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
Chapter 15 - 2년 후
2010년 9월
미래고 야구부 역사상 처음으로 고별전이 펼쳐졌다.
그 경기의 결과는 접전 끝에 1,2학년 팀이 3학년 팀에게 1대0의 스코어로 승리하였고, 이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된 선수는 당시 1학년이던 박유성이었다.
그로부터 약 2년이 흘렀다.
2012년 7월
"이제 청룡기는 끝났고, 뭐가 남았지?"
"주말 리그 1위라서 대통령배에도 참가 해야지. 그리고 그 뒤에는... 신인 드래프트가 있고 말이지."
"벌써? 시간 참 빠르네."
지난 2년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11년부터 주말 리그가 시작되며 대회 숫자가 줄어들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가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직접적으로 접촉하기도 했다.
'그동안 너무 야구에만 몰두했나...'
그래도 야구에만 몰두한 덕분에 많은 소득을 얻었다.
2년 전에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유성은 그때보다 더 발전된 실력을 가지고 투타 모두에서 최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드래프트 끝나고 좀 쉴까?"
"매년 쉬었으면서 뭘 또 새롭게 쉰다는듯이 말하냐?"
"그런가?"
2년이 흘렀지만 선수들은 큰 변화가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었다.
"얘들아 놀지말고 몸이나 풀어라."
"네."
미래고 감독에도 변화가 생겼다.
종신 감독처럼 자리를 지킬줄 알았던 감독이 프로팀의 코치로 들어갔고, 기존 코치진도 몇몇은 각자의 길로 향했다.
덕분에 현재의 감독은 투수코치가 승격 되며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유성아, 과제는 다 했냐?"
"네. 덕분에 대통령배에서 쓸 수 있게 됬어요."
"그래? 그래도 이후에 청대도 있으니 잘 아껴둬라."
"아, 그러고보니 청대도 있었네요."
일정상 대통령배와 청대는 유성의 마지막 대회라고 할 수 있었다.
프로팀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했던 그들은 이내 또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유성이 2학년이 되자마자 확고한 에이스를 차지할 수 있었던 그 제도에 대한 이야기였다.
"고별전 상대는 생각해둔 녀석 있냐?"
"글쎄요. 솔직히 말해서 다들 조금씩 아쉬워서..."
"타자쪽은?"
"그쪽은 괜찮은 녀석이 몇명 있어요."
"그렇단말이지..."
그동안 유성은 프로에서 이름을 날리거나 잠재력이 충분한 후배들에게 자신이 아는 훈련 방법을 조금씩 가르쳐 주었다.
그러다보니 투수진은 몰라도 타자들은 확실하게 풍족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통령배는 결승만 뛸꺼냐?"
"네. 작년에도 이쯤에서 관리 받았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올해는 청대까지 있어서 작년보다 더 많은 공을 던지겠지만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피지컬을 키워왔기에 유성은 딱히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청대에도 쟁쟁한 투수들이 나올테니 많아봐야 2번 정도 등판하겠죠."
유성이 기억하는 청대의 우승은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2012 대회에는 당시 타자로 전향했던 유성은 청대에 뽑히지 못했고, 지훈도 지금보다는 떨어지는 실력이었기에 청대에선 주로 불펜으로 기용 되었다.
나머지 선수들도 이전에는 청대에 들어가지 못했던 선수이기에 엔트리는 과거와는 크게 바뀐 상태였다.
당장 이번 청소년 대표팀 엔트리에서 미래고 선수가 6명이나 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바뀐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얼마 후 시작된 대통령배에서 역시 미래고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미래고는 손쉽게 상대팀들을 무너트리며 순식간에 결승에 도달했다.
"내년에 핵심을 담당할 2학년들이 얼마나 해줄려나..."
"성적이 마음에 안 드세요?"
"솔직히... 저런 모습 보다가 지훈이 같은 피칭을 보면 눈이 높아질 수 밖에 없거든."
"하긴..."
다른 투수들은 길어야 7이닝이 한계였다.
타선이 워낙 강하다보니 콜드 게임이 자주 나온 점도 있었지만 그러면서 3실점 이상을 기록했기에 작년까지의 막강한 투수진이 조금은 약해진 느낌이 들었다.
