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
Chapter 25 - 혼돈의 4월 (2)
팡!
"폼이 조금 바뀌었나?"
"정확히는 견제폼만 살짝 손을 봤다더군요."
"그런가..."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덕분에 아담은 지난 경기들처럼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그렇게 거둔 6이닝 1실점이라는 성적은 흔히 말하는 퀄리티 스타트라고 불리는 기록이었고, MC 다이노스 타선도 적절하게 점수를 뽑아냈기에 이글스 3연전의 첫 경기는 MC 다이노스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다시 말해 다이노스가 6승 6패로 5할 승률에 도달하는 것에 성공하였고, 이글스는 개막 14연패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14연패라니..."
"하..."
[이글스의 연패가 이렇게 길어질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그나마 기대할만 했던 MC 다이노스전에서도 첫 경기부터 완패를 하고 말았죠.]
심지어 다음 선발로 나서는 투수인 에릭과 이재후가 결코 상대하기 쉬운 투수들이 아니었기에 이글스 입장에서는 더욱 힘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으나 이글스는 더 이상의 연패를 용납할 수 없었는지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 내야를 벗어나는 안타!]
[2회까진 잘 막았지만 3회에 위기를 맞는 에릭 선수입니다. 반면 이글스에겐 1사 1,3루의 찬스가 찾아왔는데요.]
대전 구장은 그 순간 1명의 선수를 불렀다.
유성 이전에 15억의 사나이라 불렸던 김태규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던 것이었다.
[결정적인 찬스에 또 김태규 선수가 나왔네요.]
[이글스로써는 여기서 어떻게든 쳐야할텐데요.]
팡!
"스트라이크!"
[일단 초구는 지켜봅니다.]
[바로 2구째... 아슬하게 벗어났다는 판정이네요.]
[자, 그런데 지금 김응영 감독이 나오고 있는데요.]
"보크!"
"???"
갑작스러운 보크 선언.
그로인해 주자들이 한칸씩 이동하며 3루 주자는 홈에 들어왔고, 1루 주자는 2루로 전진했다.
급하게 김강문 감독이 나섰으나 판정의 번복은 없었고, 최일헌 코치도 별도로 통역을 데리고 마운드에 오른 상태였다.
"1점 준건 어쩔 수 없고... 2점까진 준다고 생각하고 차근차근 막아."
"OK."
그러나 이어진 공의 결과에 다이노스 선수들은 순간 할말을 잃었다.
[넘어갑니다! 김태규의 리드를 늘리는 투런 홈런!]
[이 홈런으로 스코어 3대0이 만들어집니다!]
"음..."
"불펜 준비 시킬까요?"
"아니. 이제 3회야. 더 끌고 가는 수 밖에 없어."
많은 투구수를 소모했지만 에릭은 가까스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4회 초로 이어진 공격에서 MC 다이노스 선수들은 질세라 추격을 시작했다.
[볼넷으로 이호중 선수가 출루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타자는 박유성 선수죠.]
[어제 경기에서는 잠잠했는데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 되네요.]
오늘 이글스의 선발로 나선 이브랜드는 뛰어난 투수라고 하기는 아쉬운 투수였다.
하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지 쉽게 점수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뭐... 이미 감은 잡았지만...'
팡!
[초구는 스트라이크가 나왔습니다. 박유성 선수가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는데 후속타가 안 터졌죠.]
[네, 그래도 이번에는 주자도 있으니 장타를 노리고 나올 가능성이 높을듯 한데요.]
'140 초반의 포심과 130 초반의 슬라이더. 추가로 커브와 체인지업이었지.'
첫 타석에선 초구인 포심을 바로 때려냈지만 두번째 타석에선 조금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유성이었다.
확실한 공이 아닌 것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2,3구도 지켜본 유성은 2S-1B의 카운트를 보며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날아온 4구째를 보자마자 유성은 스윙을 시작했고,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딱!
[쳤습니다! 다시 한번 날아가는 타구! 담장 밖으로 넘어갑니다!]
[추격을 알리는 박유성의 투런 홈런! 스코어 3대2!]
- 하나 쳤으면 싶었는데 진짜 쳐버리네.
- 오늘은 제발! 연패 좀 끊게 해달라고!
- 나도 모르겠다. 나~는 행복~합니다!
ㄴ 보다보니깐 처참해서 눈물난다.
