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63화 (63/156)

# 63

Chapter 24 - 9번째 심장 (2)

3회 초로 넘어간 이닝.

아쉽게도 다이노스 선수들은 아직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겠지만... 박유성 선수의 유무가 생각 이상으로 크네요.]

[네, 박유성 선수가 타자로 나섰던 2경기에서 점수도 잘 나왔거든요? 그런데... 빠지니깐 어제 경기도 그렇고 잘 안 풀리네요.]

겨우 4경기째를 치루는 신생팀이었기에 이런 평가는 억울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유성이 보여준 임팩트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그런 경향이 있었다.

- 그렇다고 투수로 못하는것도 아니잖아.

- 왜 둘 다 하겠다는건지 알겠는데 지금은 빠따가 더 급한거 같다.

3회 초도 무득점으로 막히고 말았기에 이러한 의견은 조금 더 강해졌다.

3명의 외국인 선수가 있기에 3선발까지의 자리가 굳건한 투수진과 달리 이호중을 제외하면 확실한 선수가 없는 타선은 계속 문제가 제기 될 수 밖에 없었다.

"후... 이런 대기록을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있을 줄이야."

"너무 길게 연장하면 그것도 재미 없으니깐 이쯤에서 끊어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응? 너 설마..."

"아니요, 제가 멈추겠다는게 아니라... 좀 치기 쉬운 공이라도 줘야할까요?"

"...어쩔려고?"

"애초에 오늘 경기에서 노린건 다른거라서 말이죠."

[3회 말로 이어지는 경기. 다시 박유성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6타자 연속 삼구삼진이라는 기록이 메이저리그에도 있던가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워낙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길다보니... 그래도 이 정도면 세계 최다 기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딱!

[잠시 이야기하는 사이에 파울이 나오면서 2스트라이크가 되었네요.]

[박유성 선수의 피칭을 보면 엄청 빨리 던져요. 아예 준비 시간이 긴 선수가 아닌 이상 거의 바로 들어오거든요.]

[그렇죠. 그런 부분도 박유성 선수를 상대하는 타자들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2스트라이크로 몰아 넣은 상태에서 유성이 선택한 공은 간단했다.

'스플리터?'

[헛스윙 삼진! 대 기록을 이제는 7타자 연속으로 늘리는 박유성!]

[놀랍다는 말로도 모자라겠네요.]

[그렇죠. 이젠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흐름을 타고 있어요.]

그만큼 유성의 페이스는 놀라운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진짜 괴물이네."

"이걸로 몇명째지?"

"7명."

딱!

[아, 기록이 멈추네요.]

[하지만 아웃이 됬네요.]

대기록이 작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라이온즈 타자들은 연속 삼구삼진을 깨기 위해 적극적으로 타격을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노력 덕분에 8번 타자가 초구를 건드리며 드디어 기록을 멈추었다.

"이걸로 22구인가..."

기록이 깨졌으나 유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7타자 연속 삼구삼진만 해도 놀라운 기록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유성은 9번 타자에게 145km 밖에 안되는 유성의 기준에서는 느린 공을 던졌다.

'이건 칠 수 있다!'

칠만한 공이라는 판단에 바로 스윙을 시도한 타자는 공에 생기는 변화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다시 초구를 건드리며 아웃!]

[연속 삼진 이후 두 타자 연속 초구로 아웃을 잡아내고 있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계속 삼진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에 투구수가 걱정 되었는데 3회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겨우 23개의 공만을 던진 박유성 선수입니다.]

[이닝당 8개가 안되네요.]

[그렇죠.]

- 15억이 껌값은 아니구나.

- 내가 볼때 이제 긴 시즌을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 같다.

- 그런데 올해 중간에 휴식기가 많아서...

- 그러네. 9구단 체제라서 투타겸업 하기 좋은 여건이네.

휴식기가 잘 맞아떨어진다면 1주일 이상 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유성은 매경기에 힘을 쏟아부을 수 있다.

그러나 타선은 여전히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웃!"

