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Chapter 35 - 왕조의 벽 (1)
트윈스전에 스윕을 거둔 다이노스는 연달아 다음 상대를 맞이하였다.
그 상대는 바로 자이언츠.
"아깝다."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투수를 보며 유성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와 대결을 한다면 좋은 대결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정상 유성의 등판은 자이언츠전 이후였다.
"지난 시즌에는 저도 첫 시즌이라서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어느정도 익숙해진 이번 시즌에 유성이를 보니깐 약간 경외감? 그런 느낌이 들 정도더라고요."
지난 시즌에 공개 되었던 공감 2013은 다이노스 팬들은 물론 다른 팀 팬들에게도 훌륭한 반응을 얻어냈다.
그렇기에 지난 시즌보다 조금 더 세밀한 진행을 위해 다이노스 운영진은 선수 개개인의 인터뷰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테이블 세터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하가 본 유성에 대한 소감은 간단했다.
"솔직히 지난 시즌에 최하위만 하지말자였는데 5위나 했잖아요? 그래서 다들 올해 포스트 시즌은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1위까지 보고 있어요."
[이번 시즌 가장 먼저 10승에 도달한 팀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진입한 MC 다이노스입니다.]
[지난 시즌에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면서 최종적으로 5할의 승률과 5위라는 순위를 달성했죠?]
[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시즌에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며 만장일치 신인왕, 투수 4관왕, 규정 타석 진입에 실패했지만 30홈런까지 때려내며 리그 MVP를 수상했던 박유성 선수가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타자로 나서기 때문에 유성이 몸을 풀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이번 시즌에도 투수는 물론 타자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실제로 자이언츠 전에서 유성의 배트가 다시 한번 매섭게 돌아갔다.
"이 타이밍에 비가 와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연승이 길어지고 있어서 슬슬 부담이 들려고 했는데 다행이네."
"연승이 아직 깨진건 아닌데?"
"그거랑 별개로 쉬는 날이 필요하기는 했거든."
"흠..."
어찌되었든 우천 취소 덕분에 빠르게 홈으로 돌아온 다이노스의 다음 경기는 라이온즈 3연전이었다.
"1차전 나갈래 2차전 나갈래?"
"음..."
하루 휴식으로 인해 5선발인 웨버가 경기를 나설 수도 있고 아니면 일정에 맞춰서 유성이 나갈 수도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유성은 1차전에 바로 자신이 나가겠다는 의사를 알렸고, 그렇게 3연전 첫 경기의 등판이 확정 되었다.
[양팀 1차전 선발이 공개 되었습니다.]
[네, 라이온즈는 배열수 선수가 선발로 나서고 다이노스는 박유성 선수가 선발로 나섭니다.]
[이러면 이 선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네, 박유성 선수 말이죠?]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 3경기 등판해서 23이닝 무실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작성 하고 있습니다.]
[최소 7이닝은 무조건 소화를 해주고 있죠.]
"준비 됬냐?"
"네. 늘 그렇듯 준비는 끝났죠."
"그래... 그러면 슬슬 가자."
그렇게 시작된 3연전의 1차전.
선공은 라이온즈의 몫이었다.
팡!
"초구 157km"
"오늘 스타트가 괜찮은데?"
"박유성을 볼때마다 느낀건 매 경기마다 보통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는거지. 투타겸업까지 하는데도 말이야."
"그만큼 몸 관리는 물론이고 경기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거겠지."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 시즌의 모습을 보았기에 스카우터들은 유성의 몸을 관리하는 방법과 다이노스의 관리 야구에 신뢰를 보이고 있었다.
순식간에 선두 타자에게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지며 바로 헛스윙 삼진으로 첫 타자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스카우터들은 자료를 정리했다.
[박유성 선수의 공 던지는 속도가 빠르다고 해야하나요?]
[다음 공을 던지기까지의 시간이 짧다는거죠?]
[네, 덕분에 타자는 머리가 꽤나 복잡해져요. 안 그래도 구종이 6개나 되는 선수인데 타이밍까지 빠르니깐요.]
"오늘도 어렵겠는데?"
