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
Chapter 22 - 겸업 (2)
"드디어 시범경기가 시작되는군요."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지."
"로테이션은 이전에 이야기한대로 가면 될까요?"
"그래, 터무니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4선발까진 고정이야."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선발진은 확정된 사항이었다.
그와 별개로 유성의 활용 방법도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선발 등판 이후 1경기를 쉬고 이후 타자로 2,3경기를 나선 뒤에 다시 선발로 등판한다.
이러한 부분은 NPB의 오타니에 대한 자료가 도움이 되었는데 닛폰햄에서 오타니를 이러한 형식으로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NPB는 6선발 로테이션을 사용하기에 5선발을 사용하는 KBO에서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일본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더군요. 한국과 일본의 두 천재 중 누가 더 뛰어난가로 말이죠."
"게다가 1,2년 쓰고말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여건이 될때마다 로테이션을 1번씩 쉬게 해줘야합니다."
"음... 알겠네."
어찌되었든 일정에 따라 유성은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타자로 나서게 되었다.
[5번 우익수 박유성.]
[이 선수 투수로 지명된 선수 맞죠?]
[그렇기는 한데 타자도 한다고 하더군요.]
[투타겸업이라... KBO 초기 이후로는 없었던 일이 프로야구가 32년째 되는 해에 다시 벌어지게 되겠군요.]
"타선에 구멍이 좀... 많이 보이는군요."
"어쩔 수 없지. 작년에 2군에서 준비를 꽤나 했고, 호중이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유성이가 잘 해주길 빌어야겠군요."
시범경기 첫 상대는 넥스 히어로즈 2연전이었다.
당연히 4선발로 시작할 예정인 유성은 이 2연전에서 타자로만 출전하였고, 자신이 왜 투타겸업을 시도하였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2경기 7타석 5안타 1홈런 5타점."
"놀라운 성적이군."
"왜 투타겸업을 선언했는지 알만하네요."
단 2경기에 시범경기지만 유성이 거둔 성적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투타겸업을 위해 좀 더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한 오타니와 달리 바로 프로에서 성적을 기록할 능력이 된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었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봐서는 안됩니다."
"그래야겠지."
"아직은 시범경기니깐 선발 등판 전날에도 쉬게 하죠."
"괜찮겠나?"
"어차피 9구단 일정상 저희는 시범경기가 끝나고 1주일을 통째로 쉴 수 있습니다."
"그렇지."
결국 유성은 등판 전에 하루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면 내일 4이닝 정도 던지겠군요."
"그렇지."
"투구수 여유가 있으면 5이닝도 던지고 말이죠?"
"...그래."
앞선 경기에 나선 선수들 모두 70구 전에 등판을 끝냈다.
유성의 경우 그보다 적은 투구수가 배정 될 확률이 높았다.
팡!
"재후형 공 좋네."
"우리 이미 5선발 완성 된거 아니야?"
"...그런가?"
생각보다 더 선발진이 안정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김강문 감독도 5선발을 기본으로 상황에 따라 임시로 6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는 방법도 고민했다.
"이거 생각 이상으로 선발진의 퀄리티가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좌완은 아담이 있고 상황에 따라 노호성을 쓸 수도 있지. 여기에 사이드암의 이재후나 언더핸드의 이태영도 있으니..."
거기다가 우완인 첼리, 에릭, 박유성이 한자리를 잡아놨기에 MC 다이노스는 시범경기가 진행되어가면서 기분 좋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누가 자리를 잡을지 모르겠지만 당장 선발로 쓸만한 자원이 7명이나 되었다.
"계속 좋아 할 수는 없겠지."
외인 3명을 제외하면 모두 1군 경험이 적거나 없었다.
상황에 따라서 시즌이 진행되면 또 다른 선발 자원을 발굴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당장은 충분합니다. 선발 문제는 시즌 중반에나 고민해도 됩니다."
