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
Chapter 32 - 시즌이 끝난 뒤 (1)
"준비 끝났지?"
"네."
"우린 신생팀이니깐 조금은 새로운 움직임을 보여줘야겠지?"
"그런데 이걸로 뭘 하실려는거죠?"
"다큐멘터리."
"???"
2013 시즌이 진행되고 있을때 다이노스 프런트는 한가지 일을 준비했다.
"다큐멘터리요?"
"네."
"아니, 이런건 처음인데... 어떻게 해요?"
"그냥 평범하게 이번 시즌에 대한 이야기나 다이노스에 대한 이야기 정도를 해주시면 됩니다. 올해만 하고 그만둘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뭐..."
주장인 이호중을 시작으로 여러 선수들과 조금씩 촬영을 진행한 다이노스 프런트는 마지막 선수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2013 프로야구 MVP]
"이게 그거죠?"
"네. 이게 바로 MVP 트로피죠."
마지막 순서는 유성이었다.
"바로 시작할까요?"
"아... 그러죠. 시간이야 많지만 빠르게 하죠."
그렇게 시작된 다큐멘터리의 인터뷰의 시작은 유성의 지명이었다.
"역사상 최고 금액을 받고 입단을 했는데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솔직히 말해서 그 금액 아니었으면 저는 미국 갔죠. 이제와서 하는 말인데 어느정도 의도한게 있었어요. 당시 MLB에서도 200만불인가? 아니 250만인가? 아무튼 금액 자체는 이게 메이저리그구나. 감탄하기는 했어요."
그 말에 구단 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의 금액을 듣고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유성이 극적으로 잔류를 선택하였기에 당시에 구단 전체가 환호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였다.
"투타겸업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제가 아마추어 시절부터 타격이 좋았던지라 당시 MLB 스카우터도 타자를 해도 성공한다는 평가를 해줬거든요. 결정적인건 3학년때 지명 받고 청소년 대표팀에 갔을때 오타니를 만난거죠."
오타니도 투타겸업으로 많은 화재를 모았으나 첫 시즌 성적은 유성과 달리 왜 하느냐는 의문을 만들어내는 성적이었다.
"그래도 김강문 감독님이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기도 했고, 감독님도 저 타자로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셔서... 잘 통했죠."
"그러면 시즌 첫경기는 어땠나요?"
"아쉬웠죠. 첫 안타도 제가 가지고 싶었는데... 하하 아무튼 홈런 쳤으니깐. 그 뒤에는 첫승이 머리에 가득했으니깐요."
"저희가 봤을때 첫 3연전 보고 이건 힘들겠다 싶었는데 첫 등판때 어떤 생각을 했었나요?"
15억의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유성은 3명의 외인 바로 뒤에 등판을 하며 시즌 시작부터 4선발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이게 바로 15억의 가치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제가 경기 나설때 하는 생각은 간단해요. 무조건 막는다. 다른 생각은 없어요. 아, 물론 어떤 공을 던질지는 생각하지만..."
"올해를 돌아봤을때 투수로 이정도 성적을 낼것이라고 생각했나요?"
"음... 나한테는 타자가 쉽게 칠 수 없는 빠른 공과 그걸 다룰 수 있는 컨트롤 그리고 그 빠른 공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줄 수준급 변화구들까지 있으니 이정도는 아니라도 타이틀 1개는 가져올꺼라 생각했죠. 결과는 MVP까지 7개의 트로피로 돌아왔죠."
손으로 직접 하나씩 이야기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유성은 대망의 첫 승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했다.
"3연패로 시작하기는 했는데 이길뻔한 경기도 있었기 때문에 저는 꽤나 편하게 경기를 시작했어요. 이 흐름이면 10경기 안에는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게 본인 등판이 되었는데..."
"네, 저도 그렇고 첫승 기념공을 부모님 드렸는데 아주 장식장에 모셔놨더라고요."
"하하하 진짜 부담 없으셨나요?"
"네. 이호중 선배도 있고 각 구단에서 뛰어난 선수들도 데려왔고, 저처럼 유망주 취급 받던 선수들도 각자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었으니깐 늦든 빠르든 올라갈 것이라고 봤죠."
"결국 그게 5위로 이어진거로군요."
"아... 아쉽게 5위 이야기를 하시면..."
