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
Chapter 20 - Next Stage (1)
MC 다이노스 구단 사무실에 향한 유성과 시영은 곧 바로 이태위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은 사전 접촉 같은 문제로 인해 에이전트인 시영을 비공식적인 대리인으로 내세우며 일을 해결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턴 유성이 직접 나서야했다.
"KBO도 번거롭네요. 아직도 에이전트가 도입이 안 되었으니..."
"니가 날 찾은게 신기한거야."
"그래도 일이 없었으니 저랑 계약하신거잖아요?"
"뭐... 그 전에 있던 마이너리거 3명도 은퇴나 방출 당하면서 끊겼으니깐 너한테만 집중할 환경이 되기는 했어."
"그러면 당분간 저한테만 집중하시겠네요."
"그래야지."
유성과 시영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이태위 사장과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MC 다이노스는 유성이 160km를 던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좀 더 많은 것을 줄 각오를 한 상태였다.
그만큼 유성의 가치가 올라가기도 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성에게 최대한 퍼주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었다.
"투타겸업...?"
그래도 이건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이야기였다.
고교 3년간 보여준 모습에서 어느정도 짐작했지만 유성의 타자로써의 재능은 투수로써의 재능과 함께 최고의 재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 다 같이 해서 성과를 낸 케이스는 30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원하시면 계약금을 줄이셔도 됩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투타겸업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나?"
"최고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입니다."
"음..."
잠시 고민하던 그는 한 사람을 불러야했다.
"부르셨습니까?"
"아, 어서와요. 김 감독."
사무실에 들어온 사람을 보고 유성은 설마라는 생각이 했는데 예상대로 MC 다이노스의 초대 감독 '김강문'이 들어온 것이었다.
그가 들어온 것을 본 유성의 머리는 복잡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9월 말인 현 시점에서 본다면 바로 며칠 전에 2군 리그인 퓨처스 리그가 종료된 상태였다.
그러니 감독인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유성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1년 먼저 입단한 나범성이 그의 설득으로 인해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로 전향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고 있다.
물론 그에겐 부상으로 인해 이전보다 폼이 떨어졌다는 변명이 있었으나 유성은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투타겸업이라..."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충 87년쯤일겁니다. 마지막 투타겸업 선수가 존재 했던게. 그마저도 투수가 가끔 타석에 들어선 수준이었으니..."
2012년인 현 시점에서 본다면 25년 전의 이야기였다.
잠시 고민을 하던 그는 유성에게 질문하였다.
"투타겸업이 얼마나 힘든건지 알고 있나?"
"네. 그러나 전 가능합니다. 지난 3년간 투타겸업을 위해 준비 해왔으니깐요."
실제로 유성은 투타겸업을 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피지컬과 체력을 지난 시간동안 꾸준히 준비 해왔다.
물론 일부 의도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투타겸업을 시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실적... 같은 말은 필요 없겠군."
이미 고교 3년간 투타 모두 완벽하다못해 다른 선수들이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격차를 만들어두었다.
게다가 그도 예상 못한 자료가 하나 더 나왔다.
"비공식이지만 미래고는 작년부터 프로 2군팀과 친선전을 치루었습니다. 작년과 올해까지 2년간 단 2경기 뿐이었지만 넥스 히어로즈와 GL 트윈스 2군과의 경기를 치루었죠."
그 자료를 본 김강문 감독도 이태위 사장도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비공식이라지만 프로를 상대로 유성은 성과를 냈다.
7이닝 2실점, 8이닝 무실점.
3타수 1안타 1타점, 4타수 3안타 3타점 1도루.
"앞은 히어로즈 2군전인데 2학년 기록이고, 뒤의 트윈스 2군전은 3학년 기록입니다."
"자신할만 하군."
단 1경기의 기록이지만 유성이 이미 프로에 통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남은건 장기 시리즈를 버틸 체력이 될 것인가였는데 유성의 말을 통해 이 부분도 문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 시즌인 2013시즌부터 9개 구단 체제가 됩니다. 9개팀이 돌아가면서 4일의 휴식일을 가지게 되죠."