"괜찮아. 우리도 작년이랑은 다르거든."
새로운 외국인 타자덕분에 라이온즈의 타선은 작년보다 더 강해졌다.
그리고 오늘 6번 타순에 배치된 레전드도 오늘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2번 타자 야마이콜 나바로.]
[라이온즈가 몇년만에 데려온 새로운 외국인 타자죠?]
[네, 본래 유격수인데 김성수 선수가 그 자리에 있다보니 2루수에 뛰게 되었죠.]
여기에 채대인, 최영우, 박선민 그리고 이승연으로 이어지는 클린업이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
그 타선을 본 유성은 작게나마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왕조가 폼은 아니란 말이지..."
가볍게 심호흡을 한 유성은 나바로에게 초구를 던졌다.
빠른 공을 예상했던 타자의 허점을 찌르기 위해 그리고 뒷 타자의 생각을 흐트려두기 위한 갑작스러운 체인지업이었다.
[볼. 나바로 선수의 배트가 하마터면 나갈뻔 했어요.]
[어느정도 유도한 공인듯 하죠?]
[네, 참아냈지만 다음 공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겁니다.]
"...제법인데?"
팡!
155km
초구를 가까스로 참아냈던 나바로는 2구째가 정확하게 몸쪽에 파고 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공을 지켜본 그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3구째를 받아쳤다.
딱!
[쳤습니다! 빠른 타구가 좌익수 뒤로! 좌익수가! 잡아냈습니다!]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고도 모자라서 몸을 날려서 막아내는 좌익수 김종하!]
[지금은 박유성 선수에게 도움을 주는 매우 좋은 수비였습니다.]
"수비가 도와주는군."
"뭐... 지난 시즌은 어쩔 수 없지만 이번 시즌은 확실히 수비가 강해졌어."
"FA 영입이 적절하기는 했다는거지."
수비의 안정화는 물론 공격적인 보강까지 이루어졌다.
현재 다이노스의 무서운 연승은 거기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어진 3번 타자와의 승부.
2아웃이기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유성이었지만 여전히 빠른 패턴으로 승부를 보았다.
라이온즈 타자들에게 생각을 할 여유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말이었다.
[헛스윙 삼진! 1회 초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하는 박유성!]
[구속, 구위, 제구, 변화구까지 모두 완벽했습니다. 덕분에 라이온즈는 오늘도 머리가 아프겠네요.]
[뭐, 박유성 선수를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들이 그럴 수 밖에 없기는 하죠.]
그나마 지난 시즌 유성을 공략할뻔했던 히어로즈도 이미 이번 시즌의 유성에게 한번 패배했다.
그만큼 기세가 올라온 상태였기에 다이노스 선수들은 안도하고 유성에게 필요한 몇점의 점수를 뽑는 것에 집중했다.
"요즘 자주 느끼는건데..."
"응?"
"왠지 1회에 점수가 잘 안 나오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담장 밖으로 넘어갔습니다!]
[갑자기 나온 타구라서 저희도 순간 당황 했네요.]
"점수가 안 난다니깐 바로 점수가 나네..."
워낙 뜬금 없는 상황이었기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유성이지만 아무튼 1회부터 리드를 잡을 수 있었기에 돌아온 선수들을 환영해주었다.
갑작스러운 투런 덕분에 2대0의 리드를 받은 유성은 곧 바로 2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타순 한번 좋네."
다이노스가 아닌 자신이 상대할 라이온즈 타선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론 유성은 실점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빠르게 초구 사인을 확인하고 공을 던졌다.
팡!
[여기서 160km가 나옵니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겠다는듯한 모습인데요.]
[힘이 넘치는 경기 초반이니 해볼만한 시도죠.]
"일부로 이러나?"
"4번 타자잖아요?"
"...이런 대우는 좀 싫은데."
약간의 불만을 김태곤에게 표현했던 최영우는 곧 바로 다음 공을 기다렸다.
그 모습을 보며 김태곤은 다음 공의 방향을 잡아주었다.
'가끔은 고맙단 말이지.'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의 피칭은 유성이 강력하게 원하는 것이기에 합의를 통해 정했지만 볼배합이나 코스는 자신에게 권한이 있었다.