한때 2위까지 올라갔으나 결국 신생팀의 한계를 실감하고 꾸준한 하락을 맞이한 MC는 결국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 첫승하고 나서 그 어느 팀인지 모르겠는데 KBO 수준 떨어진다고 하던거 생각나더라고요. 첫 승 이후에는 그거 갚아준다는 생각으로 했던거 같아요."
"네. 덕분에 결과적으로 기대보다 높은 순위로 마무리했죠."
시즌 초반부터 펼쳐진 다이노스의 활약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첫승을 기점으로 9위를 벗어나 8위에 도달하였고, 조금씩 승을 챙기며 7위와의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상으로 빠졌던 나범성, 모창인의 복귀까지 합쳐지며 4월을 지나 5월부터 다이노스는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즌 성적을 돌아보면 5,6월이 가장 좋았는데 그때 어땠나요?"
"5,6월이면... 한창 기세 올라서 나는 물론 우릴 막을 팀은 없다. 그런 생각으로 팀이 전부 다 치고 올라오는 시기였죠. 실제로 그때 쌓아둔 승수 덕분에 전반기 끝나기 전에 2위였나? 올라갔죠."
"그러고보면 올스타전때 팀에서 유일하게 선정되는 것은 물론 아예 1위까지 하셨는데요."
"음... 그 부분은 살짝 아쉬운게 제가 혼자서 저 멀리 치고 나가니깐 이전까지 친하게 지내던 선수들이 뭔가 미묘하게 저를 띄워준다?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랬나요?"
"매일 만나다보니깐 평소랑 다른게 딱 느껴졌거든요."
그 말을 듣고 구단 직원은 뭔가를 떠올리더니 한가지 영상을 가져왔다.
"다른 선수들이 박유성 선수에 대해 한마디씩 한게 있었는데 한번 보실래요?"
"봐야죠. 저도 의문이 조금 있었거든요."
시작은 주장인 이호중이었다.
"유성이는 걍 가만히 있는데도 뭔가 포스가 있어요. 15억? 그런게 아니라 그냥 있는것만으로도 든든해지는 그런 느낌이요. 시즌 초반에는 몰랐는데 시즌 진행하다보니깐 이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어떤 느낌인가요?"
"경기에서 지고 있더라도 팀을 승리로 이끌 에이스. 그리고 선수들이 무의식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 그걸 유성이한테서 느꼈어요."
다음은 주환이었다.
"유성이... 고등학교부터 친했죠. 전 그때도 마무리라서 유성이가 다 만든거 마지막 1이닝만 막았던적이 많은데 저는 솔직히 유성이가 알아서 앞에서 다 막아줄테니깐 난 이것만 하면 된다는 그런 생각으로 했던지라 마무리 투수치고는 엄청 편하게 던졌어요."
"그러면 28세이브와 1점대 방어율은..."
"유성이 영향이 분명히 있죠."
그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유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이호중의 말처럼 유성은 어느덧 선수들의 버팀목이 된 상태였다.
"버팀목이라..."
"어때요?"
"아, 괜히 봤다. 다음 시즌에 더 잘해야할꺼 같다는 부담감이 늘어나잖아요."
"그렇게 되나요?"
"뭐, 괜찮아요. 그러면 저도 선수들이 저한테 의지하는만큼 선수들한테 의지해야죠. 야구라는 종목은 개인 종목이 아니라 팀으로 하는 종목이니깐요."
그 말은 지켜보고 있던 모든 구단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로 이어진 이야기는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제일 아쉬운게 후반기에 성적이 떨어진거에요. 흔히 이야기되는 DTD가 딱 적용이 되버려서 더 아쉬웠어요. 떨어져도 포스트시즌만 간다면 문제 없는거였는데... 5승 정도가 모자랐죠."
"다음 시즌에는 어떻게 될까요?"
"무조건 포스트시즌 가야죠. 우승 생각도 있는데 너무 기대치를 높이면 안되니깐... 그래도 올해의 경험을 통해서 다음 시즌에 다들 좀 더 발전할테니깐 못해도 4위는 할꺼라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러니 다음 시즌 기대하세요."
"시상식때 소감을 좀 더 자세하게 풀어본다면?"
"겸손함을 버리고 말하자면... 신인왕, MVP 다 생각했어요. 그래도 만약이라는게 있어서 조용히 있었는데 만장일치 신인왕 나오니깐 어? 되겠는데? 그러면서 계속 박병훈 선배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데도 불구하고 MVP는 너다라고 주입을 시켜주셔서 표 차이가 크게 난거 빼고는 MVP 발표때는 안 놀랐죠."
