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52화 (52/156)

# 52

Chapter 18 - 괴물 vs 괴물 (3)

0대0의 스코어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5회 초로 접어들게 되었다.

[아직도 소름이 가시지를 않네요.]

[그렇죠. 160km를 직접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KBO에선 레다메스 리조 선수가 이번 2012시즌에 162km를 기록했는데요. 공식전 최고 구속인데요.]

[한국 선수로써는 처음으로 160km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아마추어 기록이라는 점이 아쉬운데요.]

[그 부분은 내년부터 1군에서 뛸 확률이 높으니 문제 없을것이라고 봅니다.]

5회 초 한국의 공격이 시작되는 이닝에서 선두 타자는 유성이었다.

'160이라니...'

고시엔 구장은 구속 뻥튀기를 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MLB 스카우터들 덕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오타니는 아직 자신이 160을 던질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오타니에게 진짜 160km의 공을 던지는 투수의 등장은 놀라움을 가져다주었고, 그 선수가 유성이라는 점으로 인해 오타니는 더욱 투쟁심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칠 수 있을지 해봐.'

팡!

[초구부터 156km가 나옵니다.]

[앞선 타석에서 초구부터 3루타를 허용했던 오타니 선수지만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맞붙고 있네요.]

[주자가 없으니 홈런만 아니면 해볼만한 시도이기는 합니다.]

"도망 안 가는건 칭찬해줘야하나..."

물론 피할 이유는 없었다.

겨우 한 타석의 대결이었고, 오타니도 아직 자신감이 붙어있을 것이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담장! 밖으로 향합니다.]

[정말 아쉽네요. 살짝만 들어왔어도 넘어가는거였는데요.]

벼락같은 파울 홈런에 위축될 수도 있었지만 오타니는 애초에 타구를 안 보고 있었다.

오히려 2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며 유성에게 어떻게 승부를 걸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중간한 구종으로는 무리야.'

3구째로 던진 슬로 커브를 유인구로 던지며 템포를 바꾼 오타니는 다시 한번 포심을 꺼내들 준비를 했다.

슬로 커브는 이 마지막 공을 위한 약간의 준비였기에 오타니는 심호흡을 하며 차근차근 힘을 끌어 올렸다.

[이제 4구째...]

'온다.'

일련의 투구 동작을 거친 오타니의 공이 그의 손끝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성도 동시에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딱!

[쳤습니다! 센터 방향! 깊숙하게 날아가는 타구!]

[중견수가 따라가는데요! 아... 잡아냈습니다.]

[제대로 맞은 타구를 잡아내는군요.]

[게다가 구속이...]

[159km. 박유성 선수보다 1km 느린 수준까지 따라왔습니다.]

- 오늘 진짜 무슨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거냐

- 힘대힘의 대결이 바로 이런걸 말하는건가.

타이밍은 어찌어찌 맞추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는 겨우 2km라도 차이를 만들 수 있었기에 까딱하면 타이밍이 엇나갈뻔 했지만 유성은 정확하게 맞추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로인해서 풀파워를 실어넣지는 못했다.

"어휴..."

유성이 아쉽게 물러나고, 뒤의 타자들도 오타니의 강속구에 눌리며 그대로 물러나게 되었다.

결국 5회 초에도 점수가 나오지 않으며 경기는 5회 말로 이어지게 되었다.

"오늘 진짜 어렵겠는데..."

"그러게. 고등학교 3년간 치룬 경기들보다 더 해."

선수들도 오늘 경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파악했다.

1점 승부의 대결이었고, 유일하게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도 유성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철민이나 강혁이도 파워는 충분하지만 속도를 완전히 못 따라가고 있다.'

'어떻게 때려낼수만 있어도 운에 맡겨볼텐데 그마저도 무리다.'

대표팀 코치들도 굳은 표정으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성은 5회 말 수비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자, 이제 5회 말 수비로 이어집니다.]

[5회 초 공격이 좀 아쉬웠는데요.]

[지금 양쪽 모두 150km가 넘는 강속구에 아무도 대응을 못하는데 유일하게 박유성 선수만 대응을 하고 있거든요. 결국 8회쯤에 다시 박유성 선수 타석이 올듯한데 그때가 승부처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군요. 박유성 선수도 경기 후반을 생각해서인지 빠른 승부를 가져가고 있네요.]

