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
Chapter 28 - 올스타로 향하는 길 (1)
5회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11개의 삼진을 잡아낸 유성이 앞으로 노릴 수 있는 아웃 카운트는 12개.
그렇기에 어느순간 다이노스팬들은 자체적으로 K마크를 꺼내들며 유성이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이노스 팬들의 행동력이 대단하네요.]
[원정 구장이라 달아두기가 애매하니 저런 식으로 해뒀네요.]
[오늘 경기 전까지 박유성 선수가 무려 110개의 삼진을 잡아낸 상태였는데 현 시점에서 121개로 늘어났습니다.]
[뛰어난 이닝 소화력 덕분에 규정 이닝을 넉넉하게 채우고 있어서 방어율, 다승, 승률 부분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데요.]
[타이틀 수상이 되는 부분이 4개뿐이라서 그렇지 다른 기록까지 보시면 10개가 넘는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 이닝당 삼진이라던가 이닝당 투구수 같은 기록이 대표적이죠.]
그런 유성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상대 선발도 마찬가지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늘 진짜 1점 싸움이네."
"투구수 봤지?"
"네, 평소보다 약간 많지만 54구니깐 완봉 노리기에는 충분하죠."
'과연... 규격 외로군.'
오랜시간동안 수 많은 투수들을 봐오고 가르쳐왔지만 유성 같은 투수는 처음이었다.
우려되었던 체력 저하는 철저한 관리 덕분에 없었지만 그래도 한번은 공략 당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1경기에서 2실점을 한게 가장 많은 실점을 한 수준이니 지금의 유성은 KBO라는 리그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46구 남았지?"
"네. 여유는 있지만 조금 조절을 해야겠네요."
경기 후반은 보통 선발 투수가 더 힘들지만 타자도 힘들어지는 시기였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초구부터 스플리터를 던지며 6회 선두 타자에게 범타를 유도한 유성은 2번째 타자에게도 슬라이더와 커브를 연달아 던지며 내야 플라이로 순식간에 2아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에게 다시 포심으로 2스트라이크를 잡아내고, 체인지업으로 마무리하는 일종의 알고도 못 치는 패턴으로 삼진을 추가하며 단 6구만에 이닝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삼진도 하나 추가하였다.
"9번 타자는 타격이 약한 경우가 많으니 잘 노리고 들어갔군."
"애초에 150km가 넘는 공을 사정 없이 던지는데 KBO에서 그걸 쉽게 때려낼 녀석이 있을까 싶지만."
남은 이닝은 단 3이닝.
그리고 유성의 투구수는 단 59구에 불가했기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대기록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남은 이닝 3이닝. 현재 잡아낸 삼진은 12개입니다.]
[일단 지금 페이스라면 8회까진 확실한데... 9회가 의문이네요.]
[그러고보면 오늘 경기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오늘 9회까지 던지는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러면... 좋겠죠?]
문제는 6회에도 경기는 여전히 0대0의 스코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젠 시간도 모자라는데..."
"답이 없지."
유성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6회에도 유성이 무실점을 이어가자 다른 선수들은 은연중에 유성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유성이 등판했던 대부분의 경기에서 확실한 득점 지원을 하지 못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저쪽 선발도 슬슬 한계가 올때가 됬어. 7회 늦어도 8회가 승부다."
"네."
7회 초 다이노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타석에 들어선 이호중은 침착하게 자세를 잡았다.
팡!
'확실히...'
앞선 6이닝에 비하면 힘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이번 이닝에 승부를 보는게 맞았다.
살짝 빠지는 공으로 인해 1S-1B이 되었고, 이호중은 곧 바로 3구째를 때려냈다.
딱!
[쳤습니다! 2루수! 키를 훌쩍 넘어가는 타구! 우중간을! 완전히 가릅니다!]
[이호중의 안타! 2루에서... 3루! 3루로 갑니다!]
[3루에서 승부!]
생각보다 바운드가 컸기에 외야수들이 빠르게 공을 잡지 못하였고, 1루를 지나 2루로 향하던 이호중도 그 장면을 봤기에 작정하고 속도를 더 끌어 올려서 3루로 달려나갔다.
