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60화 (60/156)

# 60

Chapter 23 - 시즌 개막 (1)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보인 유성의 피칭은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어제 경기 내내 140 중후반의 구속을 유지했던 박유성 선수가 마지막 타자에게 전력으로 던졌는데요.]

[네. 말로만 듣던 160km는 아니지만 무려 156km나 나왔는데 그 전에 던진 공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플리터죠?]

[네. 게다가 구속도 빨라요.]

[148km나 나오네요.]

"92마일짜리 스플리터라..."

"역시 마지막 공도 여유를 가지고 던진거겠지?"

"미래고나 다른 곳도 아니고 청대에서 던진 공이야. 청대에 사용된 구장도 프로팀이 사용하는 구장이고 말이지. 그러니 시즌이 시작되면 99마일... 그러니깐 159km까진 올라올꺼야."

"일단 시즌 시작한 뒤에도 지켜봐야겠지."

프로 첫해를 시작하는 유성이기에 스카우터들은 신중하게 관찰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선발 등판을 했기에 오늘 유성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고, 스카우터들도 그런 운영 방식을 짐작했기에 다른 선수들도 겸사겸사 파악했다.

참고로 어제 MC 다이노스는 유성의 5이닝 무실점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흔들리며 패배를 거두고 말았다.

[초반의 다이노스를 평가하자면 생각보다 더 괜찮은 전력을 구축했다는 점인데요. 신생팀답게 어린 선수들이 많다보니 실책이 나오면 선수들이 와르르 무너진다는 점이 문제네요.]

[그렇군요. 일단 오늘 MC 다이노스는 에릭 선수가 선발로 나서는데요.]

[3명의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을 따와서 ACE 트리오라고 부르는데 그 마지막에 해당하는 선수가 바로 지금 나서는 에릭 선수입니다.]

[일단 앞선 경기에서 다른 두 선수는 괜찮았습니다.]

[네. 둘 다 4이닝씩 소화했죠.]

"다른 투수들 상태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다고 봐야겠죠. 그런대 주말에 휴식일이 있다보니 로테이션이 애매해졌습니다."

"시즌 중에도 그렇게 흘러갈테니 미리 적응한다고 봐야지. 5선발을 기본으로 가겠지만 상황에 따라 6선발을 쓰는 것도 감안해야할테니깐."

선발 자원이 넘치더라도 김강문 감독은 무리하게 6선발을 기용할 생각이 없었다.

당장 선발 자원으로 분류된 7명으로도 충분히 한 시즌을 치룰 수 있다.

오히려 선발에서 탈락한 자원을 얼마나 롱맨으로 잘 쓰느냐가 관건이었다.

"시범경기니깐 편하게 기회를 주는거지. 시즌 중에는 얼마나 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도 첫시즌입니다. 최하위를 각오해서라도 육성을 우선으로 봐야합니다."

"...오래는 못 기다릴꺼야."

MC 다이노스의 현실적인 목표는 최하위 탈출이었고, 그 다음이 4할 이상 승률이었다.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기 위해서 포스트 시즌 이야기를 하였지만 냉정한 분석에 따르면 다이노스가 포스트 시즌에 갈 가능성은 낮았다.

이날 경기에서 에릭은 4이닝 무실점을 거두며 시즌 준비가 순조롭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3명의 외인 모두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준비가 거의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다음 경기에선 6선발 테스트를 위해 나선 노호성와 이태영이 각각 4,3이닝씩 합작하며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즌 시작하면 고르는 재미도 있겠군."

"그래도 먼저 나설 애들은 정해졌지만요."

"그렇지."

3명의 외국인 투수와 작년 퓨처스 리그에서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이재후 그리고 15억 팔의 박유성까지 5선발은 이미 확정적이었다.

이 기용은 부상, 부진 등의 이유를 대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어찌되었든 이 시점까지 6경기를 치룬 MC 다이노스는 휴식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월요일 고정 휴식일을 포함하여 3일을 쉬게 되었다.

"다음주 상대는 타이거즈, 자이언츠, 와이번스."

