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
Chapter 29 - 미스터 올스타 (2)
"어제는 홈런 레이스 우승에 오늘은 올스타전 선발인가?"
"대단하지?"
"그래. 1년차 신인이라는 점을 빼면 다 좋아."
"역시 그 부분이 문제인가?"
"당연한거 아니야? 최고 수준의 유망주를 왜 마이너에 1년씩 놔두는지 알잖아?"
말로는 1년이지만 유망주에 따라 3년씩 마이너에 놔두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 메이저리그를 흔든 두 유망주만 해도 각각 1년과 1년 10개월간 마이너에 머물러야했다.
"차이점이라면 그 둘과 달리 부상의 느낌은 전혀 없다는걸려나?"
"방심은 금물이지. 다이노스가 꾸준히 관리해주고 있지만 사람의 몸은 다 다르니깐 예상 외의 상황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어."
"KBO에서 3년 정도 뛴다면 어떻게 생각하지?
"3년... 마이너리그를 거쳤다고 생각하면 매우 적절한 준비 기간이지."
"나중에 사장 좀 봐야겠어."
"어쩔려고?"
"KBO, NPB 그리고 MLB의 균형이라는 주제가 있거든."
그때 올스타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먼저 마운드에 오르게 된 유성은 마지막 준비를 마무리하고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운 좋게 내가 선발 출전하게 됬네."
"3위의 자격이라고 생각하죠."
"그럴까?"
원래 포수 1위를 차지하였던 트윈스 포수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2위 포수는 진작에 감독 추천으로 선발이 되었고, 결국 3위에 해당하던 김태곤이 대체 선수로 올스타전에 참가하였다.
"어제 고기 먹으셨으니 열심히 하셔야죠."
"아니... 그렇게 말하면 할말이 없지만."
어차피 올스타전 특성상 유성도 길어야 2이닝을 던지는 상황이었기에 차라리 익숙한 김태곤과 호흡을 맞추는게 좋았다.
"그나저나 그거 진짜 할꺼야?"
"올스타전이잖아요? 장갑 하나 더 끼는거나 잊지마세요."
"...그렇네. 지금 내 손을 더 걱정해야하는구나."
그렇게 말하며 장갑을 하나 더 착용하며 글러브까지 3개의 장갑을 낀 김태곤은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이미 선수들도 각자의 자리에 향한 상태였고, 김태곤도 유성의 마지막 연습구를 받기 시작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 이후로 1주일이 넘게 지났기 때문에 박유성 선수의 컨디션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요.]
[전반기 중에 이미 2군에 다녀오면서 1주일 넘게 휴식을 취한적이 있기 때문에 박유성 선수의 컨디션은 좋은 편일겁니다.]
[그렇다면 오늘 2이닝만 던지는 부분을 감안했을때 시작부터 전력으로 던지겠군요?]
[박유성 선수의 여력이 있다면 그렇겠죠.]
팡!
"연습부터 150이 넘어가네..."
"컨디션이 좋다는거지."
"이거 참 보면 볼수록 골치 아프네."
평소 유성은 연습 투구를 던질때 150km를 넘긴적이 단 1번도 없었다.
그런데 올스타전 연습 투구부터 저런 구속이 나온다는 것은 오늘 유성이 작정하고 던진다는 이야기였다.
"어쩌겠냐. 새로운 스타를 좀 더 띄워주는 수 밖에 없지."
"정말요?"
"올스타전이니깐 봐주는거야. 시즌 중에는 악착같이 달라 붙어야지."
선수들은 그렇게 나름의 합리화를 하였으나 이내 경기가 시작되자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유성의 연습 투구가 끝나자 이스턴리그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올해는 9개 구단 체제라 어떻게 배정될지가 관심사였는데 이스턴에는 자이언츠, 라이온즈, 베어스, 와이번스가 포함되었고, 웨스턴에 나머지 5개 팀이 포함되었습니다.]
[1위인 라이온즈와 4위 베어스가 이스턴에 있고, 웨스턴에는 각각 2,3위를 기록중인 다이노스와 트윈스가 있기 때문에 일단 밸런스는 어느정도 맞습니다.]
