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70화 (70/156)

# 70

Chapter 27 - 불타는 불펜 (2)

유성이 7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했던 히어로즈 3연전의 첫 경기가 충격의 역전패로 마무리 된 이후의 2경기에서 다이노스는 히어로즈의 타선을 억제하지 못하며 충격의 3연패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아쉽게도 충격의 역전패를 만들어낸 불펜이 있었다.

히어로즈 3연전 내내 얻어맞은 불펜으로 인해 김강문 감독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음... 주환이는 7월에 돌아오기로 정했는데 1주일이나 더 이런 상태가 이어지는건가..."

6할을 오가던 승률도 어느정도 떨어지며 다이노스는 2위로 내려온 상태였고, 3위로 내려갈 걱정을 하고 있어야했다.

그래도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이번주도 첫 경기가 우천 취소가 되었군요."

"그 부분은 다행이지."

3연전에서 2연전으로 바뀐 자이언츠전.

유성이 타자로 나섰으나 제대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하며 1승 1패를 기록하였고, 이후에 만난 베어스는 다시 한번 불펜의 흔들림이 나오며 1승 2패로 루징 시리즈를 기록하게 되었다.

"아슬하게 2위를 지켜내고 6월을 마무리하는군요."

"솔직한 심정으로 얼른 전반기가 끝나면 좋겠어."

"일단 다음주 히어로즈전 이후에 휴식기가 있습니다."

"주환이는..."

"올리셔도 문제 없지만 휴식기 뒤를 추천합니다."

"왜지?"

"아직 시즌은 기니깐요."

고민하던 김강문 감독도 결국 주환의 콜업을 미루었다.

다행스럽게도 히어로즈전에서 2승을 챙기고 마지막 경기가 다시 우천 취소가 되었기에 다이노스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휴식기에 돌입하면서 전반기 마지막 8경기를 준비 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에 만난거 같은데 또 트윈스, 자이언츠, 베어스네?"

"상대팀이 8팀 뿐인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이제 9개 구단 체제가 되었고, 10번째 구단이 만들어지려고 하고 있는 KBO였기에 상대적으로 더 자주 만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누굴 먼저 등판 시키죠?"

휴식기 전의 등판에서 첼리와 에릭이 선발로 나섰다.

원래라면 유성도 나서야했지만 우천으로 며칠을 더 쉬게 되었다.

게다가 아담도 1군에 복귀한 상태였기에 마지막에는 6선발 로테이션이 가능한 다이노스였다.

"후반기는 좀 더 바쁘게 흘러갈테니... 유성이 먼저 가지."

"네."

그렇게 결정된 유성의 등판.

그에 맞게 주환이 1군에 복귀하였다.

"드디어 왔구나."

"없는 동안 고생 많았다면서?"

"말도 마. 역전패가 몇번이었는지..."

"아, 그러고보니 철민이 소식 들었냐?"

"철민이? 부상이라면서?"

"그랬는데 나 1군 올라올때 2군에 합류하더라."

"늦었구만."

"늦었지."

다음시즌부터 이 팀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할 것이다.

신생팀으로써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첫 시즌이 끝난다면 그 다음부턴 정점을 향해서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얼마나 던질려고?"

"평소처럼 7이닝 정도가 될꺼 같은데..."

"흐음..."

"왜?"

"그럼 내가 2이닝 던져야하나 싶어서."

"...무리하지마."

"고등학교때부터 그러더니만... 걱정마. 감독님이 최대한 세이브 상황에만 내보낸다고 했으니깐."

"그러면 다행이지만."

트윈스전 등판을 준비하던 유성에게 김강문 감독은 한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늘 등판이 전반기 마지막이 될꺼다."

"네?"

"오늘이 시즌 11번째 등판이던가?"

"아... 네. 그럴꺼에요."

"구단의 계획에 따라서 이쯤에서 한번 쉬어줄 필요가 있어. 그러니... 오늘 경기에선 제한 없이 던진다."

"...그러면."

"완봉도 가능하겠지. 한번 기록이나 세우고 와라."

"네."

그렇게 시작된 경기.

'제한이 풀렸다라...'

그래도 100구 이전에는 내릴 것이다.

이번 시즌 유성은 85구 제한에 맞추어서 시즌을 준비했기에 어느정도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100구면 충분하지.'

팡!

[초구부터 153km가 나오네요.]

[쉬었던 날이 워낙 많다보니 체력의 여유가 있으니깐요.]

- 오늘도 못 치겠네.