[세이프! 이호중의 3루타! 이걸로 무사 3루의 찬스를 잡는 다이노스!]
[이야... 이호중 선수의 3루타가 이대영 선수의 홈런처럼 보기 힘든건데 그게 여기서 나오네요.]
[네, 여기 통산 기록만 봐도 1시즌에 1개도 안 되는 3루타 기록이 있거든요. 그만큼 이호중 선수가 1점을 간절하게 원한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이어서 조영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7회였기에 김강문 감독은 여기가 찬스인것을 깨닫고 이호중을 빼고 대주자를 기용하였다.
[자, 대주자까지 나왔는데요.]
[최대한 큰 플라이만 쳐주면 좋을텐데요.]
팡!
"스트라이크!"
하지만 베테랑급 경력의 조영후도 지금의 상황이 부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제대로 공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고, 이것은 결국 허무한 삼진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헛스윙 삼진! 중요한 삼진을 잡아냈네요.]
[네, 중요한 찬스에서 아쉬웠네요.]
[이제 모창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데 다이노스 하위 타순이 좋지 않은걸 감안하면 이 선수가 해결을 해줘야합니다.]
'후... 하필이면 여기서 나한테 찬스가 나오네.'
단 1점만 뽑으면 되지만 그 1점에 대한 부담감은 매우 컸다.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은 모창인은 배트를 굳게 잡고 공을 지켜보았다.
'포심과 슬라이더 중에 뭘 치느냐가 문제인데...'
트윈스의 선발 투수는 유성처럼 많은 구종을 가지고 있는 투수지만 그렇다고 유성처럼 모든 구종이 뛰어난 것은 아니기에 주요 구종이 정해져있었다.
팡!
이 시점에서 148km가 나오는 공은 지금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공을 보고 모창인은 한결 편해졌다.
150이 넘지 못하는 공은 결국 공략이 가능한 공이기 때문이었고, 이 투수는 유성처럼 연달아 포심을 찔러 넣을 투수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딱!
[쳤습니다! 1루수가 몸을 날렸지만 잡지 못하면서 안타!]
[3루 주자 홈으로! 긴 투수전 끝에 7회 초 드디어 앞서가는 MC 다이노스!]
[스코어 1대0으로 다이노스가 리드를 잡습니다!]
- 와! 몿이 드디어 해냈다!
- 오늘 경기는 이겼다!
빠른 주력으로 순식간에 2루에 도달한 모창인은 유성을 보며 자신이 해냈다는듯 손을 들었고, 유성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줬다.
실점을 했기 때문에 트윈스의 투수코치가 급하게 마운드로 올라왔으나 잠시 후 계속 던지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고, 모창인이 3루로 진루하기는 했으나 나머지 2개의 아웃 카운트를 내주며 결국 7회 얻어낸 점수는 단 1점이 되었다.
"1점이라..."
"충분해요."
7회 말 트윈스 타순은 1번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경기는 7회 말로 이어지게 됩니다.]
- 잠깐만... 지금 기록이 어떻게 되지?
ㄴ 6이닝 무실점 12k.
- 아니... 지금 1명도 출루 못했지?
- 어?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과 중계를 보고 있던 팬들은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잠시 소란스러움을 느낀 트윈스 타자들은 전광판을 확인하고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저희도 이제서 확인한 사실이 있는데요.]
[네, 지금 박유성 선수가... 엄청난걸 도전하고 있네요.]
암묵적인 룰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해설은 말을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전광판을 잡아주면서 그들도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전광판을 보시면 알겠지만 단 1개의 안타나 출루, 실책이 없습니다.]
[박유성 선수가 6이닝 퍼펙트를 기록 중이라는거죠.]
"와... 나도 삼진에 집중한다고 저건 놓치고 있었네."
"평소에 유성이가 볼넷은 1개 줄까 말까 수준으로 안 주고 안타도 1경기에 4,5개 주면 엄청 준 수준이었으니깐."
그러나 유성은 오늘 완봉과 삼진 기록만 생각하고 나왔기에 그 사실을 몰랐다.
정확히는 관심도 없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팡!
[여전히 155km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게 오늘 경기 60구째 공이죠?]