"그래도 첫 2이닝은 웨스턴의 경기겠지만."
그때 주심이 플레이볼을 선언하였고, 숨을 고르던 유성은 이내 초구를 던졌다.
팡!
'윽.'
"스트라이크!"
[초구 160km!]
[시작부터 자신의 최고 구속을 기록하는 박유성!]
"아... 예상은 했는데."
"오늘 저녀석은 저도 못 말려요."
"그러겠지..."
팡!
2구째는 1km 떨어진 159km.
물론 타자는 여전히 건드리지 못하고 공을 지켜보기만 해야했다.
그 흐름을 타고 유성은 곧 바로 3구째를 정확히 꽂아넣으며 선두 타자에게 가만히 지켜보는 상태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어느새 유성의 전매특허가 된 삼구삼진이었다.
첫 타자를 가볍게 처리한 유성은 다음 타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단 3개의 공만을 던졌다.
[헛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두 타자 연속 삼구 삼진을 기록하는 박유성!]
[지금 최저 155km에 최고 160km까지 구속이 나오고 있는데요.]
[2이닝만 던지면 되니깐 뒤도 볼것 없이 전력으로 던지는거죠. 게다가... 지금 박유성 선수는 6개의 공을 모두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죠. 지금 상황에서 저 공을 건드릴 수 있는 타자는 없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김현성도 지금의 유성을 보며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몇차례 대결을 통해 이미 알고 있지만 지금의 유성의 공은 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맥 없이 당할 수는 없었기에 작정하고 160km의 공에 초점을 맞춘 스윙을 한 김현성은 공을 건드릴 수 있었다.
딱!
[파울!]
[거의 타이밍이 맞았는데... 박유성 선수의 구위에 밀린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하마터면 뒤의 관중이 맞을뻔했어요.]
[백네트가 있기 때문에 실제 맞지는 않았겠지만요.]
"후우..."
심호흡을 하던 유성은 천천히 몸의 힘을 끌어모았고, 다음 공을 던졌다.
팡!
[헛스윙! 자, 그리고 지금... 제가 보는게 진짜인가요?]
[네... 제 눈까지 틀린게 아니라면 맞을겁니다.]
[162km! KBO 최고 구속을 지금 이 자리에서 갱신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저녀석은 나한테 원한 있나?"
"하하..."
오늘 뭔가 일을 칠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설마 이런걸 자신한테 던질줄 몰랐기에 김현성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마지막 공에도 헛스윙을 한 김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들어가야했고, 유성은 올스타전 첫 이닝은 세 타자 연속 삼구삼진으로 마무리하며 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162km...?"
"대충 101마일 정도로 보면 되겠네."
"후... 아직 어린 선수라서 구속이 더 오를꺼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게 지금일줄이야."
"다른 구단들도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몰려들겠지."
"그렇겠지? 에휴... 가난한 구단은 이래서 안 좋아."
"애초에 류연진 때문에 마냥 저렴한 가격은 무리였을껄?"
"하긴... 류연진 이상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지금이라면 우리 같은 스몰 마켓은 관심도 못 가지겠군."
1회 말 웨스턴리그의 공격은 아쉽게 무득점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렇기에 곧 바로 2회 초 이스턴리그의 공격이 이어졌고,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최고 162km가 된 포심만을 던지며 4,5번 타자마저 삼구삼진으로 처리하며 5타자 연속 삼진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작성하였다.
"저렇게 던지는데 여력이 있네."
"애초에 전반기 등판 이후로 1주일 넘게 쉬고 왔으니깐... 후반기도 며칠 더 있다가 투수로 나설테니깐 오늘 작정하고 던져도 전혀 부담이 없지."
"다이노스의 관리 플랜을 본 받을 필요가 있겠어."
"관리할 유망주는 있고?"
"...언젠간 생기겠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에 어깨를 으쓱인 그들은 유성이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지막 순간에도 160,161이라..."
"못해도 20개는 160km를 던질 여력이 있다는거겠지."
"가치가 더 올라가는 소리만 들리는데?"