- 그래도 인간은 맞는지 최근 실점 좀 하더라.

- 그러고도 방어율이 0.76 밖에 안돼지만...

"오늘은 누구한테 타구가 날아올까요?"

"너 아닐까?"

"차라리 형한테 가는게 좋지 않나요?"

"아니, 난 송구가 약하잖아."

유성이 순식간에 삼구삼진으로 첫 타자를 처리하자 수비수들은 잠시 오늘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성이 첫 타자를 잡고 타임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는데 잠시 후 경기가 재개 되었다.

[글러브가... 살짝이 아니라 좀 많이 상태가 안 좋네요.]

[네, 여기 리플레이가 나오는데... 아. 경기 전부터 이미 저런 상태였군요.]

[첫 타자를 잡고 나서야 깨달은 박유성 선수네요.]

"글러브가 저런 꼴이었는데 왜 아무도 말 안 했던거지..."

의문이 들었으나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야했기에 유성은 2번 타자에게 공을 던졌다.

'트윈스는 타선이 약하다고 해야하나...'

정확히는 치는 순간 확 넘어간다는 생각이 드는 타자가 전무했다.

히어로즈의 박병훈, 강정하만 해도 상대할때 심혈을 기울여야했는데 트윈스는 실투를 던져도 홈런을 맞을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실제로 1회 트윈스 타선은 유성의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무득점으로 막히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곧 올스타전이지?"

"유성이가 1등이던데."

"투수로도 대단하고 타자로도 대단하니깐. 골라서 들어갈 능력이 되는거지."

"그게 재능이라는거지."

유성을 보는 선수들의 시선에는 감탄이나 경외감 같은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터무니 없을 정도로 무모한 것이라 생각했으나 시즌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에서도 이런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닝이 빨리 넘어가네."

"저쪽 선발도 오늘 컨디션 좋은가봐."

"2시간 컷 나오겠는데?"

유성도 그런 분위기를 직감했다.

'소위 말하는 그날이 온 투수인가...'

"어째 나랑 붙는 투수들은 거의 다 날아다니는거 같네."

그런 유성을 상대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GL 트윈스가 4번 타자로 키우고 있는 정의용.

'잠실에서 벗어난 뒤에 터진 소위 말하는 탈잠실의 혜택을 받은 선수 중 하나.'

"지금은 나도 잠실이라는 방패 덕분에 어렵지 않지만."

잠실구장의 장점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광활한 넓이의 외야 덕분에 전부 빠른 외야수들로 배치한 다이노스 입장에선 홈런만 아니면 왠만한 타구는 모두 막아낼 수 있었다.

팡!

152km가 기록된 포심은 얼마든지 쳐보라는듯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다.

그 공을 본 정의용은 살짝 배트를 돌려보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주자는 없고, 타자도 느린 편이지. 한번 놀려볼까?'

'아니요. 오늘은 좀 제대로 해볼려고요.'

그동안 서로 많은 호흡을 맞춰왔기에 따로 타임을 가지지 않고도 짧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유성과 김태곤은 곧 바로 2구째를 던져서 2스트라이크로 타자를 몰아 넣었다.

'연속 포심...'

다시 포심이 올지 다른 구종이 올지 예측도 안되는 상황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쳐내야했다.

팡!

하지만 그 순간 유성에게 존재했던 선택지는 5가지나 되었고, 정의용은 맥 없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아오..."

"아까웠다."

트윈스는 베테랑이 많은 팀이었다.

어떻게 유망주를 키울려고 해도 베테랑들이 본 실력을 발휘하며 자리를 지켜내거나 유망주들이 기대만큼 크지 못하면서 이런 상황이 고착화 된 상태였다.

그나마 이번 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포스트 시즌조차 가지못하던 역사를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역시 이녀석의 공은 상대하기 힘들군.'

자신이 나이가 들었음을 실감한 이병우는 유성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였다.

"아직 포텐 안 터진 노망주면 모를까 백전노장을 상대로는 대충하면 안되겠지."

그리고 유성도 그를 보며 어떤 공을 던질지 순간적으로 생각하였다.

팡!

[스트라이크! 여전히 빠른 공 위주의 피칭으로 트윈스 타자들을 하나둘씩 처리하고 있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트윈스도 그렇고 다른 팀들도 일부 타자를 제외하면 박유성 선수의 공을 공략하기 힘들어 하던데 언제까지 그런 모습이 이어질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박유성 선수는 다음 시즌에도 이에 맞먹는 성적을 기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가요?]

