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
Chapter 21 - 프로의 길 (1)
모두가 잠들어 있는 가운데 두 남성이 태블릿 PC로 무엇인가를 보고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 투싼이라..."
"투산이라고 발음하는거 아닌가?"
"아, 그게 맞는거 같다."
현재 그들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도착할 장소였다.
"으어... 여기 어디냐?"
"30분 뒤에 투산에 도착해요."
"음? 니들 안 잤냐?"
"아니요, 자다가 일어났어요."
"그래? 내리기 전에 화장실이나 갔다와야겠다."
MC 다이노스는 1군 첫 시즌을 위해서 KS 와이번스의 이호중과 KAI 타이거즈의 이형곤을 FA로 영입하였다.
이후 신생팀 특전으로 타팀보다 1명의 외국인 선수를 더 뽑을 수 있었기에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확정하였다.
"선발이라는게 1,2년만에 자리 잡히는게 아니니..."
"그렇게 말해도 유성이 너는 꽤나 유력하잖아?"
"글쎄... 스프링캠프를 치뤄봐야 아는거니깐."
한편 한국에서는 2013 WBC를 위해 여러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었다.
"구단들이 이렇게까지 협조적이지 않다니..."
"그나마 MC가 비공식 연습경기를 해준다고 해서 다행이죠."
"그래. 신생팀이라 전력은 약하겠지만... 어차피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목적이니깐."
물론 MC 다이노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이 경기가 치루어지는 것은 제법 뒤의 이야기였다.
다시 돌아와서 투산에 도착한 MC 다이노스 선수단은 휴식을 취했다.
"시차적응 문제가 있으니 내일 훈련은 간단하게 러닝 위주로 할 예정이다."
"네."
"그렇다고 어디 막 가지는 말고."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코치들은 물론 베테랑 선수들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체크해야했다.
물론 유성은 그러든 말든 자신의 방에서 쉬고 있었다.
"4일 훈련 1일 휴식이라..."
기본적인 훈련 일정을 보며 스프링캠프를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KBO의 방식과 MLB의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했다.
그래도 유성은 유망주를 성장 시키는 부분에선 KBO 방식이 조금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메이저리그 경험을 통해 혼자서도 훈련을 진행 할 수 있는 유성이 억지로 KBO 방식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음..."
현 시점에서 자신의 투타겸업을 알고 있는 것은 김강문 감독과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코치들 정도까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자마자 팀의 주장이 된 이호중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디 있나 했더니 방에 박혀서 뭐하냐?"
"철민이냐? 보다시피 어차피 오늘 훈련도 없으니깐 늘어져서 쉬고 있다."
"그러냐... 감독님이 잠깐 모이래."
"알았어."
이미 선수들에게 자료가 제공 되었지만 확인하지 않는 선수들이 있을 것을 감안해서 김강문 감독은 내일부터 시작될 스프링캠프 일정을 설명했다.
그 자리에는 현지에서 합류한 3명의 외국인 선수도 있었다.
"아담 위크, 첼리 쉬렉, 에릭 해크."
"잘 뽑은거 같지?"
"니가 뽑은게 아닌데 왜 그리 흐뭇해 하냐."
"우리팀에 큰 도움이 될 선수들이니깐 그렇지."
"그래그래..."
3명의 외국인 선수들은 유성의 기억에 조금씩 남아있었다.
'1명은 중도 퇴출이지만... 다른 2명은 에이스 카드들이지.'
특히나 3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에릭은 유성이 목표로 잡은 3번째 시즌 우승을 위해 중요한 키 카드가 될 선수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건 유성이 그 시즌에 기록할 성적이었다.
"버두치 리스트도 문제인데..."
"헤이, 루키."
"응? 무슨 일이야?"
"와우, 나 처음으로 영어 잘하는 친구 만났어."
"어디서 배운거야?"
"그냥 학교에서 언어 부분만 열심히 했어."
"그렇군."
