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53화 (53/156)

# 53

Chapter 19 - 후계

결승전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승리로 끝난 이후 각종 언론들은 단 한명의 선수에게 이목을 집중 시켰다.

"박유성 선수 한국 아마추어 선수로는 160km를 처음 던져보았는데 이런 공을 언제부터 던질 수 있었나요?"

"음... 사실 경기에서 안 던졌을 뿐이지 157km까진 연습때 던져 봤습니다. 160은 오늘이 처음이죠."

"그러면 어느시점부터 구속을 조절했다는 이야기인데 어째서인가요?"

"전 아직 고등학생입니다. 또한 어릴때부터 무리하게 한계까지 공을 던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말 잘하네.

- 목소리도 좋은데?

- MC는 벌써 슈퍼스타를 얻었네.

- 이쯤되면 박유성한테 얼마 줄려나?

- 10억 넘기는거 아니냐?

- 설마...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다이노스도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15억원은 이쪽에서 정한 것이었지만 유성의 요구로 삽입 되었던 조건은 겁 없는 아마추어의 자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유성의 피칭을 통해 알 수 있었다.

9이닝 무실점 완봉승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그나저나 타자로써의 재능이 아까울 정도네요."

"그런 말은 하지마. 무려 160km를 던지는 투수야. 제구력마저 뛰어나기에 바로 1군에 올려도 될 정도니 타자는 생각 안 하는게 나아."

"그렇겠죠."

그래도 스카우터로써의 아쉬움은 있었다.

유성의 타격으로써의 잠재력은 저 오타니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으로 느껴졌으니 말이었다.

'이정도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물론 그들은 유성의 생각을 알지 못한다.

유성이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도 말이었다.

***

"...네?"

대회가 끝난 이후 유성과 만난 시영은 자신이 잘못 들은게 아닌지 순간적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을 해야했다.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끙... 투타겸업이라니..."

"물론 어려운건 압니다."

"당연히 어렵죠. MLB, NPB에선 진작에 찾을 수 없게 되었고, KBO도 초창기인 88년 이후로 사라졌습니다."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죠. 저도 그렇고... 일본의 오타니도 그럴 예정이니깐요."

"오타니도요?"

"네."

그날 경기가 끝난 이후 유성은 오타니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앞으로 오타니는 NPB에서 투타겸업을 위해 단련의 시간을 가진다.

그게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오타니."

"넌... 박유성?"

"그래. 나 일본어 할줄 아니깐 편하게 말해."

"2년 전에 너한테 당했던걸 기억하고 있는데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런가?"

"아무튼... 오늘 대단했어."

"내 기록을 깬 선수가 그런 말을 하면 뭔가 미묘한 느낌이 드는데?"

"기록? 아..."

오늘 유성이 일본에게 내준 것은 단 1개의 피안타.

그것만 아니었다면 퍼펙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대신 16개나 되는 삼진을 잡아냈으니 복수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 물어볼게 있는데."

중요한 것을 까먹었다는듯 유성은 오타니에게 질문했다.

"넌 투타겸업을 할 생각이야?"

"...이런 질문을 하는거보니 너도 생각 있나보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됬어."

확실하다.

오타니도 유성도 투타겸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MLB로 직행할꺼야?"

"일단은... 그렇게 보고 있어."

"난 KBO에 잔류하기로 했지만 한가지 옵션이 있어."

"옵션?"

"3년 안에 리그 우승."

"듣기로 넌 신생팀으로 간다던데?"

"그래.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하고 성적을 내야 메이저리그를 정복할 수 있으니깐."

그런 유성의 말에 오타니도 느끼는 것이 있었다.

마침 오타니도 NPB 구단이 지명을 했기에 여차하면 메이저를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이러한 결정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오타니는 일본으로 돌아가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닛폰햄의 설득이 먹히겠지.'

오타니가 앞으로 갈길을 알고 있는 유성이기에 자신도 그에 맞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에이전트인 시영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했고, 시영은 이제 머리가 아프겠지만 열심히 뛰어 다녀야 할 것이다.

"그러면 나도 슬슬 준비 해야겠네."

청소년 대표팀 때문에 이제 3년째를 맞이한 후계자 선정이 늦어졌다.

게다가 유성이 2경기 연속 완봉을 했다는 점으로 인해 올해는 미루자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자신의 몸상태가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한 유성은 그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선배님."

"왔냐?"

"네, 청대 우승 축하드립니다."

"아니,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다니깐..."

현 미래고 1,2학년은 3학년에 비해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세대였다.

하지만 실제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그들의 미래를 알고 있는 유성은 자신의 후계자를 정할 수 있었다.

"진성아."

"네."

"준비해라. 니가 내 상대다."

"...그 말은..."

"그래."

청대에 참가하지 못했던 3학년 선수들은 이미 고별전때 상대할 선수들을 확정을 해두었다.

그리고 유성을 비롯한 청대 멤버들도 미리 후보군을 마음 속에 정해두고 청대로 떠났었다.

진성이 떠난 이후 유성은 진성의 프로필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현재는 1학년 투수이지만 차후 프로에서도 리그 최고의 에이스 중 하나가 되는 그런 재목이었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 경기날이 되었고, 유성은 미리 1,2학년팀에 선고했다.

자신은 오늘 155km 이상의 공을 던지지 않을 것이고, 스플리터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이었다.

"진짜?"

"그래. 저녀석들한텐 이정도로도 충분해."

"자만은 아닐까?"