현재 이글스 팬들은 그저 위로의 대상에 불과했다.
이런 이글스의 부진은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팀을 지탱하던 절대 에이스인 류연진이 떠나버렸고, 선구자 박찬오도 은퇴를 하였기에 투수진이 붕괴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글스의 추락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래도 너무 처참한거 아닌가..."
"프로팀이니깐 어느 시점에서 승리를 거둘 기회가 오기는 할꺼야. 그래도... 최하위가 유력하겠지만."
이글스에게 다행인 점이라면 오늘 경기가 그 승리를 거둘 기회가 존재하는 경기라는 점이었고, 5회까지 스코어 3대2가 유지 되었다.
그렇게 6회로 넘어가자마자 다시 한번 유성이 해결을 했다.
딱!
[쳤습니다! 다시 한번 갑니다! 이 타구는 잡을 수 없는 곳에 떨어집니다! 박유성의 동점 솔로 홈런!]
[여기서 동점이 나오네요.]
[그렇죠. 정말 절묘한 시점에서 터진 시즌 5호 홈런이네요.]
그래도 이브랜드는 6회를 잘 마무리하며 6이닝 3실점이라는 기록으로 등판을 마무리하였고, 6회 말로 이닝이 넘어가자 이글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자, 먼저... 박유성 선수가 빠졌네요?]
[그렇군요. 우익수에 있던 박유성 선수가 빠졌네요.]
- 왜 벌써 빼냐?
- 등판 준비 해야하니깐?
- 그래도 동점인데 빼는건 좀 불안한데.
그 불안감은 정확했다.
우익수 위치에서 유성은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 그리고 강력한 송구로 외야의 중심을 잡고 있었는데 그런 유성이 사라지자 단번에 외야가 불안해진 것이었다.
"역시... 유성이가 있을때랑 없을때의 차이가 보이는군."
5.1이닝 5실점은 에릭의 최종성적이었다.
다시 말해 6회 말 스코어는 5대3으로 다시 이글스의 리드가 만들어졌다.
[지금... 박유성 선수가 빠진 뒤로 수비가 흔들리네요.]
[그러게요. 이런 모습을 보면 어느새인가 박유성 선수가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핵심이 되었다는걸 느낄 수 있네요.]
"실수했군."
"네. 실책이네요."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김강문 감독은 당장 선수 교체를 하고 싶었지만 조금은 인내를 하기로 했다.
애초에 다른 선수들도 육성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니 답답하더라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MC 다이노스는 이후에도 제대로된 플레이를 하지못하며 3점을 더 내주고 말았다.
9회에 가까스로 1점을 만회하기도 했지만 이미 경기는 마무리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결국 최종 스코어 8대4로 헌화 이글스는 기나긴 개막 14연패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내일 선발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원래라면 이재후가 나서야겠지만 마지막 등판으로부터 5일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한 김강문 감독은 과감한 선택을 하였다.
"내일 선발은 유성이가 나간다. 재후는 히어로즈전 준비하고."
"하지만 이건..."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휴식기가 다가오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지. 유성이는 휴식기에 맞춰서 로테이션을 한번 넘겨줄 생각이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유성의 시즌 3번째 등판은 헌화 이글스전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유성은 설마했던게 현실이 되자 아쉬움을 표했다.
"던지는거야 문제 없지만 이글스보단 히어로즈랑 붙고 싶었는데..."
"뭐 어쩌겠냐. 감독님이 저렇게 정했는데..."
"형, 잘 해봐요."
"...살려줘."
어쩌다보니 이글스 대신 히어로즈를 상대하게된 이재후는 소위 말하는 멘붕 상태였으나 유성이 볼때 어쩌면 효과가 있을지도 몰랐다.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하는건 흔한 일이 아니니깐.'
거기다가 이재후는 유성도 감탄할 정도의 체인지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재후를 안심 시킨 유성은 이태영을 슬쩍 확인했다.
'이번 시즌에는 별 다른 문제가 없었고...'
아직 시간은 있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간만에 시영에게 연락을 하였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그동안 뭐하셨어요?"
"새로 직원도 뽑고, 유망주도 몇명 더 계약했죠."
"일이 잘 되고 있나보네요."
"그렇죠. 전부 박유성 선수 덕분이지만요. 그나저나 무슨 일로..."
