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49화 (49/156)

# 49

Chapter 17 -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2)

[경기가 지금 시작되는군요.]

[네. 대한민국은 홈팀이기에 수비로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먼저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미국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나저나 박유성 선수 키가 어느정도죠?]

[네. 여기 프로필에 따르면 191cm에 94kg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피지컬이네요.]

[네. 더 놀라운 이야기는 아직 성장이 완전히 끝난게 아니라고 합니다.]

[지..진짜요?]

[네.]

- 해설 황당해하는거 봐라.

- 야 그런대 떡대부터 다르기는 하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고 유성도 공을 잡고 사인을 확인했다.

"플레이볼!"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성의 초구는 포심이었다.

팡!

[자, 지금 구속이 시작부터 153km가 나왔습니다.]

[그렇네요. 타자도 이걸 어떻게 쳐야하나 고민 되나보네요.]

'바로 간다.'

2구째의 사인 교환은 필요 없었다.

곧 바로 던진 유성의 공은 정확하게 강혁의 미트에 들어갔고, 다시 한번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지금... 사인 교환 없이 던졌죠?]

[네. 동일한 포심이기는 했습니다만... 문제 없이 잡네요.]

- 150 넘는걸 걍 받네.

- 3구

- 와 저게 뭐야.

"스트라이크!"

[엄청난 각도로 휘는 슬라이더네요.]

[그러게요. 덕분에 타자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삼진을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 타자를 가볍게 삼진으로 처리한 유성은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자마자 사인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타자가 준비를 끝내자마자 바로 공을 던졌다.

팡!

"스트라이크!"

[지금 계속해서 150 초중반이 유지되고 있네요.]

[초반부터 제대로 찍어 누르겠다는 생각인 모양인데요.]

2번 타자에게도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유성은 빠른 템포로 2구째를 던졌고, 다시 한번 헛스윙을 유도하며 2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3구째로 체인지업을 꺼내들며 다시 한번 삼구삼진으로 타자를 처리했다.

[중간중간에 사인 교환조차 안 하고 있는데 미리 다 이야기가 된 부분일까요?]

[여기 프로필을 찾아보면 박유성 선수와 포수인 김강혁 선수는 중학교부터 6년간 호흡을 맞춰온 배터리라고 합니다. 게다가 박유성 선수의 구종은 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스플리터까지 5개라고 하는데요. 이 중 스플리터는 아예 안 쓰는 경기도 있을 정도라서 나머지 4개 구종만 신경 쓰면 됩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다음 타자에겐 커브가 나올까요?]

[만약 다시 포심 2개를 던진다면 그렇게 될겁니다.]

사실 지금 유성은 뻔하다면 뻔한 패턴으로 던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미국 대표팀은 1회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국 3타자 연속 삼구삼진이라는 기록과 함께 1회 초 수비를 가볍게 끝내버린 대한민국 대표팀이었다.

"연습 경기보다 더 하는데?"

"이런 모습을 경기 내내 그리고 프로에서도 보여줘야하는데 말이지."

덕아웃에 돌아온 유성은 타자들이 경기를 치루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오늘 유성은 체력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7번 타순에 배치된 상황이었다.

"쩝... 1회에는 점수가 없네."

"처음 보는 투수니깐 아무래도 바로 공략하기는 힘들겠지."

"그나저나 그 작전은 언제까지 갈꺼야?"

"알아차리기 전까진 써줘야지."

2회에도 유성은 2번의 포심으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고, 미국 타자들에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라는 선택지를 주었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4번 타자를 통해 확신이 있었는지 5,6번 타자가 적극적으로 포심을 노리고 덤벼 들었으나 150km가 넘는 유성의 공은 쉽게 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결국 유성은 2회에도 다시 한번 3타자 연속 삼구삼진을 잡아내며 이 기록을 6타자로 늘려버렸다.

[대단합니다. 그리고 압도적입니다.]

[2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그 사이에 단 18개의 공만을 사용했습니다.]

- 이게 괴물이라는건가...

- 일본에 160 던진다는 애 있던데 붙으면 쩔겠다.

그때쯤이 되자 미국도 유성의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2회 말에 있던 한국의 공격으로 인해 미국은 계속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

딱!

[아! 이 타구는 큽니다! 멀리 외야수는 모두 지켜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넘어갑니다! 박유성의 쓰리런!]

[대체 얼마나 날아간거죠? 다른 구장도 아니고 이 잠실 구장에서 터무니 없는 비거리가 나왔습니다!]

- 파워까지 있네.

- 진짜 125만불이 안 아깝네.

- MC는 대체 얼마 썼길래 저녀석을 잔류 시켰냐.

해설도 관중들도 경기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그저 감탄 밖에 하지못했다.

그만큼 유성의 퍼포먼스는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2회 말 공격을 통해 3대0의 리드를 잡은 유성은 이후 미국 타선을 완벽하게 억눌러버렸다.

3회에 바로 삼구삼진 기록이 깨졌고, 쭉 이어지던 퍼펙트와 노히트도 5회에 멈추고 말았지만 유성은 별 다른 흔들림 없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경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6회가 끝난 시점에서 스코어가 10대0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늘 이야기한 것이 있었기에 유성은 나머지 이닝도 계속 던질 예정이었다.

"63구 밖에 안 던지기는 했는데 점수 차가 이정도 났는데도 계속 던지게 하는건가?"

"어제 불펜을 3명이나 썼으니깐 아무래도 다른 투수들을 아끼겠다는 의도겠지. 게다가 지금 박유성의 페이스라면 100구 안에 완봉으로 끝낼것 같고 말이지."

유성은 그만큼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조절하고 있었다.

