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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 - 2번째 올스타 (2)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지켜보고 있는 관중들의 기대대로 김강현과 똑같이 고의사구를 펼쳤다.
[자, 박유성 선수도 주자를 채우고 있습니다.]
[김강현 선수가 조금은 어렵게 세 타자 삼진으로 무사 만루를 막았는데 박유성 선수는 어떻게 던질지 기대되네요.]
[일단 선두 타자가 고의 사구로 출루합니다.]
- 이거 둘이 짜고 치는거 아니냐?
- 이쯤되면 아예 두 팀이 다 짜고 있는걸지도...
- 뭐 어때 올스타전인데.
- 하긴...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진작에 눈치를 챘으나 올스타전이라는 이름 덕분에 이러한 점은 넘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유성이 2번째 고의사구를 기록했고, 3번째 고의사구를 위해 볼을 던졌다.
[네, 순조롭게... 허허 이런 말을 할줄은 몰랐는데 순조롭게 3번째 고의사구가 이어지고 있네요.]
[똑같이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처리할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그러게요. 자, 결국 무사 만루가 만들어졌습니다.]
무사 만루가 만들어지자마자 김태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수비수들에게 사인을 보냈다.
1루수 박병훈을 시작으로 선수들은 자리에 주저않으며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니 이건...]
[수비수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습니다.]
[완전히... 도발인데요?]
[이거 올스타전 아니었으면 바로 벤치 클리어링이라도 일어났겠는데요?]
[그러게요. 아무튼 무사 만루의 상황에 수비수들은 다 앉아있는 상태에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갑자기 성질 날려고 하네."
"에이, 올스타전이니깐 좀 봐주세요."
"에휴... 올스타전 아니었으면 스퀴즈라도 했을텐데."
"하하. 그건 좀 봐주세요."
올스타전이다보니 이런 이야기도 변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을 던질 준비를 마친 유성은 김태곤의 사인대로 초구를 던졌다.
그 공은 모두가 기대했던대로의 160km가 기록된 유성의 전매특허인 빠른 공이었다.
구속이 나오자마자 관중들이 환호했고, 타자도 스윙 타이밍을 조절하며 언제든지 때려버리겠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 2구째 헛스윙! 161km가 기록된 공인데요.]
[치기 위해서 빠른 타이밍을 잡았지만 그래도 칠 수가 없네요.]
[그만큼 박유성 선수의 공은 노리고 들어가도 치기 어려운 공이죠.]
2구째까지 본 타자는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면 3구째가 그대로 포심이 들어와도 어렵고, 변화구가 와도 어려웠다.
결국 3구째인 스플리터에 맥 없이 헛스윙을 하며 삼구삼진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유성이었다.
[순조롭게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박유성.]
[역시 대단하네요. 빠른 공이나 변화구나 모두 뛰어난 박유성 선수이다보니 이런 단순한 패턴에도 바로 삼진이 나오네요.]
[덕분에 박유성 선수는 2년 연속 MVP에 근접하기도 했죠.]
[아직 전반기만 끝난 시점이라 그 이야기는 이르겠지만... 유력하다는건 부정할 수 없겠군요.]
- 솔직히 박유성이 MVP 하는걸 누가 막아.
- 누가 50홈런이라도 치던가 200안타라도 치던가 해야할판인데.
- 50홈런은 둘째쳐도 200안타면 가능성 있지 않냐?
ㄴ ...그러고보니?
하지만 각팀의 이름 있는 1,2번 타자들 중에 그 고지에 도전할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유성을 만났다하면 막혔기에 오히려 성적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솔로 홈런이라면 괜찮아. 그래도 1점이거든. 하지만 주자가 있다? 그러면 매우 골치 아프지. 박유성의 1,2번 타자 상대 피출루율과 3번부터 6번까지의 피출루율을 비교하면 1,2번쪽이 더 낮아. 그만큼 테이블이 만들어질 상황을 주지 않고 있다는거지."
