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
Chapter 28 - 올스타로 향하는 길 (2)
9회 말로 접어든 경기는 말 그대로 클라이막스였다.
[결국 박유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현재 81구이기 때문에 100구 이전에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안타를 허용하면 바로 교체 될 수도 있고요.]
[다만 현재 18개의 삼진을 잡아낸 상태이기 때문에 1개만 더 잡고 내려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네, 19개면 KBO 1경기 최다 기록이니깐요.]
- 와... 오늘 기록 2개 만들어지는거냐?
- 설마 둘 다 되나?
- 그동안 박유성 85구 제한을 단순히 유망주 아낄려고 그러는건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깐 기록 세울까봐 막은거 같다.
ㄴ 내가 봐도 제한 풀리니깐 바로 각성해버린거 같음.
오죽하면 유성을 일부로 제한 시켜놨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오늘 유성의 피칭은 완벽이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후..."
"괜히 보고 있는 내가 더 떨리네."
"나한테만 오지마라..."
선수들도 지금 걸려있는 기록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에 긴장감은 자연스럽게 더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김강문 감독은 아쉬움을 느꼈다.
"이럴때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없는게 아쉽군."
김강문 감독도 2개의 대기록이 한꺼번에 걸리는 경우는 처음이었으나 감독 경력이 폼은 아니었기에 침착함을 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 가운데 베테랑이라고 할만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점수를 뽑아 낼때 무리하게 대타를 쓴게 이렇게 돌아오는군.'
현재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 중 연차가 제법 되는 김종하나 모창인은 1군 풀시즌조차 올해가 처음이었기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사실상 모든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성이 9회 말 첫번째 공을 던졌다.
팡!
[여기서 158km!]
[마지막이라는거죠. 더는 볼게 없으니 그대로 끝내버리겠다는 의도입니다.]
9회 말이 시작되기 전 대타를 준비한 트윈스였으나 타선이 원래부터 약하던 팀이었기에 대타로 꺼낼만한 자원은 단 2명 뿐이었다.
"일단 8,9번 둘 다 대타로 간다."
"네."
어떻게든 이변을 만들어내야했다.
그러나 1개도 아니고 2개의 기록이 걸린 상황에서는 번트도 시도하기 힘들었다.
팡!
[다시 한번 헛스윙!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갔네요.]
[솔직히 말해서 경기 막판에도 이런 공을 던지면 타자는 절대 못 치죠.]
[네, 이건 제가 전성기로 돌아와도 못 칠꺼 같아요.]
[양준호 위원께서도 무리라고 하시면 칠 타자가 없겠네요?]
[솔직히 제가 현역일때 안 만나봐서 다행이죠.]
KBO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던 그마저도 유성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 낼 가능성이 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트윈스의 7번 타자가 3구째 볼을 참아내고도 4구째 연달아 들어온 유인구를 참아내지 못하며 헛스윙을 하고 말았고, 유성은 하나의 대기록을 먼저 작성하였다.
[헛스윙 삼진! 19번째 삼진을 잡아내며 KBO 역사상 최다 삼진을 달성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제가 해설하면서 이런 장면을 보기는 보네요.]
[그러게요. 더욱 기대되는 점은 아직 박유성 선수는 2개의 아웃카운트를 더 잡아낼 수 있다는겁니다.]
오늘 경기 자체가 극한의 투수전으로 흐르다보니 경기 시간도 2시간을 아슬하게 넘길려고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유성이 기록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진작에 알려졌기에 다른 팀 경기를 보던 사람들까지 몰려들며 다이노스 경기는 각종 중계 사이트에서 시청자 1위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 이제 삼진 1개만 더 잡으면 20K고 아웃 2개 더 잡으면 퍼펙트다.
- 퍼펙트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죄다 삼진으로 잡아내는거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2개.
트윈스는 곧 바로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말 대단하네요. 오늘은 그야말로 박유성 선수의 날이네요.]
[그래도 트윈스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는 않은듯 합니다.]
[그렇죠. 기록 하나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걸려있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궁지에 몰려있는 트윈스로써는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네, 상황이 안 좋기는 하지만 역으로 아직 2번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쓸 수 있는건 다 써야죠.]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오늘 트윈스 선발로 나선 신정안 선수도 허탈하겠어요. 8이닝 1실점인데 패전을 하다못해 대기록의 상대가 되었으니깐요.]
