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
Chapter 33 - 2014 개막전 (2)
3회 초로 이어진 경기.
하위타순이었기에 유성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은 이렇게 써야한다고 말하는것처럼 FA로 영입된 손시한이 양현정에게 갑작스러운 안타를 때려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생각보다 더 잘 쳤네요.]
[네, 살짝 빠지는 공으로 봤는데 그걸 때려낸 손시한 선수입니다.]
"나이스. 선두 타자 출루야."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것은 모창인.
파워가 부족한 하위타선을 보강하기 위해 그를 8번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김강문 감독이었으나 아쉽게도 그는 양현정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헛스윙 삼진! 아쉽게 물러나는 모창인 선수입니다.]
[지금은 양현정 선수의 구종 선택이 아주 좋았습니다. 포심을 노리는 선수에게 체인지업은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하니깐요.]
"아까웠어."
"그래도 주자가 2루 갈 시간은 벌었으니깐."
"그래도 아예 3루나 점수로 연결 시킬 수 있었는데..."
"다음 이닝에 잘하면 되니깐 수비 준비나 해."
삼진을 대가로 주자는 2루로 향하며 상황은 1사 2루가 되었다.
하지만 타자가 9번 타자인 김태곤이었기에 사람들의 기대치는 낮았다.
- 투구수라도 늘려라.
- 그냥 기대 안 한다. 초구 같은거나 치지마.
딱!
[파울! 타이밍이 살짝 안 맞았네요.]
[네, 조금만 더 맞았으면 그대로 페어가 되어서 주자를 불러들였을텐데요.]
아슬하게 파울이 되는 타구가 나왔기에 모두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양현정이 곧 바로 변화구를 꺼내들었기에 김태곤은 어떻게든 공을 때려내려고 했으나 양현정에게 6개의 공을 던지게 하는 성과를 내고 삼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결국 투구수를 늘리게 하는 것에 그치며 물러나게 된 김태곤 선수입니다.]
[이제 타순이 1바퀴 돌아서 다시 1번 타자로 돌아오게 되었는데요.]
[오늘 2번째 타석을 맞이하는 박민오 선수입니다.]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네..."
"이제 시작인데?"
팡!
"스트라이크!"
"오늘 투수 컨디션이 너무 좋아요."
"...하긴."
딱!
그때 과감하게 2구째를 받아친 민오였으나 아쉽게 타구가 유격수에게 향하면서 순식간에 3번째 아웃카운트를 내주고 말았다.
[쓰리 아웃. 이닝 체인지.]
[조금만 옆으로 더 빠졌으면 안타인데 아쉽네요.]
[네, 김석빈 선수의 수비가 정말 좋았어요.]
그 말대로 살짝만 더 빠르거나 유격수의 수비 범위를 벗어나는 타구였다면 안타가 되었겠지만 때려낸 것만으로도 칭찬해줄만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유성은 바로 마운드로 향했다.
그렇게 3회 말로 이어지는 경기에서 유성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타이거즈에서 뭔가 이 상황에 변화를 주기 위해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듯 했지만 유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 이상 유성의 공을 건드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변화구도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게 작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변화구의 구속이 올라갔기에 유성의 공은 더욱 공략하기가 까다로워진 상태였다.
"슬라이더가 150km 찍는게 말이 되냐?"
"저걸 어떻게 치지?"
"일단 힘이라도 좀 빼놔야겠는데..."
"왜 하필 개막전에 만나서..."
타이거즈 선수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유성의 포심도 공략이 힘든데 변화구들까지 난공불락의 위력을 보이고 있었으니 그들로써는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삼진 1개도 안 줘서 다행인가?"
"그렇네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3회 말은 삼자범퇴로 이닝이 마무리 되었으나 삼진은 나오지 않았다.
투구수도 적당히 늘렸기에 유성의 투구수는 34구가 기록된 상태였다.
- 좀 많이 던진거 같더니만 아직도 34구냐...
- 개막전 완봉이라도 노리나...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요. 1점을 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갈리는 경기라서..."
유성으로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면 유성이 해결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타자들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4회 초로 이어진 경기.