첼리와 에릭이 먼저 근처에 있던 유성에게 말을 걸었으나 아담은 약간 거리를 둔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며 유성은 역사가 바뀌지 않을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나저나 버두치 리스트 이야기를 하던데..."
"아아 난 야구를 좀 오래 하고 싶거든. 미리미리 조심하자는거지."
"생각보다 더 영리한 루키로군."
"프로는 몸이 재산이야. 그걸 잘 알고 있는걸 보니 크게 성공하겠는걸."
의외로 외국인 선수들과 빠르게 친해진듯 했다.
유성이 3년 안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지만 그 3년간은 한 팀으로 뛸 선수들이기에 좋다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외국인 선수들과 친분을 쌓은 다음날부터 시작된 스프링캠프를 MC 다이노스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설레발일 가능성도 높지만 조금씩 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본 시즌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지도 몰라요."
"저는 그렇게까지 기대는 안 하고 최하위만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팀내에서도 말 못할 기대감과 첫해이기에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구단 관계자들까지 입 조심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애들 반응은?"
"생각보다 더 침착합니다."
"그래?"
"관심을 안 가지려고 해도 유성이에게 자꾸 눈이 가거든요."
"...유성이?"
"네."
"과연..."
15억이라는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을 투자한 16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신인 투수.
그리고 겁 없이 투타겸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잠재력을 가진 괴물.
"그러고보니 피칭은 언제 시작하지?"
"2일 뒤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군."
지켜봐야할 부분이 생겼다.
그렇기에 김강문 감독도 그날을 기다렸고, 유성도 드디어 공을 던지는 날이 되자 가볍게 몸을 풀면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올해 처음 공 던지는건데 어느정도나 할려나?"
"글쎄... 처음 공 던지는거니 무리할 생각은 없거든."
시즌은 길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유성이기에 유성은 시작부터 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눈에 띄일 수 밖에 없었다.
팡!
"첫 피칭부터 145km나 나오는군요."
"나름 조절한다고 했지만 힘든가보군."
"겨울동안 공을 못 던지기도 했고, 아직 힘이 넘칠때니깐요."
"그렇지."
첫 피칭을 시작으로 MC 다이노스는 점차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나긴 첫 시즌을 위해서 무리하게 끌어 올리지는 않았다.
첫 피칭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산에서의 일정이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었다.
MC 다이노스는 다른 팀들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는데 보통 일본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다른 구단들과 달리 대만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준비한 것이었다.
물론 선수들은 왜 대만으로 이동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WBC를 위해 그리고 다이노스의 어린 선수들의 경험을 위해 MC 다이노스가 여러 국가대표팀의 연습 경기 상대가 된 것이었다.
"한국 대표팀과 4경기, 대만 현지의 프로팀과 대만 대표팀과 4경기 그리고 네덜란드 대표팀과 2경기까지 총 10경기가 잡혀있습니다."
"외인들이 2경기씩 하고 다른 애들이 1경기씩 붙어서 테스트 받으면 되겠군."
대만에서 치루어지는 10번의 연습경기.
그 시작은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4번의 연습 경기였다.
"선발 투수들 순서는 어떻게 할까요?"
"다들 시즌 시작하면 상대 해봐야하는 선수들이니 시작부터 베스트로 가지."
"네."
***
"대표팀이 못하는걸까 MC 다이노스가 생각보다 준비를 더 잘해온걸까?"
"글쎄..."
"1승 2패라니 아무리 접전이었다지만 한국 최고가 모인 팀이 바로 대표팀인데 신생팀을 압도하지 못하다니... 조금 심하지 않나?"
"아직 시간이 더 있으니 개선 되기를 빌어야지."
"그나저나 오늘 MC 다이노스 투수가... 박유성이네?"
"그렇군."
앞선 3경기에선 조용했던 언론들도 유성이 4연전 마지막 선발로 나서게 되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였다.
[WBC 준비에 바쁜 대한민국 대표팀, MC 다이노스의 박유성을 만나다]
[15억 팔 vs 대한민국 대표팀]
- 오? 박유성이 공 던진다고?
