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76화 (76/156)

# 76

Chapter 30 - 2013시즌 후반기 (2)

1회 말부터 갑작스럽게 얻어맞은 투런포.

이 홈런을 허용하면서 유성은 오늘 경기에서 히어로즈가 자신을 작정하고 공략할 것이라고 직감하게 되었다.

[이번 시즌 3번째로 홈런을 허용한 박유성 선수입니다.]

[2아웃까지 잘 잡아놨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아직 1회니깐 침착하게 던지면 됩니다.]

'괜찮냐?'

'네. 더 빠른거 던질게요.'

유성 입장에선 어중간한 빠르기인 150 초중반의 구속으로는 히어로즈 타선을 확실하게 공략할 수 없다.

그렇기에 유성은 5번 타자 강정하를 앞두고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팡!

[여기서 바로 160km가 나옵니다.]

[그렇죠. 150 초중반의 공을 공략해낸다면 변화구나 더 빠른 공을 던지면 됩니다.]

[박유성 선수는 놀랍게도 그 둘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요.]

팡!

"스트라이크!"

[여기서 절묘하게 슬라이더가 들어오네요.]

[변화구가 다재다능한 선수이다보니 역시 공략하는게 쉽지 않네요.]

[그래도 결정구는... 높은 확률로 포심이 될텐데요.]

유성이 대기록을 작성할때도 포심은 큰 위력을 발휘하였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조금 달랐다.

딱!

[쳤습니다! 2루수 잡지 못합니다!]

[158km나 되는 포심을 그대로 받아쳤네요.]

[박유성 선수가 꽤나 어처구니 없겠는데요.]

"오늘 타자들이 미쳤나?"

아무리 강정하라고 해도 아직 기량이 정점에 오르기 전의 타자였다.

결국 최일헌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까지 나오고 말았고, 유성은 순식간에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 포심이 나쁜건 아니지?"

"네. 평소처럼 좋습니다."

"그러면..."

"변화구 위주로 갈게요."

"...괜찮겠냐?"

"이럴때를 위해 다양한 변화구를 배워둔거니깐요."

"하긴..."

4개나 되는 변화구라면 포심의 비중을 급격하게 줄이더라도 충분히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최일헌 코치는 유성에게 한마디를 더 하였다.

"무리하지마라."

"네."

상황이 정리되고 유성은 1루 주자를 보았다.

다음 시즌의 히어로즈는 더욱 터무니 없는 타선을 갖춘 팀이 된다.

그러니 그 전에 어느정도 기세를 꺾어둘 필요가 있었으나 그들은 자신에 대한 대비책을 벌써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쩝... 오프시즌에 구종을 추가해야하나."

팡!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

단 3개의 공으로 타자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를 노린다면 이렇게 변화구 위주의 피칭보단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패스트볼이 필요했다.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던 유성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투심을 추가해볼까?"

무의식적으로 말한 이야기지만 그 공이 얼마나 좋은 공인지 유성은 잘 알고 있었다.

포심의 위력을 더욱 극대화 하는 동시에 더욱 다양한 패턴의 피칭이 가능해지기에 유성은 시즌이 끝난 이후 진지하게 구종을 추가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이노스 타선이 바쁘게 돌아가며 순식간에 2점을 득점하며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어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2회 말의 히어로즈는 7번부터 시작하는 하위타순이었기에 안심할 수도 있었지만 신중을 위해서 유성은 이번 이닝에도 철저하게 변화구만을 던졌다.

'차라리 포심을 최대한 아껴서 뒷 이닝에 위력을 극대화 시키는게 좋겠지.'

그렇기에 2회 유성이 던진 11개의 공은 모두 변화구였다.

이러한 피칭은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피칭이었다.

[이번 이닝에 전부 변화구만 던지고 있네요.]

[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 존 공략으로 쓰고 있고, 스플리터만 유인구로 사용했네요.]

[덕분에 가볍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1회에 포심만 집중적으로 공략 당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 방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군요. 결국 히어로즈 선수들이 포심을 어떻게 공략했느냐를 알아야하는데요.]