첫 타석의 경험이 있기에 타자들은 이전보다 더 좋은 대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현정도 넘어간 흐름을 알고 있었기에 다이노스 타자들에게 작은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2,3,4번 타자가 아웃을 당했네요.]
[힘으로 찍어누르는 피칭에서 갑작스럽게 맞춰잡는 피칭으로 방향을 돌렸네요.]
[그렇죠? 아무래도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나름 고민을 하고 온듯 한데요.]
"갑자기 페이스가 빨라졌는데?"
"체력은?"
"전 애초에 투구수 적은 편이라 문제 없어요."
"하긴... 이번 이닝부터 중요한거 알지?"
"네."
첫 타석보다는 두번째 타석에 더 주의를 해야하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공을 손에서 가볍게 굴리며 고민하였다.
"그대로 밀고 가야하나 아니면 나도 바꿔야하나..."
8이닝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지금 페이스로 가더라도 충분했지만 양현정의 모습을 봤을때 어쩌면 8이닝을 던져도 어려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대단하군. 저 투수 작년에는 그렇게까지는 잘 했던 투수는 아니지?"
"어디보자... 작년에 성적 자체는 괜찮았는데 100이닝 정도 밖에 못 뛰었어. 제일 많이 던졌던 시즌도 170이닝이 안되고."
"그래? 내구성이 문제인가..."
팡!
그때 유성의 구속은 160km를 기록하고 있었다.
"최소한 오늘 경기에서 양현정의 폼은 그 박유성이 진심을 하게 만들 정도인듯 하군."
"기록만 봐도 못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으니깐 컨디션이 좋은거겠지."
스카우터들이 여러 장면들을 기록하는 사이에 타이거즈 타자들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150 중반에 겨우 적응했는데 150 후반으로 바로 올려버리면 어쩌자는건지..."
"저희도 먹고 살아야하니깐요."
"쯧. 우리가 더 힘들어 이놈아."
선두 타자는 이미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2번 타자인 김주천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포심을 연속으로 던지는 가능성도 있지만 160km 이상을 던지지는 않을테고...'
아마 여기서는 변화구로 자신의 시선을 흔들게 분명했다.
그게 유인구인지 카운트를 잡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다리는 것을 선택한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성이 2구째로 던진 공이 체인지업이었기에 그 공을 참아내면서 1S-1B을 만들어냈다.
이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그는 바로 3구째에 배트를 휘둘렀다.
딱!
[파울! 158km나 되는 공이었는데요.]
[박유성 선수가 KBO 최고의 투수가 될 수 밖에 없는게 바로 저 구속이니깐요.]
[네, 워낙 빠르다보니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이 헛스윙이나 휘두르지도 못하고 물러나게 되는 공이 바로 박유성 선수의 포심이죠.]
[게다가 오늘 경기가 흥미로운게 박유성 선수가 작년에 총 6개의 구종을 사용했는데 오늘 경기에선 4개만 사용 중입니다.]
[포심, 슬라이더, 스플리터, 체인지업이죠?]
[네, 커브와 투심은 아예 쓰지도 않고 있죠.]
사실 유성이 던지는 4개 구종만 해도 리그를 장악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기록하는데 아직 2개의 구종이 더 있다는 사실은 타이거즈에게 끔찍한 이야기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유성이 그 2개 구종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그로인해서 타이거즈 타자들이 그나마 할만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이걸 참네."
4구째로 살짝 빠지는 슬라이더를 던졌으나 김주천이 이 공을 참아내며 유성은 아쉽다는듯 모자를 잠시 벗었다가 다시 썼다.
역시 경계할만한 타자지만 그렇다고 승부를 피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유성은 과감하게 5구째를 던졌다.
팡!
[헛스윙 삼진!]
[여기서 160km가 다시 한번 나옵니다.]
[그러게요. 그나저나 김주천 선수는 스플리터를 생각한듯 한데 박유성 선수는 그대로 승부를 걸었네요.]
[동시에 이 삼진으로 오늘 경기 7번째 삼진을 잡아내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올해도 삼진 타이틀은 박유성 선수가 유력하겠죠?]
[이제 시즌 첫 경기니 확신을 말 할수는 없지만 유력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죠.]
