선구안 부분과 떨어지는 공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덕분에 벤네켄에게는 확실한 공략법이 생긴것이기에 망설임 없이 그곳을 노렸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범성도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보강해서 온 상태였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떨어지는 공에 자주 당해왔으니 이참에 초반에 승부를 보는 것이었다.
이미 주자는 출발했다.
동시에 타구는 외야를 완전히 가르기 위해 날아가고 있었다.
발이 느린 주자라는 점을 감안해도 저 상황이라면 1점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젠장."
외야수들이 열심히 뛰었지만 잡을 수는 없었다.
땅에 떨어진 타구는 그대로 튕겨나가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어느덧 2루를 지난 1루 주자는 3루로 향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때쯤에서야 타구를 잡았기에 아마 주자는 3루에서 멈출 것이다.
그때 빠른 속도로 1루에 도달한 범성이 2루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잡을 수 있다면...'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한 공을 보며 벤네켄은 주자 2,3루라면 아쉽지만 그래도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였으나 그때 이호중이 3루에서 멈추지 않고, 홈까지 뛰어들기 시작했다.
[자! 주자 멈추지 않고 그대로 홈까지!]
[유격수 받고 바로 홈으로 송구!]
생각보다 이호중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도 유격수인 강정하의 송구라면 잡아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였으나 송구가 살짝 빗나가고 말았고, 포수도 그 송구를 잡기 위해 잡아놨던 자리를 비워야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렇게 멀리 빗나가지는 않았으나 이로인해 홈 승부는 접전으로 바뀌게 되었다.
[홈 승부! 결과는...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MC 다이노스가 2회 말에 선취점을 획득합니다!]
[자, 그리고... 바로 비디오 판독이 나오는데요.]
후반기부터 KBO 리그에 도입된 덕분에 시작된 비디오 판독은 오심은 물론 자잘한 판정까지도 잡아내며 각팀에게 이득과 손실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번 비디오 판독의 결과는 히어로즈의 손실로 끝나게 되었다.
[정말 영리하게 손을 움직였네요.]
[그러게요. 이호중 선수가 베테랑이기는 하지만 도루 경험이 많은게 아닌데... 보통 주루 센스가 좋은 선수들이 저런걸 잘 하거든요.]
접전 상황으로 인해 홈으로 거의 동시에 몸을 날리는 상황에서 이호중은 한쪽 손이 베이스에 도달하는 것보다 다른쪽 손이 미트에 먼저 닿을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에 몸을 날린 상황에서 손을 움직여서 미트를 피하고 다른 손은 더 쭉 뻗어서 베이스를 먼저 건드렸다.
마침 카메라가 절묘한 각도를 잡아낼 수 있었기에 이것을 명확하게 확인 할 수 있었고, 결국 MC 다이노스는 선취점을 얻어낼 수 있었다.
첫 포스트시즌 경기이자 한국 시리즈라는 점으로 인해 긴장감을 가지고 있던 선수들도 이 점수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주장인 이호중이 몸을 날려서까지 얻어낸 점수이기에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다이노스는 순식간에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2루수가 잡아서 1루로 던지며 길었던 2회가 드디어 마무리 되었습니다.]
다이노스가 2회에 얻어낸 점수는 총 3점.
2루에 있던 범성을 불러들인 이후 하위 타순에 있던 손시한의 갑작스런 솔로 홈런까지 터지며 순식간에 3대0까지 간격을 벌릴 수 있었다.
[이 점수 차이는 큽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박유성 선수가 마운드에 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팽팽하게 전개될줄 알았던 경기가 초반부터 다이노스의 우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성도 3회를 가볍게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득점 뒤 실점이라는 흔한 패턴조차 허용하지 않는 철벽 투구를 펼쳤다.
이 시점에서 몇몇 사람들은 결판이 났다는 것을 느꼈다.
다이노스 타선이 3회 말에 추가점을 얻어내지 못했으나 사람들은 히어로즈가 남은 6번의 공격에서 3점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지금 마운드에 서 있는 선수는 정규 시즌에서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리그 최고의 투수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즌에 박유성 선수가 가장 많은 실점을 했던게 3실점인데 이게 딱 1번 밖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는데도 방어율이 더 낮아진 점에서 알 수 있듯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경기도 약간이나마 더 늘어났습니다.]
여러 기록을 이야기하며 그들은 4회의 마운드에 오르는 유성을 지켜보았다.
이미 타순이 1바퀴 돌은 다이노스와 달리 히어로즈는 이제서야 2번째 타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서건수가 출루하고 4,5번에게 기회를 연결 시킨다."
"간단한거 같지만 출루 하는것부터가 일이지."
팡!