"그러고보니... 박유성이 만루에서 공을 던진 상황이 얼마나 되지?"
"얼마 안될꺼야. 3점을 초과해서 실점한 경기도 작년의 1경기 밖에 없는데."
2번째 타자에게도 기본적인 패턴은 동일했다.
아무리 올스타라고 해도 하위타선인만큼 기대보다 타격이 떨어지는 선수는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결국 2번째 타자도 삼구 삼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투 타자 연속 삼구삼진. 이쯤되면 수비수들이 앉은건 수비 없어도 막을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이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그렇죠. 퍼포먼스적으로 본다면 최고의 퍼포먼스가 될듯 하네요.]
마지막 타자를 앞두고 유성은 가볍게 몸을 풀어주며 힘을 끌어 모았다.
이쯤되자 일부 관중들도 기대를 하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초구 159km. 여전히 빠른 구속인데요.]
[자... 관중들이 지금 외치는 소리 들어보시죠.]
"빠르게! 빠르게! 더 빠르게!"
[더 빠른 공을 던지라는 외침이군요.]
[그렇습니다. 관중들이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박유성이라는 최고의 스타에게 말이죠.]
팡!
162km
"스트라이크!"
거기에 부응하듯 유성도 구속을 좀 더 끌어 올렸다.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고, 헛스윙을 한 타자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크게 헛스윙을 하며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체념한 표정인거 같죠?]
[음... 그런거 같네요. 이건 지금으로써는 칠 수 없다. 그런 느낌인거 같죠?]
[네. 저같아도 이런 상황이면 힘 빠질겁니다.]
손에서 가볍게 볼을 굴리던 유성은 마지막 공의 그립을 잡았다.
마지막 공이었기에 세트포지션이 아닌 와인드업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끌어 모았다.
[와인드업... 3구째.]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유성의 손이 움직였다.
그리고 김태곤은 앞선 공과 달리 고통을 느꼈다.
팡!
[가만히 서서 삼진! 그리고 구속이 165km가 나왔습니다! 자신의 최고 구속을 2km 더 끌어 올리는 박유성입니다!]
[박유성 선수가 팬들의 기대를 부응합니다. 이닝 종료! 무사 만루의 위기를 세 타자 연속 삼구 삼진으로 마무리하는 박유성입니다!]
***
결과적으로 올스타전은 유성의 팀이 패배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유성의 165km의 구속에 집중했기에 그렇게 주목 받지는 않았다.
"박유성 선수 올해도 올스타전에서 최고 구속을 갱신했는데 혹시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가요?"
"아니요. 저는 평소에 최고 구속 이상으로 안 던집니다. 그래서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지는 모르고, 그 공도 올스타전이기 때문에 전력을 짜낸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죠."
"그렇군요. 그래도 매년 구속이 오르고 있는데 조금 더 빠른 공을 기대해도 될까요?"
"글쎄요... 만약 내년에도 오른다면... 그땐 170km를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 오타니도 끝내 도달하지 못한 구속이 170km의 구속이었다.
애초에 지금 유성이 기록한 구속부터가 과거 유성이 알던 오타니의 정점이었다.
"이제 아시안게임 엔트리가 발표될텐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뭐... 뽑혀야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뽑힌다면 최고의 활약을 펼치겠습니다."
물론 사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던 유성이기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발표된 아시안게임 엔트리에서 사전에 이야기된대로 유성은 물론 이재후, 나범성, 박주환까지 4명의 다이노스 선수들이 엔트리에 포함되었고, 다른 팀들도 최소 2명의 미필 선수들이 포함되며 4명의 군필을 제외하면 모두 미필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2014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24인 중 20인이 미필]
[미필 대표팀의 부활?]
[도하 참사를 잊으면 안된다.]
"역시 나오자마자 논란이 되는군."
"실력을 해결해야죠."
"자신은 있고?"
"류감독님하고 이야기해봤는데 예선 경기 1번이랑 결승전에 쓰신다고 하던데요."
"그래? 그럼... 결승까지 보내는게 중요하겠군."
