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77화 (77/156)

# 77

Chapter 30 - 2013시즌 후반기 (3)

히어로즈전 5이닝 5실점이라는 시즌 최악의 투구를 기록한 유성은 그날 바로 엔트리에서 제외 되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해주더라도 어차피 투타겸업으로 인해 소모된 체력을 감안하면 휴식기를 줄때가 되었다는게 중론이었기에 모두들 납득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유성이 휴식기를 맞이한 사이에 다이노스는 2승 5패라는 절대로 좋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을 기록하며 4위도 모자라서 아예 5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단순히 유성이 빠졌다고 하기에는 다이노스가 전체적으로 기복을 보이고 있었고, 다른 4강 경쟁 팀들이 5할 5푼이 넘는 높은 승률을 유지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다이노스는 결국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순위 한번 대단하네. 4개 팀이 5할 5푼이 넘는 승률이라니..."

"이글스가 너무 부진했죠."

"그래 3할 유지도 아슬한 상황이니..."

여전히 5할이 넘는 승률임에도 불구하고 5위로 추락했기에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었으나 김강문 감독은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일단 잔여 일정이 문제로군."

결국 퇴출된 아담이 빠지며 어찌어찌 유지하던 5선발은 유성의 2군행과 손민훈의 불펜 전환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첼리, 에릭, 이재후의 3선발은 여전히 굳건하지만 노호성, 이태영 같은 선수들이 돌아가며 선발 테스트를 받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유성이를 어떻게 써야하지?"

"이번주 등판부터는 3선발로 올리고 잔여 시즌동안 6선발 로테이션을 돌려보죠."

"6선발을?"

"처음부터 5선발과 6선발을 같이 구상했으니깐요. 다음 시즌에 이런 상황이 생길때를 위해서라도 선발 자원을 좀 더 키워두는게 좋습니다."

"음... 그렇지."

그렇게 2주 가까운 휴식을 취한 뒤 유성은 먼저 타자로 복귀전을 치루게 되었다.

딱!

[쳤습니다! 돌아오자마자 홈런을 때려내는 이 선수의 이름은 2013시즌 최고의 선수인 박유성입니다!]

[그림 같은 시즌 26호가 되는 쓰리런 홈런이었네요.]

[네, 게다가 오늘 홈런으로 시즌 70타점에 도달하게 된 박유성 선수입니다.]

[경기당 1타점을 넘어가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이 박유성 선수의 득점권 타율인데 0.338을 기록 중인 타율과 달리 득점권 타율은 0.418로 정확히 8푼이 높습니다.]

[대단하네요. 찬스에 더 강하다는 말이 뭔지 알것 같네요.]

- 득타율 실화냐?

- 이정도면 MVP 아니냐?

- 타자만 보면 모르겠는데 투수가 너무 사기다.

현 시점에서 유성을 제외하였을때 가장 강력한 MVP 후보는 박병훈이었다.

아무래도 유성이 꾸준한 관리를 받다보니 아슬하게 규정 이닝을 채우고 있는 투수 부분과 달리 타자 부분에선 규정타석에 한참 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래도 상황은 유성에게 유리했다.

"15경기 12승 2패에 1.23이던가?"

"삼진도 경쟁자를 한참 앞서간 1위지."

"확실히 이 흐름이면 잔여 시즌에 4번 정도 더 등판이 가능하니..."

유성이 이번 시즌에 2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1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평균으로 치면 경기당 거의 12개 정도의 삼진이 나오게 된다.

"2번만 더 등판하면 200삼진인가?"

"솔직히 지금 그대로 시즌을 마무리해도 대단하다는 말 밖에 못하겠어. 그 히어로즈전에서도 열심히 얻어터지는 동안 7개나 삼진을 잡았으니깐."

"박유성 계약금이 150만불 정도라고 했던가?"

"대충... 160만불 조금 넘겠군."

"나중에 영입할때 고생 좀 많이 하겠군."

이날 경기는 유성의 쓰리런 덕분에 리드를 잡은 다이노스 투수진이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낸 덕분에 승리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후 다음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고, 다이노스는 곧 바로 와이번스를 만나게 되었다.

"쳇."

"운이 없었어."

"그럼 나 올해 운이 최악인가?"

승보다 패가 더 많은 투수가 바로 이번 시즌의 에릭이었다.

매 경기마다 좋은 피칭을 하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시즌 10패에 근접한 상태였기에 그도 해탈한 상태였다.

