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
Chapter 30 - 2013시즌 후반기 (4)
6회 초에 터져나온 이호중의 홈런은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1방이었다.
"제대로 때렸는데?"
"그래, 이게 바로 우리 주장이지."
이 홈런으로 2대0의 리드를 받게 된 상황에서 다이노스 타자들은 점수를 더 뽑아내기 위해 KS 와이번스의 세든을 물고 늘어졌으나 아쉽게 추가점을 뽑아내지는 못하였다.
[2사 3루까지 찬스를 만들어낸 다이노스지만 아쉽게 더 이상의 점수를 뽑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2점은 두 투수의 대결에서 매우 큰 점수인데요. 박유성 선수가 승리를 확실하게 잡기 위해 마운드로 나서고 있습니다.]
6회 말이 되기 전에 몇개의 안타를 허용하면서 이번 이닝 와이번스의 타선은 1번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며 이번 이닝에 던질 공을 생각한 유성은 자신의 자리인 마운드 위에 도달하였다.
"주의할 타자는 단 1명."
나머지는 155km 아래의 공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타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선두 타자에게 145km 밖에 안 되는 공을 던졌다.
팡!
[스트라이크! 이번 이닝은 구속을 대폭 낮추었군요.]
[앞선 두번의 타석에서 이미 박유성 선수가 확인을 했거든요. 더 빠른 공에 얼마나 타자들이 따라오는지를 말이죠.]
[그러면 이번 이닝은...]
[이닝이 문제가 아니라 이 경기 자체가 박유성 선수의 경기로 넘어갔습니다. 현재 박유성 선수는 2점의 리드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고보니...]
"해설이 꽤나 날카롭군."
"한국어인데 들을 수 있나?"
"이렇게 보여도 아시아쪽 담당한지 5년이 넘었어. 모르는게 이상하지."
팡!
148km로 올라간 2구째.
그럼에도 타자는 확실하게 칠 수가 없었다.
150이 넘는 공에 비해 확실하게 칠 수 있는 공인데도 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3구째는 157km까지 올라간 강속구였다.
[루킹 삼진! 전혀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느린 공 다음에 빠른 공을 제대로 던졌는데요. 의문이 드는 장면이 있네요.]
"내가 뭘 상대한거지?"
"뭘 봤는데요?"
"공이 마지막에 다른 공이랑 다르게 휘었어."
"다른 공이랑 다르게 휘어요?"
"타석에서 봐야 겨우 알 정도라서 설명은 어려운데 보면 알꺼야."
[여기 초고속 카메라로 보시면 말이죠. 네, 여기를 보시면 공이 보통의 포심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확실히 알겠네요.]
- 뭐지?
- 구분이 힘들기는 한데 확실히 차이가 보이는데.
"흠..."
"저게 뭐냐?"
"그걸 알면 내가 해설하고 있지."
"하긴..."
경기장들의 팬들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같이 보는 사람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유성의 공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흔히 이야기되는 포심과는 다른 움직임의 공이었다.
[이건... 투심이네요.]
[투심이요?]
[네, 투심이 맞습니다. 변화가 보통의 투심보다 적지만 확실하게 변화하는 구간이 있어요.]
"이젠 투심까지?"
"일단 와이번스의 대처를 보자고."
팡!
'이건...'
147km의 평소보다 구속에서 의문이 들었기에 자세히 지켜보라는 사인을 받은 와이번스 타자는 초구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벤치에 바로 사인을 보냈다.
"역시..."
"투심이야?"
"그렇네. 하... 언제 저런걸 달고 나온거야?"
"그러고보니 박유성 고등학교 리포트에 이런 내용이 있었지. 구종습득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일단 최대한 지켜보는 수 밖에 없겠군."
팡!
'알아차렸나 보네.'
2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유성은 와이번스 벤치의 분위기를 보고 자신의 의도대로 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도 설마 하고 있겠지만 유성이 어느틈엔가 준비한 신 구종은 생각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헛스윙 삼진! 두 타자 연속 삼진으로 가볍게 2아웃을 만들어내는 박유성!]
[5회까지 잠잠하다가 6회에 갑자기 이 공을 꺼내들었는데 어떤 이유라고 보시나요?]
[보통 투심은 맞춰잡거나 그럴때 좋은 위력을 보여주는데요. 아마 더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평균 7이닝씩은 던져주는데 더 긴 이닝이면... 대단하군요.]
