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
Chapter 29 - 미스터 올스타 (1)
올해 올스타전은 이번 시즌의 이변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트윈스가 3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서군에서 단 1자리를 제외한 모든 자리를 차지하였고, 신생팀인 다이노스가 2위라는 상상 이상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최다 득표자인 투수 박유성만으로 올스타로 배출하였으나 다른 선수들도 득표 2,3위를 차지하며 다이노스의 돌풍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홈런 레이스요?"
"그래. 생각 있냐?"
"음..."
MLB에서는 홈런 더비라고 불리지만 KBO에서는 홈런 레이스라고 불리는 올스타전의 백미.
어차피 단어의 차이만 있을뿐 똑같은 말이기에 유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참가를 결정했다.
[박유성 선수가 경기는 투수로만 나설듯 한데... 대신 타격은 홈런 레이스에서 한다는군요.]
[그렇죠. 20홈런이나 때려낸 박유성 선수의 파워를 생각하면 당연한 참가라고 생각됩니다.]
유성의 참가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야구팬들이 홈런 레이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유성은 홈런 레이스에서 여러 선수들을 만나게 되었다.
"괴물이 나타나셨네."
"네?"
"0점대 방어율에 20홈런 치는 선수를 괴물이 아니면 뭘로 이야기 하겠어?"
"그냥 하다보니 그렇게 된건데..."
"뭐야? 그럼 우린 뭐가 되는거지?"
"동생아 아무래도 이게 현실인거 같다..."
"아니, 선배님. 그렇게 말하시면..."
시즌 중에 당한게 많다보니 선수들의 분위기가 안 좋을 수도 있었는데 올스타전의 효과 덕분인지 선수들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었다.
"그나저나 우승 할 수 있을꺼 같냐?"
"자신 없었으면 홈런 레이스 안 나왔죠."
"오... 기대 되는데?"
선수들과의 이야기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홈런 레이스가 시작할때가 되었기에 각자 연습을 위해 흩어졌기 때문이었다.
"후..."
"그나저나 내가 던져도 되냐?"
"일단 해봐."
"...안 좋을꺼 같은데."
홈런 레이스에 참가하는 유성에게 공을 던져주는 것은 주환이었다.
언더핸드 투수가 배팅 볼을 던져주는 것은 특이한 일이지만 주환은 쓰리쿼터로 공을 던져본 적이 있기에 문제 없이 배팅 볼을 던질 수 있었다.
[이건 또 특이한 장면이죠?]
[네, 박주환 선수가 언더핸드가 아닌 쓰리쿼터로 던지는 장면이네요.]
[배팅볼을 던져주는거라 딱 봐도 느리다는게 보입니다만 이색적인 장면이네요.]
[박주환 선수도 주목할만한 신인이죠?]
[네, 부상으로 1달 정도 공백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 18경기에서 18이닝동안 단 1실점을 기록하며 방어율 0.5와 함께 15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박유성 선수는 다승 1위에 여러가지로 1위를 하더니 박주환 선수도 세이브 1위를 차지했네요.]
[그렇습니다. 후반기에 이 페이스를 이어가느냐가 관건이지만 신생팀이 타이틀을 대거 가져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딱!
"쓰리쿼터인데 변화가 좀 있네..."
"준비 끝났나?"
"네."
[자, 지금 홈런 레이스 예선이 시작됩니다!]
2명의 선수가 토너먼트로 맞붙어서 승자가 위로 올라가는 간단한 토너먼트 방식의 홈런 레이스는 8명의 선수가 참가하였기에 총 3번의 레이스가 예정 되어 있었다.
딱!
[초구부터 바로 갑니다! 가볍게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 말처럼 박유성 선수의 스타트는 좋습니다.]
[네, 2번째도... 넘어갑니다.]
[진짜 대단하네요. 20홈런 칠때부터 알아봤지만 이 선수가 한쪽에만 집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솔직히 상상이 안되네요.]
노히트노런과 20K를 기록한 경기는 1주일이 넘는 휴식을 받은 상태였기에 유성의 컨디션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보통 투수들은 정해진 루틴이 있기에 5선발 혹은 6선발 아니면 4일 정도를 쉬어버리는 변칙적인 일정에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성은 고교 시절부터 꾸준한 관리를 받아왔기에 등판일이 자연스럽게 길어졌고, 등판 일정이 몇번씩 바뀌더라도 제 컨디션을 낼 수 있게 되었다.
