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51화 (51/156)

# 51

Chapter 18 - 괴물 vs 괴물 (2)

유성의 최고 구속이 156km로 갱신된 가운데 유성은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생각보단 빨리 만났네."

[2아웃이 만들어진 가운데 타석에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박유성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타격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죠?]

[네. 160km로 유명하지만 일본에선 의외로 타격을 좀 더 높게 쳐주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딱!

가볍게 던진 초구는 파울이 되었다.

"145km... 90마일이군."

"계속 구속이 바뀌고 있어. 그러게 말이야."

통일성이 보이기는 했다.

초구는 4,5km씩 증가하였다.

팡!

"152km..."

"94.5마일인가?"

"대충... 그정도군."

"2구째도 7,8km씩 오르고 있는데..."

"완전히 보여줄려고 짜둔거 같지?"

"그렇네."

그때서야 양팀 모두 알 수 있었다.

유성이 8개의 공을 모두 포심으로 골랐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그리고 156km 이상의 강속구의 존재를 은연중에 떠올렸다.

'설마는... 아니겠지?'

조심스럽게 떠오르는 하나의 가능성.

유성은 3구째를 던지기 전에 오타니의 분위기를 잠시 살폈다.

"호... 제법이네."

지금 오타니에게는 투기가 느껴졌다.

과거에도 오타니의 모습을 자주 보았던 유성이었기에 이 대결은 피할 이유가 없었다.

'그땐 이 위치가 반대였던거 같은데...'

투타겸업을 하던 오타니와 달리 과거의 유성은 타격만 했기에 지금과 정확히 반대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성도 투타겸업을 하고 있었다.

팡!

"스트라이크!"

오타니를 삼진으로 처리한 유성은 구속을 확인했다.

[지금 구속이...]

[무려 159km가 나왔네요.]

[최고 구속을 갱신하고 얼마 안되서 다시 갱신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나도 투타겸업 해볼까..."

그렇게 말하며 유성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유성에게 삼구삼진으로 물러난 오타니는 복수라도 하겠다는듯 한층 페이스를 끌어 올리며 2회 초가 시작되자마자 철민에게 삼진을 잡아내고, 다음 타자를 기다렸다.

다음 타자는 바로 유성이었다.

"나랑 붙고 싶어서 열 내는건가?"

괜히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오타니는 미완성이었다.

딱!

[초구를 곧 바로 받아쳤습니다!]

[좌중간에 정확하게 떨어지는 타구! 타자는 2루에서! 3루로! 빠릅니다!]

[좌익수가 잡자마자 급하게 던지지만! 여유 있게 세이프!]

[걱정이 꽤나 됬는데 초구부터 바로 3루타를 때려내버리는 박유성 선수네요.]

심지어 157km나 되는 구속이었음에도 유성은 안타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배트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저거 보시면 박유성 선수의 배트인데 박살이 났네요.]

[그러게요. 안타를 때려 내기는 했는데 배트가 못 버텼네요.]

"유성아, 손 괜찮냐?"

"괜찮아요."

하지만 타격을 하던 그 순간에는 왼손이 얼얼했다.

그 이후 3루까지 오면서 그 충격은 사라졌지만 공을 때려낼때만큼은 그 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위가 생각보다 더 강해.'

1사 3루의 찬스가 만들어진 가운데 유성은 오타니의 공을 다시 한번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앞선 타자들은 오타니의 포심을 건드리지 못했다.

"코치님."

"응?"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유성은 바로 3루 코치를 통해 덕아웃으로 정보를 보냈다.

단 1구의 승부였고, 유성도 풀스윙으로 힘을 실어넣었기에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오타니의 포심은 단순한 고등학생 수준을 뛰어 넘은 상태였다.

"구위가 보통 수준이 아니라고?"

"초구부터 바로 때려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다는게 유성이의 이야기입니다."

"골치 아프군. 강속구로도 힘든데 구위까지 뛰어나다니..."

"뭐, 우리쪽도 유성이가 있으니 그렇게 문제는 없을듯 하지만요."

"그렇지. 하지만... 결국 1점 싸움이 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군."