[그렇죠. 잔여 시즌은 물론 다음 시즌에도 변수가 될겁니다.]
타석에 들어선 최성도 아직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였기에 초구는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움직임이 보였다. 문제는...'
150km가 나온 구속이었다.
유성의 새 구종인 투심은 단 몇개의 공 뿐이었지만 순식간에 최대 150km에 140 중후반의 구속을 가지고 있는 구종으로 정리 되었다.
그리고 그 공을 지켜본 최성은 왠지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다른 공이랑 확실히 다른데...'
다른 선수는 몰라도 자신은 왠지 알 수 있었다.
딱!
[파울!]
[역시 최성 선수네요. 빠르게 공을 파악해서 건드리고 있어요.]
"역시... 2주만에 익힌 공으론 한계가 있네."
최성이 그 공을 건드리는 것을 보며 유성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이 공에 대한 파악을 끝냈다는 것을 말이었다.
'쳇. 바로 치는건 무리였군.'
3구째는 살짝 빠지며 볼이 되는 슬라이더였다.
그 공을 차분히 지켜보며 최성이 볼을 걸러내는 모습을 본 김태곤은 유성에게 다음 사인을 전달했다.
'계속 투심 쓸꺼야?'
'아니요.'
'그러면 포심?'
'아니요, 스플리터'
다른 사람이 봐도 꽤나 빠른 움직임을 보여준 두 사람의 손은 이내 합의를 보았다.
그렇게 4구째가 날아오자 순간적으로 스윙을 하려고 했던 최성은 공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고 급하게 배트를 멈추었다.
[4구째 배트 돌아가다가 멈춥니다. 1루심은 이쪽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판정합니다.]
[정말 절묘하게 떨어진 공이었는데 그걸 억지로 버텨냈네요.]
"이걸 참네."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유성은 곧 바로 5구째를 던졌다.
김태곤이 빠르게 사인을 전달해줬기에 유성은 바로 공을 던질 수 있었고, 그 공은 변화구에 시선이 집중된 최성이 따라갈 수 없는 공이었다.
팡!
[헛스윙 삼진! 여기서 161km가 나옵니다!]
[어떤 순간에도 항상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는 박유성 선수의 포심입니다. 이 공을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박유성 선수가 얼른 메이저리그로 가야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 이제 데뷔한 신인인데 그건 좀...
- 솔직히 지금 하는거 보면 올해 끝나고 바로 가도된다.
- 프로 데뷔해서 프로 적응도 꽤나 해봤고, 투타겸업 실적도 생겼으니깐.
히어로즈팬들도 유성을 공략하기는 했으나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 점을 알고 있었기에 유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지지하고 있었다.
- 상대하라고 하면 1,2점은 뽑을 수 있는데 이긴다는 확신은 없다.
- 우리가 이런 상황인데 다른 팀은 어떠겠어.
각 구단에서는 이미 다이노스가 과도한 혜택을 받았다며 다음 시즌 신생팀 혜택 감소를 주장하고 있었고, 팬들도 어느정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올해 활약을 보니 내년이면 우승도 노려보겠던데?"
"그렇죠. 조금 더 전력을 보강하면 내년에는 우승을 노릴 수 있을겁니다."
"3년이라고 했던가? 확실히 그건 아쉽지만 그 사이에 우승 2번이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준거니... 계약서 내용 공개는 하지말고 박유성 같은 특급 선수에 한정한 내용을 추가해봐."
"네."
유성이 6회 말을 3개의 삼진을 통해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던 김태진 구단주는 이태위 사장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였고, 각 구단은 그날부터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 유성은 8이닝 무실점 18K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기며 경기를 마무리하였다.
다이노스에게는 이날 경기가 제법 의미가 있는 경기였는데 이날 경기 승리를 거두면서 시즌 60승째에 도달한 것이었다.
[신생팀 역사상 최다승은 물론 최다승률도 확정되었고, 이제는 포스트시즌에 가느냐 마느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주 일정이 엄청 복잡하더군요.]
[네, 잔여 일정 때문에 월요일에도 경기를 치룰 예정인 다이노스인데요. 다행스러운건 현재 일정을 살펴보면 화요일에는 잔여경기 일정이 없거든요? 다시 말해 7경기 이후 하루를 쉴 수 있다는거죠.]