안타를 허용했던 상대인만큼 유성은 방심하지 않고 전력으로 타자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3회에 보이지 않았던 163km나 되는 구속이 다시 기록된것만 봐도 유성이 서건수의 출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기에 히어로즈 벤치에서는 여러 탄식과 아쉬움이 쏟아져 나왔다.
"저걸 어떻게 공략해야하나..."
"오버 페이스는 아니죠?"
"전혀 아니야. 시즌 중보다 페이스가 높기는 하지만 오버 페이스라고 할 수준은 아니야. 게다가 다이노스 불펜이 약한게 아니니깐..."
"음..."
당장 유성이 8회까지만 던지더라도 9회에 세이브 1위의 주환이 나설 수 있고, 유성이 그보다 1이닝 더 빠르게 내려오더라도 다이노스의 필승조들은 깔끔하게 틀어 막을 것이다.
애초에 지금의 투구수라면 혼자서 완봉을 해도 무리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페이스였다.
"어떻게 하실겁니까?"
"아무리 공략 방법을 만들어도 기본적으로 저녀석의 공을 칠 수 있어야하는데... 제대로 건드리기도 힘드니..."
지난 시즌의 5실점 경기도 그렇고 이번 시즌에도 유성에게 가장 많은 실점 경기를 선사한 것도 히어로즈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의 유성은 정규 시즌과 전혀 다른 투수였다.
팡!
[헛스윙 삼진! 결국 빠른 공을 따라가지 못하던 서건수 선수가 마지막의 스플리터에 맥 없이 당하고 말았습니다.]
'2번째는 없다.'
이 경기가 다른 경기도 아니고 한국 시리즈인만큼 쉬운 경기를 치룰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1회에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으니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에서 끝내야했다.
오늘 히어로즈는 1회에 1점조차 획득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유성의 강속구는 타자들의 의지마저 꺾어내리는 그런 공이었으니 말이었다.
"스트라이크!"
[루킹 삼진! 이걸로 쓰리 아웃.
[4회 초에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오는데요.]
게다가 투구수를 감안하면 못해도 8이닝은 소화가 가능하다.
즉, 히어로즈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8회까지 이런 식으로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번트라도 대기에는 박유성의 수비도 튼튼하고..."
"만약이라는 가정이지만 한국시리즈이기에 투구수 제한이 여유로워졌을지도 모릅니다."
"억지로 버텨서 투구수 늘리는 것도 어렵다는건가..."
그나마 다행인건 다이노스도 추가점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3점의 간격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거기서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5회 초 공격에 기대를 걸어보았다.
[이제 박병훈 선수의 타석이 다시 돌아왔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솔직히 말해서 히어로즈 전체가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유성 선수를 공략하거나 할뻔한 적이 몇번 있었던 히어로즈지만... 오늘의 박유성 선수의 컨디션이 너무 좋거든요.]
그 말대로 160km를 넘나드는 강속을 넘은 광속구는 아무리 많은 연습을 해도 쉽게 치기 힘든 공이었다.
가까스로 변화구를 건드리며 승부를 더 이어지게 만들기도 했으나 이어진 포심에 그대로 헛스윙을 하며 박병훈도 삼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여기서 박유성의 공을 제대로 때려낼 타자는 몇명 없어. 그리고 그 중에서 그걸 장타로 만들 선수는 더욱 줄어들지."
"강정하를 지켜보는 입장에선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기는 하지."
어느덧 경기의 절반 지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5회 초 1아웃 상황에서 강정하가 타석에 들어섰다.
[저기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네요.]
[그렇네요. 박유성 선수에게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서 그렇지 강정하 선수도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보인적이 있거든요.]
[네, 박유성 선수가 특별 규정을 받을려면 내년까지 뛰어야하는데 강정하 선수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바로 포스팅 자격을 얻게 됩니다.]
[어찌보면 박유성 선수보다 강정하 선수가 더 증명 하는게 급할테니깐요.]
한국시리즈에 앞서 치루어졌던 플레이오프의 영웅은 강정하였다.
그만큼 좋은 페이스로 활약을 하고 올라왔기에 스카우터들은 그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포스팅까지 해서 얼마 쓸꺼 같아?"
"2천만불 아래로 해결 될꺼 같은데? 에이전트도 보라스처럼 악독한 친구가 아니니깐 말이야."
"박유성도 에이전트는 보라스가 아닌데 보라스랑 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있지."
"어차피 경쟁이 붙는걸 생각하면 각오 해야하는 부분이지만 말이야."
"자, 경기나 보자고. 준비가 끝난듯 하니 말이야."
잠시 유성이 김태곤을 불러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이야기가 끝나면서 김태곤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예비 메이저리거끼리의 대결이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