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47화 (47/156)

# 47

Chapter 16 - 신인 드래프트 (2)

그 길로 시영은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과 접촉을 했다.

"기사 봤나요?"

"봤지. 그래서 우리도 급한대로 준비 중이야."

한국 드래프트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진작에 파악했다.

9번째 구단이 창단하면서 여러 혜택을 보고 있었고, 그 중 하나로 1라운드 지명 이전에 2명의 선수를 우선 지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는데 그 중 1장을 유성에게 사용하겠다고 말하며 MC 다이노스는 유성을 어떻게든 데려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동안 공들인 시간이 얼만데...'

이대로 유성을 영입하는 것이 실패하면 손해가 막심해진다.

당장 일본의 자리를 버리고 온 고든이나 고든의 부름을 받고 온 그도 어려워진다.

"금액은 이 이상은 무리지만 옵션을 더 넣어줄 수 있습니다."

"옵션이라..."

아쉽게도 상황은 MC 다이노스쪽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그 전에 하나 물어보죠."

"네?"

"박유성 선수가 가자마자 메이저리그에 진입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또 우리가 리빌딩 중인 팀이라고 해도 가자마자는 무리죠. 100마일을 던지면 또 모르겠는데... 마이너에서 최소 수개월 동안은 검증을 받아야합니다. 또한 우리팀은 버두치 리스트도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풀시즌을 치루기 위해서 최소 두 시즌은 마이너에 머물러야 할겁니다."

"그렇군요."

유성은 고교 무대로 올라온 이후 1학년때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이후로 2,3학년땐 60이닝 이상을 던지지 않았다.

그마저도 3월부터 8월까지만 등판을 했었고, 경기가 없던 9월부터 2월까지 6개월간의 기간동안 고별전을 제외하면 공 자체를 던지지도 못할 정도로 철저한 관리를 받아왔다.

또한 모든 경기에서 100구 이전에 등판을 마무리했기에 유성이 3년간 200이닝을 소화하면서 던진 공은 2500개가 안되었다.

"보내준 등판 자료를 보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때만 70이닝 이상을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2,3학년땐 60이닝 이하만을 던지며 저희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관리를 했습니다. 문제는 버두치 리스트를 생각하면 첫해에 90이닝, 두번째 해에 120이닝 정도로 끊어야할겁니다."

그래도 30이닝씩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버두치 리스트의 제한 아래에선 3년차가 되어도 150이닝에 불과했다.

'확실히...'

아직 세이버 메트릭스도 도입되지 않은 KBO팀들이 이런걸 신경 쓸것 같지는 않지만 고려할만한 사항이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래도 결정은 박유성 선수가 해야하니... 그 이야기는 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이야기했던 옵션으로 들어가죠."

"당연하죠."

여러 옵션이 제시 되었고 협상에 대해선 유성이 시영에게 일임을 해두었기에 시영은 유성에게 이득이 될만한 옵션들은 모두 포함 되었다.

예를 들자면 메이저리그 승격시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식으로 말이었다.

"음..."

"좀 적은 느낌이겠지만 아무래도 유망주이다보니 조건을 더 넣기 힘들어요."

물론 유성이 160km를 던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150대와 160대는 위압감부터가 달랐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사용되는 마일로 환산하면 160km는 100마일에 해당하는 구속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수점을 감안하면 정확히 161km였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유성이 160km를 못 던진다는 것이었다.

앞서서 그 부분에 대해 확인했지만 유성의 최고 구속은 비공식적으로도 155km가 최대라는 답변 뿐이었다.

'아쉽군.'

분명 155km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긴 시간동안 관찰해왔던 결과에 비해선 아쉬움이 들었다.

협상은 끝났다.

남은 것은 유성이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였다.

그리고 며칠 후 시영은 다시 한번 움직였다.

이번에는 우선 지명권을 통해 유성을 지명하겠다고 선언한 다이노스와 만나기 위해서였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제시한 조건을 통해 유성이 이야기한 옵션을 넣기 위해서였다.

MC 다이노스도 드래프트 이전에 진행되는 이 비공식 협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성은 여차하면 메이저리그로 넘어갈 수 있었기에 그들은 시작부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저희가 우선 지명으로 박유성 선수를 지명할 경우 15억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예상 이상이었다.