- 그런대 이거 중계 해주나?
ㄴ MC 다이노스 자체 중계 있다더라.
본 시즌은 커녕 시범경기조차 아직 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이러한 매치는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았고, MC 다이노스는 의도치않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 그런대 MC 다이노스가 뭐하는 팀이냐?
ㄴ 다이노스를 몰라?
- 게임 회사는 아는데.
ㄴ 모를 수도 있지. 올해부터 1군 뛰는 9번째 구단이다.
그렇게 야구팬들이 MC 다이노스가 준비한 자체 중계 방송에 몰려들고 있을때 유성은 경기 시작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보통 매치가 아니다보니 비공개 경기를 예외적으로 공개 경기로 한다고 했던가...'
정규시즌보다는 모자랄지도 모르지만 박유성이라는 선수를 알리기에 매우 좋은 기회였다.
"유성아. 나가자."
"네."
MC 다이노스에서 암묵적으로 주전 포수로 정한 김태곤.
지난 시즌 GL 트윈스에서 100경기를 출전하며 현 MC 다이노스 포수들 중 가장 앞서고 있는 선수였다.
"오늘 패턴은 어떻게 가져갈꺼야?"
"조금 강하게 가볼려고요."
"그래? 드디어 니가 제대로 던지는걸 보겠구나."
"그렇네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그럴게."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장갑을 하나 더 챙긴 김태곤은 유성과 함께 그라운드로 나섰다.
오늘 경기를 위해 작정하고 장비를 준비한 MC 다이노스는 경기 시작 전부터 유성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 저게 15억짜리 얼굴이냐?
- 무슨 현상금 노리냐.
- 그런대... 잘 생겼네.
- 그러게. 생각보다 잘 생김...
뜬금 없이 유성의 외모 이야기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대표팀에게 카메라가 향하자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대표팀의 성적을 보며 여러 비난을 보였다.
"유성이는 어때?"
"얼른 경기 시작하는걸 비는거 같은데요."
"녀석도 참... 투쟁심이 대단해."
"그러고보니 그건 언제 시작하실꺼죠?"
"나도 고민이네. 외야수 연습은 꾸준히 했으니 당장 뛰어도 문제가 없는데 굳이 타자로 써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투수로써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투산에서 연습 경기에 등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만으로 넘어오기 전부터 유성의 구속은 당장 실전에 들어가도 될 정도로 올라온 상태였다.
"다른 경기에서 타자로써 테스트를 해봐야겠지."
아직 시즌 개막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조금은 더 신중하게 지켜봐도 문제 없었다.
그런 김강문 감독을 뒤로한채 유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대한민국 대표팀이라...'
냉정하게 말해서 해당 대표팀은 약했다.
복잡한 룰이 있기는 했지만 겨우 1라운드에서 탈락을 했으니 말이었다.
"그러면... 대어 같지 않은 대어를 낚아 보실까."
그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
유성의 초구는 경기장의 모든 사람은 물론 방송을 통해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놀라움과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152km]
"헐..."
"15억이 폼이 아니네."
"첫 등판인데 벌써 저런 구속이 나온단 말이야?"
같은 팀인 MC 선수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표팀의 1번 타자 역할을 할 예정인 정근오는 이 공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장난 하냐? 이게 신인의 공이라고?'
정근오 입장에서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아직 시즌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2구째의 구속이 149km로 내려왔기에 그나마 건드릴 수준이 되었으나 3구째에 쉴틈 없이 들어온 체인지업에 그대로 헛스윙 삼진을 기록하며 물러나야했다.
- 근오를 저렇게 쉽게 잡네...
- WBC 이래서 잘 하겠냐? 다이노스가 나가는게 더 나을꺼 같은데?
그 말대로 대한민국 대표팀은 유성의 정확하고 철저하면서도 압도적인 피칭에 1회 공격에서 단 10개의 공에 틀어막히고 말았다.
그것이 의미 하는 것은 간단했다.
KBO라는 작다면 작은 생태계에 터무니 없는 괴물이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