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
Chapter 38 -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을 위한 휴식기가 시작되자 아시안게임을 위해 선발된 24인의 선수들은 하루의 휴식 이후 바로 대회가 치루어지는 인천에 집결하였다.
"다들 모였나?"
"다이노스 애들을 마지막으로 다 모였네요."
"그런가..."
다른 선수들은 별 다른 이야기가 없었지만 유성만큼은 구단에서 관리를 요청했기에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했다.
"일단 손발부터 맞춰야겠지?"
"그래야죠. 아무리 전력 차이가 크다지만 팀으로 묶어낼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많은건 아니니 빠르게 하지."
실제로 대표팀에게는 여유시간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올스타전을 통해 어느정도 호흡을 맞춰본 선수들이 있었기에 또 1차적으로 전면에 내세울 선수들은 이미 정해둔 상태였기에 라인업 구축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일정이 어떻게 되지?"
"정확히 1주일 뒤에 첫 경기입니다."
"빠듯하겠군."
대부분을 미필로 구축했다.
이러한 점에는 우승에 대한 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번 대표팀의 전력 자체가 미필이 주축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전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으니 우승을 못하는게 이상한 수준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대부분 경기는 콜드로 끝낼 수 있습니다."
"...너무 과도한거 아닌가?"
"아니요. 이 전력이라면 최소한 예선은 모두 콜드가 가능합니다. 상대의 전력까지 감안한다면..."
"...됬네. 일단 투수 운용이나 생각하게."
"결승까지 가는걸 가정하면 5경기를 치룹니다. 첫경기와 결승전을 한 사람이 담당하면 나머지 3경기에 나설 3명의 선발이 필요하죠."
24명 중 투수는 11명.
처음부터 불펜으로 구분된 선수는 6명이므로 5명 중 4명을 선택해야하는 것이었다.
물론 5경기를 치루기에 5명 모두 쓸 수도 있으나 안정성을 위해 에이스 역할을 할 투수가 2경기를 담당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나머지 4명 중 1명은 탈락하기에 나름의 경쟁이 치루어지게 되었고, 불펜도 누가 마무리를 할것인가로 여러 이야기가 이어졌다.
"마무리는 주환이로 하죠."
"중구는?"
"물론 경험으로 보면 그쪽이 맞겠지만 지난 2년간 성적과 최근 폼을 생각하면 주환이가 더 좋다고 봅니다."
"흠..."
논란이 될수도 있는 유성의 투타겸업은 다이노스의 관리 요청에 따라 투수로만 나서기로 정해졌다.
그렇게 아시안게임 운영 방식이 어느정도 정해지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첫 경기의 날이 되었다.
"태국, 대만, 홍콩인가..."
"전력상 그나마 대만을 신경 써야할꺼 같지만... 유성이 너는 태국전이다."
"네."
대만전은 김강현이 나서게 되었고, 홍콩전은 아마추어 쿼터로 합류한 투수가 나서게 되었다.
이 3경기의 결과는 간단했다.
"1차전인 태국전에서 박유성은 3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 이후에 등판한 2명의 투수들도 1이닝을 철저하게 막으며 5이닝 퍼펙트. 타선도 제대로 터지면서 15대0으로 콜드 승을 거두었다."
"2차전 대만전. 2이닝만에 9점을 획득하며 여유롭게 콜드 승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 되었으나 이후 무득점 시간이 길어지며 결국 박유성이 자원해서 대타로 등장. 7회 말 콜드 게임을 완성 시키는 솔로 홈런으로 10대0으로 7회 콜드 승."
"3차전인 홍콩전도 쉴틈 없이 점수를 뽑아내며 12대0으로 7회 콜드 승."
결과를 정리한 그들은 이제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정말 콜드로 끝내버렸군."
"방심하지 않고 제 실력만 보였으면 못하는게 이상한거였으니깐요."
"그나저나 불펜 상황은 어떻지?"
선발 3명이 전부 3이닝씩만 던져서 불펜이 생각보다 자주 등판했기에 조절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였다.
3경기 합해서 총 10이닝을 불펜이 담당했는데 7명이나 되는 숫자가 있다보니 오히려 불펜 개개인의 등판은 적은 편이었다.
"이제 4강부터가 관건인데..."