[전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0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죠.]

"야, 태곤아."

"네?"

"좀 살살 하면 안되냐?"

"어... 저녀석이 워낙 힘이 넘치다보니 그건 좀 곤란하겠네요."

"짜식..."

딱!

"아직 잘 치시는데요?"

"넌 치사하게 슬라이더를 던지라고 하냐?"

작년까지만 해도 같은 팀에서 뛰었기에 이병우는 김태곤에게 꾸준히 말을 걸었다.

유성이 새로운 공을 받는 사이에 김태곤은 잠시 일어나서 몸을 풀며 그와의 대화를 끝냈다.

"그나저나 2스트라이크인데요."

"알아."

"그럼 잘 받으세요."

팡!

[헛스윙! 삼진아웃! 단숨에 158km로 구속을 끌어 올리는 박유성!]

[어쩔 수가 없는 공이죠. 저건...]

[네, 어쩌면 다음 시즌에는 박유성 선수 때문에 용병 타자가 도입될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KBO 수준에 데려올 용병 타자가 있나?"

"더블A에서 트리플A 사이라고 해도 팀마다 더블A도 안 되는 타자들이 최소 하나씩은 있어. 그러니 4A 정도의 타자만 데려와도 KBO 투수들 방어율이 난리날껄?"

"문제는 KBO에선 용병 투수를 선호하고 있단 말이지."

MLB 스카우터들도 KBO 타자들의 수준에 아쉬움을 느꼈다.

물론 지금의 유성이 보여주는 성적만 보더라도 최소 트리플A급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좀 더 확실하게 확인을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MC 다이노스가 데려간 용병만 해도 예상 외였잖아?"

"그렇지. 아담만 해도 메이저 팀 중 한곳에서 노릴만한 녀석이었는데..."

"다른 둘도... 27살에 30살이던가?"

"신생팀 혜택으로 2년간 용병을 1명 더 쓸 수 있으니깐 최초의 구상은 에릭을 2년만 쓰고 아담과 첼리로 길게 갈 생각이었나 보군."

"그 아담도 상태가 안 좋지만 말이야."

순식간에 여러 이야기를 쏟아내면서도 경기를 확인하던 그들은 투수전이 확실해진 오늘 경기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1경기만 보면 MLB를 노릴만한 투수가 분명 존재해. 하지만..."

"긴 시즌을 제대로 치룰 선수는 얼마 없지."

류연진의 포스팅 성공 이후 윤석인, 김강현 같은 투수들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그것은 유성도 마찬가지였다.

그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MLB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몇년간 KBO 선수들이 대거 넘어오겠지."

"성공 하는건 1,2명 정도겠지만."

그리고 경기는 3회로 접어들었다.

하위 타선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방심할 이유는 없었지만 트윈스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기습번트!]

[3루 방향! 아니 박유성 선수가 더 빨라요! 1루로!]

[아웃! 마치 예상했다는듯 번트를 잡아서 1루에서 타자를 아웃 시키는 박유성!]

[방금 엄청 빨랐죠?]

[네, 엄청 빨랐네요. 우익수 수비 볼때마다 알았지만 다시 한번 박유성 선수의 주력에 감탄을 하게 되네요.]

- 와, 저걸 잡으면 어쩌냐.

- 박유성 도루 몇개냐?

ㄴ 14홈런 9도루.

- 20-20 노려볼만하겠는데?

상상 이상으로 유성의 수비가 빠르면서도 안정적이었기에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번트 타구를 처리한 유성은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재미 없게 거기서 번트를 하네."

2이닝동안 잡아낸 삼진은 4개.

이닝당 2개의 페이스로 삼진을 잡고 있었기에 이 기세라면 유성은 오늘 18개의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

다만 경기 초반이었기에 아직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유성이 나머지 2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자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3회가 끝난 시점에서 벌써 6개의 삼진을 잡아낸 박유성 선수입니다.]

[오늘도 삼진 페이스가 좋은데 투구수도 아직 30구가 안 되었습니다.]

[그렇네요. 오늘도 조심스럽게 10개는 물론이고 15개 이상의 삼진을 한번 노려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그 예상은 4,5회에 한꺼번에 5개의 삼진을 추가하며 현실화 되기 시작했다.

[헛스윙 삼진! 이닝 체인지!]

[5이닝만에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오늘도 삼진 본능을 뽐내는 박유성입니다!]

[이거 대 기록을 한번 생각 할 수 있겠는데요.]

그 말대로 지금 유성은 기록을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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