"로테이션대로면... 자이언츠네."

"아, 그러고보니 약간 조정이 있다. 유성이랑 에릭이 한경기씩 앞으로 가고 재후가 뒤로 빠진다."

"음? 이 순서면..."

아담, 첼리, 박유성, 에릭, 이재후로 이어지는 5선발 로테이션.

다만 이렇게 바뀔 경우 중간의 2,3,4선발이 전부 우완이 되버린다.

"뭐... 어차피 3일 휴식일 덕분에 실제 등판은 1주일쯤 쉬고 나서니깐 상관 없지만."

"유성아, 문제 없겠냐?"

"고등학교에서도 주말 리그 덕분에 1주일 쉬고 등판한 경험이 많아요. 게다가 지금은 시범 경기니깐 많은 공을 안 던질테니깐요."

"그렇지. 다음 등판은 6이닝 70구 제한이다."

"생각보다 널널하게 풀어주시네요?"

"시즌 중에도 투타겸업 때문에 자주 로테이션을 거를꺼야. 그러니 긴 이닝을 그만큼 소화해야겠지."

"흐음... 알겠습니다."

시즌 운영 계획을 들은 유성은 팀에서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인했다.

구단에서 처음에는 90구 제한을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유성이 투구수 관리를 더 잘 하고 있었기에 85구 제한을 걸기로 결정했다.

"타자로도 350타석 제한을 걸 생각이다."

"350타석이면..."

"128경기 중 선발로 20경기 정도를 나선다고 가정하면 등판일과 휴식일을 계산해야하니 많이 나서도 300타석 정도가 한계일꺼다."

"그렇군요."

생각 이상으로 체계적이었다.

시즌 운용이라는게 그대로 가는 경우가 없었기에 변화가 생기겠지만 지금까지만 본다면 이 시기의 KBO에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관리였다.

'이정도까지 관리한다는건 김강문 감독의 막강한 권한이 여기엔 적용 되지 않는건가...'

김강문 감독에 대한 이미지는 2가지였다.

야수 육성에는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으나 투수 부분에선 최악이라는 것이었다.

특히나 유성이 KBO에 머물고 있을때 벌어진 일들이 많았기에 유성은 다이노스의 상황을 자주 확인 할 수 있었고, MC 다이노스가 김강문 감독의 독선적인 투수 운용으로 인해 결국 무너졌던 것도 유성은 잘 알고 있었다.

'어느정도 관찰은 필요하겠네.'

그러는 사이에 진행된 시범경기에서 외국인 트리오는 모두 5이닝씩을 소화하며 정규 시즌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과시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어진 유성의 2번째 시범 경기 등판에서 다시 한번 찬사가 나왔다.

이번 경기에선 평균 구속을 150 초반까지 끌어 올린 유성이 최고 156km의 공을 앞세우며 70개의 공으로 6이닝을 소화하는 괴물 같은 이닝소화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왜 이 선수를 그 많은 구단들이 원했는지 알 수 있던 장면입니다.]

[6이닝동안 68구만을 던지면서 이닝당 11.3구 정도만을 던진 박유성 선수입니다.]

[이마저도 자이언츠 타자들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만들어진 결과인데요. 정작 점수는 못 냈네요.]

[네, 그리고 MC 다이노스가 박유성 선수를 어떻게 기용할지도 대충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까지 투수로 2경기, 타자로 4경기를 나서며 10경기 중 6경기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성적마저 완벽에 가까웠는데 투수로는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타자로도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범경기 마지막경기는 어떻게 할꺼냐?"

"예정대로 타자로 나서야죠. 1주일이나 쉴 수 있으니 말이죠."

"그렇지. 잘 준비해라."

"네."

[그런대 아직 어린 선수가 시범경기부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건 아닌가요?]

[그렇게 보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유성 선수가 이번 시범 경기에서 11이닝을 소화했는데 이건 MC 다이노스에서 가장 많은 이닝이지만 2경기 동안 투구수 관리가 철저하게 되었다는 점과 다른 팀에선 3번 등판한 선수도 있다는 점을 보면... 사실 문제가 될건 없습니다. 오히려 투타겸업의 리스크가 더 걱정이 되죠.]