딱!
[자, 쳤습니다만 이게 또 하필 투수 앞으로 향하면서 초구 아웃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투구수를 줄이는 동시에 박유성 선수가 이닝을 마무리하면서 경기는 5회 초로 이어지겠습니다.]
- 아이고 거기서 초구를 치냐
- 오늘 진짜 답이 없겠는데...
- 우리쪽도 답이 없다. 제대로 치는 애들이 없네...
- 개막전부터 무승부 찍는거 아니냐.
- 하긴... 이런 경기라면 연장전 할만하지.
다이노스의 2번째 시즌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지난 시즌 역사상 최강의 신생팀이라 불리며 그에 맞는 기록을 남겼던 팀이기도 하고 미디어데이때 유성이 말한것도 있었다.
"개막전부터 연장전은 좀 힘들지 않나?"
"당연히 힘들지. 아무리 휴식기가 있다지만 시즌 초반이라 선수들의 몸상태가 100% 아닌 점도 그렇고 시즌 초반부터 불펜 소모를 하는건 장기시즌에 절대 좋은게 아니니깐."
그러나 양현정도 유성도 쉽게 경기를 내줄 생각은 없었다.
5회 초에 마운드에 올라 테인즈를 상대하면서 던진 양현정의 공은 그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공이었다.
[테인즈 선수도 이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인데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오늘 구속은 물론이고 제구까지 잘 되거든요. 150km의 공이 정확히 제구 되어서 들어오는데 고개를 안 저을 선수가 얼마나 될까요?]
[거의 없죠. 메이저리그에서도 저정도로 제구가 되면 밀리는 선수들이 많으니깐요.]
"유성아. 슬슬 답 안 나왔냐?"
"그게... 아예 공략 못할 정도는 아닌데..."
투수를 분석하는 능력에서 유성 이상의 선수가 없었기에 여러 선수들이 유성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유성은 테인즈가 2번째 타석마저 물러나는 것을 보며 결론을 내렸다.
'오늘 승리는 기대 하지 말아야겠네.'
뜬금포라도 터지지 않는 이상 이길 방법은 없다.
결국 점수를 내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종목이니 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범성이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에 성공한 다이노스는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했다.
1사 1루 상황은 곧 바로 1사 2루로 상황이 바뀌었고, 선수들은 2번째 찬스에 집중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5회 말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던 유성도 이 장면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마침 타자는 오늘 유일한 안타를 때려낸 손시한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차라리 이런 찬스가 8회쯤에 나왔다면...'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양현정의 체력은 여유로운 상태였다.
그 부분은 유성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양현정의 페이스라면 다이노스 투수가 유성이 아니었다면 경기가 진작에 넘어가던가 했을지도 몰랐다.
딱!
[파울! 오늘 감이 좋은 모양인데요?]
[네, 그러고보니 경기 시작 전에 손시한 선수한테 물어보니 오늘 컨디션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그 선수에게 가장 결정적인 찬스가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오늘 손시한의 컨디션은 좋았다.
어느정도 나이가 들은 그였기에 과거처럼은 아니었지만 오늘이라면 양현정에게 1점 정도는 뽑아낼 자신이 있었다.
2구째와 3구째가 볼이 되는 것을 보며 생각을 정리한 그는 4구째를 과감하게 휘둘렀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생각보다 더 멀리 갑니다! 좌익수 따라가는데요! 아! 잡아냈습니다!]
[터무니 없이 놀라운 수비를 선보인 타이거즈! 게다가 주자는 발이 묶여서 2루에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 와 저걸 잡네.
- 아오 우리 1점이...
- 진짜 연장 갈려나?
ㄴ 아직 5회다 선발 내려간 뒤에 생각하자.
결국 큰 위기를 넘긴 양현정은 그 다음 타자인 모창인을 펜스 앞에서 잡히는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꽤나 힘든 5회 초를 마무리하였다.
"후..."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성도 한숨을 쉬면서 그라운드로 나섰다.
5회 말로 여전히 0대0의 스코어로 이어지고 있는 경기는 두 투수의 대결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억울해서라도 이겨야겠지..."
그렇게 5회 말이 진행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