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
Chapter 34 - 괴물 외인들 (4)
3회 말로 이어진 경기.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트윈스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을 확인했다.
"번트는 번트로 갚아준다."
"괜찮을까요?"
"오히려 지금이니깐 해야하는거지."
팡!
[다시 구속이 152km가 기록되는걸 보면 박유성 선수가 힘 조절을 하고 있다는게 보이네요.]
[그렇죠. 흔히 완급조절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중요한 상황에만 빠른 공을 던지는듯 합니다.]
'이 구속이라면... 할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160km의 공보다는 훨씬 상대하기 쉬운 공이었다.
그렇기에 트윈스의 타자는 2구째가 포심인걸 알아차리자마자 기습번트를 시도하였다.
[기습번트! 1루 방향으로... 아, 박유성 빨라요! 바로 1루로! 아웃!]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서 번트를 잡아냈네요.]
[그러게요. 외야수로 수비하던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엄청나게 빠른 반응 속도였습니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견은 없을듯 하군요."
"당연하지. 애초에 MVP를 안 뽑는 곳이 얼마나 되겠나?"
"그러면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할까요?"
"나머지는 시즌이 많이 남아있으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첫 타자의 기습번트를 막아냈기에 유성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다음 타자를 상대할 수 있었다.
"후..."
1사 주자 없음.
타자는 8번 타자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
거기까지 생각한 유성은 바로 자세를 잡았다.
하위 타순에서까지 복잡하게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었다.
팡!
[150km. 구속 조절을 잘 하고 있네요.]
[박유성 선수의 무서운 점이라면 이러다가도 160km로 바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렇다고 그것만 신경 쓰기에는 변화구도 뛰어나고요.]
[덕분에 작년에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었죠.]
[네, 여기에 작년에 비해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딱!
"어?"
[쳤습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지금 이건... 실투인가요?]
[154km가 나온걸 보면 포심인데요. 박유성 선수 표정이 실투라는 느낌이죠?]
[네, 그래도 154km를 칠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쩝... 맞았나."
"매 경기 노히트를 할 수는 없고 실투를 1개도 안 던지는 투수도 없으니깐."
어찌되었든 1사 1루 상황에서 9번 타자를 맞이한 유성은 김태곤에게 새로운 사인을 보냈다.
어느순간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유성이 가지고 있는 구종은 6개였다.
팡!
[여기서 과감하게 커브가 들어오는군요.]
[늘 하는 이야기지만 박유성 선수가 이런 과감한 모습도 있기 때문에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유성 칭찬으로 하루 종일 떠들겠네.
- 분명 경기 중계는 제대로 하는데 사이사이에 칭찬이 다 들어가 있음.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혼란감을 느끼고 있을때 유성의 2구째는 슬라이더였다.
연달아 2개의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낸 유성의 모습은 과감성 이상의 무엇인가가 존재했다.
"만약 포심을 안 쓴다면 남은 구종은 투심, 체인지업, 스플리터."
"병살 유도라면 차라리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쓰는게 좋았을텐데..."
"왠지 박유성이라면 뜬금 없는 공을 들고 나올꺼 같은데?"
"그럴려나..."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로 몰아넣은 유성은 스플리터로 배트를 유도해보았다.
하지만 타자가 참아내면서 볼 카운트는 2S-1B이 되었고, 가볍게 공을 손에서 굴리며 이리저리 그립을 잡던 유성은 공을 잡고 있는 손을 글러브 안으로 가져갔다.
[4구째 쳤습니다! 하지만 투수 앞으로 향하면서 투수 바로 2루! 그리고 1루!]
[1-4-3 병살타! 이닝 종료!]
[지금 공이 뭐였죠?]
[커터 같은데요?]
- 커터가 왜 거기서 나와?
- 박유성은 또 어디서 그런걸 배워 온거여...
순식간에 이닝이 마무리 되자 경기를 지켜보던 스카우터들의 머리도 복잡해졌다.
그동안 알려진 5개의 구종이 6개의 구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포심과 그 공을 보조할 투심. 여기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라는 3대 구종. 그걸로도 모자라서 커터까지..."
