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69화 (69/156)

# 69

Chapter 27 - 불타는 불펜 (1)

휴식기를 마치고 돌아온 다이노스는 이 시점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네?"

"잘 들어봐라. 시즌은 아직 길다. 그리고 니 계획대로라면 올해 무리하면 안되겠지?"

"그건..."

"왜 3년을 걸었나 했더니만... 버두치 리스트라... 들어보기는 했지."

1위로 휴식기를 맞이한 다이노스는 휴식기 사이에 그 자리를 더욱 확고하게 굳혔다.

그렇기에 김강문 감독은 조금은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운 좋게도 2위와의 간격을 늘렸다. 잠깐의 여유는 있다.'

유성을 2군으로 내려서 1주일간 휴식을 주게 한다는 생각이었다.

현 시점까지 다이노스가 치룬 경기는 50경기였고, 유성이 출전한 경기는 투수 9경기, 타자 26경기로 총 35경기에서만 출전했지만 투수의 체력 소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였다.

잠시 고민하던 유성도 김강문 감독이 보여준 예상보다 많이 뛰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김강문 감독의 휴식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유성이 휴식을 위해 1주일간 2군으로 내려가게 되었고, 선수들은 1주일만에 유성의 공백을 알게 되었다.

사실 3명의 외인에 재후와 유성으로 이루어진 5선발에서 이미 재후가 마무리 투수로 들어간 상태였다.

바로 주환의 부상 때문이었는데 처음에 생각한 더블 스토퍼 계획은 김진호의 부진으로 취소 되었고, 주환이 단독으로 마무리에 배치되었는데 최근 들어서 자주 등판하다가 그만 약간의 부상을 입으면서 2군에 내려간 상태였다.

그로인해 다이노스 선발진은 2개의 구멍이 생겼으나 이태영이 이재후 자리를 채우게 되었고, 유성이 빠진 자리는 자이언츠 출신의 노장 투수인 손민훈이 1군에 콜업 되며 채우게 되었다.

"일단 투수진은 괜찮아 보이는데..."

"타선이 문제죠."

1주일에 3,4경기씩 타자로 나서는 유성은 항상 타선에서 여러 영향력을 보여준 타자였다.

그런 타자가 1주일뿐이지만 갑자기 빠졌기에 김강문 감독 입장에서는 다이노스 타선의 힘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타이거즈전 역스윕, 라이온즈전 루징 시리즈.

숫자로 환산한다면 6경기 1승 5패.

타선이 안 터진날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선발의 페이스 하락과 불펜의 부진이었다.

단 1경기 승리를 거둔 경기도 유성 대신 올라온 손민훈의 5.1이닝 무실점 피칭과 이재후의 3.1이닝 세이브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마저도 이태영의 부진과 이재후가 마무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3이닝 세이브를 시킨 것이지 아니었다면 상태가 좋지 않은 불펜 때문에 이 경기도 날려먹을뻔 하였다.

"그나마 유성이가 돌아와서 다행이군요."

"주환이는?"

"빠르면 6월 말. 늦으면 7월 초로 보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임시로 다른 카드를 써야한다는건데..."

잠시 고민하던 김강문 감독은 이민오를 마무리 자리에 채워넣었다.

12 드래프트 당시 우선지명을 받으며 다이노스 역사상 첫 지명 선수가 된 이민오를 육성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운 좋게도 우천 취소로 하루를 더 쉬게 된 다이노스는 좀 더 확실하게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1주일동안 뭐했냐?"

"그냥 쉬었지. 평소에 못 보던것도 보고."

"훈련은?"

"당연히 계속했지."

1주일간 없었던 사이에 있던 일을 확인한 유성은 팀에 변동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어떻게든 계속해서 외국인들을 이끌고 갈 생각이었던 김강문 감독이지만 그 의도와는 달리 아담이 부진에 빠지며 2군에 내려가게 되었다.

"하나가 오니깐 하나가 또 빠지네?"

"운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5선발이 어찌어찌 만들어진 상태니..."

첼리와 에릭에 박유성, 이재후 그리고 손민훈으로 이어지는 5선발은 이전보다 이닝 소화력이 아주 약간 떨어진 수준에 불과했기에 별 다른 걱정은 없었다.

타선도 유성이 복귀하자마자 다시 터지기 시작하면서 GL 트윈스와의 2연전에서 연승을 거두며 다이노스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다이노스가 다음으로 만난 팀은 넥스 히어로즈였다.

"나이트라..."

작년 방어율 1위, 다승 2위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러브 수상에 실패한 외인 차별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게 만들었던 용병 투수.

그만큼 실력적으로 확실한 선수였기에 유성이 타선에서 빠지고 선발로 나서는 오늘 경기가 어떻게 흐를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서건수는 문제 없고..."