"그렇군요."
할만한 이야기는 모두 끝냈다.
그렇기에 끝이라고 생각했으나 마지막 질문이 남아있었다.
"이번 시즌 내내 박유성 선수를 관찰하는 외국인들이 보였는데..."
"네, 들었어요. 이제 1년차인 선수를 MLB에서 엄청나게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메이저리그에 대한 생각은?"
"목표이자 꿈이죠. 그래도 다이노스를 위해 넘어가기 전에 우승은 꼭 시키고 갈껍니다."
그것으로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마무리 캠프 기간이었기에 유성은 곧 바로 훈련에 참가하였고, 다이노스는 그렇게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였다.
***
"2년차에 부진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MLB면 모르겠지만 KBO 수준에서는... 그렇죠."
"이미 KBO 수준을 뛰어넘었다는건가..."
"그래도 1년은 더 지켜보는게 좋습니다. 예상 외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깐요."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유성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MLB 사무국에서는 KBO측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어서 오시죠. 구 총재."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야기를 나누던 구 총재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MLB쪽에서 직접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면 선수 문제일테고... 역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그러죠."
"네, 그러면... 최근 MLB 구단들이 매우 탐내는 선수가 한명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 선수가 올해 데뷔를 해서 데려가기가 힘든 상태입니다."
'역시 박유성이군.'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말이죠."
"알고 있습니다. 신생팀을 통해 10개 구단으로 리그를 확장하신다면서요? 그러면 선수가 부족할겁니다."
"음..."
"그럴때 가장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바로 용병 확장입니다."
그야말로 정곡이었다.
다이노스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신생팀의 한계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10번째 구단인 위즈에게도 충분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용병 확대 안건이 나오게 되었다.
"끙..."
"고민 많으신거 압니다. 그쪽에도 선수협이 있을테니깐요. 하지만 10개 구단으로 증가하였으니 용병 확대에 대한 이야기가 편할겁니다."
"문제는 그 용병입니다. 확대를 하면 그에 맞게 수준급 선수가 필요한데..."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선수는 차후 복귀시 FA 자격을 얻게 됩니다. 돈만 맞춰준다면 40인 로스터급 선수라 해도 데려갈 수 있죠. 구단들이야 구 총재께서 도와주신다면 적절한 이적료를 받고 선수를 내줄겁니다."
"...박유성이 그렇게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까?"
"당연하죠. 류연진의 첫 시즌을 보면 알 수 있죠. 저도 보자마자 감탄했습니다. 새로운 스타가 될 수 있는 선수를 보았으니깐요."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구 총재는 일단 각 구단 회의를 진행한 뒤에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큰건이었군."
"괜찮으십니까?"
"그래, 다만 당분간 귀찮은 일이 많겠어."
그렇게 MLB 사무국과 KBO 사무국의 만남이 끝나고, 이어진 KBO 구단 사장 회의에서 놀라운 이야기들이 나왔다.
"3년 연속 MVP 수상자가 아마 1명 뿐이었죠?"
"3번 수상 자체도 2명 뿐이죠."
"그정도라면 충분할겁니다."
"어떻습니까 총재님?"
"다들 의견이 그러하시다면... 알겠습니다."
안건으로 나온 것은 다이노스 사장인 이태위 사장이 사전에 여러 구단을 설득한 덕분에 건의가 될 수 있었던 3년 연속 MVP 수상자 한정의 특별 포스팅 시스템.
어차피 보내야한다면 좀 더 빨리 그리고 포스팅 시스템의 룰로 차후 KBO 복귀시 유성을 보유할 수 있도록 다이노스가 여러가지를 대안으로 내놓은 끝에 결정된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 이거 완벽하게 박유성 노린거 같지?
- 지금 3년 연속 찍을려면 박유성이 유력하니깐...
- 그런데 구단들이 잘도 이런거 허용해줬네?
ㄴ 아무래도 MVP 3회부터가 딱 2명 밖에 없던거니 진짜 KBO 수준을 벗어난 괴물이나 가능한거니깐.
- 그런데 박유성이 3연속 못할 가능성도 봐야지.
- 그렇지. 박유성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2년차 징크스가 올지도 모르니깐.
결국 일단은 지켜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고, 이 소식을 들은 유성도 훈련의 강도를 더 올리며 다음 시즌을 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