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Chapter 26 - 질주를 시작하다 (3)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전력을 구축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다이노스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얼마 없었다.
자이언츠, 라이온즈는 물론 그 이후에 만났던 팀들도 마찬가지였다.
[공포감이 들 정도로 5월의 다이노스는 대단했습니다.]
[네, 5월에 23경기를 치루었는데 여기서 무려 18승 5패를 기록하며 승률을 대폭 끌어 올렸죠.]
[현재의 다이노스는 무려 2위에 오르며 신생팀이 가보지 못한 경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신생팀이 가보지못한 경지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1위였다.
30년이 넘는 KBO 역사에서 단 1팀도 첫해 우승을 달성한적이 없었다.
애초에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의 다이노스라면 조금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었다.
[5월이 끝난 시점에서 시즌의 1/3 정도를 치룬 다이노스인데요. 이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확신이 어려운게 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거든요? 특히 박유성 선수는 성적이 떨어질법도 한데 큰 차이가 없습니다.]
몇차례의 등판과 타자로써의 출전을 거친 유성의 성적은 조금 변동이 생겼다.
[언제까지 0의 방어율이 이어질까하고 지켜봤는데 그래도 시즌 내내 기록하는건 불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네, 그래도 대단한게 벌써 50이닝 넘게 소화를 하였는데 실점이 딱 3점에 불과합니다.]
[5월이 끝난 시점에서의 방어율은 무려 0.48을 기록 중이고 승도 7승이나 쌓아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타자로도 주목해야 하는게 다이노스의 철저한 관리 덕분에 아직 100타석도 안 되었습니다만 3할 8푼이나 되는 타율과 10개의 홈런, 28개의 타점까지 그야말로 리그를 폭격하고 있습니다.]
- 매 경기마다 긴 이닝을 거의 무실점으로 막고 타자로도 필요할때마다 적시타 때리는 해결사네.
- 진짜 만화 캐릭터가 왜 나왔지?
ㄴ 그렇네. 완전 만화 캐릭터네.
ㄴ 아니, 저건 만화보다 더 한데...
'만화 캐릭터라...'
오타니가 이도류를 점차 정착 시키던 시기에 듣던 이야기를 유성이 먼저 듣게 되었다.
그런 소소한 부분에서 왠지 기분이 좋아진 유성은 다음 등판 일정을 확인했다.
"벌써 휴식기가 다가왔네."
6월로 접어든 가운데 5월과 6월에 걸쳐 있던 이글스 3연전은 다이노스의 위닝 시리즈로 마무리 되며 다이노스는 순식간에 시즌 30승째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런 다이노스의 휴식기 전 마지막 상대는 KS 와이번스였고, 유성이 이번에 상대할 투수는 와이번스의 에이스인 김강현이었다.
"어떻게 될려나..."
뒤에 휴식기가 있는 점을 감안해서 1차전에서 유성은 타자로 나서게 되었다.
투수로 나설 예정인 2차전은 그대로지만 3차전에서는 휴식을 취하면서 최대한 유성을 기용하면서도 하루라도 체력 회복을 더 하기 위한 배치였다.
'지금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3년간 관리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버두치 리스트 같은 데이터와 오타니가 거쳐왔던 투타겸업의 길을 알고 있는 유성이기에 KBO에서의 3년은 완벽하게 투타겸업을 펼치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다.
'일단 당장의 시즌부터 잘 치뤄야겠지만.'
***
와이번스와의 1차전에서 유성은 간만에 홈런을 터트렸다.
경기 초반부터 4대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어내는 극적인 쓰리런 홈런이었기에 팬들의 환호는 더욱 컸다.
4대4의 스코어로 이어지던 경기는 끝내 막판에 역전에 성공한 다이노스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고, 유성도 다음 경기를 위해 8회가 끝나자마자 교체 되었다.
"푹 쉬어라. 내일 상대할 녀석은 보통 투수가 아니니깐."