[그렇군요. 경기 출전 패턴을 보면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에서 타자로 한번 더 나설듯 한데 어떻게 보시나요?]

[아마 MC 다이노스도 고민이 많을겁니다. 투타겸업 때문에 타자는 물론 투수로도 풀타임을 뛰기 힘들거든요. 특히 프로 첫해인 선수이다보니 더욱 관리하기가 까다로울겁니다.]

- 첫해부터 10승, 10홈런 하면 어떻게 되냐?

- 대박이지. 거기다가 이닝이랑 타점도 많으면...

- 데뷔하자마자 MVP 각이냐.

- MVP는... 글쎄?

벌써부터 유성의 신인왕을 확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MVP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는데 작년 MVP인 박병훈을 비롯해 수 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결정적인 경쟁자는 하나 뿐이지만.'

넥스 히어로즈의 박병훈.

일부러 KBO로 우회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신인왕은 당연하고 MVP도 노려야했다.

'할 수 있다.'

[그런대 박유성 선수의 최고 구속이 160km로 아는데 아직까지 156km가 최대네요?]

[아마 선발로 긴 시즌을 치루기 위해서 아껴두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앞선 시범경기만 봐도 알 수 있지만 140 후반부터 150 초반까지의 구속만 되어도 왠만한 타자들은 다 못 치거든요. 게다가 훌륭한 변화구까지 가지고 있으니 박유성 선수도 무리하게 전력을 다 할 필요 없죠.]

- 해설이 하는 말만 들으면 박유성이 무슨 20승, 20홈런씩 할꺼 같다.

-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아무리 잘해도 신인인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

진실은 시즌이 끝난 뒤에 가려지겠지만 현 시점에선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이 부분은 김강문 감독이 고민 끝에 5선발 로테이션을 결정한 것도 한몫하였다.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에서 유성은 우려를 불식시키듯 3안타 경기를 펼쳤는데 이 중 2개가 홈런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때려낸 홈런은 팀에게 승리를 가져오는 역전 쓰리런이었기에 최소한 MC 다이노스 팬들은 유성에게 굳건한 지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범경기가 마무리되고, 구단이 마련해준 집으로 향하던 유성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 팬들 많은데?"

"시범경기를 보고 기대감이 높아졌나봐."

"하긴 우리도 시범경기부터 6할 찍을줄은 몰랐으니..."

시범경기 최종 성적은 12경기 7승 1무 4패.

무를 제외하고 승률을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 MC 다이노스는 시범경기에서 6할이 넘는 승률을 거두며 1군 진입의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럴때 팬 관리를 해야지."

"응?"

메이저리그에서의 경험이 많은 유성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해주기 시작했고, 다른 선수들도 그 모습을 보고 따라서 사인을 해주기 시작했다.

일부 선수들은 바로 떠나기도 했으나 아직 어린 선수들이 많은 다이노스에선 유성이 일종의 구심점이었기에 이러한 분위기는 금방 전파 되었다.

"프로라는건 결국 팬이 있어야하거든. 사인해주는데 30초도 안 걸리잖아? 사람들이... 꽤나 많기는 하지만... 프로라면 팬들을 위해서 이정도 시간은 투자해줘야지."

이러한 생각은 단순히 야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축구, 농구 같은 다른 스포츠는 물론 프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렇게 해야한다고 유성은 생각했다.

***

"그래요? 프로로써의 마인드가 제대로 된 친구네요."

"자신감이 너무 커서 탈이 날까 싶기도 하죠."

"3년 안에 우승하면 MLB 진출을 도와야하는 조건 때문에 그런가요?"

"네."

"전 오히려 그 이야기를 듣고 확신했습니다."

"어떤...?"

"그 녀석이 3년 안에 우승을 가져올 것이라는걸 말이죠."

MC 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태진은 왠지 모르게 유성이라면 가능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이태위 사장에게 말했다.

"개막전에 참관할테니 준비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프로야구 9번째 구단이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