어느덧 다이노스는 시즌 종료까지 17경기가 남겨둔 상태였다.
그렇기에 잔여 경기 일정이 매우 중요했는데 일정의 간격이 제법 크다보니 예정된 6선발 로테이션은 이 7연전이 마지막 가동이 될 예정이었다.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4선발을 집중적으로 돌리는게 효율적입니다. 일정도 문제 없고 말이죠."
"그렇죠. 게다가..."
"구단주께서 다음 시즌도 지원을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게."
"당연하죠."
최고의 첫 시즌을 치루었기에 그만큼의 보상을 받게 된 김강문 감독은 웃으며 잔여 경기를 준비하였고, 그렇게 시작된 7연전은 다이노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말하고 있었다.
"자이언츠전 2패, 이글스전 1승 1패, 트윈스전 1승 1패, 히어로즈전 1패."
"2승 5패로군요..."
이제는 5위도 아슬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은 시즌은 자연스럽게 5위 유지가 목표가 되었다.
"사실 4위도 노려볼만한 위치지만 일단 현상 유지를 하는것부터 배우는게 좋으니깐."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게 더 좋을겁니다."
"그렇겠지."
순식간에 진행된 7연전 덕분에 다이노스의 잔여 경기는 순식간에 10경기로 줄어들었다.
"남은 시즌은 총력전이다."
"매경기마다 누가 경기에 나설지 알 수 없으니 다들 각오해라."
"네."
***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새로운 홈런타자의 등장을 알리는 타구가 됩니다!]
[박유성의 시즌 30호 홈런! 그리고 이 타구로 MC 다이노스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이날 승리를 끝으로 1군 첫 시즌인 2013시즌을 마무리한 다이노스의 최종 성적은 128경기 66승 1무 61패 0.52에 달하는 승률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 워낙 터무니 없는 시즌이었다보니 5할 승률을 넘긴 팀이 6팀이나 나오고 말았고, 다이노스는 끝내 5위를 지켜내는 것으로 멈추고 말았다.
"아쉬웠다. 그러나 5승 정도의 차이는 그만큼의 실력 차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 시즌에 귀중한 경험을 했어. 그것은 다음 시즌에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게 할 배경이 되겠지. 다들... 고개를 들고 이번 시즌에 우릴 응원해준 팬들에게 인사해라. 우린 다음 시즌에 포스트시즌으로 간다."
"네."
그렇게 2013시즌 다이노스의 첫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시즌에 여러가지 일이 있었네."
"포스트시즌 못간건 아쉬운데..."
"감독님이 그러셨잖아? 조금 더 발전하면 내년에는 무조건 갈 수 있다고."
"그렇지. 내년에도 힘들겠구만. 아, 니가 더 힘들려나?"
보통 9월이 되면 확장 로스터가 실행되기에 2군에 머물고 있던 선수들이 추가로 1군에 합류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중에는 철민도 있었다.
이미 확고하게 에이스 및 클린업이나 클로저 자리를 잡고 있는 둘과 달리 철민은 백업으로 올라왔음에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5경기 5홈런이었지?"
"그래."
"유성이가 쩔기는 쩔었구나."
유성은 이번 시즌 최종적으로 80경기에 타자로 출전하였다.
300타석이 조금 넘는 타석이었는데 그런 한정된 출전에도 불구하고 30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2위를 비롯해 각종 기록에서 순위권에 포함되었다.
규정 타석에 모자랐기에 타자 부분에선 수상이 어려웠지만 모두가 유성의 투타겸업을 성공이라고 평가하였다.
"분명 본업은 투수인데 말이지..."
"하하..."
그렇게 유성의 시즌도 마무리 되었고, 다이노스는 다음 시즌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1년간 꾸준히 유성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왔던 MLB의 큰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유성의 에이전트인 시영에게도 한 거물이 찾아왔다.
"앞으로 엄청나게 바빠지겠군."
"그러게 말이야."
"왜 당신이 저에게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뻔하지. 박유성 때문이잖아?"
"...정확히 뭘 원하는거죠?"
"음... 그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자네 나랑 협업할 생각 없나?"
그 말을 들은 시영은 이 남자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상대는 메이저리그의 악마 스칼렛 보라스였으니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