[0대0의 스코어가 4회 초에도 이어지면서 경기는 이제 4회 말로 넘어가게 됩니다.]

[안타가 양팀 합해서 딱 1개 나왔네요.]

[그렇죠. 경기가 풀릴듯 하면서 안 풀리니깐요.]

[그러고보면 박유성 선수가 시범경기때 70개도 안 던지고 6이닝을 던진적이 있죠?]

[그 전에는 아예 50개로 5이닝을 채웠죠.]

- 시범경기부터 그랬다고?

- 그러고보니 그때부터 삼진 엄청 잡았는데...

지금 유성의 페이스라면 완봉을 거둘 수 있었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한 팬들을 뒤로 하고 4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다시 앞선 이닝들과 비슷한 피칭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2번째 타석에 들어서며 적응을 끝낸 라이온즈 타자들이 공을 건드리면서 이전처럼 쉽게 삼진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며 순식간에 4,5,6회가 마무리 되었다.

동시에 6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이노스의 점수가 터져나왔다.

[드디어 길었던 0의 행진이 마무리 되고 스코어 1대0이 됩니다!]

[정말 명품 투수전이었네요.]

겨우겨우 얻어낸 1점.

그 1점은 팀에게 승리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점수였다.

"마무리... 누굴 올리지?"

첫 3이닝 동안 23개 밖에 안되는 공을 던졌던 유성이지만 이후 3이닝 동안 38개의 공을 던지며 현재 투구수는 61구가 된 상태였다.

이전 이닝들보다 삼진을 잡기 힘들어진만큼 유성은 더 많은 공을 던져야했다.

그래도 더 많은 공을 던진만큼 삼진도 꾸준히 잡으며 6회가 끝난 시점에서 11개나 되는 삼진을 잡아냈고, 이 숫자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지금 들어온 소식인데 박유성 선수의 데뷔전 11K는 KBO 역사상 최다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종전은 10K가 최다였군요.]

[네, 박유성 선수가 데뷔전에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낸 투수가 되었습니다.]

데뷔전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유성이지만 여유가 많지는 않았다.

85구 제한이 걸려있는 상태에서 61구를 던졌는데 유성의 공에 대한 적응이 끝난 라이온즈 타자들에게 24구만에 9개의 아웃카운트를 잡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 유성이 1개의 안타를 허용한 상태였기에 무리하게 끝까지 던지게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김강문 감독은 마지막에 던질 투수를 고민 하고 있었다.

"역시 진호가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맞겠지."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뛸때 마무리로 활약하였던 김진호.

당연히 작년에 실적을 보여주었으니 올해도 그에게 마무리를 맡길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유성이 주환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모습을 떠올린 최일헌 투수코치가 또 다른 선택권을 제시했다.

"주환이는 어떨까요?"

"주환이?"

앞선 3경기 중 1경기에만 등판했고, 그 1경기에서 안정적인 마무리를 해준 예비 마무리 후보였다.

거기다가 존재 자체가 희귀한 언더핸드였기에 갑작스러운 제시였음에도 고민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유성은 7회에 좀 더 힘을 내며 삼진 2개를 추가하면서 다시 한번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하였고, 투구수는 74구로 점차 한계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일단 둘의 공을 보고 결정하지."

"네."

7회 말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2명의 불펜이 준비를 시작했다.

이런 모습은 당연히 중계진에게도 확인이 되었는데 그들 입장에서도 흥미로운 카드였다.

[박유성 선수의 투구수가 아직 74구 밖에 안되었거든요? 그런 상황인데 준비를 시작했다는건 박유성 선수의 투구수를 짧게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데뷔전이니깐... 8회까지만 던지게 하지 않을까 싶네요.]

[보면 볼수록 데뷔전 치루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하네요. 7이닝동안 무려 13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이게 역대 데뷔전 기록 중 가장 많은 기록이니깐요.]

[종전 기록인 10개의 삼진은 선동연, 박동회 그리고 류연진까지 단 3명의 선수가 기록하였던 고지인데 그걸 박유성 선수가 바로 넘겨버렸네요.]

