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
Chapter 17 -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1)
신인 드래프트가 종료된 이후 선수들은 잠깐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로 유성이 타겟이기는 했지만 말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야기가 있었는데 KBO에 잔류하기로 하신건가요?"
"네. 메이저리그에서 여러 조건을 제시해주었지만 고민 끝에 한국에 잔류하기로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신건가요?"
"아니요. 오히려 너무나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차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향할 생각입니다."
"포스팅이요?"
"네. 솔직히 말해서 9년은 너무 깁니다. 7년도 길다고 생각 되지만 그래도 9년 채우는것보다는 나으니까요."
- 포스팅?
- 지금까지 포스팅 나간 사람이 있나?
- 101불짜리는 기억 나는데
- 나중에 가면 어렵다면서 말 바꾸겠지.
이들은 모른다.
류연진이라는 선수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말이었다.
"프로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게 있나요?"
"류연진 선배님처럼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우승도 하고 말이죠."
"그렇군요."
- 이렇게 말하던 애가 있었지.
- 아아... 그녀석도 메이저 버리고 왔지.
- 그만해. 너무... 암울한 이야기잖아.
어찌되었든 인터뷰를 마무리한 유성은 다이노스 유니폼을 받으며 몇가지 이야기를 미리 했다.
"등번호요? 음... 1번 되나요?"
"1번... 확인 해보고 말씀드릴게요."
"난 뭐 쓰지?"
"글쎄?"
같은 팀의 지명을 받은 주환과 철민도 고민을 했으나 잠시 후 번호를 선택했다.
그것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지명 이후 약간의 행사를 끝낸 이후 유성은 윤형솔을 만났다.
"여, 우선지명자."
"전체 1번이 어쩐 일이냐?"
"어쩐 일이냐니 같은 팀인데 아는 척도 못해?"
"아니, 그건 아닌데..."
"아무튼 넌 번호 몇번 골랐냐?"
"번호? 61번."
"아하..."
61번하니 떠오르는 선수가 있었다.
한국 투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나 다름 없는 선수의 번호가 바로 그 번호였으니 말이었다.
"넌 1번이던가?"
"들었냐?"
"신경 쓰지 싫어도 들리니깐."
왠지 미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유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제 청대 훈련장으로 다시 돌아갈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유성아."
"네, 아버지."
"청대 잘하고 이번 겨울에는 집에 좀 와라."
"하하... 이번에는 갈게요."
"그래, 그동안 고생 많이했다. 좀 더 고생해라."
"네."
그렇게 아버지가 먼저 떠나면서 유성도 홀가분하게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돌아온 청대 훈련장에는 감독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감독님, 아니... 여기선 코치님이라고 해야하나요?"
"편한대로 해라. 뭐... 공적인 자리에선 코치라고 해야겠지만."
대회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10일 정도 밖에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투수가 8명이나 되고 투수 코치 자리에 미래고 감독이 자리를 한 상황이기에 혹사의 위험은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그걸로도 불안했던 모양이지만.'
"투수 운용은 미래고 감독님이 담당해주시죠. 평소에도 투수를 아끼시던 분이니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아실겁니다. MC 다이노스도 그렇고 여러팀에서 혹사를 막아달라는 부탁이 있었던지라 이렇게 의견을 전해드리게 됬습니다."
"알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신다고 하니 철저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이번 청대 투수진에 해당하는 8명 중 절반이 MC 다이노스 선수였다.
그래서인지 올해 드래프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성과 윤형솔에게는 다른 선수보다 더 한 제한이 걸리기도 했다.
"뭐 그리 빡빡하냐?"
"계약금이 엄청난거 아닐까?"
"엄청난? 글쎄... 무슨 10억씩 쓴다면 이해 되는데..."
다이노스측과 계약금 문제는 차후에 발표하기로 이야기를 해두었기에 자신이 받을 계약금을 알고 있는 유성은 그저 웃으며 그 상황을 넘겼다.