유성이 이번 대회에서 거두고 있는 성적이 있기에 코치들은 유성에게 신뢰를 보내주고 있었다.

문제는 유성의 말대로라면 이번 경기는 정말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유성이를 어떻게든 홈으로 불러들여야해. 1점 승부로 가게 된다면 지금의 이 상황은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상황이 될 수 있으니깐."

"만약 실패한다면..."

"지금은 말하지 말자고."

"네."

'그래도 투구수라도 늘리면 좋을텐데...'

현재 오타니의 투구수는 14구에 불과했다.

그 상황에서 6번 타자인 강혁에게 단번에 2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오타니는 3루의 유성을 살짝 확인했다.

'바로 3루타를 때려낼줄은 몰랐는데...'

오타니는 2년 전의 일을 잠시 떠올렸다.

여름 고시엔이 시작되기 전 자신들의 팀에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던 그 투수를 잊을 수가 없었기에 오히려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이정도는 되어야 그런 노력을 해온 보람이 있으니깐."

유성이 모르는 사이에 유성은 오타니의 목표가 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2년이 지난 지금 유성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타니는 환호를 했다.

유성이라는 목표와 대결을 할 수 있을 확률이 높아졌고, 실제로 지금 유성과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결국 오타니는 강혁에게 삼진을 뽑아냈고, 뒤 이은 7번 타자에게도 삼진을 잡아내며 1사 3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이닝을 종료 시켰다.

강혁이 삼진으로 물러났을때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한 유성이었기에 그대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미안."

"별 수 없지. 저녀석 공이 보통이 아니거든."

"그러면..."

"오늘 경기가 제일 힘들꺼야. 제구가 안 좋다는 단점도 오늘은 안 보이거든."

오타니의 투수로써의 평가를 살펴보면 빠른 구속과 구위가 장점이지만 제구가 단점으로 꼽힐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제대로 초점이 맞는 날에는 오늘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1경기에 최소 5개 이상의 볼넷을 내줄 정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 운이 좀 없네."

"그러게. 하필 오타니가 제구가 되는 날에 만나버렸으니..."

"그래도 내가 지켜봤던 유망주가 질꺼라는 생각은 안 들어."

"KBO에 잔류한다는데 아직도 포기 안 했나?"

"159km를 던질줄은 몰랐지만 차후 MLB로 진출할때를 위해서 계속 관찰을 해둬야지."

유성과 오타니.

솔직히 말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유성만 해도 오늘 경기에서 최고 구속을 갱신하며 159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오늘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에게 유성은 차후를 위해 무조건 관찰을 해야하는 유망주였다.

"MC가 얼마 불렀지?"

"15억. 대충... 150만불 조금 안될꺼야."

"니들이 말하던 125만불보단 많네?"

"사실 그래서 옵션까지 붙였는데... 결국 실패했지."

"옵션까지? 뭘 넣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정도면 애초에 한국 잔류를 보고 있었던거 같은데?"

"맞아. 저 15억이 KBO 최대 금액이라고 들었거든."

그래서 더 씁쓸했다.

반쯤은 이용 당한거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2회 말로 넘어온 이닝은 여전히 구속이 변하고 있는 유성의 포심에 의해 순식간에 마무리 되었고, 오타니도 지지 않겠다는듯 3회 초에도 한국 타자들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꽤나 당했는데도 아직 지켜보는 이유가 뭐야?"

"KBO 정도는 가볍게 정복하고 올꺼라는 믿음?"

"흐음... 류연진이라는 선수 알지?"

"그래. 그 투수도 관찰 대상이거든."

"포스팅이 유력하던데 그쪽은 얼마나 쓸려고?"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내 권한은 유망주 부분이 끝인데."

"그래도 들은게 있을텐데?"

팡!

"스트라이크!"

오타니가 3회 초에도 다시 무실점을 기록하자 그 모습을 기록한 그는 이내 상대가 원하는 답을 내주었다.

그리고 그 답은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큰 파급력이 예상되는 말이었다.

"비밀로 해야한다."

"걱정마."