물론 유성이 아예 관여를 안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격적인 피칭 하나만 지켜주면 유성은 그가 원하는대로 공을 던져주었다.
팡!
'여기서 체인지업이라...'
2구째 갑작스러운 체인지업에 최영우는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이번 공은 앞선 이닝과 달리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로 몰리게 된 그는 다음 공을 기다릴 여유를 잃고 말았다.
결국 체인지업보다 더 많이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헛스윙을 하면서 삼구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진짜 영악하네."
"...영악하니깐 최고가 됬죠."
삼진을 당한 최영우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자 작은 소리로 답변을 한 김태곤은 다음 타자인 박선민을 맞이했다.
좌타자 다음 우타자로 이어지는 패턴은 뻔하면서도 나름 머리를 굴리게 하는 패턴이었다.
특히나 최영우, 박선민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지금까지는 라이온즈 타선을 잘 막아내고 있는 박유성 선수인데요.]
[워낙 박유성 선수의 강속구가 강력하다보니 그 뒤에 이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대처가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렇죠. 결국 그 빠른 공을 먼저 공략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요.]
딱!
[파울! 제 이야기를 들은걸까요. 바로 반응하네요.]
[그러게요. 확실히 지난 시즌에 비해 다른 팀들도 그랬지만 강속구 대응 능력이 전체적으로 개선이 되었어요. 여전히 박유성 선수의 강속구는 힘든 공이 많지만 말이죠.]
[그것만 해도 충분합니다. 건드리지도 못하는것과 건드리기도 하는 것의 차이는 크니깐요.]
"역시 겨울에 새 구종을 넣기를 잘했네."
바로 2구째인 투심이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하게 공략하며 2스트라이크로 타자를 구석에 몰아넣었다.
여유가 있었기에 유성은 성급하게 승부를 걸지 않고 커브를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해보았다.
[볼. 여기선 한번 돌아가는 피칭을 해보았는데요.]
[지금 상황은 완벽하게 박유성 선수에게 유리한 상황이니깐요. 무작정 급하게 갈 필요도 없어요.]
[그렇죠. 빠른 피칭도 좋지만 가끔은 한번씩 여유를 두는 것도 좋습니다.]
보통 여유를 둔다고 하면 1,2번 더 변화구로 스윙을 유도하겠지만 유성에게 여유는 볼 1개면 충분했다.
유성이 그동안 단련해온 공들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 공이었기 때문에 오늘 경기 최고 구속인 161km의 구속과 함께 유성은 박선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렇게 2아웃이 만들어졌고,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때 유성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올 시즌이 라이언 킹의 부활이 있었던가..."
지난 시즌 이승연은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은퇴할때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그는 다시 한번 준비를 했다.
"대충 할 수는 없겠군."
그렇기에 유성은 패턴을 한번 뒤엎었다.
초구는 높은 코스에서 들어오다가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스트라이크 존 낮은 코스를 노렸으나 아쉽게 볼이 되었다.
하지만 진지하게 스트라이크를 노렸던 공이 아니었기에 유성은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다음 공을 꺼내들었다.
2구째는 투심이었다.
이 공은 몸쪽에 정확하게 들어오며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빠르게 이어지는 피칭을 보며 이승연은 배트를 꽉 잡았다.
지금 눈 앞에 있는 투수는 2년차의 어린 투수가 아닌 리그 최고의 투수였고, 그 투수가 자신을 경계하며 전력으로 덤비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딱!
[파울! 방금 공은 커터죠?]
[네.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네요.]
한편 파울을 만들어낸 이승연은 미묘한 느낌을 받고 배트를 살펴 보았다.
"...허."
작은 감탄을 표한 그는 바로 배트를 교체했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그처럼 경험이 많은 타자는 배트의 상태를 금방 파악 할 수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교체를 감행했다.
그리고 배트를 바꾼 이승연은 4구째의 변화구를 참아냈으나 5구째 정면으로 들어오는 강속구를 때려내지 못하면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161km]
"그래도 그렇지. 노장한테 작은 배려도 안 해주네."
2회 초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