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
Chapter 39 - 시즌 마무리 (2)
시즌 최종전 상대는 두성 베어스.
[어느덧 2014 시즌도 끝이 다가왔습니다. 오늘 이곳 잠실 구장에서 2014 시즌 마지막 경기인 MC 다이노스와 두성 베어스의 시즌 최종전이 치루어집니다.]
[양팀의 성적은 아쉽게도 극과 극을 달리게 되었네요.]
[네, 지난 시즌 3위로 마무리해서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거둔 베어스와 아쉽게 5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다이노스인데요. 이번 시즌에는 반대로 다이노스가 1위를 확정하였고, 베어스는 6위로 추락을 했습니다.]
"후..."
"좋아. 여기까지."
몸 풀기는 끝났다.
이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딱!
"흠... 역시 1회는 안되나..."
"끝났어요?"
"그래, 나가자."
1회 초 다이노스의 공격은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마무리 되었다.
오늘 베어스도 총력전으로 나설게 분명하기에 유성도 베어스 타선을 완전히 묶어둘 필요가 있었다.
"오늘 테마는?"
"초전박살."
"오... 시작부터 전력으로?"
"그래야죠."
어차피 베어스는 포스트시즌에서 만나지 않는다.
그러니 미리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연습을 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마운드에 오른 유성이 던진 초구는 그런 의도가 가득한 공이었다.
[초구 161km! 시작부터 전력으로 던지고 던지고 있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올해 우승은 저녀석들이 하겠네."
"작정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저렇게 던질테니깐 말이야."
"게다가 여차하면 유성이는 타자로 나올 수도 있잖아?"
"그렇네."
정석대로 4선발을 가동해서 유성이 1,5차전 등판을 한다고 가정했을때 사이사이의 휴식일을 잘 이용하면 타자로 최대 4경기까지 나설 수 있었다.
4승을 거두면 승리를 거두는 한국시리즈에서 유성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였다.
순식간에 첫 타자가 삼구삼진으로 물러나자 베어스 타자들은 무리하게 덤벼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 자신들은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었고, 상대팀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유력한 정규리그 1위팀이었다.
"이렇게 된거 저녀석 공이나 원 없이 지켜보자."
"까딱하다가 기록 주면 어쩌지?"
"...별 수 있냐. 저녀석이 작정하고 덤비는데."
2번 타자부터 패턴이 달라졌다는건 유성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성은 타자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기에 그 흔한 유인구조차 던지지 않았다.
2년간 몇번이고 맞붙어본 타자들이었기에 그들의 스타일을 잘 아는 상황에서 피해가는 승부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단하다는 말을 수 없이 했습니다만 오늘의 박유성 선수는 더욱 대단합니다.]
[그렇죠. 이런 선수가 이제 2번째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다니... 그야말로 국보급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장 중요한 군 문제도 해결했고, 지금의 성적이라면 2년 연속 MVP도 유력하니 내년에도 MVP를 획득한다면...]
[해외를 노릴 수 있겠죠.]
물론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11년만에 50홈런을 때려낸 박병훈, KBO 최초의 40홈런 유격수 강정하, 20승 외인 투수 베네켄, 타격 3관왕 서건수까지 수 많은 경쟁 상대가 있었지만 유성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상대가 3관왕인 서건수였으나 유성이 만날때마다 그에게 무안타라는 기록만을 남겨주었기에 전대미문의 기록에는 도달할 수 없었다.
"이 흐름이면 20승은 확정적이겠군."
"그러면 타이틀이 몇개지?"
"작년과 같이 4개지. 성적은 더 좋아졌지만 말이야."
지난 시즌보다 30이닝 정도를 더 소화했다는걸 감안해도 유성의 성적은 분명히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진 것이 맞았다.
오히려 30이닝을 더 소화했음에도 더 좋은 기록을 냈다는 점과 이번 시즌이 2년차 시즌이라는 점을 보며 스카우터들은 더욱 유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였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도 내내 관리 받았고, 프로에서도 계획에 따라 점차 프로에 적응하고 있고... 얼마나 써야할까?"
"솔직히 현 시점에서는 예측 불가지. 아직 1년 더 남아있기도 하고 말이지."
