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Chapter 30 - 2013시즌 후반기 (1)
"다음 시즌부터라..."
"원래라면 신생팀 보조 차원이 되어야했겠지만..."
"박유성이 선수 2명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개정이 필요하겠죠."
"좋습니다. 이 부분은 시즌이 끝나고 바로 해결하죠."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 각 구단이 집결하여 회의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주제는 다음 시즌 KBO에 꽤나 많은 변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바로 외국인 선수 증가였다.
"다만... 3명 모두 동일 포지션은 금지로 하고... 일단 다이노스가 잘한다고 그 다음 구단도 잘할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니 신생팀에게 2년간 외인이 1명 더 붙는 제도는 유지합니다."
그것은 다음 시즌 다이노스에게 큰 동력을 채워주는 것이었다.
아무튼 현 시점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기에 선수들의 반응은 평소와 같았다.
물론 유성이야 미래의 기억으로 어느 시점에 외국인 선수가 늘어나는지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진행되는 일이기에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하루쯤 더 쉬어도 된다니깐?"
"어차피 등판 일정 생각하면 첫 2경기에서 뛰는게 나아요."
"그렇기는 하지."
후반기 첫 3연전은 1위인 라이온즈.
다시 말해 후반기 시작부터 1,2위 대결이 펼쳐지게 된 것이었다.
[후반기 시작부터 빅매치가 펼쳐지는군요.]
[MC 다이노스와 칠성 라이온즈가 만나게 되었습니다.]
[박유성 선수는 후반기에 4선발로 시작한다고 했기 때문에 이번 3연전 중 앞 2경기에 타자로 출전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2경기에서 박유성의 배트를 앞세워서 위닝을 확정하려고 하겠군요.]
[그렇죠. 1,2위 대결이기에 스윕을 거두면 좋겠지만 위닝만 거두어도 충분하거든요.]
"살살 좀 해라."
"하하, 그러면 좋겠지만... 저희도 슬슬 노려볼려고요."
"애송이들이 간이 크네."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노려봐야죠."
"...잘해봐라. 그렇다고 이번 시리즈를 내줄 생각은 없지만."
당연히 실력으로 가져가야할 시리즈였다.
1,2위의 대결은 그런 것이었다.
딱!
[쳤습니다! 전반기 20홈런, 홈런 레이스 우승 그리고 후반기 첫 경기부터 터지는 투런 홈런! 박유성의 시즌 21호 홈런이 터집니다!]
[이건 정말 큰 타구이고 큰 점수이겠는데요.]
[그렇죠. 첼리 선수가 오늘 페이스가 좋은 상황에서 이 홈런은 큰 힘이 될겁니다.]
"또 터트렸군. 우리의 슈팅스타."
"응?"
"유성을 영어로 하면 그런 뜻이 있거든."
"에이... 너무 띄워주는거 아니야? 겨우 1년차 신인인데."
"아니, 내가 마이너리그에서 수 많은 괴물을 봤지만 너만한 녀석은 없었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유성도 지금 자신이 기록 중인 성적이나 팀 성적이 보통이라면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뭐... 아직 경기 중이니깐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그래야겠지."
결국 이날 경기에선 유성이 1타점을 더 뽑아내며 3대2라는 아슬한 스코어로 다이노스가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는 유성에게 찬스가 안 나왔기에 다이노스는 결정적일때 점수를 뽑지 못하며 아쉬운 패배를 거두게 되었다.
결국 그 다음 경기를 위해서 유성이 타선에서 빠졌고, 공격력이 떨어진 다이노스는 라이온즈 3연전을 루징 시리즈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그래도 아직 2위잖아?"
"후반기 시작이 좀 안 좋기는 한데... 2위는 맞지."
다음 상대는 타이거즈.
시즌 초반 맹렬한 기세로 1위를 찍었던 팀이었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추락을 하며 포스트 시즌이 어려워진 상태였다.
'그러고보니 이때였나? 그 칼럼이 나왔던게.'
흔히 타어강이라고 불리는 그 칼럼은 지금도 타이거즈 팬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칼럼 이후 귀신 같이 순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뭐, 간만에 여유롭게 던지겠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유성은 7이닝 무실점이라는 기록과 함께 14개의 삼진을 추가하며 완벽하게 승기를 잡아왔고, 다이노스도 그 흐름을 따라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 완벽한 승리 덕분에 루징 시리즈의 분위기를 반전 시킨 다이노스는 타이거즈에게 위닝 시리즈를 거두며 분위기를 다시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흐름은 이어진 와이번스, 이글스 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천으로 취소된 1경기를 제외한 5경기에서 4승 1패라는 성적을 거두며 잠시 떨어지는듯 했던 승률을 복구하다못해 다시 1위인 라이온즈를 추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이노스는 8월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지 못했다.