기대주들의 실패를 예로 들어서 7억을 그대로 끌고 가거나 돈을 더 쓰더라도 10억이나 상징성을 위해 11억 정도를 부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15억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었다.

'옵션을 받아오길 잘했군.'

이미 금액면에선 그 메이저리그 구단이 밀려버렸다.

또한 협상에서 기선 제압을 당해버렸기에 남은 패를 모두 꺼내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아, 제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이야기해서 받아온 옵션입니다."

"옵션이요?"

시영에게서 서류를 받은 다이노스는 옵션 내용을 확인하고는 고민에 빠졌다.

보통 유망주에게 이정도까지 옵션을 주는 경우는 없는데 해당 구단이 예외적으로 유성에게 특혜에 가까운 옵션을 주며 집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옵션 싸움으로 가야겠군.'

옵션에 포함된 메이저리그 승격시에 지불되는 보너스라면 유성이 과감하게 메이저리그로 가도 막기 힘든 금액이었다.

'대체 어디 구단이길래 이런 옵션이 들어가는건지...'

겨우 균형이 아니 조금은 시영에게 균형이 기울어졌다.

자신은 물론 유성도 만족할 정도의 옵션이었다.

그러니 이제 쐐기를 박아야했다.

"박유성 선수가 1가지 이야기를 한게 있습니다."

"그래요?"

"박유성 선수도 야구 선수인만큼 메이저리그를 노리고 있습니다."

"음..."

"2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 조건을 받고 바로 직행을 하느냐 아니면..."

"KBO에 잔류한 이후 포스팅을 통해 진출한다."

"정확합니다. 문제는... 7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거죠."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박유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영이 무슨 의도로 이렇게 정보를 꾸준히 오픈했는지를 말이었다.

"7년이 길다... 조기에 진출하고 싶다는 의도로군요."

"네, 물론 맨입으로 하자는건 아니고... 박유성 선수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한게 있습니다."

"그게 뭐죠?"

"3년 안에 우승을 거둘 경우 임의탈퇴 혹은 그에 준하는 방식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울 것."

"우승이요?"

"저도 말렸는데 강력하게 의지를 보이더군요."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MC 다이노스 입장에서는 손해볼게 없었다.

어차피 포스팅때 메이저리그 진출을 한다면 막을 수 있는 힘은 별로 없었다.

막았다간 FA때 그대로 떠나버릴테니 말이었다.

또한 유성의 말대로 3년만에 우승을 거둔다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보내줄 수도 있었다.

유성 정도의 선수라면 첫해부터 바로 자리를 잡아서 팀의 주축으로 활약을 해줄테니 말이었다.

"음..."

가장 큰 문제였던 자금 부분을 해결하며 동시에 전권을 받아온 이태위 사장이었으나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선수 평가 부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던 스카우터들은 모두 유성을 잡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써야한다는 의견을 내놨었다.

그러나 상대는 또 다른 카드와 함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조건을 거절하면 선수는 그대로 메이저리그로 향할 것이다.

'무조건 잡으라고 하셨지...'

MC 다이노스의 구단주인 김태진의 말이 떠올랐다.

팀에 필요한 선수라면 금액이나 요구 사항은 가능하면 모두 들어주라는 이야기였다.

'잠깐만 3년이면... FA 선수라고 생각하는게 편할려나?'

조건을 들어주기는쪽으로 방향을 굳힌 그는 발상의 전환을 하기도 했다.

유성을 3년짜리 FA 선수로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KBO에선 4년마다 FA 자격을 얻게 되지만 3년 안에 우승을 하지 못하면 7년을 채울때까지 보내줄 필요가 없기에 3+4년짜리 선수로 봐도 되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 그걸 진짜 받아들이신다고요?"

"네. 구단주께서도 허가하실겁니다."

우승을 한다면 3년, 그렇지 않으면 7년.

세세한 부분은 지명 이후에 다시 하겠지만 지명 이전의 핵심적인 이야기들은 모두 마무리 되었다.

그렇게 드래프트 전 마지막 협상이 종료되었다.