"네."
김강현이라는 이름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후우..."
그렇게 유성이 심호흡을 하고 다음날 경기가 시작되었다.
[2013 시즌도 어느덧 50경기 가까이 진행이 되었는데요.]
[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박유성 선수죠?]
[그렇습니다. 많은 우려를 낳았던 투타겸업은 지금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다못해 리그 최고의 선수로 올라가고 있는게 현재의 박유성 선수죠.]
"오늘 컨디션 어때?"
"괜찮아요. 최소한... 저녀석한테 밀리지는 않을거에요."
"그래, 다행이구나."
와이번스의 선공으로 시작되는 경기에서 유성이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의 발판을 살짝 쓸며 흙을 정리한 유성은 심호흡을 하며 신호를 기다렸다.
"플레이볼!"
[경기 시작합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151km가 나오네요.]
[최근 다른 선수들이 점점 박유성 선수의 공에 익숙해져 간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위협적인 공인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습니다. 2구째 다시 스트라이크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빠른 페이스로 타자가 생각할 틈을 제대로 안 주고 있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매 경기 85구라는 제한 속에서 평균 7이닝을 소화하는건 다 이런 빠른 패턴 덕분이죠?]
[네, 덕분에 포수인 김태곤 선수가 미리 사인 맞춘다고 머리가 아프다더군요.]
- 하긴 은근히 자주 사인 안 보고 바로 던지던데 또 잘 잡더라.
- 미리 짜놨으니 딱딱 맞아떨어지네.
- 박유성 공 자체도 치기 힘드니깐.
팡!
[헛스윙 삼진! 여기서 체인지업이 제대로 떨어졌네요.]
[포심에는 적응이 거의 되었는데 체인지업을 비롯한 수준급 변화구들 때문에 생각만큼 박유성 선수의 공략이 쉽지 않은 상태죠.]
[네, 게다가 처음에는 1달이었기에 아직 데이터 부족이라는 변명이 가능했는데 이제 그 2배인 2달간의 데이터가 누적되었는데도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박유성 선수의 시즌 성적을 이제는 조심스럽게 예상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흐음..."
"왜 그래?"
"0점대는 당연히 무리일텐데... 어디서 멈출려나?"
"내기라도 할려고?"
"아니, 하지만 0점대 방어율은 무리라는거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KBO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포스팅 포함 5천만불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 류연진인 좋은 시즌 스타트를 펼쳤기에 어느정도 상향 조정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더블A와 트리블A 사이 수준의 리그로 구분하고 있었다.
팡!
"스트라이크!"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2번 타자을 1구만에 처리하고 3번 타자인 최성에게 삼진을 잡아내며 1회 초를 무실점으로 마무리 하고 있었다.
그런 유성을 지켜보고 있던 김강현은 이닝이 마무리 되자마자 그라운드로 나서기 시작했다.
"대충... 6년 정도 후배인가?"
선배로써 그리고 한때 KBO를 지배했던 투수로써 그는 오늘 유성에게 전력으로 덤빌 생각이었다.
그런 의지에서 알 수 있듯 초구부터 김강현도 150km의 구속을 기록하며 다이노스 타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김강현 선수도 시작부터 페이스가 좋은데요?]
[네, 박유성 선수와의 대결을 위해 오늘 경기를 제대로 준비를 하고 나온게 보이네요.]
'요즘 어째 유성이랑 붙는 투수마다 이러는거 같은데...'
이젠 완전히 1번 타자의 자리를 잡은 김종하는 김강현의 공에 곤란함을 느꼈다.
건드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걸 안타로 만들어낼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도 맥 없이 물러나야했다.
[헛스윙 삼진! 김강현 선수도 첫 타자부터 삼진을 잡아내며 비슷한 스타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관건은 박유성 선수처럼은 아니라도 적은 투구수를 기록해야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변화구를 아끼지 않고 구사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1회 말을 마무리해버렸다.