마침 선수들에게 집합하라는 이야기가 넘어왔으니 말이었다.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10일이다. 그 사이에 3번의 연습경기가 잡혀있다."
"그 3경기를 통해서 투수 운용을 정할 생각이니 대충하지는 말도록."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말고."
"네."
3번의 연습 경기는 모두 대학팀과의 경기였다.
대회에서 상대할 팀 중에는 피지컬부터 차이가 나는 미국, 콜롬비아와 같은 북미나 남미팀이 존재하기도 했고, 청대도 고교 최강이라는 의미가 있었기에 대학팀이 연습 상대로 결정 되었다.
그리고 첫번째 경기에서 유성은 가볍게 5이닝만을 던지며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고교팀들을 박살낼때 알아 봤다만... 대학팀을 저렇게 가볍게 쓸어버리다니..."
"놀라운건 5이닝을 던졌는데 투구수가 50구가 안된다는거지."
그러면서 최고 154km의 구속을 앞세우며 사용하는 변화구도 모두 테스트해보았다.
그것은 박수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완벽한 피칭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거 그냥 에이스인데요?"
"그렇죠. 그래서 더 아껴놔야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전부 선발 요원들이라 불펜 카드는 주환 뿐이라는 점이었다.
그래도 유성의 뒤를 이어 등판한 장형식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마지막 1이닝을 주환이 해결하며 첫 연습 경기에선 5대0으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그나저나 타자로도 장난 아니네."
"투수로 안 나가는 날에 타자로 써보는게 어떻습니까?"
"전 유성이를 타자로 쓸때 무조건 한경기를 쉬게 한 뒤에 기용합니다. 물론 오늘은 얼마 안 던졌으니 다음 경기에 대타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렇군요."
프로구단이 개입한 이상 대표팀 감독인 그도 마음대로 선수들을 끌고 갈 수는 없었다. 타선도 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었기에 더욱 건드릴만한 부분이 없었다.
2번째 연습 경기에서도 지훈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불펜으로 나선 선수들도 나머지 4이닝동안 1실점만 기록하며 틀어막았다.
그러나 3번째 경기에서 나머지 2명의 투수가 7이닝 3실점을 기록하였고, 원래 1이닝만 소화할려던 주환이 2이닝을 틀어 막아내서야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군요."
"불안 요소가 좀 있지만..."
"권한은 감독에게 있으니 알아서 하시죠."
한편 유성은 타자로도 경기에 출전했는데 선발로 나왔던 첫 경기에선 멀티 히트로 감각을 조율했고, 2번째 경기에선 대타로 나와서 무려 3루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마지막 3번째 경기에선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하는 등 타선을 이끌고 가며 타자로써도 재능이 충분하다는 것을 MC 다이노스에게 과시했다.
"투수로 뽑은거긴한데... 감독님이 타자로 바꾸겠다고 그러시는거 아닌가 몰라."
"나범성도 투수에서 전향 시키셨는데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지."
"그래도 이번에는 말려야하는데..."
아무리 타격이 뛰어나다고 해도 애초에 투수로써의 능력만 보고 그 막대한 계약금을 준비했다.
게다가 비교 대상인 나범성이 타자로 전향한 이유는 혹사로 인해 팔이 정상이 아니었던 점도 있었다.
하지만 유성은 그처럼 팔이 안 좋은것이 아니라 오히려 꾸준한 관리 덕분에 멀쩡한 것을 넘어 최적의 상태가 항상 유지 되고 있었다.
"투수로 좀 더 잘하기를 빌어야겠지."
"그래."
3번의 연습 경기가 모두 마무리 되고 대회 개막이 다가왔다.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
이제 최선을 다 해서 대회를 치룰 뿐이었다.
***
"베네수엘라, 미국, 호주, 콜롬비아, 네덜란드 중에서 골라봐라."
"누가 더 위협적일까요?"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이 가장 위험하지."
"음..."
미국과의 대결은 1라운드 2차전이다.