다음 시즌에 만난다면 정말 까다로운 상대가 되겠지만 이번 시즌의 서건수는 유성 입장에서 어렵지 않은 타자였다.

3할도 못 치는 타자를 방어율 0점대 투수가 어려워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었다.

[저번 등판에서 치열한 투수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었는데요.]

[딱 1실점 했는데 방어율이 올라서 이젠 0.56을 기록 중이죠?]

[네, 타선의 도움이 없었지만 여전히 엄청난 성적이죠.]

"오늘은 한 2점만 뽑아줘요."

"그래, 점수는 우리가 어떻게든 뽑을테니 넌 어떻게든 막아내라."

"당연하죠. 쉬고 와서 체력도 넘치거든요."

그렇게 말했지만 1회 초 공격에서 다이노스는 득점에 실패하였다.

그정도는 예상했던 유성이기에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오늘도 투수전으로 가겠네."

그렇게 유성이 마운드에 오르고 선두 타자인 서건수를 상대하게 되었다.

'저 폼은 볼때마다 특이하다니깐.'

그래도 유성의 공을 치기에는 아직 부족한 선수였다.

삼구삼진이라는 결과는 그 증거물이었다.

[첫 타자를 가볍게 처리해낸 박유성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가... 어떻게 될까요?]

[박유성 선수가 휴식일 포함해서 10일 정도를 쉬고 왔기 때문에 체력은 전혀 문제 없습니다. 타자로 2경기 나서기는 했지만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체력을 아꼈기에 오늘 경기에서 점수 뽑아내는건... 엄청 힘들겠죠.]

[그렇죠. 그나마 가능성 있는건 큰 타구가 터지는건데... 이것도 결국 공을 쳐야 가능한거니깐 결국 박유성 선수의 강속구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 될겁니다.]

하지만 힘이 넘치는 유성의 공을 치는 것은 2번 타자도 3번 타자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1회 뿐이지만 유성의 구속이 15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역시 치기 힘들겠는데?"

"그렇죠? 꾸준히 연습했는데도 엄두가 안 나네요."

"그나마 믿을 사람이라면..."

5번 타순에 배치된 강정하.

지난 시즌 각성하며 홈런왕에 도달한 박병훈에 많은 관심이 몰렸지만 히어로즈의 진짜 핵심 타자는 바로 그였다.

"일단 수비부터 하고 생각하자."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나이트는 2회에 2실점을 하며 다이노스에게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그로인해 히어로즈 타자들의 표정은 굳어졌고, 반대로 다이노스 타자들은 한결 짐을 덜어내게 되었다.

우선 유성이 말한 2점을 경기 초반부터 만들어냈으니 차근차근 리드를 벌려나가면 되기 때문이었다.

"저번에 0점으로 막힌게 은근히 억울했나 보네요."

"다행이지. 이 흐름이라면 오늘도 이겨서 3연승을 만들 수 있어."

2회 말로 넘어간 이닝에서 유성은 박병훈을 만났다.

'저번에는 계속 당했다만...'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 준비가 틀리지 않았다는듯 초구부터 스윙을 한 그는 펜스에 직격하는 아쉬운 파울 타구를 만들어냈다.

[파울!]

[순간 뭔가 날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펜스에 직격을 하는 타구가 나왔네요.]

[아쉽게 파울이 되었지만 박병훈 선수가 강속구 대비 훈련을 많이 했다는게 느껴지네요.]

[그러게요. 살짝만 방향이 바뀌었다면 펜스 직격 2루타 같은 타구가 나왔을 정도니깐요.]

'우연? 아니면...'

사실 무엇이든 상관 없다.

유성이 일부러 150 초반의 공 위주로 던지는 것도 이런 상황을 대비한 것이니 말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바로 158km까지 구속을 끌어 올리는군요.]

[박유성 선수도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으니깐요. 그래도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로 몰아넣었는데요.]

딱!

[쳤습니다! 하지만 중견수가 조금씩 전진하면서 잡아냅니다.]

[155km가 나왔는데 아쉽네요.]

[박유성 선수의 장점이라면 최대 160까지 나오는 강속구인데 그런 선수가 그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던질 수 있는 완급 조절 능력까지 가지고 있으니깐요.]

박병훈을 처리한 유성은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강정하를 보고 심호흡을 했다.

수 많은 KBO 타자들이 실패를 하였지만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타자가 바로 눈 앞에 있는 타자였기 때문이었다.

'현 KBO에서 가장 위험한 몇몇 타자 중 하나.'

그리고 초구 153km의 공을 가만히 지켜본 그는 곧 바로 들어온 156km의 더 빠른 공을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

[쳤습니다! 유격수 키를 넘어가는 타구!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안타입니다!]

[박유성 선수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네요.]