"8대10이라..."
"나쁘지 않아."
투수로 나서는 유성을 무너트리거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려면 우선 선발이 유성처럼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야했다.
김강현이 1회를 막아내는 것을 본 유성은 오늘 경기가 투수전으로 흐를 것을 직감했다.
[1회의 분위기만 본다면 아무래도... 투구전이죠?]
[네, 두 투수의 기세는 물론 페이스도 좋기 때문에 투수전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의 와이번스에서 주의할 선수는 딱 1명 뿐이야.'
그러나 그 선수는 1회에 무사히 삼진으로 처리했다.
다시 말해서 4회까지 유성을 막을 선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팡!
그것은 김강현도 마찬가지였다.
유성이 빠진 다이노스 타선은 냉정하게 말해서 강하다고 말하기 힘든 타선이었다.
나범성, 이호중, 모창인의 클린업은 물론 테이블 세터들도 김강현의 공에 맥 없이 삼진을 내주거나 물러나게 되었다.
"스트라이크!"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 가운데 이어진 투수전은 4회 초가 되어서야 변동이 생겼다.
순조롭게 2아웃을 잡아낸 유성은 다시 한번 만나게 된 최성을 앞두고 잠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현재까지 3.2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 있는 박유성 선수인데요. 최성 선수에 대한 경계가 꽤나 강한듯 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선수가 또 최성 선수니깐요.]
반대로 김강현도 3이닝동안 1안타만을 내주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어 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한 유성은 다시 마운드의 발판을 밟았다.
'신생팀의 특성상 어느시점에서 급락할 수 밖에 없어.'
말로는 1위를 노린다고 하지만 신생팀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도 유성은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팡!
[초구 154km!]
[페이스를 조금 끌어 올린 박유성 선수네요.]
초구를 본 최성도 조금 더 빨라진 스피드를 감안해서 배트 스피드를 조금 끌어 올렸다.
그 결과 2구째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딱!
[파울!]
[첫 타석과 달리 금방 반응하기 시작한 최성 선수입니다.]
[이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이건..."
"왜 그래?"
"생각보다 재미 있는 장면이 나오겠어."
"응?"
3구째는 살짝 빠지는 볼이 되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한 선택이었으나 최성은 예상했다는듯 가볍게 걸러냈다.
그리고 다음 공이 승부라는 것을 직감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저 멀리 날아가는 타구의 종착점은! 담장 밖입니다!]
[최성의 흐름을 바꾸는 솔로 홈런!]
"하..."
156km의 공이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넘겨버렸다.
"벌크업을 안 했어도 가능하다는건가..."
차후 홈런왕이 되는 타자.
그러나 지금은 20-20 클럽을 위한 밸런스형에 가까운 타자였다.
그런 타자에게 한방 제대로 맞은 유성은 한숨을 쉬다가 다시 타자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이어진 투수전은 여전히 팽팽하게 이어지면서 유성의 멘탈이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다이노스 타선은 경기 내내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결국 유성은 8이닝 1실점 패배라는 매우 아픈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8이닝 무실점 승과 8이닝 1실점 패라..."
"다이노스의 보강점이 보이는군."
유성이 타자로 나설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차이는 매우 컸다.
그렇기에 다이노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타선의 성장이었다.
"그래도 1경기도 안 졌는데 겨우 1실점 때문에 지다니 아쉽구만."
"생각해보면... 그동안 지는 상황에서 던져본적이 없지?"
"그러고보니..."
"박유성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 지는 경기가 계속 나오면 좋겠는데 말이야."
"독하군."
"최고를 원하니깐."
"하긴..."
스카우터들은 유성이 경험한 첫 패배가 어떻게 적용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0대1의 아쉬운 패배 이후 다이노스는 와이번스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승리를 거두며 위닝 시리즈로 휴식기 전 마지막 시리즈를 마무리하였다.
이때 다이노스의 순위는 1위를 가르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