대타라도 나서고 싶은 유성이었지만 등판 전날에는 무조건 쉬도록 조정이 되어 있었기에 별 수 없이 이날 경기에서 팀이 패배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걸로 시즌 50패째인가..."

"점점 순위가 내려가네..."

"괜찮아. 우린 이제 첫 시즌을 치루고 있을뿐이야. 부족한 점은 다음 시즌에 보강해도 된다는거지. 애초에 시즌 목표였던 탈꼴찌는 진작에 성공했잖아?"

"그렇기는 하죠."

탈꼴찌를 하다못해 포스트시즌을 노리고 있는 수준이지만 선수들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포스트 시즌에 가면 좋겠지만 가지못하더라도 다음 시즌이 있다.

"아무튼 유성아 부탁한다."

"네, 걱정마세요."

남은 시즌동안 자신의 등판때 패배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유성의 상대는 KS 와이번스.

[거의 2주만에 돌아온 박유성 선수가 타자로써의 복귀전에선 팀의 승리를 이끄는 홈런을 때려냈는데요.]

[네, 무려 26호 홈런이었는데요. 이 부분이 놀라운게 박유성 선수가 타자로 나선 경기가 60경기가 안 된다는 점입니다.]

[거의 2,3경기에 1개씩 때렸군요.]

[그런데 이게 또 이해가 되는게 박유성 선수가 쉬었다가 나온적이 많거든요. 당연히 안타를 1개도 못 친 경기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활약한 경기가 더 많습니다.]

[그만큼 컨디션 조절을 잘 했다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오늘 경기에서 투수로써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봐야겠습니다.]

팡!

"쉬고 와서 힘이 넘치나본데?"

"우린 히어로즈처럼 대비책 없지?"

"그쪽 애들한테 몇개 물어보기는 했는데... 어찌될지..."

"그거라도 공유해봐야지."

히어로즈가 유성을 공략한 경기는 나머지 7개팀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고, 심지어 2015년쯤에나 1군에 합류할 예정인 TK 위즈마저 관심을 가졌다.

그만큼 난공불락의 투수라고 불렸던 유성을 패전 직전까지 몰고 간 경기는 많은 충격을 주었다.

"2주 사이에 얼마나 대비 해왔을려나..."

"그건 모르지. 애초에 규격 외의 괴물이었으니깐 생각도 못한 해결책을 들고 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이전에 와이번스는 직접 준비 시킨게 아니라서 따라하기 수준에 불과할꺼야."

"...그래도 이전보다는 던지기 힘들겠지만."

선공격 후수비로 이어지기에 유성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1회 말이었다.

1회 초 공격에서 다이노스 타선이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였기에 0대0의 스코어 상황에서 유성은 초구를 던졌다.

팡!

[초구 153km. 이전과 구속은 비슷합니다.]

[일단 타자는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히어로즈에게 공략 당한 뒤에 첫 등판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 신중할듯 한데요.]

2구째도 다시 스트라이크.

구속은 조금 더 느린 150km의 포심이었다.

'패턴의 변화는 없나?'

구속만 본다면 오버 페이스를 하지 않겠다는듯한 모습이었지만 많은 준비를 하고 온 와이번스 입장에서는 해볼만한 공이었다.

그래도 아직 스플리터 같은 구종은 공략이 힘들었지만 말이었다.

[헛스윙 삼진! 가볍게 삼구삼진으로 선두 타자를 돌려세우는 박유성!]

[그렇죠. 시작이 좋아요.]

[이 삼진 잡는 능력만 생각한다면 역대 최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박유성 선수가 시즌 끝날쯤에는 어느정도의 삼진을 잡을까요?]

[일단 200개는 넘을것으로 봐야겠죠?]

[네, 그정도면 탈삼진은 확정이라고 봐야겠네요.]

[사실 지금도 방어율이나 다승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보니 시즌 끝나고 보면 감탄이 나올듯 하네요.]

- 방어율, 다승, 승률, 탈삼진... 투수 타이틀만 4개 나오는데

- 타자 타이틀은 어떻게 될려나?

- 규정 타석 아니라서 힘들껄

애초에 유성도 타자 부분에서 규정 타석을 채우는걸 포기하고 있었기에 투수 분야에서라도 규정 이닝을 채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페이스면 140이닝 정도 나올려나..."

팡!

"스트라이크!"

