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
Chapter 39 - 시즌 마무리 (1)
아시안게임이 마무리되고 면제라는 혜택을 받은 선수들은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시즌이 재개되기까지 며칠간의 시간이 있었기에 팀으로 돌아온 유성은 곧 바로 1위를 확정하기 위한 대비를 시작했다.
"남은 경기는 9경기. 우리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연패 한번에 바로 빼앗길 수 있는 위치다."
"그러면... 몇승이 좋을까요?"
"음... 일단 9경기 중 라이온즈전 2경기가 있다. 이 2경기는 무조건 이기고, 그외의 경기에서 3,4승을 더 거두어야해."
"그러면 5,6승을 거두어야겠군요."
또 다른 관심사는 유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였다.
남은 일정상 2번의 등판이 가능했는데 고민 끝에 김강문 감독은 유성에게 2경기 모두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음... 크게 상관 없는데 말이죠."
그래도 유성은 조금 더 휴식을 취하고 싶었기에 남은 9경기 중 1번째 경기는 타자로도 출전 하지 않는 걸로 정해졌다.
또한 팀이 1위가 유력하다면 최종전에 마지막 등판을 하고 아니라면 그 전 경기에 등판하는것으로 포스트 시즌을 염두에 둔 등판 간격도 구상 하였다.
"유성이도 진지하게 노리고 있나보군."
"우승은 감독님도 바라는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고보니 결국 첫 등판은 내가 정해야하는군."
"아시안게임때 타자로 출전을 못 했으니 몇경기는 타자로 먼저 내보내죠."
"그래, 그게 좋겠군."
며칠이 흐르고 시즌이 다시 재개 되었다.
다이노스가 처음 만난 상대는 와이번스였으나 돌아온 이재후와 나범성을 앞세운 다이노스 투타는 완벽하게 이어지며 와이번스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첫 경기를 이렇게 쉽게 승리하면 다이노스로써는 1위 확정이 더 손쉬워지거든요?]
[그렇죠. 이제 이어질 경기들의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다이노스가 한발 더 앞서고 있는건 사실이죠.]
그렇게 이어진 베어스 2연전은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으나 끝내 다이노스가 승리를 가져가며 다이노스의 1위가 좀 더 확고해졌고, 이제 6경기만이 남게 되었다.
"남은 경기는 6경기. 상대할 팀은 5팀."
"유성이는 언제 올리실겁니까?"
앞선 경기에서 타자로 나섰던 유성은 홈런도 때려내며 타격감이 문제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김강문 감독은 타자로 1번 더 기용하는 방향을 잡았다.
"트윈스전에 타자로 나서고 그 다음인 와이번스전에 투수로 나선다."
"네."
10월 6일 월요일
월요일이 쉬는날인 KBO 기존 일정대로라면 경기가 없어야하지만 시즌 막판의 복잡한 일정 상 휴식일은 변칙적으로 주어지게 되었다.
결국 오늘 다이노스는 트윈스와의 경기를 치루게 되었다.
"오늘 저쪽 공 좋은데?"
"그러게... 유성아 어떠냐?"
"공략할 수는 있는데 저쪽에서 승부를 피할꺼 같아요."
"하긴..."
나범성, 테인즈, 이호중, 박유성으로 이어지는 타선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를 뽑으라면 유성이 1순위로 뽑힐테니 상대 입장에서는 클린업 쿼텟에게 얻어맞더라도 가장 까다로운 유성을 거르는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았다.
"심지어 오늘 유성이가 4인방 중 마지막이란 말이지..."
2번째 타석에서 우려한 상황이 재현되었다.
앞의 세 타자를 처리한 트윈스 투수가 유성을 고의사구로 걸러버리고는 뒷 타자를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한 것이었다.
"어찌할 도리가 없네..."
"긁히는 투수가 저렇게까지 승부를 피하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지."
"뭔데?"
"정공법으로 피하지도 못하게 만루를 만들던가 아니면 누군가가 홈런이라도 치던가."
"...말은 쉽네."
그래도 시도할 가치는 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선발이 마운드에 빠르게 내려가도록 타자들은 투수의 공을 최대한 거르고 커트해내며 투구수가 늘어나도록 만들었다.
유성이 상대였다면 불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유성이 아니었다.
[다이노스 타자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네요.]
[어떤 식으로 말인가요?]
그도 눈치가 있었기에 급격하게 변한 다이노스 타선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그러나 방송 중이었기에 시청자에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다.
마침 같이 중계를 하는 사람도 꽤나 경력 있는 베테랑이었기에 바로 설명을 이어갔다.
[앞선 이닝까지만 해도 다이노스 타자들은 어떻게든 출루하는 것에 급급했거든요. 그래서 1,2구만에 타격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 이닝부터는 다들 엄청난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트윈스의 투수는 6회까지 막아내며 다이노스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문제는 다이노스의 선발인 웨버도 오늘 뛰어난 피칭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똑같이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는 이제 7회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트윈스 감독은 이번 경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작정했군."
"1위 확정이 걸렸으니 저쪽도 급하겠죠."
"우리도 4위가 걸렸는데 말이지..."
그나마 다이노스가 다음 상대인 와이번스 상대로 유성의 등판을 예고했기에 똑같이 1패를 한다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했던 유성 앞에 주자가 생기고 말았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연속 볼넷으로 2명의 주자를 내보내고 말았습니다.]
[2아웃까지는 잘 잡았는데 고비를 넘기기는 힘들꺼 같네요.]
이미 불펜 준비가 진작에 되고 있었기에 트윈스는 과감하게 선발 교체를 선언하였다.
선발의 투구수가 100구를 넘기기도 했기에 이젠 불펜이 이 위기를 막아주기를 빌어야했다.