"가격 올라가는 소리만 들리는데?"
"어차피 내가 돈 쓰는건 아니지만 경쟁이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어."
지금 이 순간에도 유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많았다.
특히 KBO에서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면서 그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에 이러한 반응은 더욱 거대했다.
"조건 달성시 2015시즌이 끝나고 포스팅 가능이라..."
"3년 연속 MVP가 가능할지부터가 의문이지만요."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일단 2년 연속은 문제 없어 보이겠지만."
4회 초로 이어지는 이닝.
2번 타자부터 시작하는만큼 다이노스는 이번 이닝에 점수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겨우 한 타석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하다는듯 투수는 삼자범퇴로 다시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이닝에는 테인즈 선수가 선두 타자로 들어가겠군요.]
[그 점은 트윈스도 이번 이닝에 삼자범퇴로 막히면 비슷한 흐름이 되겠지만요.]
4회 말.
갑작스럽게 등장한 커터로 인해 트윈스 타자들의 머리는 복잡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영리한 몇몇 선수들은 유성의 피칭을 잘 알고 있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잘 들어봐. 오늘 박유성은 전체적으로 150 초반의 포심을 던지고 있어. 그리고 평소처럼 2/3 정도의 공이 포심이지."
"음..."
"가끔 변화구만 던지기도 하지만 전체 비율상 그러하니깐 실제로 커터를 상대할 확률은 낮아. 오히려 거기에 신경 쓰다가 다른 구종에 당할 수 있으니깐."
"맞는 말이야. 여전히 치기 힘들겠지만 일단 비율이 높은 포심을 노려보자고."
이렇게 트윈스가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려고 했으나 유성의 머리가 한수 위였다.
3회 말에 커터를 꺼내든 것은 병살 유도의 생각도 있었으나 투구 패턴을 바꾸기 위한 의도이기도 했다.
"보면서 느낀거지만... 폼으로 MVP를 받은게 아니군."
"그러게. 타순이 1번 돌자마자 급격하게 포심 비중을 줄였어. 괜히 모든 팀의 견제를 받던 선수가 아니군."
그래도 감탄은 거기까지였다.
4회 말이 순식간에 마무리 되었기에 그들은 5회 초를 막기 위해 다시 나서야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양팀 모두 외국인 타자가 5회 선두 타자로 나서겠군요.]
[네. 먼저 테인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는 1점만 내면 된다.'
그 점은 오늘 경기에서 뛰고 있는 모든 타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공통점일 것이다.
그만큼 중심 타선인 자신에게 더 부담이 되는 문제였지만 테인즈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눈 앞의 투수의 공을 때려내면 되기 때문이었다.
딱!
[파울!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윙을 해보는 테인즈 선수입니다.]
[네, 150 초반의 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자주 봤을테니깐요. 테인즈 선수가 못 칠 공이 아니에요.]
[그래도 부담이 많겠죠?]
[그 부분은... 아무래도 당연하겠죠. 지금의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1점으로 경기의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나 장타력이 있는 테인즈의 역할이 중요하죠.]
"어때?"
"뭐가?
"누가 이길꺼 같아?"
"글쎄..."
2구째를 기다린 테인즈는 3구째에 연달아 들어온 유인구마저 걸러내며 1S-2B라는 볼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테인즈 선수가 잘 참고 있네요.]
[어떻게든 흐름을 만들야 하는게 지금의 테인즈 선수니깐요,]
그 말대로 침착하게 공을 지켜보고 있는 그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4구째에서 헛스윙을 하며 2S-2B로 몰리게 되었지만 침착하게 심호흡을 한 그는 5구째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이걸 기다렸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날아갑니다! 중견수가 따라가는데요.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담장! 밖으로 넘어갑니다! 테인즈의 0의 흐름을 깨는 솔로 홈런!]
[정말 대단하네요. 그 순간에 정확히 받아쳐서 홈런을 만들었습니다.]
이걸로 스코어는 1대0.
리드를 내주자 투수는 허탈한듯 잠시 고개를 내렸으나 이내 다시 고개를 들고는 나머지 하위타순의 타자들을 순식간에 처리하며 더 이상의 점수를 용납하지 않으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잘 했어."