"그래, 더 올라가고 있어."
그때 유성의 마지막 공의 구속이 전광판에 기록되자 다시 한번 환호가 나왔다.
[163km!]
[박유성이 올스타전에서 새로운 역사를 또 씁니다!]
"..."
"101.5마일."
"말 안 해도 대충 알겠어..."
그렇게 6타자 연속 삼구삼진이라는 기록을 작성한 유성은 그대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저 터무니 없는 구속에 할말을 잃은 선수들을 뒤로한채 말이었다.
***
경기 결과만 따지자면 2회 말에 2점을 뽑아내며 웨스턴이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에 등판한 투수들이 하나둘씩 실점을 내주다보니 결국 역전패를 당하게 되었다.
"손이 좀 얼얼한데?"
"그렇게 아팠어요?"
"장갑 두껍게 껴서 아픈건 아닌데 손에 데미지가 있달까... 며칠 쉬면 괜찮다더라."
"당분간 좀 느린 공을 던져야겠네요."
"아니 그럴 필요 없다니깐. 나 이제 푹 쉬고 정상으로 돌아올꺼다."
"네."
올스타전이 마무리되고 선수들은 각자 휴식을 위해 흩어졌다.
유성도 에이전트인 시영과 할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선은 집으로 돌아갔다.
"가족들과의 시간이라... 좋은 이야기지."
"그런데 박유성은 여자친구 없나?"
"고등학생때부터 봤던걸론 있던거 같던데?"
"그래? 시즌 중에 그런 모습은 못 봤는데?"
"KBO는 중계 시스템이 좋으니 경기는 따로 보고 연락만 하는걸수도 있겠지."
왜 갑자기 여자친구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보통 이렇게 잘나가는 선수에게는 무조건 여자가 꼬였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유성이 워낙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행동했고, 뒤에서도 시영이 언론과 접촉하고 있었기에 별 다른 이야기는 없었지만 어린 선수가 대부분인 신생팀에서는 모든 것을 조심해야했다.
"내가 알기로 다이노스의 주장 이호중이 그런 부분에서 철저해서 영입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
"그래? 하긴 신생팀에 분위기를 잡아줄 베테랑이 중요하기는 하지."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유성은 휴식 이후 시영과 만났다.
"요즘은 어때요?"
"담당하는 선수가 몇명 생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핵심은 박유성 선수입니다. 그리고 올스타전 덕분에 몸값이 엄청 올랐어요. 박유성 선수 일정을 맞추기 위해 광고는 전부 시즌 뒤로 밀었고, 그 중에 이 2개를 추천합니다."
"음... 언제까지 정하면 되죠?"
"시즌 끝나기 전에만 정해주시면 됩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거든요."
"그렇군요. 뭐... 하죠."
"알겠습니다."
유성이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을때 다이노스도 마찬가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성을 지명할때 넣었던 조항 때문이었는데 다이노스가 첫 시즌부터 예상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자 다급해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려워요. 이걸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우린 신생팀이라 여론도 신경 써야합니다."
"그런가..."
"차라리 우승을 거둔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내주는게 좋습니다. 아니면 새로운 규정을 추가하거나요."
"새로운 규정이라..."
지금 유성은 가장 유력한 신인왕은 물론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였다.
만약 이런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서 3년 연속 MVP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뭐가 더 좋을것 같나?"
"우리 구단의 자금 상황이나 여러가지로 봤을때 이런 조항을 추가하는게 이득이라고 봅니다."
"그렇군. 당분간 바쁘겠어."
"좀 더 수고하셔야겠습니다."
"나야 뭐 하는 일이 이런 것이니 어쩔 수 없지."
다이노스 구단도 후반기와 차후의 시즌의 준비를 마무리 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반기에는 어떻게든 그녀석을 한번 무너트려보자고."
"163을 어떻게든 쳐야한다는게 문제지만 말이죠."
"...그게 문제기는 하지."
다른 팀 선수들이 난공불락이나 다름 없는 유성에 대한 상대를 고민하고 있을때 유성은 후반기 준비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