[이건 솔직히 어쩔 수 없죠. 박유성 선수가 너무 잘하고 있으니깐요.]
대타로 나선 타자는 과감하게 초구부터 배트를 휘둘렀다.
딱!
[아! 쳤습니다! 하지만... 파울이 됩니다.]
[어차피 하나 노려서 치기 힘드니깐 그냥 휘두른거 같네요.]
[결과가 조금 안 좋았지만 차라리 이렇게라도 하는게 좋을듯 하네요.]
"그래도 폼으로 대타를 쓴건 아니네."
[그러고보면 방금의 공으로 박유성 선수의 투구수가 85구째가 되었네요.]
[이젠 기록이 걸려있으니 내릴 수가 없죠.]
팡!
방금 파울이 된 공은 154km의 공.
그렇다면 더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는다.
[86구째의 구속은 159km!]
[이야... 힘이 많이 떨어졌을텐데 여기서 이런 공이 나오는군요.]
[박유성 선수가 평소에도 완급 조절을 잘하는 투수니깐요. 오늘 투구수 제한이 없다는걸 생각하면 처음부터 노리고 배분을 했겠죠.]
"와... 지치지도 않나? 태곤아, 저녀석 진짜 오늘 무슨 날이라도 되냐?"
"그냥 긴 시즌 중 하루일뿐이죠."
"...그렇네. 우리가 약한거지."
왠지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하는 모습이었지만 대기록을 앞둔 상황에서 봐줄 필요는 없었다.
'끝내자.'
'네.'
타자가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무리하게 승부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3구째로 체인지업을 요구하였고, 예상대로 헛스윙 삼진이 만들어지는듯 했다.
딱!
그걸 때려낸 타자의 끈기만 아니었다면 말이었다.
[쳤습니다! 유격수 전진! 잡아서 1루로! 아! 잡을 수 없습니다!]
[급하게 포수가 잡았지만... 이미 주자가 출루에 성공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완벽한 실책이 나오고 말았네요...]
- 아니 xx 장난하냐?
- 어떻게 거기서 그러냐.
- 나~는~ 행복
ㄴ 여기 아니야 임마.
유성도 생각도 못한 부분에서 실책이 나왔기에 순간적으로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였다.
금방 깨닫고 표정을 수습했으나 최일헌 코치가 빠르게 눈치채고 올라왔다.
애초에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올라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코치님."
"운이 없었어. 아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하나? 실책으로 기록 되었으니깐 마무리하고 와라."
"...네."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유성은 이미 최고의 투수였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겠지.'
나이가 더 많은 선수도 저렇게 긴장을 하다가 실책을 기록했는데 유성은 실책으로 퍼펙트가 날아갔음에도 평온했다.
바로 다음 타자의 타구가 정확하게 다시 유격수 방향으로 향하자 모두가 긴장했으나 유성을 지켜보고 있던 최일헌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면 볼수록 별종이란 말이지."
유격수가 확실하게 공을 잡았는지 확인한다고 병살을 잡아내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1개의 아웃카운트를 확실하게 잡아내며 이제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1개가 되었다.
[실책으로 인해 퍼펙트는 깨졌지만 그 다음의 기록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또한 삼진을 1개만 더 잡아내면 전무후무한 20개의 탈삼진이 기록 됩니다.]
[박유성 선수의 선택도 관심이 가는데요.]
팡!
[여기서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군요.]
[박유성 선수가 이런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건 역으로 이런 상황에서 이런 패턴의 피칭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또한 이 공이 90구째가 되었는데요.]
- 빨리 끝내자.
- 기록은 좀 봐주면 안되냐...
ㄴ 저녀석을 막을 수가 없잖아.
보통 90구 정도를 던지면 몸이 무거워져야하는데 평소에 관리를 꾸준히 받아왔던 유성은 오히려 홀가분함을 느꼈다.
그 증거로 91구째는 다시 157km의 구속을 기록하며 2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긴장감이 들었다.
그렇게 하나 빠지는 공을 던지며 잠시 시간을 벌은 유성은 고민 끝에 마지막 공을 결정했다.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 경기 종료! 노히트 노런과 20K라는 2개의 기록이 지금 이 순간 작성됩니다!]