"그렇겠지. 최코치, 유성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유성이요? 흠... 구속, 구위, 제구, 체력, 변화, 수비, 멘탈. 투수가 갖추어야할 모든 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가 실패한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듭니다."
"그정도인가?"
"네. 투타겸업만 아니었어도 역사를 썼을지도 몰랐을텐데 말이죠."
"아니, 어쩌면 그것으로 역사를 쓸지도 모르겠지."
프로에서는 아쉽게도 지명타자 룰의 존재로 인해 투수로 나설때 타자로 나서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무리였지만 한쪽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더 나았기에 유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유성이 상대할 시범경기 상대는 GL 트윈스.
다른 구장들은 모두 우천으로 취소 되었지만 MC 다이노스 홈구장인 마산구장에서는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 되었다.
"저녀석은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나쁘다고 해야하나..."
"시선이 쏠릴테니 그저그런 유망주라면 흔들릴테고 아니라면..."
"역사를 보게 되는건가."
유성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WBC 대표팀이 패배 이후 아쉬운 경기를 거듭한 끝에 탈락을 하고 말았기에 언론은 시선을 돌리기 위해 유성에게 더 많은 푸쉬를 가하였다.
"볼때마다 느끼는건데 저녀석 루키가 아닌거 같아."
"루키답지 않은 실력과 멘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
***
"오늘은 어떻게 할꺼야?"
"시범경기니깐 힘 빼면서 던질게요. 대충 140 후반 정도로?"
"그정도면... 충분해."
주전 포수로 낙점된 김태곤과 경기 전 조율을 간단하게 마무리한 유성은 잠시 후 마운드로 향했다.
홈 경기였기에 유성이 먼저 마운드에 올라야했기 때문이었다.
"GL 트윈스라..."
2002년 준우승 이후로 10년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DTD로 유명한 하위권 팀이었다.
"아마 올해쯤에 가던가?"
하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질게 분명한 팀이었다.
트윈스 덕아웃을 확인한 유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올해 순위권의 판도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점을 확신했다.
'나때문에 편하게 가기는 힘들겠지만.'
전력은 항상 3할은 숨겨두어야한다.
겨우 시범경기에서 전력을 쓸 필요가 없었기에 유성은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이미 2경기를 타자로 나서서 놀라운 타격과 안정적인 수비를 과시했던 박유성 선수인데요. 투수로는 첫 등판이 되겠습니다.]
[최고 160km를 던질 수 있는 선수로 벌써 155km까지 구속이 올라왔다고 하더군요.]
[네. 그래서 오늘 경기가 더 기대 되는데요.]
유성의 강속구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오늘 유성은 150km가 넘는 공을 던질 생각이 없었다.
경기 시작 전 연습 투구를 통해 감각을 조율하던 유성은 마지막 공이 전광판에 정확히 150km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준비가 마무리 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플레이볼!"
[초구 147km의 빠른 공이 정확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옵니다.]
[구속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시범경기니깐 힘을 빼고 있는듯 합니다. 보통 위기 상황에 더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들이 많으니깐요.]
- 160은 무슨 150도 필요 없다.
- 막말로 작년에도 7위한 팀한테 뭘 바라겠어?
- 그렇네. 그래도 이젠 류연진이 없다!
"원래 내가 강팀을 좀 더 잘 잡는데 말이지."
팡!
어느새인가 선두 타자에게 체인지업으로 삼구삼진을 잡아낸 유성은 2번 타자에게 더 느린 포심을 던지며 배트를 유도했다.
딱!
"아웃!"
"아오..."
잘못 때린 것을 깨달은 타자는 열심히 1루로 뛰었으나 승부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순식간에 2아웃이 만들어졌다.
[이건 영리한 피칭이네요. 선두 타자에게 바깥쪽 코스로만 던졌거든요? 그런데 다음 타자가 나오자마자 몸쪽에 칠만한 공을 던져줬어요. 결과는 보시는대로 아웃이 되었고요.]