그래서인지 다른 국가에서도 아시안 게임 명단을 보고는 한국을 유력한 우승후보로 보고 있었다.
기본적인 전력이 워낙 압도적이기에 예선은 가볍게 올라갈 것이고, 결승까지만 간다면 MLB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박유성이라는 투수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후반기인데 뭐할꺼냐?"
"에이... 일단 며칠 쉬어야죠. 전반기에 생각보다 이닝 많이 먹고 등판도 많았다고 포스트 시즌 대비해서 등판 일정 다시 조정 중이라던데요."
"그래? 관리 받는건 좋은데 흠..."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들 중 성급한 행보를 보이는 구단도 몇몇 존재 했다.
특히나 오늘 던진 165km의 공은 더욱 그러한 행보를 앞당기는 것이었다.
"안됩니다."
"나 말리지마."
"KBO쪽도 생각을 해줘야죠. 그리고 다이노스의 관리 방식대로면 내년에 데려와도 200이닝을 겨우 던집니다."
"내년에 우승 할 수 있나?"
"글쎄요. 아직 팀의 유망주들이 터질 시간도 더 필요합니다."
"그러니 녀석을 데려와서 그걸 당기겠다는거잖아."
"...왕조를 원하지 않으십니까?"
"왕조?"
당장이라도 뛰쳐나갈듯한 모습을 보인 사내였으나 그 말은 바로 자리에 앉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현 시점에서 우승이 고픈 메이저리그 팀은 몇 없는 상황이다.
물론 모든 팀들이 우승을 원하지만 수십년이나 그 이상동안 우승이 없는 팀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1년을 더 참으라?"
"다이노스의 관리 계획대로라면 내년엔 200이닝이지만 그 다음에는 230이닝으로 사실상 이닝 제한이 사라지는 수준이죠."
"음... 대체 그녀석 계획이 뭐야?"
"우승이죠. 그리고 보스의 계획에 저 친구는 MLB로 넘어올게 유력한 2016시즌부터 에이스를 담당해줘야할 선수입니다."
"에이스? 흠... 저녀석의 실력이 에이스의 재목인건 나도 알고 있어. 아무리 KBO 수준이 낮다고 해도 타고투저 리그에서 1점대 방어율이 폼으로 나오는건 아니니깐. 하지만 오자마자 에이스라..."
"뭐, 저도 가끔은 보스의 의중을 완전히 할 수 없으니깐요."
그때 누군가가 나타났다.
"오신다더니 여기 있었군요."
"아, 이런 이야기한다고 그만 무례를 범하게 되었군."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도 박유성 선수랑 이야기할게 많았던지라 문제 없습니다."
"박유성의 의향은...?"
"당연히 올해와 내년까지 MVP를 수상한 이후에 가겠다는게 본인의 의지입니다."
"그런가..."
결국 MLB 구단의 사전 접촉을 막아낸 시영은 최근 피로가 쌓인 몸을 풀면서 자신도 그곳에서 떠나갔다.
이제 후반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자신도 그에 따른 일정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다시 유성의 상황을 보면 몇몇 선수들과 함께 유성은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올스타전을 위해 숙소가 잡혀 있었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 오늘까지 숙소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어어..."
"며...몇시냐?"
"9시 다 됬어."
"그래?"
"유성이 넌 일찍 일어나네?"
"아니요. 저도 일어난지 얼마 안 됬어요."
올스타전이기에 다른 팀 선수와의 교류가 활발한 편이지만 그래도 같은 팀끼리 있는 것이 나았기에 유성이 있는 숙소는 다이노스 선수들이 있었다.
"어제 기사 엄청 나왔지?"
"165km... 다시봐도 사람이 아닌거 같아."
"그렇기는 해."
후반기 시작까지 아직 일정이 여유로웠기에 선수들은 일어난 이후 각자의 일정을 위해 흩어졌고, 유성도 후반기 준비에 돌입했다.
압도적인 1위에 위치한 다이노스의 순위를 보면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