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
Chapter 34 - 괴물 외인들 (1)
"제법이네?"
"솔직히 말해서... 한 리그의 MVP라면 저정도는 해줘야지."
"그렇기는 해."
이 경기를 지켜본 각팀의 외국인 선수들은 박유성이라는 이름의 선수에게 집중을 하였다.
놀라운 투타겸업의 성적까지 확인했기에 그들의 KBO에서의 목표점이 바로 유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우리팀 일정부터 소화해야겠지만 말이야."
"그래, 아무리 그래도 우리팀이 하위권에 있는건 못 봐줄 일이니깐 말이야."
이번 시즌 모든 팀에 외국인 타자가 도입 되었다.
그러면서 일부 팀들은 투수진에도 변화를 주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GL 트윈스였다.
***
"으어어..."
"고생 많았다."
"아니, 너야말로 고생 많았지. 예상 외로 4아웃을 잡아야했으니깐."
다이노스는 결과적으로 3명의 불펜 투수로 경기를 마무리 하는것에 성공했다.
비록 무승부로 끝나버린 경기가 되버렸지만 이민오가 1.2이닝을 막아낸 뒤에 위기를 맞이했기에 주환이 한 타이밍 빠르게 올라와서 1.1이닝 퍼펙트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개막전부터 이러면..."
"괜찮아. 따지자면 저쪽이 오늘 피해가 더 컸어."
"그런가... 그래도 12이닝 무득점으로 막혔는데 타선 괜찮을려나?"
"그쪽도 문제 없지. 연장전 돌입 이후에 운이 없었던 상황이 꽤나 있었거든."
유성이 그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기에 주환도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이야기로 전환하였는데 미래고 출신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철민이는 테인즈 덕분에 2군 스타트. 3루 연습을 하고 있다는데 음..."
"다른 애들은?"
"2군에서 시작이거나 소식도 없거나... 일단 지훈이도 2군에서 시작이라고 하던데."
"그렇구나..."
결국 올해도 동기 중에선 유성과 주환만 1군에서 뛰는 것이었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라는듯 주환이 추가로 해준 이야기는 긍정적인 것들도 있었다.
"작년에 MVP에 4관왕에 학교도 난리났더라. 야구부 인원을 줄이기로 했는데도 선수가 더 몰려서 결국 작년보다 조금 더 늘렸다더라."
"결국 그렇게 됬나 보네."
학교에서 유성 같은 선수를 배출하면 그만큼 그 학교에 더 많은 유망주들이 몰리게 된다.
결국 인원 감축을 포기하고 미래고는 다시 인원을 늘려야했다.
"슬슬 자야겠다."
"벌써?"
"너도 내일 연투할 가능성을 생각해야지."
"하긴..."
그리고 다음날 유성은 시영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꼬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필요할겁니다.]
"괜찮아요. 올해 우승을 해도 내년까진 있어야하니깐요."
[네, 천천히 진행하도록 하죠.]
통화를 마무리한 유성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바로 어제 등판을 했었기에 푹 쉬라는 지시대로 유성은 누워서 SNS를 실행 시켰다.
"어디서 SNS가 인생의 낭비라는 소리가 들리지는거 같지만 뭐..."
회귀 전에도 유성은 나름 SNS를 사용했다.
자제라는 이름으로 철저하게 SNS 사용을 관리했기에 문제가 된적은 1번도 없었다.
그렇게 유성이 한참 뒤에야 경기장에 도착했을때 막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늦었네?"
"누워서 잠깐 늘어진다는게 꽤나 길어졌어."
전날 극한의 투수전에 의해 억눌렸던 양팀의 타선은 오늘 경기에선 귀신같이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전의 역전을 반복하는 치열한 타격전이 이어졌으나 9회만큼은 다이노스도 안심 할 수 있었다.
팡!
[헛스윙 삼진!]
[선두 타자에게 147km나 되는 공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박주환 선수입니다.]
[언더핸드가 이정도 구속이 나오는건 꽤나 놀라운 일이죠?]
[네, 지난 시즌에도 145까지 올라와서 언더핸드치고 매우 빠른 공을 던졌는데 올해는 시즌 초반인데도 작년보다 더 빨라졌네요.]
