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Chapter 40 - 한국시리즈 (1)
[2014 KBO 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MC다이노스와 넥스 히어로즈의 경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이번 시즌에 많은 일들이 있었죠?]
[네, 시즌 초반부터 다이노스가 치고 나가면서 라이온즈의 왕조에 균열을 내더니 결국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되었죠.]
[그래도 그 상대가 라이온즈가 될것이라 예상했는데 히어로즈가 마찬가지로 반전을 일으켰죠.]
[그렇습니다. 덕분에 거의 5년만인가요? 라이온즈가 없는 한국시리즈가 이루어졌습니다.]
마산구장에서 펼쳐지는 1차전이었기에 다이노스는 이전에 이야기했듯 선발로 유성을 내보냈고, 유성도 시간이 되자마자 마운드로 향했다.
[홈으로 찾아온 도전자 히어로즈를 상대하기 위해 다이노스는 물론 KBO 최고의 투수인 박유성 선수가 마운드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엄청났죠?]
[방어율만 봐도 1.14라는 터무니 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솔직히... 아무리 열심히 분석을 했어도 박유성 선수를 넘는것은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마 노려볼만한 점은 박유성 선수를 비롯한 다이노스 선수들 대부분이 한국시리즈는 커녕 포스트시즌도 처음이라는 점인데요.]
[다이노스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 편은 아닌데요. 그래도 이호중 선수나 이종우, 손시한 선수가 있으니 어느정도 균형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히어로즈가 두 시리즈 연속 4차전 승리로 마무리해서 올라오며 체력 보전과 경기 감각 유지를 이루어냈다지만 소진된 체력이 작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앞선 미디어데이때도 초전박살이라는 테마를 거론하기도 했다.
"다이노스가 포스트 시즌 무대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 그리고 다이노스가 적응하기 전에 히어로즈가 얼마나 승을 챙길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겠군."
"더 중요한건 저 괴물이 우승을 노리는 팀들에게 얼마나 눈도장을 찍을 것이냐겠지."
유성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팀들은 대부분 포스트시즌을 노리거나 리빌딩 이후 바로 대권에 도전할 예정인 팀들이었다.
대표적으로 전자는 양키스와 다저스 같은 팀이고, 후자는 컵스 같은 팀이 있었다.
"일단 포스팅이랑 연봉 합해서 1억은 확정으로 봐야겠지."
"1억이라..."
"많은가?"
"아니, 박유성은 7년간 뛴 류연진과 달리 3년만 뛸 가능성이 높아. 게다가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지. 그만큼 좋은 상태의 어깨를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 놀랍게도 류연진보다 성적이 더 좋아. 특히 올해 KBO는 타고투저가 더 심화 되었다고 이야기 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야."
"총 1억불이 최소라는 이야기로군."
"20대 초반이라는 점도 큰 무기니깐."
그러는 사이에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로 향하였고, 히어로즈의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는 것으로 주심이 경기 시작을 알렸다.
"플레이볼!"
"후..."
팡!
시작부터 전력으로 가겠다는듯 유성의 초구는 정확하게 160km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그만큼 유성에 대해 분석하며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히어로즈였기에 이 공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번 한국시리즈 이후로 떠날 예정인 전력분석 팀장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서건수는 2구째를 기다렸다.
"박유성이 지난 시즌보다 더 뛰어나게 성장해버려서 솔직히 공략하기 어려울꺼야. 그래도 다행인점은 다이노스 선수들은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야. 그런 상황에서 첫 포스트시즌이 한국시리즈니... 어느정도 짐작되겠지?"
"그렇다면..."
"특히 어린 녀석쪽을 노려. 내야라면... 그래 2루겠지."
유성의 압도적인 페이스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 신인왕이 유력한 다이노스의 2루수 박민오.
풀타임 시즌이 올해가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가장 먹음직한 타겟일지도 몰랐다.
물론 그러기위해서는 이 괴물같은 투수의 공을 때려내야한다.
2구째도 빠짐 없이 159km의 구속이 기록되며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되었다.
'역시 시즌 최종전은 이렇게 전력으로 던지기 위한 연습이었던건가...'
이 부분도 사전에 이야기된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배트를 짧게 잡고 있던 그는 배트를 길게 잡는 순간적인 변화를 주었다.
'길게...?'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포착한 김태곤과 유성이지만 이미 사인이 들어갔고, 유성 자신도 차세를 잡았기에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날아간 공을 기다렸다는듯 서건수는 때려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2루수가 잡을 수 없습니다! 안타!]
[이건 예상 못했네요. 지금 구속이 158km나 나왔는데 이걸 제대로 때려냈거든요. 이거 히어로즈가 작정하고 준비해온듯 합니다.]
[그런듯 합니다.]
"아니. 이건 철저하게 개인 능력으로 만들었군."
"히어로즈에 그녀석이 있다고 하지만... 타격 3관왕의 능력이 없으면 저렇게까지 깔끔하게 때려내지도 못해."
실제로 2번 타자는 어떻게든 주자를 진루 시키려고 했으나 유성의 빠른 강속구를 감당하지 못하고는 3구째에 들어온 스플리터에 맥 없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물러나게 되었다.
주자를 1루에 묶어둔 상태에서 순조롭게 1아웃을 잡아낸 덕분에 은연중에 병살도 노릴 수 있게 된 다이노스였다.
그렇기에 그 점을 감안해서 내야 수비의 위치가 조정되었고,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3번 타자를 상대할 방법을 정리했다.
'방금은 그나마 스플리터라서 주자를 묶었지만 1번 보여준 패턴이기에 여기선 어려워.'
그렇다면 순서를 뒤집어서 던지면 된다.
초구 슬라이더가 아슬하게 볼이 되었으나 타자도 주자도 그 순간에는 움찔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은?'