"뭐, 보이는거 있어?"

"아니. 그 어떤 공을 던지더라도 투구폼의 흔들림이 없어."

"그러면 대체..."

선수 분석에 이골이난 MLB 스카우터들도 오늘 경기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3회 초에도 다이노스는 1점을 더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하며 유성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2실점으로 경기를 시작한 유성은 이제 1점의 리드를 가지고 공을 던지게 되었다.

하지만 3회 말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3대2가 기록되어있던 스코어는 3회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변하고 말았다.

"하..."

유성이 포심을 과감하게 막아버리자 히어로즈 타자들은 바로 다음 단계로 전환하였다.

4개의 변화구 그 중에서도 커브와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었다.

그리고 끝내 유성은 데뷔후 처음으로 2개의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심지어 이번 홈런은 2명의 주자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시 말해 쓰리런을 내준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공략하다니..."

"이건 선수의 기량 문제를 넘어서 박유성이라는 선수를 털끝까지 분석한게 아닌 이상 무리야."

"히어로즈에 그런 사람이 있나?"

"알아봐야지."

히어로즈가 전반기부터 박유성을 공략할려는 기미가 보이기는 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박유성을 공략해내는건 그들의 상식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오늘 더럽게 안 풀리네."

3회를 겨우 마무리했지만 벌써 3이닝 5실점을 기록하게 된 유성으로써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홈런을 맞자마자 급하게 포심을 꺼내며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이미 2피홈런 5실점이라는 기록이 명확하게 기록된 이후였다.

"이걸로 유성이 방어율이 1점대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다행이다 싶구만."

"그렇죠.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도 1번쯤은 당할 수 밖에 없으니깐요. 시즌 중인 지금 이렇게 당해본다면 좋은 경험이 되겠죠."

"그나저나 더 보내야하나?"

"일단 본인은 더 던지는걸 원할겁니다."

"그래... 5이닝은 채우는걸로 하지."

난타를 당하기는 했지만 투구수를 최대한 관리했기에 50구 정도를 던진 상태였다.

남은 2이닝에도 힘겨운 경기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충분했다.

"좋아. 1점차까지 붙었다."

유성에게는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타선이 꾸준히 점수를 내주며 4대5의 스코어로 1점차까지 추격을 했다는 점이었다.

"오늘 타선 페이스가 좋은거 같죠?"

"그래. 찬스 하나 좋은거 나오면 바로 뒤집을꺼야. 그럴려면..."

유성이 이제는 막아내야했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4회 말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데뷔 이후 최악의 경기를 보내고 있는 박유성 선수가 4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박유성 선수 공이 안 좋은게 아니에요. 따지자면 좋은 편이죠. 그런데도 히어로즈 타자들은 그 공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인 선택으로 포심을 봉인해놨는데 다른 변화구를 공략하면서 그 포심을 다시 꺼내야했으니 수 싸움에선 히어로즈가 승리한 것이나 다름 없죠.]

[다만 히어로즈도 선발의 상태가 좋다고 하기는 힘들거든요.]

팡!

[이 시점에서 다시 155km의 구속이 기록됩니다.]

[쓰리런을 허용했을때 주자들은 커브를 치고 나갔고, 홈런은 체인지업을 통해 허용했거든요? 그렇기에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구종입니다.]

- 박유성이 못하는 선수는 아닌데...

- 진짜 오늘 타선 약 빤것도 아니고 왜 이리 잘함;;

'일단...'

팡!

[체인지업이지만 꽤나 많이 벗어나는 공입니다.]

[스트라이크 잡으러 던졌다가 맞았기 때문에 유인구로 쓰는건 당연한 선택이기는 합니다.]

[빠르게 3구째 스플리터에 헛스윙! 2S-1B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는 박유성.]

"알겠다."

"응?"

"그녀석이 히어로즈 전력분석관으로 있어."

"그녀석이라면..."

"옛날에 스카우터 분야에서 유명했던 녀석 있잖아?"

"...누군지 알겠군."

과거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화재가 된 스카우터가 있었다.