겨울에 주환과 같이 훈련했던 유성은 구속 상승의 효과가 나온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활동 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인해 코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시점에서 유성만큼 뛰어난 코치는 없었기에 주환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었다.
딱!
[쳤습니다만 2루수 잡아서 1루로 아웃! 쓰리 아웃 경기 종료!]
[마지막 싱커가 정말 좋았네요.]
[그렇죠. 작년보다 한층 더 성장한 박주환 선수가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합니다.]
이걸로 시즌 첫승.
지난 시즌 4경기만에 첫승을 거둔것과 달리 올해는 2경기만에 첫승을 거두게 되었다.
덕분에 기세를 타기 시작한 다이노스는 유성이 타선에 합류한 경기부터 폭발적인 파괴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타자로써는 시즌 첫 경기인 박유성 선수가 오늘 가볍게 멀티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이정도면 홈런왕 경쟁에 끼어들지도 모르겠는데요?]
[아쉽게도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박유성 선수의 경우 규정 타석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요.]
[네, 그 부분이 아쉽죠.]
이후 경기에서는 조금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3경기에서 3홈런을 때려내며 유성은 투수는 물론 타자로써도 작년의 성적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그런 맹활약을 펼친 뒤에 등판한 히어로즈전은 7이닝 1실점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로 시즌 첫승을 거둔 유성을 중심으로 다이노스는 본격적으로 정점을 노리기 시작했다.
첫주부터 5승 1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달리기 시작한 다이노스였지만 그 다음주에 이어진 이글스전의 첫 경기는 아쉽게 패배를 하며 연승이 멈추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다음 경기에서 만난 이글스의 새 투수는 요주의 투수 중 하나였다.
팡!
"155..."
"저런 괴물을 어디서 데려온거래냐."
"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연스럽게 시선은 몇명에게 모였다.
베테랑인 이호중이나 외국인인 테인즈 그리고 리그 최고의 타자로 평가 받고 있는 유성.
마침 절묘하게도 세 사람은 4,5,6번으로 이어지는 타순이었다.
"내가 최대한 지켜볼게."
"네."
다이노스의 홈에서 치루어지는 경기였기에 다이노스의 공격은 1회 말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세 타자가 정리 되었다.
"하... 저걸 어떻게 치라는거야."
"조금만 젊었으면 해보겠는데... 안되겠다."
"나중이면 모를까 지금은 못 치겠다."
박민오, 이종우, 나범성으로 이어지는 타자들이 시작부터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행인 점은 다이노스 선발로 나선 에릭이 첫 2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아내며 타선에 여유를 주었다는 점이었다.
"가자."
2회 말.
어떻게 본다면 다이노스의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이닝이었다.
팡!
[155km의 공이 장난 아니네요.]
[저기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박유성 선수를 생각하면 효과가 줄어드는 느낌이지만 말이죠.]
[네,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도 다이노스 타자들이 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쉬운 경기가 되지는 않을듯 합니다.]
"변화구는 커브와 체인지업... 3개의 구종인가."
"아니. 투심도 있어."
"그래?"
작년까지 MLB에서 뛰었던 테인즈의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유성은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호중이 이미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걸러내면서 2S-2B의 상황을 만들었기에 여차하면 주자가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호중도 다음 공을 고민하다가 하나의 이미지를 잡아서 대비를 하였다.
'앞선 경기에 붙은 팀과는 다르다고 했던가...'
심호흡을 하던 그는 결정구를 꺼내들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5구째가 날아들자마자 스윙을 시작한 이호중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공에 순간적으로 변화가 생기지만 않았다면 말이었다.
'뭐야?'
팡!
[헛스윙 삼진! 이호중을 돌려세웁니다!]
[지금 이건... 그립과 공의 변화로 봤을때 투심 같네요.]
[완벽히 당했다는 표정의 이호중 선수인데요.]
"크... 방금 투심이었지?"
"네. 그래도 이쯤이면 다 확인한거 같네요."
"아무래도 그렇지."