"이정도면 충분하지?"
"당연하지. 깔끔하게 틀어막아줄게."
5회 말.
1점을 내준 상황에서 트윈스도 새로운 외국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타석에 들어선 그는 천천히 자세를 잡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첫 타석으로 알아낼 수 있는건 다 알아냈다.'
커터는 분명 골치 아픈 공이지만 못 칠 공은 아니었다.
게다가 마운드 위의 저 투수는 자신감이 가득한 상태이다.
팡!
'158km... 98마일 정도인가.'
지금 이 공만으로도 치기 어려운 공이기는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은 폼이 아니었다.
딱!
[쳤습니다!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완전히 가르는 타구!]
[1루 지나서 2루로! 타자 엄청 빠릅니다!]
겨우겨우 중견수인 나범성이 공을 잡았을때 타자는 2루에 거의 근접했다.
그것을 본 것인지 이종우가 급하게 3루를 외쳤고, 범성도 3루를 향해 바로 자신의 송구를 날렸다.
[타자 3루로! 중견수도 3루로! 아슬아슬 한데요!]
[판정은?]
[세이프! 엄청납니다. 이런 순간에 결정적인 3루타가 터졌습니다!]
[이걸로 무사 3루! 트윈스가 동점 찬스를 잡아냅니다!]
"아니 저거... 저걸 치네."
약간의 허탈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점수를 내준건 아니지만 폭투든 외야 플라이든 심지어 내야 땅볼도 위험했다.
'괜찮냐?'
'네, 대신 지금부터 조금 고생하실거빈다.'
'...각오했어.'
팡!
160km.
위기라면 그에 맞게 더 강하게 밀어붙인다.
그런 의지가 전해지는 공이었기에 팬들은 환호를 보냈고, 해설진도 감탄을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면 대결. 박유성 선수이기에 가능하다고 해야할까요?"
"글쎄요... 그래도 박유성 선수니깐 이런 도전이 가능한 것은 맞습니다."
팡!
[구속이... 162km! 작정하고 전력으로 던지기 시작한 박유성 선수입니다.]
[이러면 타자는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렇죠. 저걸 칠만한 타자는 소수에 불과할겁니다.]
"KBO에 포스팅 금액 제한이라도 걸어야하는거 아닌가 몰라."
"확실히 이 페이스라면... 역대 최대 금액도 각오 해야겠지."
"NPB도 2천만불 제한이 걸렸는데 KBO는 그보다 아래로 맞춰야하나?"
"그러면 KBO 구단들이 또 반대를 하겠지."
안 그래도 일부 행동이 빠른 MLB 구단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 상태였다.
물론 KBO측에서는 류연진이라는 선례를 보았기에 함부로 제한을 걸게 해줄 생각이 없었다.
"특히 박유성이라는 류연진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선수가 매물로 있으니 더 이상은 양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더군요."
"다르빗슈가 5200만불 정도였던가?"
"그정도 금액입니다. 하지만..."
"규정 변경으로 다나카는 2천만불로 제한 되었지."
팡!
[헛스윙 삼진!]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박유성 선수가 2번째 타자도 삼진으로 처리하며 순식간에 2아웃을 만들어냅니다!]
[무사 3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얻어냈지만 점수를 획득하지 못하고 역으로 2사 3루까지 밀리게 된 트윈스입니다.]
"올해 진짜 힘들겠네."
에이스의 자리를 맡은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유성과 대결하는 선수들 하나하나가 작년보다 더 많은 힘을 자신의 승부에 쏟아붙고 있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유성은 그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전진하면서 잡고 1루로! 아웃!]
[마지막에는 커터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이걸로 차이는 명백해졌다.
1대0이라는 스코어는 이 시점 이후부터 경기가 마무리 될때까지 변하지 않았고, 결국 승자는 유성이 되었다.
이 승리 덕분에 다이노스는 위닝 시리즈를 확정할 수 있었고, 이 다음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기어코 스윕까지 완성하게 되었다.
"돈이 아깝지 않을 선수군. 마치 에이스 ...아니 지배자를 보는듯 하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MLB의 힘을 보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