한 선수의 장점과 약점은 물론 성장 가능성까지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파악하는 신이 내린 스카우터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의 인물이 있었다.

"분명... 마이애미 소속이었던가?"

"구단간의 분쟁에 휘말려서 그대로 은퇴했다고 들었는데..."

"한국에 있을줄이야."

그가 수년전 마지막으로 수 많은 유망주들을 거론하면서 떠났는데 그 유망주 중 70% 이상의 선수들이 현재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상태였다.

그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 이곳 히어로즈에 있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안거야?"

"내가 직접 알려줬으니깐."

"허... 워커? 실물을 본게 몇년만인지 모르겠군."

겨우 수년전의 일이었으나 스카우터들 사이에선 반쯤 전설적인 존재로 올라간 상태였다.

그만큼 그의 능력은 현존하는 어떤 스카우터도 따라 잡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 말이었다.

"그동안 대체 뭘 했던거야?"

"쉬었지. 놀기도 했고... 경기는 계속 봤지만."

"한국은?"

"그나마 볼만한 야구 리그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제외하면 NPB와 KBO 뿐이니깐 기본적으로 야구 관광의 목적이었지."

그때 유성이 4회 말을 힘겹게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워커는 고개를 저으며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고 중얼거렸다.

"히어로즈에서 뭘 하는거야?"

"놀다보니 돈이 애매해져서 올해랑 내년까지 2년만 전력 분석을 해주고 있지. 페이가 짭짤해. 히어로즈 선수풀도 괜찮고."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가 여기 있었으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5회 초 꾸준히 추격을 하던 다이노스 타선이 다시 한번 역전에 성공하였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멈추지 않고 날아가면서 담장을 넘어갑니다!]

[권희돈의 역전 투런포!]

[이 선수를 보면 신기한게 타율은 매우 낮지만 맞으면 그대로 넘어가네요.]

[흔히 말하는 공갈포 유형이기는 한데 올해가 프로 첫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대가 많은 선수입니다.]

"와우... 저걸 뒤집네?"

"전력 분석이라면서 다이노스 분석을 안 했던거야?"

"보통이라면 그러는데... 저기 또 나오고 있는 괴물이 너무 규격 외라서 말이지."

타선의 도움으로 역전에 성공하였기에 유성은 5회 말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투구수의 여유가 조금 모자란 편이었지만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김강문 감독은 그대로 유성을 내보냈다.

"그래도 마지막 이닝이다."

"네."

이미 투구수는 70개를 넘겼다.

그러니 뒤도 보지 않고 던진다.

팡!

"헐..."

[161km! 박유성 선수의 전력 투구가 시작되었습니다!]

3번째로 만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공은 그들로써는 감당하기 힘든 공이었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워커도 유성이 작정하고 불태우기 시작하자 조용히 GG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되는가 했더니 다이노스 타선을 못 막아서 실패했군."

"대체 어떻게 박유성을 저렇게까지 공략하게 만든거지?"

"내가 반년 가까이 한명의 선수에게 집중했어. 그렇게 구해낸 영업 비밀을 가르쳐 주겠나? 정 그러면 나중에 히어로즈 선수한테 물어보던가."

정론이었다.

워커가 떠나고 유성은 쉴틈 없이 160을 오가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하나둘씩 처리하기 시작하였고, 끝내 정확히 85구째가 되는 공으로 타자에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였다.

[헛스윙 삼진! 이닝 종료!]

[결국 5이닝 5실점입니다만 할 수 있는 최대의 모습을 보여준 박유성 선수입니다.]

[네, 이 투구수라면 오늘 경기는 여기까지 던질듯 합니다.]

실제로 유성은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하였다.

승리 투수 요건을 얻기는 했지만 0점대를 유지하던 방어율이 1.23으로 확 올라가게 되었는데 여기서 김강문 감독은 한가지 더 과감한 선택을 하였다.

"원래라면 휴식기에 맞춰서 2군에 보내려고 했는데... 미리 2군에 내려가서 휴식기까지 쉬다가 돌아와라."

"네."

그렇게 유성의 시즌 2번째 2군행이 결정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