2번 타자도 삼구삼진으로 처리한 유성은 다음 타자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여전히 포심이 시작점이었지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같은 변화구가 결정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패턴 자체는 저번 경기와 큰 차이가 없는거 같은데...'

와이번스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성의 공을 공략 할 수 있는게 바로 최성이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유성도 바로 페이스를 끌어 올리며 최성을 잡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팡!

[158km! 곧 바로 구속을 올리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역시라고 해야할까 최성 선수에 대한 경계심이 보이네요.]

[뭐, 이 부분은 납득할만한게 박유성 선수가 패전 했던 경기 중 1경기가 최성 선수에게 홈런을 맞았던 경기니깐요.]

[그러고보면 그런 경기가 있었네요.]

물론 이미 그때 경기의 실수를 확인하고 바로 만회한 유성이있기에 최성을 피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주의해야하는 타자인것은 변하지 않았기에 좀 더 심혈을 기울였다.

팡!

[여기서 과감하게 스플리터를 던졌네요.]

[다른 공을 생각했는지 완벽한 헛스윙이 되버렸네요.]

[빠른 속도로 2스트라이크가 기록된 가운데 마지막 공이 어떻게 나올까요.]

[솔직히 박유성 선수가 뭘 던질지 예상하는게 제일 힘듭니다.]

[그렇기는 하죠.]

마지막 공이 될뻔했던 3구째는 살짝 빠지는 슬라이더였으나 최성이 가까스로 참아내며 볼이 되었고, 이어진 4구째인 156km짜리 포심을 아슬하게 파울로 만들어내며 승부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최성이 빠른 공을 이렇게 잘 공략했던가?'

그렇게 생각한 유성이었으나 최성은 따라 가는것도 벅찬 상태였다.

2년 연속 20-20 클럽을 기록할 정도의 선수였으나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저녀석의 공을 칠려면...'

더 강한 파워가 필요하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터무니 없는 구위를 가지고 있는게 유성의 공이었는데 히어로즈전에 홈런을 때린 것은 박병훈과 강정하였다.

둘 다 파워 하나는 최고 수준의 타자들이었기에 최성도 이 대결을 기점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팡!

결국 5구째 다시 한번 들어온 스플리터에 물러나고 말았지만 최성은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물러났다.

그렇게 최성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1회를 마무리한 유성은 5회가 될때까지 단 1점도 지원해주지 못하는 타선을 보며 속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생각도 못한 투수전이 되버렸네.'

5회까지 0대0으로 이어지는 경기였으나 아쉽게도 안타를 허용하며 기록 같은 것은 걸려있지 않는 상태였다.

동시에 투구수를 계산한 유성은 오늘은 8이닝까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6회 초 공격을 나선 타자들을 지켜보았다.

"슬슬 하나 칠때 됬지?"

"그러게요. 간만에 왔는데 승리를 하나 챙겨줘야겠죠?"

"당연하지. 어떻게든 뚫고 나가라."

"네."

다이노스의 타선은 3번 나범성부터 시작하는 가장 확실하게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 타순이었다.

먼저 타석에 들어선 범성은 유성과 함께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가고 있는 투수를 보았다.

'세든... 역시 공략이 힘드네.'

이번 시즌 2점대나 그 아래의 방어율을 기록 중인 투수는 단 4명.

그 중 1명이 바로 이 와이번스의 세든이었는데 이번 시즌 성적에 걸맞게 다이노스 타선도 그동안 꽉 막혀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만.'

딱!

[쳤습니다! 3루수 키를 훌쩍 넘기는 타구!]

[좌익수 빠르게 내려와서 공을... 공이 반대로 튕겼어요!]

[말씀드리는 순간 타자는 1루 지나서 2루로!]

"세이프!"

[최대한 빠르게 잡았지만 이미 타자는 2루에 도달했습니다!]

[6회 초에 만들어진 무사 2루의 찬스!]

"녀석 진짜 좋은 찬스를 만들었네."

타석에 들어선 이호중은 이 타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초구가 정확하게 몸쪽 코스를 찔러 들어오는 포심이었음에도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 공을 기다렸다.

2구째가 볼이 되고 3구째가 다시 볼이 된 상황에서 이어진 4구째가 날아오자 그는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딱!

"로또 당첨"

[쳤습니다! 이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이호중의 오늘 경기 첫 점수와 리드를 한꺼번에 가져오는 투런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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