8월 첫주의 경기를 잘 풀어나왔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번주부턴 3연전이 아니라 2연전으로 치루어진다. 그러니 휴식기도 하루씩 줄어들고 이동도 늘어나게 된다."
어린 선수가 대부분인 다이노스였기에 2연전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3연전이 2연전으로 바뀐 효과가 금방 나타나게 되었는데 첫 2연전 시리즈에서 유성이 등판한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패배를 거두며 다이노스는 4경기 1승 3패로 급격하게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물론 좋은 일도 있었다.
이 4경기에서 거둔 1승으로 인해 다이노스가 신생팀 최다 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되었고, 2번만 더 승리를 거둔다면 신생팀 최다승은 물론 최고 승률까지 노려볼만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일정 익숙해?"
"익숙하지. 너희도 마이너리그 경험해보면 이 일정은 차라리 양반이라고 느낄꺼야."
"그렇군."
3명의 외인들 중 1명인 아담은 부진을 회복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는데 사실상 퇴출이나 다름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현재의 다이노스는 첼리와 에릭, 이재후 그리고 유성까지 4명의 선발이 버티는 실정이었다.
손민훈, 이태영 같은 선수들이 돌아가며 5선발을 담당하고 있지만 경험 부족이나 체력 저하로 완전히 매꾸지 못하고 있었는데다가 잊을만 하면 불펜에서 한번씩 블론이 나왔기에 후반기 다이노스의 관점은 투수진이었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휴식기동안 투수진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왔던 다이노스는 유성이 등판한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3점차 이내 패배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나마 1경기는 무승부였기에 논외가 되었지만 매주 6경기를 치루는 상황에서 1승 1무 4패라는 성적은 심각한 것이었다.
"결국 2위를 내주었군요."
"신생팀 최다승을 거둘때는 좋았는데..."
여담으로 그날 승리를 이끈 유성은 8이닝 1실점이라는 기록과 함께 시즌 12승째를 거두었는데 덕분에 점차 각종 타이틀 수상자의 윤곽이 보이고 있었다.
"아쉬운게 홈런 페이스가 확 떨어졌다는거지."
"아무래도 투수들이 좋은 공을 안주기도 하니깐. 출루율이 좀 더 오른것도 그런 맥락이고."
"게다가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타자가 25홈런을 치고 있는데 기준이 높은거 아니야?"
"그런가..."
눈깜짝할 사이라고 말해도 모자랄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더운 8월이었기에 다이노스 선수들은 최근의 안 좋은 페이스와 함께 체력 저하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관리 받은 유성이나 아예 시즌을 늦게 시작한 범성이 같은 선수들은 문제 없습니다."
"외국인 선수들이나 베테랑들도 각자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체력 여유가 있습니다."
"이번 시즌이 첫 풀타임인 어린 선수들이 문제죠."
올스타 휴식기를 거쳤지만 2연전으로 바뀌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조금 더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신인이나 첫 풀타임이라면 이런 힘든 시기도 한번은 경험해봐야하니깐."
"그러면..."
"어차피 첫 시즌에는 철저하게 경험을 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이번 시즌의 경험을 통해서 다음 시즌에 부족한 점을 보강하면 그 이상도 노릴 수 있을꺼야."
"그렇겠죠."
처음부터 3명의 외인을 쓸 수 있는 다음 시즌을 노리고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에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중심축인 유성에게 슬슬 휴식을 줄때가 되었기에 김강문 감독은 좀 더 길게 보기로 결정했다.
"유성이는 일정상 2번 더 등판하면 휴식기니깐 그때 2군 보내서 쉬게 하지."
"네."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다이노스가 만나게 된 상대는 베어스, 히어로즈, 와이번스였다.
그리고 다이노스는 베어스에게 2연승을 거두며 신생팀 최다승이라는 타이틀을 끝내 획득하였다.
"이대로 시즌 끝내도 나쁘지 않기는 해."
"포스트 시즌이 여전히 사정권이니 노려봐야겠죠."
"그건 그래."
히어로즈전의 경우 첫 경기에선 패배하였다.
