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
Chapter 34 - 괴물 외인들 (2)
삼진이라는 대가를 주었지만 10구의 승부는 유성에게 확실한 정보를 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2회 말이 마무리되고 경기는 3회 초로 이어지게 되었다.
"다행인건 우리쪽도 에릭이 잘 던지고 있다는거지."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글쎄..."
2이닝간 봐온것이 있기에 선수들은 어느정도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성은 이글스 타선을 보며 긴장감을 풀수가 없었다.
"일단 집중해. 실수하면 바로 상위 타순으로 이어지니깐."
"네."
잠시 의논을 나누었던 외야수들은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그러나 긴장한것과는 달리 3회 초는 별 다른 위기 없이 마무리되었다.
"할만해."
"그래. 에릭이 버텨주는 사이에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내면 문제 없어."
하지만 상대 선발도 폼으로 데려온 투수가 아니라는듯 3회 말의 공격은 가볍게 막히게 되었고, 잘 버티던 에릭이 4회 초에 2점을 내주며 다이노스는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3회까지 잘 버틴 에릭입니다만 4회에서 흔들리고 말았네요.]
[한 타순이 돌았으니깐요. 이렇게 되면 다이노스 타자들의 부담이 커지겠네요.]
그래도 4회 말에 이어진 다이노스의 공격은 다이노스에게도 기회였다.
딱!
[쳤습니다! 안타! 선두 타자 박민오 선수가 초구를 안타로 만들어냅니다!]
'분명히 치기 부담스러운 공이지만...'
다이노스에는 박유성이라는 괴물이 존재한다.
스프링캠프부터 그의 연습 투구를 수 없이 상대해보았기에 왠만한 강속구는 전부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노스 선수들의 강속구 대응 능력은 상승했다.
덕분에 4회 말이 시작되자마자 무사 1루의 찬스가 만들어졌고, 2번 이종우는 상황을 냉정하게 보았다.
'투수는 우투수지만 이글스 포수는 어리다. 그렇다면 민오의 주력으로...'
실제로 1루 코치의 사인도 그의 생각과 일치했다.
그걸로 그의 목표는 정해졌다.
최소한 주자를 진루 시키는 것이었다.
팡!
주자가 있음에도 투수는 흔들리는 모습이 없었다.
그 생각을 하며 이종우는 2점이라는 점수 차이가 크게 느껴지기는 했으나 뒤의 타자들을 떠올리고는 곧 바로 타격을 하였다.
[주자 뜁니다!]
[타자 쳤습니다! 2루는 늦었고 1루로!]
[열심히 뛰었지만 살수는 없었네요.]
[그래도 1사 2루로 바뀌었기에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죠.]
"범성이가 할수있을까요?"
"선구안은 좀 걸리겠지만... 컨택과 파워는 착실히 보강했어. 제대로 맞춘다면 따라갈 수 있을꺼야."
팡!
[초구 스트라이크. 여전히 150km가 넘는 구속을 유지하고 있는 캠버스 선수입니다.]
[초반에 비해서는 약간 내려오기는 했지만 확실히 이글스가 좋은 선수를 데려온듯 합니다.]
[그렇죠. 타자도 그렇고 확실히 작년과는 다릅니다.]
"유성이는 이런걸 잘만 치네."
딱!
"나도 이젠 못 칠 정도는 아니지만."
[이 타구는 큽니다! 우중간! 우중간으로! 우익수... 중견수! 중견수가 잡아냅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저 타구를 잡아냈습니다!]
- 아니 저걸 잡아?
- 헐...
그나마 2루에 있던 민오가 급하게 리터치를 해서 3루로 달렸기에 타구 자체는 진루타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2사 3루의 상황이 되며 희생플라이도 칠 수 없게 된 점이었다.
"와, 저걸 잡네."
"아까웠다."
"중견수는 조심해야겠어요."
"그래."
[이렇게 되면 투수는 폭투 같은 부분만 신경 쓴다면 온전하게 타자에게 집중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다시 보시면... 이야... 저걸 잡았네요.]