잠시 고민하던 유성은 2차전인 미국전 등판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2012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첫 경기인 베네수엘라전에 등판한 선수는 2학년인 심재인이었다.
"어떻게 될려나..."
"연습 경기때처럼 가지 않을까?"
"음... 하긴."
3번의 연습 경기에서 모든 선발 투수들은 4,5이닝씩을 소화했고, 이후 올라온 투수들이 나머지 이닝을 나눠서 해결했다.
대회가 시작되었으니 선발 투수들이 좀 더 긴 이닝을 소화 해줘야겠지만 다들 평소에도 6이닝 이상을 던지던 선수들이니 문제 없었다.
"강혁아. 투수들 파악은 끝났냐?"
"네. 그동안 유성이랑 다른 애들 공 받다보니 이정도는 문제 없어요."
"그래. 부탁한다."
"네."
2학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불안한 모습이 자주 나왔다.
하지만 강혁은 투수를 꾸준히 케어해줬고, 그 덕을 보기라도 한것인지 심재인은 5이닝 1실점의 기록과 함께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었다.
"불펜 바로 들어간다. 형솔아, 너도 준비 시작해!"
"네!"
원래 유성, 지훈과 함께 3선발의 한축을 담당할 윤형솔을 불펜으로 돌렸다.
사실 대회 일정이 터무니 없이 빡빡했기에 아무리 투수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미래고 감독이라도 별 다른 수는 없었다.
"1라운드 5경기, 2라운드 3경기 그리고 순위 결정전까지..."
총 9경기를 치뤄야 하는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는 아예 하루에 2경기를 치루는 날도 존재했고, 대회 중간중간에 존재하는 휴식일도 이 대회에는 단 하루 밖에 없었다.
심재인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 2학년인 이수인이 올라와 1이닝을 틀어 막았다.
여기까지 경기가 이어진 가운데 스코어는 2대1로 한국 대표팀이 리드를 잡고 있었다.
"바로 다음으로 간다."
7회부터 대표팀은 핵심 카드인 윤형솔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와 동시에 클로저 자리에 낙점된 주환도 준비를 시작했다.
"윤형솔 2이닝에 박주환 1이닝일려나?"
"무리하지 않는다면 그 정도가 적당하지."
실제로 각각 2이닝과 1이닝씩 소화한 두사람은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그대로 끝내버렸다.
"첫 경기는 쉽게 갔네."
"투수를 4명이나 쓰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것도 내일 박유성이 나온다고 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꺼야."
"그렇군."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유성은 더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특히나 미국의 전력이라면 이번 1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매치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유성의 등판이 확정되고 2차전이 펼쳐지는 9월 1일은 마침 토요일이었기에 많은 관심이 집중 되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2일째가 잠시 후 시작됩니다.]
[어제 대한민국 대표팀은 3대1의 스코어로 베네수엘라에게 승리를 거두었는데요.]
[타선은 필요할때 점수를 냈고, 투수들도 딱 필요한 구간에 교체되면서 완승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오늘 선발로 나서는 선수가 또 주목할 선수인데요.]
[네.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았지만 끝내 잔류를 하게 되며 내년 MC 다이노스의 1군 승격과 함께 보실 확률이 높은 박유성 선수입니다.]
- 저게 125만불 짜리냐?
- 은근히 유명한 애던데.
- 그래서 MC나 팬들이나 잡겠다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물론 이런 이야기들을 듣지 못하는 유성은 강혁과 오늘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테마는?"
"간만에 포심만 던져볼까?"
"봉인 해제라도 하게?"
"아니, 무리하게 던질 이유는 없어."
"그러냐? 흠... 어떻게 갈지 대충 알겠네."
알고 지낸 시간만 중학교 시절부터해서 무려 6년이었다.
강혁은 이정도 대화만으로도 유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번 세계에 보여주자고. 메이저가 널 왜 원하는지 말이야."
"그래."
그렇게 경기가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