[네, 평소라면 제한까지 25구가 남은 상황인데요.]
2구째로 날아들어온 커브에 트윈스 타자는 크게 헛스윙을 하며 균형을 잃어버리며 잠시 넘어졌다.
유성은 타자의 상태를 슬쩍 확인하고는 만약을 위해 체력을 아끼고 있었고, 타자가 다시 타석에 들어서자 3구째 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오늘 경기 13번째 삼진을 잡아냈다.
[이제 아웃카운트는 8개가 남았고, 박유성 선수는 13개의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괜히 보는 제가 떨리네요. 투구수는 62구고요.]
[저도 솔직히 긴장되네요. 그리고 박유성 선수는 여전히 포심 위주의 피칭으로 타자들을 찍어 누르고 있습니다.]
2번째 타자에게도 150 초반부터 후반까지 오가는 완급조절이 되는 포심으로 불리한 볼카운트로 몰아 넣은 유성은 마무리로 스플리터를 꺼내들며 타자의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만끽했다.
'이제 14개인가...'
남은 아웃카운트 7개.
유성이 노리는 목표는 선동연 감독이 세웠던 최다 삼진인 18개를 갱신 하는 것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3번 타자로 오늘 유성을 3번째 상대하는 박용태는 여전한 힘을 가지고 있는 유성의 공에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문뜩 김태곤에게 한가지 사실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85구 제한 있지 않냐?"
"유성이가 오늘 경기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라 감독님이 투구수 제한 없다던데요."
"...하. 그래서 노리고 나온건가?"
"글쎄요. 오늘 유성이 컨디션이 엄청 좋은 것도 있거든요."
팡!
"아오... 왜 미국에 안 가고 한국에 남은건지 모르겠네."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앞의 두 타자에게 연속으로 삼구삼진이 나왔으니 빠지는 변화구가 하나쯤 나올때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박용태였으나 유성은 과감하게 존 안으로 들어오는 커브를 던지며 박용태를 멍하니 지켜보는 상태로 삼진아웃을 당하게 만들었다.
[이닝 체인지! 이걸로 15개째 삼진을 잡아내는 박유성!]
[공격적이면서도 정확하고 확실한 피칭을 하고 있어요. 덕분에 7회가 끝났는데 투구수가 68구 밖에 안 되었네요.]
"다음 이닝에는 좀 널널하게 할까?"
"아니요. 마지막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최대한 투구수를 아껴놔야죠."
"그래."
유성이 7회를 가볍게 막아내자 경쟁심이 불타오른건지 트윈스의 선발은 8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르며 다이노스 타선을 막아내며 8이닝 1실점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등판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유성에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상대였다.
남은 경기는 트윈스 타선을 막아내느냐 마느냐의 싸움이었기에 유성은 글러브를 챙겨서 다시 마운드로 나섰다.
그리고 8회에도 3개의 삼진을 더 획득한 유성은 8이닝 무실점 18K로 선동연 감독의 18K에 도달하였다.
[대기록이 작성되기까지 이제 단 1개만 남게 되었군요.]
[KBO 역사상 1경기 최다 삼진이 18개였는데 그 고지에 도달하였고, 박유성 선수에게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입니다.]
[문제라면 박유성 선수의 투구수가 81구라는 점인데요.]
[삼진 기록만 있다면 어떻게 됬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기록이 걸려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김강문 감독이 오늘만큼은 제한을 풀지도 모르겠습니다.]
- 제발 9회!
- 와라! 마지막을!
거기에 호응하듯 9회 초 공격에서 나범성이 리드를 벌리는 솔로포를 때려내면서 스코어는 2대0으로 벌어지게 되었고, 김강문 감독은 직접 마지막 이닝을 위해 나서는 유성을 배웅하였다.
"끝내고 와라."
"...네."
7회부터 선수들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유성은 무엇인가 삼진과는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 이닝이 시작되기 전에 전광판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한 유성은 오히려 홀가분 해졌다.
"2개나 걸려있다니 재미 있네."
9회 말 마운드에는 다시 유성이 나섰다.
[경기는 9회 말! 그리고 대기록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3개입니다!]
경기는 이제 클라이맥스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