"앞선 경기처럼 콜드가 나올꺼라고 보기는 어려울겁니다."
"그래. 이젠 9이닝을 봐야겠지."
그래도 이 부분은 큰 고민이 되지 않았다.
워낙 대한민국 대표팀의 전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4강전인 중국전은 그런 대표팀에게 마치 방심하지 말라는것처럼 경각심을 주는듯한 경기로 진행 되었다.
4강전의 선발 투수로 나선 이재후가 이번 대회 대한민국의 첫 실점을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4이닝 2실점을 기록하였고, 타선도 앞선 경기와 달리 침체된 모습을 보이며 4회까지 단 2점만 획득하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초반이 팽팽하게 흘러가고 있는데요.]
[그래도 우리 대표팀이 어느순간에 바로 몰아칠 힘이 있거든요.]
그 말대로 초반에 생각만큼 점수가 안 나오자 분위기가 흔들릴뻔 했지만 그걸 감안해서 데려온 몇몇 베테랑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대표팀은 바로 힘을 하나로 응집할 수 있었다.
"결승전 준비는 순조롭지?"
"네."
"소속팀처럼 투구수 제한 걸까?"
"괜찮아요. 어차피 그 전에 끝내버릴테니."
결국 5회부터 리드를 잡은 대표팀은 이후 끝까지 그 리드를 내주지 않으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갔고, 결국 4강 상대인 중국을 완파하며 결승전에 도달하게 되었다.
*
[순조롭게 승리를 거두며 결승전까지 도달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제 금메달을 위한 마지막 경기를 치루게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는 승리를 거두기 위해 가장 강력한 카드인 박유성 선수를 꺼냈습니다.]
[1차전인 태국전에선 평균 150km 정도의 구속을 유지하면서 단 1번이었지만 160km의 공을 던지면서 컨디션은 문제 없다는걸 보여주었죠.]
"으어어..."
"괜찮냐?"
"긴장 안 할줄 알았는데 그래도 결승전은 다르네요. 기본적인 집중력이 달라요."
"볼때마다 느낀거지만 너랑은 포스트시즌때 안 만나기를 빌어야겠네..."
"저희는 어차피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해서..."
"그래. 너희 대단하다."
유성이 그러하듯 결승 상대인 대만에 이미 콜드 승을 거둔 전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선수들의 몸은 약간씩 무거웠다.
"녀석들 몸이 무거운거 같은데 말이죠."
"경험 적은 선수들로 구축한 순간부터 예상한 부분이네. 어차피 우리쪽에는 단 1점만 내주어도 승리를 가져다줄 에이스가 있으니깐."
처음부터 결승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유성은 가장 유력한 일본과 대만의 경기를 철저하게 분석해왔다.
아무리 전력 차이가 크다고 해도 알고 상대하는 것과 모르고 상대하는 것의 차이는 컸기에 결승 상대인 대만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할게 분명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지금 시작됩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공을 하게 되었군요.]
간혹 그런 경기가 있었다.
1점만 내면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에이스의 존재로 인해 타선의 긴장감이 풀리는 그런 경기였다.
마침 오늘 경기는 결승전이라는 부담감까지 있었기에 일부 선수들은 아예 몸이 무거워 보이기도 했다.
아쉽게 코치들이 이러한 점을 빠르게 캐치하지 못하였기에 경기 초반은 예상 외의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명불허전이라고 할까요. 박유성 선수가 오늘 150 초반 정도의 구속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만 타자들이 출루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한민국 타자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라는거죠.]
3회가 끝난 시점에서의 스코어는 0대0.
유성의 투구수도 적절하게 31구로 9이닝을 모두 담당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8이닝까진 가볍게 책임 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급하게 조정 시키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출루라도 하면 짜내기라도 할텐데..."
단 1점을 얻어내기 위한 짜내기도 무사에서나 마음 놓고 시도하는 것이지 앞선 3이닝에서 출루는 1,2사 이후에 진행되었기에 작전이라는 카드도 마음놓고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유성이는..."
"문제 없습니다."
점수가 안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기에 새로운 페이즈에 돌입할 필요가 있었다.
마운드로 향하며 4회부터 사용할 볼배합을 정리하고는 경기 전개에 대한 생각도 정리하였다.