"그렇군. 투타겸업은 체력 소모가 심하기에 필연적으로 휴식이 필요한데 이렇게 휴식일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시기를 잘 탔다는 말이 이렇게 적합한 상황이 올줄은 몰랐다.
그만큼 유성이 프로에 진입하는 시기와 현 프로리그의 상황은 완벽하게 유성을 위한 환경이 구축 되어 있었다.
"만약에 부진한다면?"
"뭐... 그땐 2군에라도 다녀오죠."
"...좋아. 신생팀인 우리팀이 이런 시도를 막을 처지는 아니니깐."
그렇게 투타겸업이 계약서에 포함 되었고, 김강문 감독은 다음 조항을 꺼내들었다.
3년 안에 우승시 포스팅, 임의탈퇴와 같은 방법으로 유성의 MLB 진출을 돕는 조항이었다.
"투타겸업을 하겠다는 녀석의 말이니 짐작했다만..."
"FA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니깐요."
"3년 안에 우승이라... 듣기만 해도 너무나 달콤해서 감언이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이야기로군."
2004년 감독으로써의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로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우승을 거둔적이 없다.
그게 바로 김강문 감독이었다.
유성도 20년 가까운 메이저리그 생활에서 우승을 거둔 것은 단 3번에 불과했기에 그 심정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유성은 다이노스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3년 안에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는 팀.
그게 바로 다이노스였다.
'내가 봤을때 다이노스에게 부족한 조각은 딱 1조각이야.'
그 1조각의 자리를 자신이 채울 수 있다.
투타겸업은 어찌보면 우승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조건이기도 했다.
"좋아. 받아들이도록 하지. 3년 안에 우승을 거둔다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니깐."
누구보다 우승이 절실한 김강문 감독이었기에 이 조건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투타겸업을 넘어간 시점에서 더 이상 막을 힘은 없었다.
"드디어 정리 됬군. 바로 언론 발표로 넘어가죠."
"네."
[MC 다이노스, 우선 지명 박유성과 계약 완료.]
내년부터 1군에 진입하는 MC 다이노스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을 한 박유성(미래고, 투수)에게 15억의 계약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생략)
- 15억...?
- 헐?
- 160km가 대단하기는 대단하네.
- 난 너무 커서 불안한데;;
기사가 올라오자마자 각 커뮤니티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한곳에서는 터무니 없는 금액에 거품이라며 유성을 까내렸고, 다른 한 곳에서는 이런 금액을 받게 되는 유성에게 기대를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은 중립의 위치를 잡기도 했다.
"반응이 갈리고 있네."
"거품, 기대, 침묵, 관찰..."
"그래서 15억은 언제 받는데?"
"2번에 나눠서 준다던데?"
"와... 그래도 7억 5천이네."
물론 세금 문제도 있고, 에이전트 계약도 있기에 그 금액을 다 받지는 않는다.
유성의 경우 시영에게 계약금의 5%를 주기로 계약이 된 상태였다.
앞으로 계속 자신을 도와줘야하기에 그 정도는 줘도 문제 없기에 가능한 배분이었다.
15억의 5%니 7천 5백만원이나 되는 금액이 수수료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계약이 체결 되었으니 유성은 이제 다이노스의 선수가 되었다.
짧으면 3년, 길면 FA 자격을 얻는 9년의 시간 동안 말이었다.
'아니지. FA 기간이 1년씩 줄어드니 8년이면 될려나.'
그래도 우승을 거두면 8년씩이나 생각할 필요 없이 3년만에 넘어 갈 수 있게 된다.
생각을 정리한 유성은 훈련을 이어갔다.
11월에 마무리 캠프가 시작된다.
내년부터 1군에 진입하기에 MC 다이노스는 올해 지명된 신인까지 모두 소집을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러다보니 그 전까지는 개별적으로 몸을 만들어야했는데 다이노스에 지명된 주환과 철민은 유성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지훈이가 뭐라 하는거 아닌가 몰라."