"...포스팅에 최소 10M."

"뭐? 아니, 설마 그런 금액을..."

"지난 7년간 보여준 성적에 사장이 말하더군.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이지."

"그래도 KBO는 NPB보다 낮다고 평가 받는 리그인데... 그래서 저 유망주를 아직도 지켜보고 있는건가?"

"뭐... 따지자면 그렇지."

경기는 여전히 빠른 템포로 진행 되고 있었다.

유성이 3회 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오타니가 다시 4회 초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2번째 타석이구만. 슬슬 흐름이 바뀔지도 모르겠는데?"

그 말대로 2번째 타석이 되자마자 대한민국 타자들의 타석에서의 집중도는 앞선 타석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 타석때 순식간에 물러나던 것과 상반 되게 타자들은 어떻게든 유인구를 참아내고 공을 건드리며 오타니의 투구수를 늘리기 시작했다.

[첫 타석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타자들의 움직임이 바뀌었네요.]

[네. 끈질길 정도로 물고 늘어지면서 투구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오타니의 아쉬운 점이라고 해야할까요. 박유성 선수와 달리 구종이 부족합니다.]

[네. 사실 아마추어에게 많은 구종이 좋은건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선 적은 구종은 오히려 불리합니다.]

그 말대로 유성은 첫 3이닝동안 포심 위주의 피칭을 하기는 했지만 3개의 변화구를 잊을만할때마다 꺼내들며 일본 타자들에게 계속 심리적인 우위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오타니는 단 3개의 구종만을 가지고 있었고, 그 변화구들도 그렇게 수준급의 구종이 아니었기에 4회부터 힘겨운 승부가 이어지고 있었다.

- 160 던진다더니 오늘 157이 최고지?

- 기대보단 좀 아쉽네.

- 대신 박유성이 쩐다.

봉인이 풀렸다는 것처럼 유성은 최고 159km 최저 136km의 구속을 유지하며 일본 타자들을 수 없이 쓸어버리고 있었다.

아직까진 0대0의 팽팽한 상황이었지만 누가봐도 유성에게 조금은 더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상태였다.

"그나저나..."

팡!

"선두 타자겠군."

투구수를 늘린 것은 좋지만 5회 초에 유성이 선두 타자로 나서게 되었다.

물론 4회 말에 먼저 오타니와 다시 한번 대결을 펼쳐야했기에 유성은 먼저 일본 타자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여기서 막고 5회에 어떻게든 점수를 뽑는다.'

4회 초에 한국 타자들과의 긴 승부로 인해 오타니의 체력은 제법 소진 된 상태였다.

거기다가 그 흐름을 이어 4회 말에도 녀석에게 체력적 부담을 준다면 5회 초에 유성의 타석때 큰것을 가져올 확률이 높았다.

'일단 앞에 녀석들은 치운다.'

완급 조절을 통해서 힘을 아끼던 앞선 타석들과 달리 유성은 이번 타석에서 힘을 끌어 올렸다.

155km 안밖을 유지하는 압도적인 강속구에 일본의 1,2번 타자들이 맥 없이 물러나게 되었고, 유성은 다시 한번 오타니를 만나게 되었다.

'길게 볼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성은 심호흡을 했다.

"후..."

그리고 이 타석에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증명을 했다.

팡!

[이번에는 초구부터 150km가 나옵니다.]

[이번 이닝에는 박유성 선수가 제대로 힘을 쏟아붙고 있는데요.]

[그러게요. 자, 빠르게 2구.]

팡!

[155km! 다시 빨라집니다!]

[설마...]

[바로 3구째!]

팡!

[스트라이크! 헛스윙 삼진 아웃!]

[시청자 여러분들 지금 보셨습니까? 160km가 기록 되었습니다!]

[160km를 던진다는 오타니 쇼헤이에게 160km를 던지며 삼진을 잡아내는 대한민국의 박유성 선수입니다!]

모두가 경악했다.

설마하던 상황이 현실로 이루어졌기에 KBO 구단들도 MLB 구단들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성은 아무 일 없다는듯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제 경기는 5회 초로 넘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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