"어차피 내가 올해 155km 이상 던진건 딱 1경기 뿐이고, 스플리터도 5% 이하로만 사용했어. 내가 청대 이전까지 거둔 성적은 모두 리미터 풀기 전의 폼으로 거둔 성적이야."

"하긴... 저녀석들 중엔 150km도 제대로 못 치는 녀석도 있으니..."

그래도 유성이 1학년을 지목한 것은 예상 외라면 예상 외였다.

물론 스카우터들은 유성이 1학년을 지목했기에 관심을 가지고 오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나 관심이 쏠렸으면 KBO 9개 구단이 전부 찾아왔을 정도였다.

물론 유성이라는 내년부터 KBO에서 상대할 괴물 신인을 관찰하기 위한 목적과 유성의 뒤를 이을 미래고 에이스를 관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누어졌지만 프로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대단하군."

"155km 아래로만 던진다고 하더니만 아직 152km가 최고 구속입니다."

"그 결과가 3이닝 퍼펙트고 말이지."

압도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청대에서도 유성은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오늘 경기는 그 이상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여유라는 것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그나저나 박유성한테 얼마나 쓴거야?"

"며칠 뒤에 발표할꺼니깐 기다려."

"설마 진짜 10억 이상을 쓴건가?"

"비밀이야."

MC 다이노스 스카우터들은 꽤나 곤란한 상황에 빠졌으나 웃으며 그 상황을 넘겼다.

이곳에 스카우터들은 물론 기자들도 깔렸기에 며칠 더 참아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발표되면 당분간 논란이 되기는 하겠군.'

신인 역대 최대 계약금을 뛰어 넘은 금액이니 좋든 싫든 다이노스의 이름도 유명해질 것이다.

그래서 유성의 올해 마지막 등판은 반가웠다.

타순이 한바퀴 돌았음에도 유성은 후배팀을 찍어 누르고 있었고, 놀랍게도 유성이 지명했던 차기 에이스 백진성도 무실점을 이어가며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의외로 박유성이 선수 보는 눈도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지금 넥스 히어로즈에 있는 그 친구가 박유성을 후계자로 지목했잖아?"

"박유성이 예외인거지. 과감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일본에서 뛰었잖아?"

"하긴... 박유성은 그때 이미 일본에서 봄 고시엔 우승과 10번이 넘는 친선전에서 전승이라는 실적을 쌓아놨으니깐."

유성은 그만한 커리어를 이미 고1부터 가지고 있었다.

반면 유성의 지목을 받은 진성은 올해 단 1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하였고, 그마저도 여름때 등판한 것이었다.

"몇달 사이에 성장했다...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생각해야지. 게다가 아직 1학년이니깐. 박유성도 조금 길게 본걸지도 몰라."

유성의 실제 의도를 모르기에 스카우터들은 알아서 예측을 해야했다.

그러는 사이에 경기는 빠르게 진행 되며 팽팽한 0의 행진이 6회에 깨지며 선배팀이 리드를 잡게 되었고, 조금씩 점수 차를 늘리기 시작한 그들은 결국 최종 스코어 3대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드디어 졸업팀이 이겼네."

"그러고보니 그동안은 후배팀이 이겼지?"

"그마저도 당시의 후배팀이 지금의 선배팀이었으니깐..."

마지막까지 3학년들은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유성도 오늘 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과 3안타 경기를 펼치며 스카우터들의 경계를 더 높이게 만들었다.

"박유성 선수. 잠시 인터뷰 되시나요?"

"네."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유성은 고등학교 무대에서 더 이상 공을 던지지 않게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시간이 남아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왔던 언론이 몰려들며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제 다음은 프로 무대로 향하게 됩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떨리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그렇군요. 오늘 경기에선 160km의 공을 던지지 않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제가 올해 고교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최고 154km의 구속으로 기록한 성적입니다. 그래서 더 빠른 공을 던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후배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퍼펙트를 안 당한걸 다행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오늘 유성은 힘을 아끼는 피칭을 하다가 2개의 피안타를 내주었는데 안타를 허용하기만 했을뿐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 실점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여러 질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법 시간이 소모됬는지 코치들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하도록 했고, 그 질문을 들은 유성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변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박유성 선수의 타격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요. 혹시라도 타자로 뛰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음... 저는 투수가 목표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가능하다면 둘 다 해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렇게 인터뷰는 종료 되었다.

물론 유성의 마지막 말은 그만큼의 파급력도 가져왔다.

[160km 괴물, 박유성. 투타겸업 암시?]

[박유성, 투수와 타자 둘 다 해보고 싶다.]

- 뭐지 이 괴물은?

- 고교 통산 방어율이 0점대인건 그렇다치고 통산 타율이 4할이 넘음.

- 심지어 미래고에서 박유성을 타자로 쓸려고 외야수로 뛰게 한적도 있음.

- 더 놀라운건 외야수도 잘함.

ㄴ 진짜?

1,2학년 자료까지 찾아오면서 유성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시작한 팬들은 유성이 고교 무대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괴물인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괴물이 KBO로 찾아올 예정이었다.

"이제 협상이나 하러 가죠."

"그래. 이미 사전 협상을 통해서 이야기는 끝냈지만 말이야."

"그래도 완전히 끝낸건 아니니 마지막 조건을 넣어야죠."

"그래, 니가 원하던 투타겸업은 이루어질꺼야."

구단과 약속한 날이 되었기에 유성은 시영과 함께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그렇게 구단으로 향하면서 유성은 생각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의 다른 말이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