"항상 같은 팀일수는 없으니깐. 이런 상황도 경험해봐야지."
"중학교부터 이어졌던 6년지기가 적으로 만나다니 이거 참..."
"그렇게 따지면 철민이 너도 6년지기잖아."
"그렇기는 하지. 아, 그런대 3루 연습이라도 해야하나?"
"3루는 왜?"
"미리 자리 잡고 있는 선배들이 있으니깐 아무래도... 확신이 모자라다고 해야하나."
"음..."
확실히 신생팀이기에 기회가 자주 부여되기는 할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전 보장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15억이나 받은 유성은 좋든 싫든 기용을 해야한다.
심지어 투타겸업까지 붙었기에 다이노스 입장에선 유성을 최대한 기용 해야했다.
그러나 철민은 3라운드보단 빨리 지명 됬으나 다른 선수를 확실히 제칠 정도라고 하기에는 힘들었다.
'게다가...'
다이노스에는 그 용병이 존재한다.
아직 용병 제도가 제대로 정비된 것이 아니기에 첫 시즌에는 없겠지만 그 다음 시즌부터는 장담 할 수 없다.
'저녀석도 꽤나 힘들겠고... 주환이도...어렵겠네.'
잊고 있던 것이 하나 떠올랐다.
김강문 감독이 투수 혹사가 심한 감독이라는 점이었다.
'이닝 길게 먹어줘야겠군.'
어차피 에이스가 된다면 긴 이닝을 소화해줘야한다.
특히 불펜 소모가 심해질 수 밖에 없는 초기의 다이노스라면 더욱 그러했다.
"아무튼 훈련이나 계속 하자."
"그래."
"그거말고는 방법이 없기는 하네."
그렇게 미래고는 여전히 훈련이 진행 되었고, KBO 구단들도 하나둘씩 신인들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유성이 15억을 받는 것으로 인해 일부에선 논란이 생기기도 했으나 유성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유성은 유성 나름대로 준비를 마무리하고 마무리 캠프에 합류할 준비를 했다.
"그러고보니 너 요즘 세연이 만나냐?"
"응? 어... 조금 미묘하다고 해야하나."
세연과 알고 지낸지 3년이 다 되었다.
그동안 관계는 꾸준히 진전된 편이었는데 결정적인 선은 넘지 못한 상태였다.
"슬슬 정리 해야하지 않냐? 아예 사귈지 아니면 헤어질지."
"그렇지."
"뭐, 일찍 결혼하는 선수도 있다던데... 너희가 결혼까지 갈 정도의 사이는 아니니..."
"그거 참... 골치 아프네."
유성처럼 이런 썸도 없는 철민과 주환이었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짚어주었다.
그 말을 듣고 유성도 나름의 결정을 내렸다.
물론 당장 실현할 수는 없었다.
고민 하는 사이에 마무리 캠프 기간이 되었기에 아예 남부지방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다들 알고 있을거다. 현재 우리 팀에서 가장 비싸다고 할 수 있는 15억짜리 선수 박유성이다."
유성이 MC 다이노스에 합류하고, 선수단에 적응하기 시작했을때 다이노스는 기존 8개 구단의 20인 외 선수 지명을 고민하고 있었다.
"투수 4명, 포수 1명, 내야수 2명, 외야수 1명... 그런대 외야로 이 친구 괜찮을까요?"
"괜찮네. 오히려 이 친구면 좋겠어."
"하지만 현재 외야 자원도 그렇고 박유성의 투타겸업을 생각하면..."
"걱정말게. 감독으로써 말하는데 이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을꺼야."
"...알겠습니다."
그날 뜬 8명의 선수 명단을 보며 유성은 이 부분에선 변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한명의 선수의 이름을 보며 유성은 씁쓸함도 느꼈다.
'가능하다면 막아봐야겠지.'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야구의 어둠은 그만큼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일단 내 할 일부터 잘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