"후..."
순식간에 3개를 연달아 때려낸 유성은 잠시 숨을 고르며 적당한 공을 기다렸다.
주환이 다시 준비를 마치고 공을 던지자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두르며 유성은 4번째 홈런을 때려냈다.
[페이스가 생각보다 더 좋네요.]
[예선과 4강에선 7out이고 결승에선 10out이기 때문에 페이스 유지만 잘하면 결승때 더 많이 기대 할 수 있을듯 하네요.]
[그렇죠.]
4개를 때려낸 유성은 이후 힘 조절을 하며 펜스 앞에 떨어지는 타구를 치며 5개의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그렇게 2개의 아웃카운트가 남은 시점에서 다시 2개의 홈런을 더 때려내며 최종적으로 6홈런으로 예선을 통과하였다.
"쉽게쉽게 치네."
"올스타전이니깐."
"투수쪽도 걱정되었을꺼야."
"응?"
"원래 언더핸드인데다가 1경기에 많아봤자 20개 던지는 투수잖아."
"그렇지. 그래서 부담이 적은 쓰리쿼터로 던지는데?"
"팔 자체는 소모품이니깐 적당히 이길만하다 싶으니깐 박주환의 팔을 아끼기 위해 바로 마무리한거지."
"...그런데 박유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봤던 박유성이라면 그 이상도 생각하고 있을껄."
"그런가..."
유성을 높게 평가 하는 부분에선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었다.
홈런 레이스 예선 이후 퓨처스 리그 올스타전이 진행 되었고, 퓨처스 올스타전이 마무리되자 바로 4강전이 이어졌다.
"미리 6아웃 정도 당하고 시작할까?"
"응?"
"3개 치셨네..."
"그러게."
"일단 3개 치고 바로 6아웃 하면 되겠네."
"...대단하다."
"칭찬 고마워."
칭찬하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유성은 가볍게 그러한 점을 넘겼다.
그런 유성을 보며 주환도 어쩔 수 없다는듯 마운드로 향했다.
[예선에선 6개를 때려냈는데요.]
[상대였던 김현성 선수가 2개를 때려낸것과 대조가 되는 부분이었죠.]
[이번에도 이승연 선수가 3개를 때려냈기에 4개만 치면 결승이 확정되는 상황입니다.]
[네, 말씀드리는 순간 초구! 바로 넘어갑니다.]
[오늘 박유성 선수의 타격감이 좋은거 같죠?]
[제가 봐도 그런것 같네요. 기회만 된다면 투수, 타자 모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말이죠.]
[무리하지는 않을테니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죠.]
"타자로 써볼까?"
"네?"
"한 7회쯤에 대타로 넣어서 8회 수비 하고 9회 투수로 나서는거 어떤가 싶어서 말이죠."
"...무리 시키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그렇기는 하죠. 그냥 순간적으로 든 생각입니다."
순식간에 3개의 홈런을 때려낸 유성은 사전에 이야기한대로 순식간에 6아웃을 채우며 단 1개의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게 되었다.
그리고 주환이 최대한 신경 써서 던진 공을 그대로 때려내며 저 멀리 날려보냈다.
[자, 갑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아직도 갑니다! 장외홈런!]
[이야... 포항구장을 그대로 넘겨버렸네요. 포항구장 첫 장외홈런이 아닌가 싶은데요.]
[작년에 개장한 구장이기 때문에 장외홈런은 처음이 맞습니다.]
그 뒤로 1개를 더 친 유성은 5개의 홈런으로 홈런 레이스 결승에 도달하게 되었고, 결승의 상대는 박병훈이었다.
[여기서 홈런왕과 홈런왕을 노리는 선수가 만나게 되었군요.]
[누가 이길까요?]
[저에게 물어보신다면 박유성 선수에게 한표를 던지겠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저는 박병훈 선수에게 걸어야겠군요.]
"팔 문제 없냐?"
"날 뭘로 보는거야. 충분히 쉬어서 문제 없어."
"박병훈 선배가 먼저 시작해서 다행이네. 적당히 맞출 수 있으니깐."
"그래도 10아웃에 못해도 5개쯤 친다고 가정하면... 꽤나 던져야겠는데."
"그래, 마지막으로 고생해라."
"밥 사는거나 잊지마."
"알았어."
이번 올스타전에 참가한 13드래프트 출신의 미래고 선수는 유성과 주환 뿐이었다.