순식간에 선두 타자인 일본의 4번 타자에게 삼구삼진을 뽑아낸 유성은 다음 공을 고민했다.

'계속 찍어누를까? 아니면...'

'어중간하게 하면 골치 아프니깐 좀 더 밀고 가자.'

고개를 끄덕인 유성은 다음 타자가 준비를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포심을 던졌다.

155km 안밖을 유지하고 있는 포심은 일본 타자들을 찍어 누를 수 있는 최적의 무기였다.

"구속이 계속 유지되네."

"대단하다고 해야하나? 진작에 던질 수 있던걸 그동안 숨겼다는 소리잖아?"

"그렇기는 하지. 그런대 KBO에 잔류할 생각이었으니 저랬을꺼라는 생각이 드는군."

"음... 보통이라면 말이 안된다고 하겠지만 왠지 납득 되는 이야기로군."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아까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고 154km를 던질때와 최고 160km를 던질때의 차이가 컸기에 우선적으로 다이노스가 유성에게 얼마나 많은 계약금을 불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오타니만 넘어올려나?"

"글쎄... 오타니도 남을꺼 같은데?"

"음..."

정말 보기 힘든 유망주가 무려 둘이나 되었으나 둘 다 MLB로 데려가기는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스카우터들은 아쉬움을 표했고, 그 사이 유성은 5,6번 타자를 처리하며 5회 말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경기는 다시 빠르게 진행 되었다.

6회와 7회에 유성과 오타니는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유성은 7회 오타니에게 변화구를 던지다가 안타를 허용하며 퍼펙트 행진은 깨졌으나 실점을 하지 않으며 8회 초가 시작되는 지금 상황에서도 스코어는 0대0이 유지되고 있었다.

"투구수가..."

"오타니는 71구, 유성이는 66구입니다."

둘 다 7이닝을 소화했으나 그만큼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다.

다만 유성은 다양한 변화구를 가지고 있었기에 일본 타자들을 좀 더 편하게 상대할 수 있었고, 덕분에 투구수가 조금 더 적은 상태였다.

물론 많은 차이는 아니었지만 저정도 투구수라면 오타니보다 1,2타자를 더 상대할 수준이니 대한민국 대표팀은 조금은 신중하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은 만약을 위해 불펜을 준비 시키고 있었다.

"연장전으로 갈 가능성도 봐야겠군."

"최선은 남은 이닝 안에 점수를 내는건데 말이죠."

유성도 이번 이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오타니의 투구수가 70구를 넘은 상태였으나, 아직 2이닝이 남았기에 오타니도 마음 놓고 전력으로 던질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 승부를 본다면 이번 이닝이 제격이었다.

[오늘 경기 정말 대단하네요. 두 투수의 투구수만 봐도 매우 효율적으로 아끼고 철저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죠. 두 투수 모두 1개의 안타씩만을 허용했을뿐 경기는 매우 팽팽한 상황입니다.]

"투구수가 저거 밖에 안 되는데 둘 다 삼진이 10개가 넘어가다니... 놓친게 아쉽군."

"그런대 이거 타자들 수준이 떨어지는거야? 아니면 저 둘이 터무니 없는 괴물인거야?"

"뻔하지. 7이닝이나 던졌는데 투구수가 저거밖에 안 나온다는건 저 둘이 그만큼 괴물이라는 이야기야."

팡!

이번 이닝에도 유성은 선두 타자였다.

그리고 오타니는 아껴두었던 힘을 사용하기라도 하는듯 다시 155km까지 구속을 끌어 올렸다.

'초중반보단 힘이 빠졌다.'

여전히 쉬운 공은 아니지만 앞선 타석보다는 할만했다.

2구째에 곧 바로 스윙을 시도했으나 예상 외로 오타니는 변화구를 꺼내들었다.

[헛스윙. 2스트라이크로 몰린 박유성 선수입니다.]

[아쉽다는 말 밖에 못하겠는게 오타니의 변화구가 잘 떨어졌어요.]

[네. 3구째 파울! 구속은 여전히 155km가 나옵니다.]

- 쉽지 않네.

- 아니 무슨 고딩이 저렇게 강속구를 막 던져도 되냐?