"그러고보니... 오늘 변화구를 얼마나 던졌지?"

"어... 이제 2회라서 아직 2개 밖에 안 던졌는데."

"포심 비중이 더 올라간건가?"

'성급했다. 변화구로 차근차근 풀어가야했는데...'

유성도 이 안타로 인해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저번에 경험한 첫 패배도 무의식적으로 포심을 고집하다가 당한 것이었기에 유성은 그 사실을 깨닫자 말자 패턴을 바꾸었다.

"무슨 일이야?"

"태곤이형. 패턴을 조금 바꾸죠."

"패턴을?"

히어로즈 타자들은 무의식적으로 포심에 초점에 맞추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변화구 위주로 풀어나가며 타자를 처리하는 동시에 1루에서 호시탐탐 2루를 노릴려고 하는 주자도 처리를 해야했다.

"좋아. 그렇게 할게."

패턴 교체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간 김태곤의 첫 사인은 커브였다.

팡!

[여기서 초구 커브를 선택하는군요. 잘못하면 주자가 도루를 할 수 있는데 과감한 선택이네요.]

[주자가 뛰어도 상관 없다는 자신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말씀드리는 순간 주자 뜁니다!]

팡!

"쳇."

[그리고 포수 2루로! 던지지 못했습니다.]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네요.]

하필 유성에게 요구하였던 2구째가 체인지업이었다.

유성이 주자를 무시하라고 했지만 사전에 견제해두지 못한 자신의 책임을 깨달은 김태곤은 아쉬운듯 혀를 차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괜찮아요. 1사니깐 여기서 삼진 잡으면 더는 주자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래, 마지막은 이거다.'

강정하가 2루에 있기에 한층 부담감이 줄어든 유성은 김태곤의 사인을 보고는 슬쩍 2루를 확인했다.

그리고 유성이 던진 3구째가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체인지업? 아니면 포심?'

팡!

[헛스윙 삼진!]

[147km나 되는 스플리터로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우는 박유성!]

[이제 2사 2루가 되었습니다. 타자는 김만성.]

"역시 히어로즈네."

거를 타선이 안 보였다.

유성이 최고 160km에 달하는 강속구가 없었다면 매 경기마다 1방씩은 얻어맞았을지도 모르는 그런 타선이었다.

"이런 타선이니 괜히 넥벤저스 같은 소리가 나온게 아니지."

팡!

"그래도 지금의 나한텐 어려운게 아니지만 말이야."

다시 한번 157km나 되는 구속이 기록되었고, 타자는 벤치를 보는척 하며 살짝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그런 잔재주로는 유성을 상대할 수 없었고, 2구째로 날아온 스플리터에 헛스윙을 하며 2스트라이크에 몰리게 되었다.

[안타를 허용할때만 해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역시 박유성은 박유성이네요.]

[현 리그 최고의 투수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선수니깐요.]

딱!

[파울! 커브를 던졌는데 이건 어떻게 건드렸네요.]

[스윙 타이밍을 보면 다른 구종을 노린거 같은데 운이 좋았네요.]

'저걸 어떻게 친거지...'

완전히 타이밍이 어긋났다.

그런데도 건드려서 파울이 되었다.

의문이 들었으나 유성은 일단 끝내고 보자고 생각했고, 2회를 마무리 하는 마지막 공의 구속은 160km가 기록 되었다.

[삼진 아웃! 이닝 체인지!]

[여기서 160이 나오는군요. 그러면 잠시 광고 보고 오시죠.]

그 모습을 보고 스카우터들은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갱신하였다.

- 평소에 150 안밖으로 구속을 조절하며 던지지만 가끔 150 후반으로 페이스를 끌어 올린다.

- 4개의 변화구를 놀라울 정도로 적재적소에서 사용함.

- 아직 성장 포텐이 더 남아있음.

"뭐, 이런 녀석이 있냐?"

"여기 있지. 타자는?"

"그건 따로 정리해놨어."

"그래, 난 잠깐 돌아가야겠어."

"사장이 부르나?"

"어. 최근 들어서 엄청 닥달하고 있어."

그렇게 일부 스카우터들이 2회가 끝나자마자 경기장을 빠져나갔으나 경기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나이트는 5이닝 4실점이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이날 경기를 마무리하였고, 유성은 생각 이상의 힘을 발휘한 히어로즈 타선에 의해 7이닝 2실점으로 데뷔 후 최다 실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사실 여기까지는 문제 없었다.

점차 안정화되기 시작한 다이노스 불펜이라면 2점 정도는 문제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마지막 2이닝에서 불펜이 3점을 한꺼번에 내주며 블론 세이브와 함께 역전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불펜 한번 잘 타오르네..."

아쉬움이 남았던 유성의 말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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