"그쪽 구단이면 어느정도 가이드 라인은 있을텐데?"
"...가이드라고 할것도 없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쓸 뿐이지."
"다나카 때문에 그렇게 많은 돈은 없을텐데?"
"과연 그럴까?"
그런 스카우터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타팀 관계자는 각팀이 유성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생각만큼 경쟁 숫자는 많지 않겠어."
"그래요?"
"다만... 지출은 생각보다 더 해야겠어."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차근차근 또 하나의 업적을 준비하고 있었다.
1회에 2개의 삼진을 잡아내더니 2회에 순식간에 3개의 삼진을 추가하며 무서운 기세로 삼진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기어코 3,4회에 연속 2개씩 4개의 삼진을 추가하더니 하나의 이정표에 도달하였다.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 자,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 보이십니까? 지금 이 순간 박유성 선수가 시즌 250번째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사실 이미 역대 최대 기록인 223개의 탈삼진 기록을 진작에 갱신한 박유성 선수인데요. 그걸 한참 뛰어 넘어서 250개나 되는 삼진을 만들어냈습니다.]
- 여기 있으면 안되는 녀석이라니깐...
- 이러다가 내년에 300개 찍는거 아니냐?
- 50개 정도 늘어났으니 이론상 가능하기는 한데...
30이닝 증가로 50개의 탈삼진 추가라는 단순한 계산이지만 다이노스는 벌써부터 다음 시즌에 유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해두었기에 불가능한 고지는 아니었다.
[KBO 역사상 200개 이상의 삼진이 기록된건 단 14번입니다. 박유성 선수처럼 여러번 달성한 경우를 감안하면 단 9명의 선수들이 기록한 기록이 됩니다.]
9명의 선수가 단 14번만 달성한 대기록.
그 중에서도 정점에 도달한 것이 지금 유성이 실시간으로 갱신해나가고 있는 기록이었다.
딱!
[5회까지 잘 막아오던 박유성 선수지만 여기서 안타를 내주면서 일단 퍼펙트 행진은 멈추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최종전이고 한국시리즈까지 시간이 많다지만 박유성 선수를 어느정도 아껴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다이노스 입장에서는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는 안타일겁니다.]
지난 시즌에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기에 마음놓고 최종전에 전력을 다 할 수 있었지만 유성에겐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가 남아있었기에 이후 7회까지 무실점을 이어간 끝에 1대0의 리드를 가지고 등판을 마무리했다.
[결국 박유성 선수가 7회까지만 던지고 내려가는군요.]
[투구수의 여유는 있지만 초반부터 페이스를 올렸으니깐요. 적당한 곳에서 끊었다고 생각됩니다.]
이후 2이닝은 이번 시즌 불펜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원종헌과 마무리 투수로 세이브 1위에 도달한 주환이 1이닝씩 틀어막으며 결국 1대0 영봉승을 거두며 다이노스는 시즌 최종전을 승리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2014시즌을 마무리하는 MC 다이노스의 최종 성적은 128경기 82승 2무 44패 0.651이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나선 박유성 선수도 시즌 20승째를 기록하면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었고요.]
길었던 시즌이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최종전까지 이어진 승부 끝에 포스트 시즌에 참가한 4개의 팀도 확정 되었다.
트윈스, 히어로즈, 라이온즈 그리고 다이노스까지 4개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되었고, 지난 3년과 달리 라이온즈는 다이노스에게 도전자로써 도전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 아래의 팀을 넘어야겠지만 디펜딩 챔프인 그들 입장에서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라이온즈가 올라온다고 보고 준비해야겠지."
"만약이라는게 있으니 일단 히어로즈도 같이 체크하죠."
"히어로즈만? 트윈스는?"
"히어로즈를 넘어오기는 힘들꺼에요. 50홈런 타자에 40홈런 유격수에 타격 3관왕에 20승 에이스까지 있는 팀이 히어로즈인데 트윈스에 저런 선수들이 없어요."
"음... 하긴..."
거기에 리그 최고 수준의 셋업맨과 주환에게 밀렸지만 세이브 2위를 기록한 클로저까지 있다.