***

[2013 KBO 신인 드래프트]

8월 20일에 진행되는 이날 드래프트 참가를 위해 미래고에선 유성을 필두로 지훈, 강혁, 철민이 참가했다.

"아버지."

"1학년 겨울방학 이후로 처음이던가?"

"아... 그렇네요."

약속은 약속이었기에 유성은 1학년 겨울 방학때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이후 3번의 방학을 건너 뛰면서 거의 1년 반만에 부자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엄마는..."

"일도 바쁘고 해서 나 혼자 올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다이노스가 뽑겠다고 덤볐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뻔한 일에 무리하게 올 필요는 없지."

"그렇게 말씀하셨다가 안 뽑히면..."

"어차피 여기 왔다는건 한국에 남겠다는 소리잖아?"

정확했다.

한국에 남을 생각이 없었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이노스가 자신의 제의를 받았기에 유성도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나저나 15억이라...'

세부적인 조정을 위해서 발표 자체는 꽤나 뒤의 일이겠지만 유성은 편안하게 드래프트를 지켜보면 되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드래프트가 시작되기 전에 발표된 우선 지명에서 2명의 이름이 지명 되었다.

"저희 MC 다이노스가 우선지명할 선수는 박유성 선수와 윤형솔 선수입니다."

[네, 두 선수 모두 참석했네요.]

[얼마 전에 예비 소집을 하면서 현재 청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올해 청소년야구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다보니 더 집중이 되고 있습니다.]

우선 지명이 발표 되고 잠시 장내 상황이 정리 되었다.

다만 넥스 히어로즈와 헌화 이글스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각각 8위와 7위를 기록하며 드래프트 1,2순위를 잡았는데 다이노스 때문에 3,4순위로 밀리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1순위구나."

"그러게요."

이제 주목해야하는 것은 다른 미래고 선수들이 언제 뽑히느냐였다.

지훈은 3번째인 GL 트윈스에게 지명 되었고, 승호도 6번째인 KS 와이번스에게 지명 되었다.

'약간 빠른데...'

MC 다이노스의 차례가 왔고, 다이노스는 1라운드 장형식을 지명하며 여기까진 예정대로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 예상 외의 이름이 나왔다.

"미래고의 박주환 선수를 지명하겠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진짜 주환을 뽑을줄은 몰랐기에 미래고 선수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명 받은 주환도 이게 진짜냐는 표정으로 유성을 보았고, 유성도 놀란것은 마찬가지였기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2라운드 시작하자마자 미래고 투수들이 다 쓸려 나갔네."

그것은 스카우터들에게 부담이 되면서도 기회였다.

미래고는 최근 3년간 최고의 성적을 연달아 기록하며 스카우터들이 거의 1순위로 지명하는 학교였다.

특히나 올해는 그 정점에 해당하는 유성을 비롯해 최강 투수진이 나왔으니 금방 매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남은 두 사람에게 시선이 향했고, 철민과 강혁은 눈을 굴리며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빌고 있었다.

아쉽게도 둘의 소원과 달리 2라운드가 끝날때까진 지명이 되지 않았고, 이제 다이노스 2라운드 이후 추가 지명이 예정 되었다.

2명의 선수는 대졸로 선발 했지만 다이노스는 3번째 카드로 예상 외의 선택을 다시 한번 감행했다.

"추가지명 3번째로 미래고 내야수 이철민을 지명하겠습니다."

벌써 3명이나 MC 다이노스에게 지명된 것이었다.

작년에 다이노스가 2명을 지명하였으나 그것은 하위 라운드에서의 이야기였다.

지금 다이노스는 상위 라운드에서 3명이나 지명하며 소위 말하는 미래고 커넥션을 구축하였다.

결국 강혁은 3라운드에서 칠성 라이온즈에게 지명 받았는데 바로 뒤가 다이노스였기에 스카우터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게 3라운드까지 35명의 선수 중 6명의 미래고 선수가 지명 되었고, 4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무려 9명의 선수가 더 지명되며 올해 미래고는 총 15명이나 되는 선수를 프로에 배출하며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그렇게 드래프트가 종료 되고 유성은 다음을 준비 했다.

"이제 청대에 집중해야겠군."

청소년 야구월드컵까지 10일 밖에 안 남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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