"아, 부탁할게 있어서요."
KBO에서는 이미 작년에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났었다.
그렇기에 시영은 유성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곧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부조작이라... 당분간 좀 바쁘겠군."
***
"오늘은 포심 위주 같은데 못 치겠다."
"포심 위주라서 칠 수는 있는데 간간히 들어오는 변화구 때문에 솔직히 무리야."
"그렇지. 저녀석 진짜 올해 데뷔하는 녀석 맞나?"
"내가 어떻게 알아."
시즌 3번째 등판에서 유성은 앞선 경기들처럼 빠르게 경기를 진행하지는 못했다.
전날 타자로 나선 이후 오늘 바로 투수로 나선 점도 있지만 이글스 선수들이 끈질기게 투구수를 늘리며 버티고 있다는 점도 있었다.
'휴식 없이 등판하는 경우가 생길거라는건 이미 감안하고 있었다만... 작정하고 늘어지고 있는게 더 골치 아픈데 말이지.'
어쩔 수 없이 페이스를 끌어 올려서 150 안밖을 유지하던 구속을 150 중반까지 끌어 올린 유성은 85구의 제한이 걸리기 전에 6이닝을 채우며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앞선 경기만큼 여유롭지는 못했네요.]
[사실 앞선 두 경기가 대단해서 그렇지. 85구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6이닝씩 소화해주는 것도 대단합니다.]
[그렇기는 하죠. 게다가 오늘 경기에 6이닝 1실점 무자책을 기록하면서 10개의 삼진도 잡아내며 여전히 뛰어난 탈삼진 생산 능력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유성이 기록한 데뷔 첫 실점은 실책에 의한 실점이었는데 다행인 점은 유성이 6이닝을 틀어막는 사이에 타선이 5점의 지원을 해주었기에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후 마운드에 오른 불펜 투수들이 다시 한번 나온 수비 실책으로 인해 순식간에 3점을 내주며 불안한 경기를 펼치고 말았고, 그로인해 양팀 팬들은 경기 막판까지 눈을 때지 못하고 경기를 지켜 보았다.
끝내 승리를 거둔 것은 마지막 순간에 주환을 등판 시킨 MC 다이노스였다.
어찌되었든 5대4로 1점차 리드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세이브를 기록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주환이 불안하던 9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유성은 시즌 3승을 달성하였고, 주환도 3세이브째를 달성하게 되었다.
동시에 MC 다이노스는 7승 7패로 다시 한번 5할 승률을 기록하며 상승세의 기반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수비를 중시하는 김강문 감독은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강의 필요성을 느꼈다.
"트레이드를 한번 해야겠군."
"네?"
"오늘 실책 때문에 하마터면 경기를 내줄뻔 했어."
"...그렇죠."
"나도 웬만하면 지켜볼려고 했지만... 지금은 수비의 강화가 필요해."
그렇게 이글스전이 마무리 되자마자 트레이드가 진행되었고, 다이노스는 곧 바로 서울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만난 넥스 히어로즈는 아직 다이노스에게는 힘든 상대였다.
딱!
[넘어갑니다! 박병훈의 쐐기를 박는 홈런!]
[이재후 선수는 잘 던졌습니다만 타선이 제대로 터지지 않았고, 불펜도 힘을 못 썼네요.]
[그나마 이곳이 목동 구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기는 합니다.]
[그렇죠.]
5.2이닝 4실점이라는 성적에서 알 수 있듯 이재후는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였다.
그러나 불펜이 나머지 2.1이닝동안 5실점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박살이 나버리며 MC 다이노스는 그야말로 완패를 거두게 되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 빠르게 중심을 잡아줘서 다행이네요."
"그래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꺼야.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우천취소는 반갑지."
대패를 거둔 다음날 경기는 우천으로 인해 취소 되었다.
덕분에 다이노스는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융화에 집중하였고, 그것은 바로 다음날 경기로 이어졌다.
"아, 로테이션은 어떻게 하죠?"
"한번 더 6선발로 가지."
"네."
장기적으로 봤을때 3명의 외인선발은 2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렇기에 김강문 감독은 미리미리 선발 자원을 육성할려고 했고, 덕분에 이태영은 다시 한번 기회를 잡게 되었다.
"특히 이태영을 주시하라고 했지?"
그리고 유성의 의뢰를 받은 시영이 다이노스를 주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