테인즈가 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유성은 대기 타석에 들어갔다.
150km가 넘는 공을 가볍게 던지는 투수였기에 배트 스피드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대부분의 파이어볼러가 그렇지만 자신의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크다. 그러니... 승부를 본다면 덤벼드는 초반.'
딱!
[쳤습니다! 하지만... 파울!]
[살짝만 안쪽으로 들어왔으면 2루타나 아예 3루타도 노렸을 코스인데요.]
[타구가 빨라서 3루는 애매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쉬운 파울이 되었습니다.]
'역시 방심할 수 없군.'
메이저리그에서 테인즈랑 대결해본건 딱 1번이었지만 그때는 방심하다가 그만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바로 작년의 일이었기에 테인즈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 공격적으로 나오는군."
그러면서 테인즈도 유성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한번 맞아본적이 있기에 아마 결정구로 그 공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2,3구를 차분하게 지켜보며 2S-1B의 볼카운트를 만든 테인즈는 이제 그 공이 올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와라.'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중견수가 뒤로 따라갑니다! 담장을 넘어가지 못하고 잡히고 맙니다!]
[넘어갔을지도 모르는 저 타구를 잡아내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타자인 페트로!]
[겨우 한숨을 돌리는 캠버스입니다.]
"아까웠어."
"저걸 잡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뒤에서 지켜본 유성이었기에 중견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는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시선은 좌,우익수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FA로 영입한 이영규가 부상으로 수비를 못하는 상황에서 이글스의 약점은 짧은 좌우측 외야의 커버 범위다.'
다만 중견수가 저정도 광범위함을 보여주고 있기에 마냥 방심할 수도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타석에 들어선 유성을 마운드의 투수가 반겨주었다.
"칠 수 있겠냐?"
"글쎄요..."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이글스 포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런 이야기에 익숙한 유성이었기에 가볍게 이야기를 받아주었다.
"최소한 작년처럼 막 때려내지는 못할꺼다."
"어차피 저도 많이 안 바랍니다."
팡!
154km가 기록되는 구속을 보며 유성은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그리고 대화를 끊고 타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음 공은 커브?'
'...OK.'
사실 지난 시즌 유성의 컨택 능력이나 장타력에 가려진 것이 있었는데 바로 선구안이었다.
지난 시즌 중에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겨울 사이에 지난 시즌의 자료를 모두 분석해온 이글스는 유성이 어지간한 유인구에 속지 않는 다는것을 알고 있다.
아슬하게 걸쳐서 들어갈듯 말듯하게 들어오는 완벽하게 제구가 된 커브는 그런 분석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한박자 느렸지만 주심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불리한것은 유성이었다.
애매한 코스는 잡아준다는 이야기니 조금은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3개의 공을 추가로 던졌음에도 유성은 아웃을 당하지 않고 오히려 볼카운트를 2S-2B로 만들며 팽팽한 상황을 유지 시켰다.
'이런 흐름이라면 어차피 오늘 경기에서 많은 점수를 못 낸다.'
마침 다이노스도 많아봐야 3점 정도만 허용할게 분명하기에 유성은 첫 타석을 과감하게 버리기로 정했다.
딱!
그렇게 나온것이 바로 커트를 통한 파울이었다.
[캠버스가 꽤나 화가 날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러게요. 방금의 공으로 9번째 공을 던졌는데도 타자를 잡지 못했으니깐요.]
[게다가 볼카운트도 풀카운트라서 애매한 공을 던지기도 힘든 상태입니다.]
'포심 4개, 커브 2개, 체인지업 2개, 투심 1개라...'
생각 이상으로 변화구가 좋았기에 억지로 파울로 만든 타구도 있었지만 못하겠다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투심은 그 수준을 조금 더 뛰어 넘었는데 볼이 된게 아니었으면 유성은 진작에 물러났을 것이다.
'이제 뭘 던지지?'
'투심 말고는 방법이 없겠는데?'
'역시나...'
이어진 10구째가 날아오자 유성도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날 경기의 첫 타석은 10구의 접전 끝에 유성의 헛스윙 삼진으로 마무리 되었다.
"덕분에 감 잡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