- 이런 선수 다시는 안 나올꺼야.

- 성공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다 가지고 있으니깐.

MC 다이노스의 공격이 진행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성에 대한 칭찬이 쉴틈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의 시선을 돌리는 장면이 나오게 되었다.

딱!

[아! 여기서 큰 타구가 나옵니다! 외야수는 모두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 타구의 끝은 담장 밖입니다! 리드를 벌리는 이호중의 솔로 홈런!]

[이걸로 스코어 2대0. MC 다이노스는 승리에 좀 더 다가가게 됩니다!]

"하... 신생팀 첫승을 우리가 주게 생겼네."

"저놈은 왜 하필 오늘 나와서..."

[그나저나 저쪽에... K가 쭉 달려있네요.]

[여기가 마산구장이 아닌데도 달려있네요.]

[그만큼 충격적인 데뷔전이네요.]

- 최다 삼진은 몇개냐?

- 각동님의 18개

- 류연진은 뭐냐?

- 사실 각동님은 13이닝 18K고 류연진은 9이닝 17K.

- 13이닝은 사람이냐.

그러는 사이에 8회 초에 다시 한번 지원을 받은 유성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이제 경기는 8회 말로 넘어가게 되었다.

'남은 투구수는 11구.'

자신을 관리해주겠다는데 무리하게 더 많이 던질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이번 이닝을 마무리 하기는 해야하니 유성은 어떤 공을 던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5번부터 시작하는 타순...'

컨택이든 파워든 확실한 것을 가지고 있는 타자들이 버티고 있기에 대타가 나오기는 힘든 타순이었다.

그렇기에 유성의 선택은 아껴두었던 체력을 쏟아붙는 것이었다.

[이 시점에서 155km가 나오는군요.]

[박유성 선수가 그만큼 힘을 잘 아껴두었다는 이야기죠.]

[네, 이런 페이스라면 8회도 완벽하게 틀어막을듯 하네요.]

팡!

다시 한번 155km가 기록되었고, 박선민은 이 시점에서 마지막 힘을 쏟아붙기 시작한 유성의 피칭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80개도 안 던졌다지만 이런 힘이 남아있어?"

유성의 강속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것을 깨달은 박선민은 잠시 타임을 외치고 배트 속도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성이 던진 3구째는 체인지업이었다.

[헛스윙 삼진! 빠른 공을 대비했는데 바로 체인지업이 나와버렸네요.]

[오늘 경기 14번째 삼진이 되었고 말이죠.]

'여기선...'

팡!

[슬라이더를 과감하게 꽂아넣는군요.]

[아쉽다는 표정이죠?]

[변화가 심하기는 했지만 가운데로 들어온 공이니깐요.]

딱!

[쳤습니다! 중견수... 천천히 움직이면서 잡아냅니다.]

[슬라이더가 연속으로 들어올줄은 몰랐네요.]

[그러게요. 덕분에 박유성 선수는 투구수를 절약했네요.]

방금의 공으로 79구를 던졌기에 제한 투구수까지 6개의 공이 남았다.

물론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데 6개의 공은 매우 충분한 공이었고, 유성도 조금은 여유롱운 피칭을 시도했다.

팡!

[이정도면 박유성 선수의 제한 투구수가... 85~90구 정도로 추측이 될듯 합니다.]

[그렇죠. 그리고 다이노스 불펜에서는 김진호 선수가 사라졌네요.]

[아직 어린 선수를 믿어보겠다는 의도일까요?]

[글쎄요. 김진호 선수의 컨디션이 안 좋은걸수도 있겠는데요.]

"8이닝동안 우완 강속구 투수를 만나봤으니 마지막에는 언더핸드 투수를 만나봐야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

"그럼 재후 등판때는..."

"진호가 나가야지."

더블 스토퍼.

그것이 김강문 감독이 내린 결론이었다.

팡!

와아아아!

그때 유성이 마지막 타자마저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소문만 무성하던 160km의 공으로 삼진을 잡아내면서 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