- 능력이 되니깐 던지겠지.

그 말대로 유성도 오타니도 그럴 능력이 되기에 지금도 155km나 되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었다.

4구째에 다시 파울이 만들어지며 승부는 조금씩 길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5구째는 유인구로 볼이 되었고, 오타니는 잠시 마운드에서 발을 때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다음 공? 아니면 그 다음 공?'

'코스는...'

두 사람의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

이 승부의 결과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바뀔 것이기에 그만큼 집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좋아, 그걸로 간다.'

'오는군.'

딱!

오타니의 혼신의 힘을 다한 공을 유성은 다시 한번 때려냈다.

그리고 미리 후진 수비를 펼치고 있던 우익수는 조금씩 움직이며 타구 위치를 파악했다.

"높게 떴어!"

"마이!"

중견수가 커버를 위해 달려오고 있었고, 우익수는 마이를 외치며 자신이 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공은 금방 내려오지 않았고, 조금씩 뒤로 향하였다.

그래서 우익수도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고, 그때서야 공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잡을 수 있..."

푹신

"어?"

등에서 느껴지는 감촉.

그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감촉이었다.

"펜스...?"

텅!

[넘어갔습니다! 쉼없이 이어지던 0의 행진이 8회 초 박유성의 솔로 홈런으로 깨지게 됩니다!]

[157km나 되는 강속구를 정확히 받아친 박유성 선수가 홈런을 때려내며 오타니에게 드디어 점수를 뽑아냈습니다!]

"유성이는 진짜 괴물이라니깐."

뒤에서 지켜보던 강혁도 어이가 없다는듯 유성이 그라운드를 도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유성이 홈플레이트를 밟자 유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유성은 덕아웃에 들어가며 선수들의 환영을 받았다.

딱!

"또 쳤다!"

유성에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강혁은 기다렸다는듯 2루타를 때려내며 무사 2루의 찬스를 만들어냈다.

유성의 홈런 덕분에 막혀있던 혈이 드디어 뚫린 것이었다.

"좋아! 계속 가자!"

대표팀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끌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더 이상의 공세를 허용하지 않았다.

팡!

"스트라이크!"

딱!

"아웃!"

강혁의 2루타에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던 한국 타선을 상대로 단번에 2아웃을 만들어낸 오타니는 강혁이 3루를 가는 것은 막지 못했으나 대신 마지막 타자를 찍어 누르는 것으로 위기를 잠재웠다.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못하겠군요.]

[네. 다시 한번 위기가 왔는데 순식간에 막아내버리는군요.]

[하지만 박유성 선수의 홈런 덕분에 드디어 리드를 잡았습니다.]

"끝났군."

"이번 이닝의 홈런에 투구수 소모도 많았어."

8회가 끝난 시점에서 오타니의 투구수는 90구에 근접했다.

게다가 9회부터는 한국도 1번부터 시작하기에 오타니가 남은 투구수로 이닝을 마무리 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기도 힘들었다.

그런 생각은 유성이 8회 말을 막아내고도 투구수가 80구도 안 되자 확신으로 바뀌었다.

오타니는 이 차이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타니가 마지막 여력을 쏟아부으며 9회를 막아냈으나 한계에 도달했기에 더 이상 볼 필요는 없었다.

이미 기자들의 시선은 오타니가 아닌 유성에게 향했기 때문이었다.

"후..."

마지막 이닝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첫 타자에게 순식간에 삼진을 뽑아내며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를 2개로 줄였다.

하지만 그 다음 타자의 타석에서 실책이 나오며 출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자, 아쉬운 실책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1사 1루 상황에서 이제 일본은 1번 타자에게 기회가 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집중을 하면서 조심해야합니다.]

"미안."

"괜찮아. 실점을 한것도 아니고 주자 1명 보낸것 뿐이야."

유성이 실책을 한 선수를 다독이는 사이에 강혁은 남은 타자들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단 1명이라도 더 출루 시키면 일본 덕아웃에서 그가 나올 것이기에 어떻게든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했다.

'그래도 결승전다운 상대였어.'

9이닝 1실점 완투와 3타수 1안타의 성적에서 알 수 있듯 오늘 오타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강혁이 오타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유성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끝내자.'

'그래.'

***

[제 25회 IBAF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팀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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