포스트 시즌 전체는 장기전이지만 개별 시리즈만 본다면 단기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전력 분석팀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으로 한국시리즈 준비가 시작되었다.
***
"만약이라는게 진짜 적중할줄은 몰랐네."
"준비하기를 잘했죠?"
"그러게. 유성이 너 은퇴하면 이쪽 업계로 와도 되겠다."
"뭐... 은퇴는 나중 이야기니 그때 생각해야죠."
"그래. 아무튼 이제 히어로즈에 대한 대비를 해야겠네."
준 플레이오프에서 히어로즈가 4경기만에 트윈스를 무너트리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라이온즈를 4경기만에 무너트리며 휴식일까지 받은 끝에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렇게 2014 한국시리즈는 다이노스와 히어로즈의 격돌로 정해지게 되었다.
"박유성 선수 한국시리즈 상대가 히어로즈로 정해졌는데 어떠신가요?"
"음... 사실 제가 감이 좋아서 왠지 히어로즈가 올라올 가능성이 꽤나 보였어요. 그래서 라이온즈랑 같이 둘을 한꺼번에 분석했는데... 결과적으로 선경지명이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1차전 선발로 미리 공표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전력 분석 같은 준비는 할 수 있는만큼 했으니 이제 제가 준비한 모든걸 경기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외에 목표 같은게 있다면?"
"당연히 우승이고 여건이 된다면 한국시리즈 MVP까지 받고 싶습니다."
정석적이면서도 명확한 답이었다.
덕분에 기자들은 꽤나 편안하게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고, 이제 유성은 한국시리즈를 위한 마지막 점검에 돌입하였다.
그때 김강문 감독이 유성에게 말했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갈 수 있겠느냐?"
"네, 서울로 올라가는것도 아닌데 괜찮습니다."
아직까지 한국시리즈 진출팀의 구장이 2만석 아래면 5차전부터 중립 구장에서 경기를 치룬다는 규정이 존재했지만 1,2차전은 어찌되었든 다이노스의 홈구장인 마산구장에서 경기를 치루기에 미디어 데이도 근처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늘 그렇듯 미디어데이는 얌전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업셋으로 올라오며 기세를 탄 히어로즈는 미디어데이 중반부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며 다이노스에게 도발 아닌 도발을 진행했다.
"처음 한국시리즈 뛰는 선수들이 많아서 경기 감각 회복이 느릴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초반에 승부를 봐서 잠실로 가기 전에 끝을 볼려고 합니다."
"그 말은 4차전으로 끝내겠다는 이야기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강문 감독이나 주장인 이호중이 이야기를 해야했으나 유성이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회귀 전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몇번인가 경험해보았던게 바로 유성이었다.
이정도 도발은 간에 기별도 안 차는 것이었다.
"물론 저희가 처음 이 무대에 올라왔기에 경기 감각 문제가 있을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넘쳐나는 체력과 패기가 있죠. 결정적으로 제가 1차전에 나섭니다. 저희는 겸손하게 스윕 같은 이야기는 안 하겠습니다. 그래도 최종전까지는 끌고 가지 않을겁니다."
그 말은 5차전 아니면 6차전에 끝을 보겠다는 이야기였다.
눈치 빠른 기자들이 그 말을 알아차리고는 빠르게 기사를 작성하는 동시에 질문을 이어갔다.
"이번 한국시리즈에 타자로도 나서나요?"
"네, 당연히 나섭니다. 다만 그로인해서 언제 투수로 2번째 등판을 할지 모른다는 점이죠."
주사위는 던져졌다.
1차전 이후 히어로즈는 유성이 4차전부터 6차전까지 언제 등판할지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면 히어로즈측에서는 박유성 선수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일 어려워요. 박유성을 넘느냐 마느냐가 저희의 우승을 가를꺼라고 봅니다."
"그렇군요."
제법 팽팽하게 이어진 미디어데이가 마무리되고, 한국시리즈 관전포인트가 결정 되었다.
초전박살을 통해 빠른 우승을 노리는 히어로즈와 상대의 체력이 떨어진 점을 감안해서 길게 승부를 이어갈 다이노스라는 타이틀로 2014 한국시리즈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