첫 3이닝은 무서울 정도로 150km가 넘는 포심을 앞세우며 미국 타자들을 찍어 눌렀고, 다음 3이닝에는 3개의 변화구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 많은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6이닝 12K라는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듯 유성은 미국 타자들을 그야말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기록을 하고 있던 스카우터들은 유성이 남은 3이닝에 새로운 패턴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기에 제법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슬슬 포심에 익숙해진 타이밍이라는게 문제인데..."

"차라리 첫 패턴을 6회까지 끌고 오는게 좋았을것 같은데 말이야."

"아니야. 오히려 경기 후반이니깐 포심으로 다시 찍어 누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서로 의견이 갈리고 있을때 유성은 강혁과 나머지 3이닝의 패턴을 이야기하며 그라운드로 향하고 있었다.

"맞춰잡기?"

"빠른 공과 느린 공을 적당히 배분하는거지. 간간히 변화구도 넣고 말이야."

"음... 결국 내가 머리를 더 굴려야한다는 소리네?"

"어차피 오늘 다른 곳에 힘 빼지도 않았잖아?"

공격에선 진작에 점수 차가 벌어졌고, 수비때는 유일하게 출루했던 주자가 발이 느린 주자였기에 강혁이 한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 오늘 진짜 한게 얼마 없으니 머리라도 열심히 굴려야겠지."

잠시 생각하던 강혁은 이내 납득하였고, 앞선 이닝보다 더 많은 사인을 보냈다.

그 결과 나머지 3이닝에도 유성은 무실점을 기록하였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 되었다.

[경기 종료! 최종 스코어 11대0. 박유성 선수가 9이닝 무실점 14K를 기록하며 완봉승을 거두었습니다.]

[정말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 피칭이었습니다.]

나머지 3이닝동안 유성은 23개의 공을 더 던졌는데 그로인해 9이닝 완봉승을 거두었음에도 90개가 안되는 투구수를 기록했다.

"돈값 제대로 하겠는데?"

"그러게. 아무리 청대라지만 투구수를 엄청나게 절약했어. 이 정도면 프로에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겠어."

유성의 완봉승으로 2차전에도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은 기세를 타기 시작했고, 3차전인 호주전에서도 장형식 7이닝 1실점, 윤형솔 1이닝 무실점, 박주환 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지는 깔끔한 투수 운용으로 승리를 거두었고, 경기는 4차전인 콜롬비아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오늘은 유성이 타자로 써도 되겠죠?"

"그러면 타순은 어떻게 하실려고요?"

"미래고 타순을 참고했는데 어떻습니까?"

처음부터 4번 타자 자리를 계속 잡고 있던 철민과 경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타순이 바뀌던 강혁이 6번에 배치 되었다.

그리고 유성은 그 사이인 5번에 배치되며 미래고 클린업이 완성 되었다.

"이러면 나머지 타순은... 대충 알겠습니다."

마침 4차전 선발은 지훈이었다.

미래고 클린업이 적용된 대표팀 타선에 지훈이 선발로 나서는만큼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늘 경기에서도 승리를 자신했다.

다만 초반에는 불안한 모습이 나왔는데 1회부터 실책이 나오며 선취점을 내주었기 때문이었다.

[실책으로 인해 1회부터 1점을 먼저 내주는 대표팀인데요.]

[괜찮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마다 최소 3점 이상을 뽑아냈고, 2점 이하의 점수를 내주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겨우 1회입니다.]

[그렇죠. 아직 경기 초반이니 차근차근 따라가면 됩니다.]

2년 전보다 멘탈적으로 더 완벽해진 지훈은 실책에 의한 실점을 내주었음에도 별 문제 없다는듯 1회를 마무리했고, 간만에 뭉친 미래고 클린업도 2회에 곧 바로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어냈다.

[2회 말 공격에 동점을 만들어냈지만 아쉽게 역전에는 실패했는데요.]

[그래도 박지훈 선수가 쉽게 무너질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걱정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훈도 2년 사이에 많은 발전을 했다.

멘탈 강화는 물론 피지컬적으로 모자란 부분을 보강하였고, 거의 봉인 상태였던 커터와 투심도 이젠 지훈의 구종 중 한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박지훈 구종이 몇개였지?"

"6개."

"많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더 한데? 고등학생이 저렇게 많이 던져도 되나?"

"나도 구종이 많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저렇게 완성도 높은 구종을 던질줄은 몰랐지만... 미래고가 워낙 관리를 철저하게 하다보니 딱히 문제는 없을껄?"

"하긴... 최근에 프로로 보낸 투수들 보면 죄다 싱싱한 팔, 어깨를 자랑하고 있으니..."

프로 구단 사이에서도 미래고의 선수 관리 시스템은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당장 2년 전에 프로에 입성했던 투수도 1년간 2군에서 단련을 한 뒤에 1군에서 대대적인 폭격을 진행하고 있었으니 프로 구단들 입장에선 어떻게든 그 비법을 배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박지훈도 순식간에 이닝을 마무리해버리네."

"박유성도 그러더니 이녀석도 템포가 빨라."

"스타일은 다르지만 말이야."

2회 동점이 만들어진 이후 지훈은 계속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며 점수가 나올듯 하면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 소강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7회가 되자마자 유성이 다시 한번 포문을 열었다.

딱!

[쳤습니다! 이번에도 외야수들은 정지!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터진 박유성 선수의 역전 솔로 홈런입니다!]

각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에 터진 유성의 홈런을 지켜보는 사람은 스카우터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단하군. 투수로만 쓰는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야."

"그렇지만 구단에선 투수로 쓸려고 그 금액을 투입했다더군요."

"별 수 있나? 구단의 말대로 해야지."

그는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유성을 보다가 이내 떠났다.

유성의 역전 홈런 덕분에 분위기가 한국에게 완벽하게 넘어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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