'어차피 전력차는 크다. 다시말해 9이닝 안에 1점은 무조건 나온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 사이에 대만 타선을 틀어막아서 0대0 상황을 유지해야한다.
애초에 대만 타선에서 유성의 공을 칠만한 타자는 전무한 상황이었는데 유성이 오랫동안 던지는 상황을 대비해서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투구수 소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박유성 선수는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선수다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네요.]
[어느덧 4회에 이어 5회에도 퍼펙트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투구수도 평소보다 더 적게 유지되고 있죠?]
[네, 5회가 끝난 시점에서 44구라는건 90구 이전에 경기를 마무리 할 수도 있습니다. 완봉으로 말이죠.]
성급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유성은 이미 KBO에서도 대기록을 작성한 경험이 있고, 휴식기 전의 마지막 등판도 계속 던졌다면 대기록을 완성했을지도 모르는 경기였다.
"이쯤 됬으면 슬슬 점수 내야지?"
"그래야죠."
마침 타선도 1번부터 시작하는 좋은 순서가 만들어진 상태였다.
선두 타자로 나서게된 손아성은 뺨을 가볍게 치고는 타석으로 나섰다.
[슬슬 1점은 뽑아줘야하는데요.]
[여기서 선두 타자 출루를 해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점수를 내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주자가 필요했다.
물론 1점만 내도 충분한 상황이었기에 홈런이 나와도 되지만 지금 상황에서 홈런이 나오기는 힘들었다.
어찌되었든 그 말을 듣기라도 한듯 손아성은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다.
딱!
[쳤습니다! 투수 키를 넘기는 타구가 내야를 완전히 빠져나갑니다!]
[드디어 선두 타자 출루가 이루어지게된 대한민국!]
[이제 무사 1루의 찬스를 잡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2번 타자는 작전 수행력이 좋은 베어스의 오재운.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그렇기에 동시 작전이 들어갔다.
'OK.'
사인을 받은 두 선수들은 바로 움직임을 가져갔다.
[자, 여기서 번트 모션이 나왔는데요.]
[안전하게 1점을 얻겠다는 생각으로 보이는데... 다른 의도를 가진 작전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1점만 뽑아도 되는 상황이라지만 만약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찬스에선 2점 이상을 뽑아낼 생각으로 임하는게 좋거든요.]
[그렇죠. 초구는 일단 배트를 빼면서 지켜보네요.]
애초에 상대도 작전을 의식해서 초구를 볼이 되는 공으로 던졌다.
초구를 지켜보았던 오재운은 1루에 있는 손아성을 보았다.
'갑니다.'
'그래.'
[계속 번트 모션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2구째... 주자 뜁니다! 그리고 쳤습니다!]
딱!
오재운이 때려낸 타구가 순식간에 내야를 뛰어 넘어서 좌익수 앞에 떨어졌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라고 불리는 작전이 절묘하게 성공한 것이었다.
덕분에 주자는 순식간에 무사 1,3루로 바뀌게 되었고, 타선은 이제 3번 김현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드디어 찬스가 왔네."
미필이 대부분인 이번 대표팀에서 몇 없는 군필인 사실 김현성도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아무튼 현 대표팀의 중심인 그는 찬스가 오자마자 그것을 결과로 바꾸어냈다.
딱!
[쳤습니다! 우중간을 완전히! 갈라버립니다! 3루 주자는 홈에 들어오고 1루 주자도 2루 돌아서 3루 그리고 홈으로! 들어옵니다!]
[김현성의 2타점 적시 2루타! 드디어 대한민국 대표팀이 리드를 가져옵니다!]
"끝났군."
대만 대표팀이 4회까지 선전하였으나 5회에 결국 2점을 내주고 말았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그 기세를 몰아서 1점을 더 추가하며 5회에만 3점을 득점하며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등판을 이어간 유성이 약간 운 없게 안타를 하나 허용하였으나 8이닝 무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등판을 마무리하였다.
마지막은 언제나 주환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 경기 종료! 2014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합니다!]
[이번 금메달 획득으로 총 20명의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되었네요.]
[그렇게 됬네요.]
이걸로 해외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인 병역 문제가 해결 되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우승이라는 다음 목표를 조준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아시안게임이 폐막하며 길었던 시즌은 막바지로 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