미래고에서도 최고 수준의 재능들이 배출 되었다고 평가 받았던 13 드래프트 출신들이 첫시즌 올스타전에서는 2명 뿐이라는 점에서 왠지 아쉬운 감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후 진행된 홈런 레이스 결승전에서 주환은 약간의 곡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어우..."
"결승을 위해 힘을 아껴놨나 보네."
"11개라니..."
"별 수 있냐. 한번 죽어봐야지."
"그래..."
[자, 10개의 아웃카운트로 제한이 늘어난 홈런 레이스 결승입니다.]
[박병훈 선수가 11개나 쳤기 때문에 박유성 선수는 12개 이상을 쳐야만 우승이 가능합니다.]
[박주환 선수가 계속해서 공을 던지는군요.]
딱!
[초구! 바로 날아갑니다! 넘어갑니다!]
[시작부터 하나 때려내면서 순조로운 스타트를 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다시 한번 넘어갑니다.]
'일단 2개'
빠르게 2개를 쳐낸 유성은 곧 이어서 3번째 공마저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며 순식간에 3개의 홈런을 쳐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병훈은 불안감을 느꼈는지 고개를 흔들 수 밖에 없었고, 지금의 상황에 완전히 집중한 유성은 쉴틈 없이 타격을 이어가며 3아웃을 당했으나 10개의 홈런을 쳐내며 바로 턱밑까지 추격을 하였다.
[박유성 선수의 홈런 페이스가 엄청나네요.]
[이쯤되면 슬슬 힘이 떨어질때가 되는데 말이죠.]
[말씀드리는 순간 4번째 아웃카운트가 기록됩니다.]
딱!
[갑니다! 이 타구는! 다시 한번 장외로! 넘어갑니다!]
[동점! 11개의 홈런으로 따라 잡는 박유성!]
[이제 하나만 더 치면 됩니다!]
- 이건 이겼다!
- 하나만 더!
그러나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순식간에 유성이 5개의 아웃카운트를 내주며 마지막 아웃카운트만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면 동점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서든데스로 넘어가게 되는데요.]
[박유성 선수가 잠시 타임을 요청했는데... 박주환 선수가 꽤나 공을 많이 던져서 시간이 필요한듯 하네요.]
[평소에 불펜으로 나서던 선수가 지금까지 50개 넘게 공을 던졌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잠시 휴식을 가진 주환은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 공을 본 유성은 벼락같은 스윙으로 다시 한번 공을 담장 밖으로 보냈다.
[12개의 홈런! 2013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우승자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자축하듯 13번째 홈런을 때려냅니다!]
그 다음 공은 아쉽게 펜스를 맞고 튕겨나오며 홈런이 되지 못하였으나 13개의 홈런으로 유성은 당당하게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박유성 선수 이 상금은 어떻게 하실껀가요?"
"일단 엄청 고생해준 주환이한테 밥부터 사주고 정하겠습니다."
- 보통 부모님한테 준다고 안 그러냐?
ㄴ 박유성 계약금 얼마인지는 알고 그러냐.
- 15억 중 절반은 부모님 드렸다던데.
ㄴ 효자네;;
어차피 메이저리그로 향하면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시점에서 돈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는 유성은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부모님에게 보내드렸고, 잔여 계약금이 들어온다면 이 금액도 대부분 보낼 예정이었다.
"집이랑 밥은 구단이 알아서 해주는데 장비 구매 비용 정도만 생각하면 되지."
"너도 참 대단하다."
"그러는 주환이 너도 절반 정도는 나처럼 부모님한테 보냈다면서?"
"뭐... 모자라지만 그동안 키워주신 보답은 해야지."
"나도 그래서 10억 넘는 금액을 다 보내드렸잖아."
"그래. 전에 몇번 이야기 했던거니깐 잘 알고 있지."
여담으로 홈런 레이스 이후 유성은 주환에게 소고기를 사주며 크게 배를 불려주었다.
다른 다이노스 선수들까지 합류하며 상금의 대부분을 순식간에 사용하고 말았지만 코 앞으로 다가온 올스타전에 대비해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
다음날이 되고, 경기가 시작되기 전 유성은 선동연 감독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홈런 레이스를 보며 생각했던 이야기를 유성에게 전달한 것이었는데 어제 열심히 타격을 했던 유성이기에 웃으며 제안을 거절하고 경기 초반인 1,2회에만 등판하기로 정하였다.
그렇게 2013 올스타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