[그렇군요. 하지만 뛰어난 구속과 구위를 가지고 있는 선수인데 왜 이런 피칭을 하는걸까요?]
딱!
이야기를 하던 사이에 3번 타자도 3구만에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게 되었다.
단 7개의 공만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유성의 모습은 마치 지배자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처럼 하기 위해서죠. 단순히 빠른 공과 구위로 찍어누른다면 9개 이상의 공을 던져야합니다. 하지만 박유성 선수는 일부러 더 느린 공을 던지면서 투구수를 줄였어요.]
[투구수 소모를 줄인다는건... 더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인가요?]
[그렇죠. 이렇게 적은 투구수를 경기 내내 유지하지는 못하겠지만 긴 이닝을 확실하게 소화 할 수 있습니다.]
[GL 트윈스 타자들의 머리는 복잡하겠군요.]
"이런 말이 있지."
"응?"
"제발 1점만 내라고."
1회 말 공격이 무득점으로 끝나자 유성은 한숨을 쉬며 다시 마운드로 향했다.
일단은 무실점을 계속해서 끌고 가야했다.
그래야 경기 중후반이 편해진다.
팡!
이후 유성은 4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으나 아쉽게도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4회까지 0대0의 상황이 유지되고 말았다.
"내릴까요?"
"41구라... 1이닝 더 가지."
"네."
점수가 안 나와서 그런지 경기가 전체적으로 빠른 템포로 진행 되고 있었다.
그것을 예상하기라도 했던 것인지 투구수를 절약하였던 유성은 아직까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사실 마음 같아선 6,7이닝씩 던지고 싶지만..."
"시즌은 길다 맞지?"
"네. 사실 투구수가 적다고 하지만 5이닝도 좀 예외적이기는 해요."
"그러면 마지막 이닝 목표는?"
"50구 이전에 마무리. 그리고 약간의 팬서비스."
그리고 유성은 다시 마운드로 향했고, 그 말을 들은 김태곤은 약간의 감탄을 하면서 자리로 향했다.
[5회 초로 접어든 경기에서 박유성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4회까지 단 2안타만 허용할 정도로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였는데요.]
[그 2안타 중 하나는 병살을 유도해서 위기를 넘겼죠. 일단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 될듯 한데요.]
[네. 말씀드리는 순간 초구부터 바로 휘둘렀는데 유격수 직선타가 되버렸네요.]
가볍게 1아웃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9개로 3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야 하던 것이 8개로 2개를 잡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유성이는 투구수 계산이 철저하다보니 시즌 중에도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줄듯 합니다."
"그만큼의 능력이 되니깐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렇죠. 이러면 시즌 중에 어떻게 기용할지가 또 복잡해지겠군요."
"5,6이닝씩 던지게 할려고 했는데 이 정도라면 휴식을 자주 주면서 7이닝 이상 던지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 부분에 관해서는 구단에서 이야기가 있었는데 긴 이닝 소화는 물론 많은 투구수도 불가능하니 90구 제한을 걸라고 하더군요."
"90구? 저녀석이라면 완봉을 거두고도 남겠군."
팡!
2번째 타자에게 5구째 150km의 공을 꽂아넣으며 유성은 2아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다시 한번 150km를 기록하며 마지막이라는 것을 상기 시켰다.
- 완급 조절 잘하네.
- 이렇게 잘 던지는 신인은 오랫만에 본다.
- 아직 시범경기다 좀 더 지켜봐야지.
- 게다가 GL 트윈스 타선 구린게 하루이틀이냐?
오늘 피칭은 전체적으로 호평이었다.
시범경기라는 점이나 GL 트윈스의 빈약한 타선을 이야기하며 신중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경기를 직접 치루고 있는 선수들은 알 수 있었다.
"올해도 어렵겠구만."
"류연진이가 나갔더니 더한 괴물이 나왔어."
팡!
거기다가 오늘 경기 처음으로 던진 스플리터로 2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유성이 던진 마지막 공은 그런 생각을 확신으로 만들어주었다.
[15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