[오늘 KBO 역사에 박유성이라는 이름 석자가 당당하게 기록 되었습니다!]
KBO 역사상 11번째 노히트 노런과 역사상 최초의 1경기 20탈삼진 경기.
그동안 야구팬들 사이에서 주로 관심을 받아왔던 유성은 이 경기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은 올스타전으로 향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 잔여 일정을 소화해야했는데 마침 유성이 거둔 이 승리로 다이노스는 40승의 고지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이후 2경기에선 타선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연패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트윈스 3연전에서 최상의 시작을 한 다이노스는 루징 시리즈로 3연전을 마무리하였지만 바로 뒤의 자이언츠 3연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반전에 성공하였다.
이 3연전에서 타자로 복귀한 유성의 활약이 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는데 3경기 4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19홈런에 도달한 것이었다.
전반기가 마무리되기 전에 20홈런에 도달할 것인가로 많은 관심이 모인 가운데 전반기 마지막 경기는 베어스 2연전이었다.
원래 일정대로면 첫경기 선발은 유성이 되어야했지만 이미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은 유성이기에 타자로만 나서기로 한 상태였다.
이 2경기에서 유성은 나름의 활약을 하였지만 팀이 패배를 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신생팀의 한계라고 해야하나..."
"박유성이 타자로 아무리 활약해도 다른 타자들이 부진하거나 투수진이 무너지면..."
"그렇다고 투수로만 나서자니 1실점 하고도 졌던 경기가 있으니..."
분명 유성의 투타겸업 덕분에 다이노스는 기대 이상의 첫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역으로 다이노스라는 팀의 한계이기도 했다.
"해봐야 중하위권 정도의 팀이 2위씩이나 하고 있으니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오버 페이스를 할 수 밖에 없지."
"그럼 후반기에... 떨어지나?"
"최소한 2위는 무리겠지."
그나마 다이노스가 연패에서 건진 것이라면 유성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20홈런과 10도루를 동시에 달성하였다는 것이었다.
"이정도 성적은 왠만한 선수들이 1시즌에 기록하기도 힘든 기록인데..."
"투수로 11경기 나서서 9승 1패에 79이닝동안 139개의 삼진과 방어율 0.68..."
"0점대라니 KBO 수준을 감당하면 농담할 수준이 아니야. 당장 메이저로 와도 2점대의 방어율을 기록 할 수 있어."
"난 솔직히 이게 투타겸업을 한 선수가 만든 성적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되고 있어."
사실 투수로써의 성적이 터무니 없어서 그렇지 타격 성적도 절대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3할 6푼이 넘어가는 타율과 20개의 홈런, 10개의 도루 그리고 50개가 넘어가는 타점까지 본다면 유성은 내년부터 바로 메이저에서 뛰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보통 2년차 징크스니 뭐니 하는 것도 그 선수가 첫해에 비해 발전이 안 되었다는 이야기니깐..."
"지금의 박유성이라면 2년차 징크스고 뭐고 기록을 몇개 더 작성하고 오겠지."
"KBO는 저런 선수를 위한 규정 같은거 없나?"
"없지. 그러니 류가 7년 채워서 메이저리그로 넘어온거고."
"아쉽군."
MLB 스카우터들이 유성을 데려가지 못해서 아쉬움을 느꼈다면 반대로 KBO 구단들은 후반기에라도 유성을 공략하기 위해 바쁘게 분석을 하고 있었다.
"이거 올해 내내 당하는거 아닌가 몰라."
"그래도 이 페이스면 박유성이 투수로 나서는건 20경기 정도겠네."
"20경기라... 시즌 끝나면 15승 정도는 챙겨가겠네."
"데뷔하자마자 15승 이상 페이스라니 정상이 아니야. 홈런도 30홈런 넘어갈 페이스던데 말이야."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그녀석 때문에 KBO 수준이 허접해 보여. 노히트와 20K를 같이 달성하던 경기는 메이저리그 에이스가 여기서 뛰는줄 알았을 정도니깐."
"그 경기는... 답이 없어. 슬슬 공략이 될까 싶더니 건재함을 보여줬으니깐."
결국 스카우터들은 후반기를 위해 좀 더 많은 분석을 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반기가 마무리되었고, 전반기 중에 진행 되었던 투표 결과가 발표 되었다.
[2013 올스타]
최다 득표 : 박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