[어쩌면 올해 최고의 수비가 나온걸지도 모르겠네요.]
펜스에 하마터면 박았을지도 모를 정도로 혼신을 다 한 수비였기에 외국인 선수라는 것 이전에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이글스는 이호중의 내야와 외야 사이에 떨어질듯했던 아슬한 타구를 유격수가 몸을 날려서 잡아내며 위기를 마무리했다.
"다이노스한테는 안 좋군."
"그러게. 다음 이닝의 시작이 테인즈부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일단 에릭은 5회 초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4회의 위기를 맞이하게 한 타선이 지나갔으니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5회 말로 이어진 공격에서 선두 타자인 테인즈는 6구째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결국 유성은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야했다.
"주자 없음이라..."
가볍게 배트를 돌리며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집중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앞 타석 10구의 승부와 이후에 누적된 정보까지 감안한다면 얼마든지 칠 수 있는 요건이 완성 되었다.
'이래도 아직 그 시절의 폼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그 시절은 당연히 회귀 전의 메이저리그를 폭격하던 시절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지금의 실력도 회귀 전 KBO 시절과 비교해서 거의 근접한 상태였다.
딱!
[파울!]
[가볍게 쳐내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아무래도 박유성 선수에게는 쉬운것 같죠?]
[글쎄요... 단순히 파울로 만든다고 쉽다고 하기에는...]
팡!
"후..."
아슬하게 볼이 되었다.
1S-1B로 바뀐 볼 카운트를 보며 잠시 생각을 정리한 유성은 결정을 내렸다.
어떤 공을 때려낼지 말이었다.
'이거다.'
딱!
[큰 타구! 높게 뜬 타구입니다.]
[중견수... 우익수 방향인가요?]
[일단 계속 물러나고 있는데요...]
타구를 천천히 따라가던 두 외야수는 순간 불안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서로를 보고는 펜스를 확인했다.
그것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텅!
[외야수 모두 정지! 그리고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엄청난 체공 시간에도 불구하고 담장을 넘어간 거대한 타구를 때려낸 박유성의 추격을 시작하는 솔로 홈런!]
"저게 사람 파워냐?"
"맞지. 저녀석도 일단 사람이잖아."
"그렇네."
모두의 감탄을 자아낸 거대한 홈런으로 스코어는 2대1로 바뀌게 되었다.
아쉽게 추가점을 얻어내지 못했기에 5회 말에 더 이상의 점수를 뽑아내지는 못했지만 한순간에 리드를 넘길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 팽팽한 투수전은 7회가 끝나며 양 선발이 내려가면서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8회 초 곧 바로 이글스가 1점을 추가하며 스코어를 3대1로 늘려버렸다.
"이런..."
"3점을 뽑아야 역전이라..."
타순을 확인하던 선수들은 유성에게 한번 더 기대를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3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때려내며 오늘 다이노스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바로 유성이었기에 선수들은 어떻게든 유성의 타석이 돌아오도록 출루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글스도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려는 의지가 강했기에 작정하고 틀어막기 시작하며 8회 말에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최소한 따라는 잡아야하는데..."
"그래도 우리쪽 불펜도 나쁘지 않아."
실제로 9회 초에 다이노스 불펜은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타선에게 마지막 공을 넘겼다.
그리고 마침 9회 말에 이어진 다이노스 타선은 3번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나범성, 이호중, 테인즈로 이어지는 타순이 9회 말에 찾아온 다이노스입니다.]
[아마 박유성 선수에게 연결하는걸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오늘 타격감이 가장 좋은 선수이기니깐요.]
[그렇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1명이라도 출루를 해야합니다.]
"맞아서라도 나가라."
"난 늙어서 일부러 맞기는 좀..."
"아니 그런 말을 하시면..."
"그러니깐 성급하게 치지말고 침착하게 해라."
"...네."
이호중 입장에서는 범성도 아직 어린 선수였다.
그렇기에 이 순간에 이러한 이야기를 했고, 범성도 이호중의 의견을 받아서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집중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이글스도 9회 말 승리를 위해 마무리 투수를 올렸기에 이 승부는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범성은 우선 초구를 지켜보며 투수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글스 마무리의 공이 나쁘지않네?"