유성의 원활한 기용을 위해 재후가 3선발로 올라가고 유성이 4선발에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유성은 다시 한번 만난 히어로즈에게 긴장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제 재후 형 공은 좋았는데... 히어로즈 타자들은 작정하고 분석하고 왔는지 그걸 쳐버렸지."
"그래도 유성이 니 공은 맞추는 것부터 힘들어서 말이지."
"제가 경기 내내 그런 공을 던질 수는 없으니 방심은 금물이죠."
"그래."
***
[최근 다이노스 페이스가 안 좋다가 다시 올라오는 분위기인데요.]
[그렇죠. 지난주의 다이노스는 흔히 말하는 패패패패승이 그대로 실현된 주간이었으니깐요.]
[그 승을 거둔 선수가 오늘 등판하는 박유성 선수라는 점은 다이노스에게 정말 안심하게 되는 사실이겠죠.]
[네, 마운드 위에 히어로즈 선발이 먼저 올라왔는데요. 여기가 목동 구장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꽤나 위험한 경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어제 히어로즈 타선이 꽤나 무섭게 휘몰아쳤죠?]
[네, 이재후 선수가 최대한 막아내기는 했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1회 초 공격에서는 아쉽게 다이노스가 선취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이젠 익숙해졌기에 1회 말에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가볍게 연습 투구를 던지며 마운드 적응을 끝냈다.
[올해 가장 많은 상을 받을 확률이 높은 그 선수. 바로 MC 다이노스의 박유성 선수죠.]
[이번 시즌에 투수로 15경기 등판해서 12승 2패에 105이닝동안 방어율 0.86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워낙 관리를 잘 해주다보니 이닝은 그렇게 안 많은데요. 그래도 128경기 체제이기 때문에 13이닝만 더 던지면 규정 이닝을 채우게 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박유성 선수가 평균적으로 소화하는 이닝을 생각하면 오늘이랑 다음 경기까지 하면 딱 맞아떨어지겠네요.]
그렇게 생각하고 그들도 안심하고 경기를 지켜보았으나 시작부터 무엇인가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딱!
[안타!]
[초구를 바로 휘둘러서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박유성 선수의 초구가 153km나 됬는데 그걸 쳐버리네요.]
[작정하고 150이 넘는 공에 대한 대비를 한듯한데요?]
딱!
[다시 쳤습니다! 하지만 2루를 거쳐 1루! 6-4-3 병살타!]
[기가막힌 커브로 병살타를 유도해낸 박유성 선수였습니다.]
[네, 이렇게 되면 투구수만 아껴준 꼴이 되거든요.]
"쩝... 역시 초구 때리기는 안되겠네."
"그래도 방법이 없지는 않죠."
"그렇지."
병살이 나오자마자 히어로즈는 방향을 바꾸어서 유성이 더 많은 공을 던지는 방향으로 유도하였다.
3번 타자에게 2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유성이 던진 2개의 유인구를 가볍게 무시한 것만으로도 히어로즈 타자들의 대응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스트라이크 존을 좁게 보고 애매한건 다 버리는건가...'
아쉽게도 유성은 그 미세한 코스까지 공략해낼 제구력이 없었다.
제구력이 모자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고 수준의 제구력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딱!
"오... 드디어 히어로즈가 공략법을 찾은건가?"
"안타, 병살타에 다시 안타라..."
"어찌되었든 4번 타자 앞에 주자를 두게 되었지."
다시 한번 포심을 얻어맞았다.
앞서 스트라이크를 잡을때 헛스윙을 하던 반응을 봐서는 따로 약점이나 버릇 같은 것을 찾은 것은 아닐 것이다.
'대체 그동안 뭘 한거지?'
이번에 안타를 맞은 공이 151km짜리 공이었기에 다른 공에 비해서는 공략할만한 공이라는 것을 유성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쉽게 맞을 공은 아니었다.
'어쩌지?'
'일단 방향을 바꿔보죠.'
팡!
4번 타자 박병훈에게 과감하게 초구 체인지업을 꽂아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심의 존까지 도와주지 않고 있었다.
"이거... 안 좋은데..."
아무래도 오늘 경기는 이번 시즌 중 가장 힘든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유성은 다음 공이 실투가 되었다는 것을 던지자마자 깨달았다.
딱!
[쳤습니다! 이 공은 담장! 밖으로 넘어갑니다! 박유성에게 때려내는 투런 홈런!]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