[2사 1,2루 상황에 투수가 교체 되었고, 타자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아무래도 승부를 볼려는거 같죠?]
[네, 일단 막아내기만 한다면 그대로 이닝 종료니깐요.]
만약 유성을 출루 시키면 만루가 된다.
2아웃이라는 상황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래도 리스크가 컸다.
팡!
"스트라이크!"
[초구는 가만히 지켜보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첫 타석은 아쉽게 범타가 되었고, 두번째 타석은 승부를 보지도 못했으니깐요. 신중하게 한방을 노리는거겠죠.]
'어차피 저쪽이 던질 수 있는건 한정되었어.'
지난 시즌보다 홈런은 약간 줄었지만 그것을 만회하듯 유성의 타율은 5푼 가까이 올라간 상태였다.
오늘 경기 시작 전까지 정확히 0.350을 기록중이었던 타율에서 알 수 있듯 유성은 지난 시즌에 부족했던 컨택 능력을 좀 더 끌어 올렸다.
만약 타자에 집중했다면 더 큰 발전이 있었겠지만 투수에 더 집중하고 있었기에 타자는 부가적으로 보고 있는 유성이었다.
그래도 점차 올라오고 있는 타격감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외야수들이 모두 가만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이 타구는 담장을 넘어갑니다! 승부의 추를 단번에 기울게 만드는 박유성의 쓰리런!]
[이건 정말 대단하네요. 단 한번에 스코어가 3대0이 되었습니다.]
한방이면 충분했다.
웨버는 기분 좋게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이후에 등판한 손민훈이 1이닝을 막아낸 뒤 주환에게 마운드를 연결해주었고, 주환도 마지막 1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 다이노스였다.
이 날 승리로 1위가 사실상 확정된 다이노스는 사실상이라는 말마저 제거하기 위해 유성을 등판 시켰다.
라이온즈와의 경기가 2경기 남아있지만 격차가 생겼기에 오늘의 다이노스는 유성의 시즌 19승 도전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오늘 유성이 이기게 해줘야 최종전에 20승 채우게 해줄 수 있다. 다들 집중해."
"당연하죠."
유성이라면 1,2점만으로도 승리를 가져올 수 있지만 좀 더 안정적인 승리를 위해 다이노스 타자들은 더 많은 점수를 노렸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위해 막판 올인을 하고 있는 와이번스였기에 다이노스 타선도 고전을 한 끝에 겨우 2점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2점이면 충분하지."
아시안 게임 이후 첫 등판에서 가볍게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운 유성은 이후 불펜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기반으로 시즌 19승째를 달성하게 되었다.
"박유성 선수. 이걸로 시즌 19승째를 달성하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냥 평소의 승리이기에 특별한 감정은 없습니다. 20승을 거두기 위한 과정이니깐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제 1번의 등판만이 남았는데 20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오늘 경기처럼 타자들이 1,2점만 뽑아준다면 제가 팀을 승리로 이끌 자신이 있습니다."
유성은 시즌 내내 이러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KBO 역사에서 1점대 방어율을 2년 연속으로 달성한 선수는 단 1명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역대 2번째 달성을 코 앞에 둔 유성이 하는 말이었으니 뭐라 반박할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단 4경기 뿐이었다.
그런 시점에서 맞붙게 된 상대는 바로 라이온즈였다.
다이노스의 1위가 확정 된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지만 만약이라는게 있었다.
바로 라이온즈와의 맞대결이 2경기나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이노스는 오히려 그대로 라이온즈를 찍어누르며 그대로 1위를 확정하였다.
이제 남은 3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하더라도 1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다이노스는 곧 바로 이어진 자이언츠전에서 다시 승리를 거두며 시즌 80승에도 도달하게 되었다.
[창단한지... 3년째던가요?]
[공식 창단일로 보면 4년 됬네요.]
[그리고 1군 진입 2번째 시즌인 지금 시즌 80승에 도달한 MC 다이노스입니다.]
[감탄 밖에 안 나오네요.]
[그렇죠. 이제 시즌 종료까지 2경기가 남았는데요. 김강문 감독이 공식적으로 최종전 선발을 박유성 선수로 정하면서 동시에 포스트시즌 대비에 들어갔다고 하는군요.]
유성을 최종전 선발로 내세웠다.
단순하게 보면 이상한게 없지만 무려 5일 전에 이 사실을 발표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그것이 바로 1위를 확정한 팀의 여유였다.
최종전을 앞두고 치룬 경기에서 다이노스는 총력전에 돌입했다.
3명의 선발 투수들을 투입하며 합해서 6이닝을 틀어막는 등 만약을 위해 아껴두고 있는 여력을 제외하고는 모든것을 쏟아부으며 포스트 시즌 대비를 실전으로 치루었다.
"포스트시즌땐 이렇게까지 전원 투입을 할 수는 없겠지만..."
"준비하는 입장에선 좋은 연습이 되지."
결국 마지막 2경기 중 1번째 경기인 라이온즈전에서 승리를 거둔 다이노스는 2일의 휴식 이후 시즌 최종전에 돌입하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전에 이야기한대로 선발은 유성이었다.
"길게 갈래? 아니면 적당히 끊고 내려올래?"
"그렇게 길게 쉬었는데 아예 경기 끝내버릴 생각으로 던지고 올게요."
"그래라."
시즌 최종전의 상대는 두성 베어스.
이번 시즌은 이상한 감독 때문에 저 아래로 추락을 하고 말았지만 다음 시즌부터 새로운 왕조를 열어갈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쪽도 총력전인가보군."
"뭐... 많아봐야 2점 정도겠군요."
"녀석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20승을 노리는 유성은 그렇게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마운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