"시즌 초반에는 아직 힘이 남아돌 시기니깐."
그런 의미에서 다이노스의 마무리인 주환은 나름 편안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점수 차가 크게 난 경기들이 제법 있다보니 등판 횟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박유성 앞에 주자가 몇명 쌓일지도 관건이겠군."
"여기서 끝낼려면 2명이 쌓여야하는데..."
3명 중 2명의 출루는 꽤나 어려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범성은 그 어려운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 능력이 있었다.
딱!
[쳤습니다! 1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타구! 2루타 코스입니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주자가 나가게 되었습니다. 무사 2루라면 다이노스도 할 수 있어요.]
[그렇죠. 이어서 타석에 들어서는 4번 타자 이호중.]
원래대로라면 7회가 끝나고 교체 되었겠지만 김강문 감독은 그를 믿고 1타석을 더 놔두었다.
"아쉽네. 이참에 내가 끝낼까 했는데..."
딱!
[초구 바로 쳤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좌중간을 완전히 갈라버렸습니다!]
[2루 주자는 3루 돌아서 홈으로. 타자도 2루에서 멈춥니다! 이호중의 1타점 적시 2루타!]
[이걸로 스코어는 3대2. 다이노스가 1점 차로 추격을 시작합니다!]
"이야... 그냥 해결해버리셨네."
"하긴 어중간하게 주자 모을바에 그냥 1점이라도 챙겨와야지."
곧 바로 이호중은 대주자와 교체 되며 오늘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글스의 투수는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테인즈를 상대로 어려운 피칭을 이어가다가 결국 볼넷으로 그를 출루 시키며 무사 1,2루 상황에서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연결 됬네..."
주자는 1,2루.
어중간한 단타로는 2명 다 부르는게 힘들다.
그렇다고 홈런을 막 때려낼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유성은 우선 몇개의 공을 지켜보기로 했다.
가끔은 파울을 만들기도 했다.
2S-3B이라는 흔히 말하는 풀카운트가 될때까지 말이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과감하게 볼을 던지며 주자를 채우겠지만 유성의 주력을 알고 있는 이글스였에 그 수만큼은 쓸 수 없었다.
"폭투면 바로 주자가 들어오기도 하니깐..."
그래서 풀카운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글스는 승부를 선택해야했고, 이 선택은 결국 고개를 떨구게 되는 승부였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모두의 예상대로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를 완전히 가릅니다!]
[미리 스타트 끊었던 2루 주자는 벌써 홈으로! 그리고 1루 주자도 3루를 지나서 홈으로 들어옵니다! 경기 종료!]
[마지막 순간에 터진 2타점 적시타로 스코어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두는 다이노스!]
극적인 승리를 거둔 다이노스는 그 기세를 타고 다음 날에도 화끈한 승리를 거두며 이글스전 위닝 시리즈를 완성하였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로 이동을 한 다이노스는 GL 트윈스를 만나게 되었다.
"오늘 유성이는 쉬어라."
"네."
내일 등판이 있기에 트윈스전 첫 경기는 휴식을 취하게 되었고, 하필 유성이 빠진 이 경기는 대첩이라고 불리는 경기였다.
이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수 많은 투수들이 등판하고 강판 당하는 대 접전 끝에 최종 스코어 12대11로 다이노스가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게 되는 양팀 모두에게 피해가 간 경기였다.
물론 패배를 하고만 트윈스의 피해가 더 크겠지만 아무튼 다이노스도 불펜이 총력전으로 투입되었기에 다음날 등판하는 유성의 역할이 중요했다.
"에이스 자리를 맡았는데 이런 경기에선 8이닝 정도는 던져 줘야겠죠?"
"그정도면 감독님도 더 바랄게 없으실꺼야."
마침 트윈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새 외인 투수를 준비 시켰다.
그렇게 화끈하게 불타올랐던 1차전에 이은 양팀의 에이스가 맞붙는 2차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