'한번 눌러주자.'
팡!
곧 바로 160km가 기록된 포심이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걸로 1S-1B이 만들어졌고, 타자는 잠시 타임을 요청하며 생각을 정리해야했다.
'정석대로면 포심으로 끝을 볼 가능성이 높지만...'
2년간 상대해온 경험대로라면 여기서 한번 꼬아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를 제외한 나머지 구종의 가능성이 높았고, 이태근은 그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서 연결을 시켜야한다.'
팡!
[헛스윙! 구속과 변화로 보아 투심인듯 하군요.]
[네, 다시 봐도 투심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죠.]
1볼로 시작했으나 순식간에 타자를 2스트라이크로 몰아넣었다.
이렇게 빠른 페이스에 지켜보던 히어로즈 선수들은 유성을 상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실감 해야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 2루수에게 토스하고 1루로! 깔끔한 6-4-3 병살타로 이닝 종료!]
[선두 타자 안타를 허용했지만 삼진과 병살타로 위기를 벗어난 박유성 선수입니다.]
[만약 평범하게 잡아냈다면 박병훈 선수로 이어졌을텐데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다음 이닝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박병훈 선수를 상대하게 되었네요.]
[네, 박유성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제가 자주했는데 박유성 선수는 항상 다음 승부를 염두에 둔 피칭을 하기 때문에 박병훈 선수는 물론 강정하 선수와도 승부를 보기 위해 이 병살을 유도한것일겁니다.]
실제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김태곤보다는 유성이 볼배합을 이끈다고 보고 있었다.
그 예시가 바로 김태곤이 다른 투수와 호흡을 맞출때인데 아무리 유성이 규격 외의 선수라고 하지만 유성이 등판할때와 아닐때의 성적 차이 같은게 꽤나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투수에 비해 포수가 아쉽기는 하지."
"그래도 KBO에서는 저정도만 되어도 보이는대로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지만 말이야."
유성이 1회 초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였으나 다이노스 타자들은 우려한대로 경기 감각의 문제를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베테랑인 이종우 정도만이 어느정도 선전하다가 물러났으나 나머지 타자들은 맥 없이 아웃을 당하며 1회 말은 순식간에 마무리 되었다.
"오늘 경기 초반은 꽤나 바쁘겠네요."
"그러게."
2회 초에 상대할 타선부터가 김태곤 입장에서는 약간 막막했다.
아마 투수가 유성이 아니었다면 더욱 골치 아팠을 것이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유성이라는 최고의 방패를 최대한의 효율로 조종해야한다.
그동안 유성과 수 없이 대화해본게 바로 김태곤 자신이었기에 유성이 직접 볼배합을 해도 문제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유성은 자신에게 신뢰를 보여주고 있었다.
팡!
[자, 여기서 163km로 오늘 경기 최고 구속이 나옵니다!]
[박병훈 선수도 여기서 이런 공이 나오니깐 막막한가 봅니다.]
'이 타자에게 가장 조심해야하는건 막강한 파워를 기반으로 하여 한순간에 터져나오는 장타력.'
물론 컨택이 떨어지는 타자는 아니었다.
홈런을 노리다보니 삼진 같은게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3할을 유지할 능력이 있었다.
그래도 김태곤은 박병훈의 약점을 알 수 있었다.
'일정 구속 이상의 공을 상대하면 타율이 급격히 감소한다.'
그는 모르겠지만 유성이 알고 있는 미래의 박병훈도 빠른 공 대처에 실패하며 결국 KBO로 돌아와야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유성과 달리 그런 사실을 모르는 김태곤이 이토록 확신을 가지는 것은 유성이라는 최고의 파이어볼러의 공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1스트라이크 이후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2개의 볼이 기록되었다.
한번은 박병훈이 움찔하며 스윙까지 할뻔한 그런 절묘한 공이었다.
1회의 병살 덕분에 투구수 조절이 된 상태였기에 유성도 이정도 페이크 공은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4구째 스플리터로 볼카운트를 2S-2B로 만들며 균형을 맞춘 김태곤은 때가 되었다는듯 유성에게 전력 투구를 요청했다.
일련의 자세를 통해 집중된 모든 힘이 들어간 공이 그렇게 5구째로 날아들어왔다.
팡!
[헛스윙 삼진! 최고 구속인 165km를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달성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이 공은... 진짜 대단하다는 말 밖에 못하겠네요. 마치... 국보급 투수의 재림이라고 해야하나요?]
[내년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겠죠?]
[솔직히 이 정도면 안 가는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전 3년 연속 MVP라는 룰이 만들어질때부터 박유성 선수를 위한 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긴 저도 그 룰은 아무리 생각해도 1명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는 사이에 다음 타자인 강정하가 타석에 들어섰다.
앞서서 165km의 공을 던져서인지 유성의 초구는 155km를 기록하며 약간 구속이 줄어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금의 공이 전력투구이기는 했나봅니다. 갑자기 구속이 내려왔어요.]
[아마 그것보단 이렇게 평균 구속을 내려서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좀 더 160km 이상의 공의 위력을 극대화 하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계속 160km를 던지는 것보단 느린걸 던지다가 빠른 공을 보여주면 더 위력이 강하니깐요.]
[하긴 박유성 선수가 평소에 그런 패턴을 자주 보여주었죠.]
2구째인 커브는 정말 귀신같게도 김태곤의 약간의 프레이밍까지 겹쳐지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며 박병훈과 달리 빠르게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다.
'골 때리네.'
분명히 강속구 투수인데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기교파 투수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바로 강속구가 들어오며 응징한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중견수 아래로 내려오면서... 잡아냅니다!]
[이걸로 2아웃을 만들어내는 박유성입니다.]
"우선 고비 하나 넘겼고..."
그렇게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