"유성이처럼은 무리라도 지훈이 정도로 해줄 녀석이 있어야하는데..."
"유성이도 그래서 고민인 모양이더군요."
1,2학년때는 3학년들의 지명을 받는 입장이었지만 이젠 유성이 1,2학년 중에서 고르는 입장이 되었다.
다른 선수들도 각자 지켜보는 선수가 있었기에 이 이야기는 쉽게 의논하기도 힘든 이야기였다.
"일단 트로피부터 챙기고 생각해야겠지."
[이번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박유성 선수네요.]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익명의 구단이 벌써 100만불을 제의 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과연... 메이저에서 그렇게 관심을 가질 정도라면 최고 수준의 유망주이기는 하군요.]
- 얼마나 잘 던지길래 메이저리그 소리가 나오냐?
- 고교 3년간 0점대 방어율 계속 기록하고 타자로도 통산 4할 찍었음.
- 진짜? 괴물이네?
"왜 누가 내 이야기 하는거 같지..."
준비를 하는 사이에 잠시 이상한 느낌을 받았던 유성이지만 이내 경기 시작 선언과 함께 공을 던졌다.
팡!
[153km. 초구부터 거의 전력으로 들어가네요.]
[저희 자료상으로 최고 구속이 154km라고 하니깐 전력이네요.]
[고1때 150km를 던져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후로는 많은 상승을 하지 않았네요.]
물론 그정도 구속만 되어도 타자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게다가 유성은 기존에 사용하던 3개의 변화구에 성장할때까진 쓸 수 없었던 스플리터를 본격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한 경기에 사용 횟수 제한이 있지만 구종이 하나 더 늘어난 것으로 유성은 좀 더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고, 이런 모습은 각 구단 스카우터들에게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완투를 손쉽게 할 체력에 당장 프로에 와도 먹힐 구속, 구위, 제구, 변화구까지..."
"우리쪽으로 넘어올려나?"
"글쎄... MC 다이노스가 어떻게 가져갈려나?"
2년 전 갑작스럽게 시작된 제 9구단 창단 사건은 이후 9번째 구단의 창단으로 이어졌다.
그 구단이 바로 MC 다이노스였다.
작년 우선 지명을 통해 최상위 유망주들을 쓸어간 그들은 올해도 다시 한번 최상위 유망주들을 쓸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성은 최우선 지명 대상 중 하나였다.
"고졸, 대졸로 가느냐. 둘 다 고졸로 가느냐."
"어차피 우리 목표는 최하위만 하지 않는거니깐 좀 장기적으로 보는게 어떨까요?"
"그나저나 메이저 이야기는 진짜야?"
"선수를 통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는데 야구부 코치쪽에서 알려줬습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가 1학년 시절부터 관찰했고, 최근에 공식 제의까지 들어갔다더군요."
"결국 선수 의사에 달린 문제인데..."
스카우터들이 골치 아프다는듯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 유성은 차근차근 상대팀을 틀어막았고, 미래고 타선은 차근차근 점수를 뽑아냈다.
결국 유성은 처음 예정과 달리 7이닝만 소화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나머지 이닝은 여전히 팀의 불펜으로 활약 중인 승호와 주환에 의해 마무리 되었다.
"오늘도 대단하군요."
"더 하지. 오늘은 투구수가 70구도 안 되니깐."
"그러고보니... 그렇군요."
유성을 노리는 스카우터들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누어져 있었다.
신생팀인 다이노스와 다이노스가 지명하지 않을때를 위한 나머지 팀들 그리고 자본력을 앞세울 예정인 메이저리그였다.
"나머지 투수들도 괜찮은데 말이지."
"4강에서 뛴 박지훈도 그렇고, 불펜 자원들도 좋죠."
미래고에서도 올해 역대 최다 인원이 프로로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그만큼 올해 미래고의 3학년 투수진은 최고 수준이었다.
"스카우터들도 안달 났겠어."
"그럴려나?"
"날 못 잡으면 너라도 잡으려고 할테니깐."
"흠... 그러면 다른 팀으로 가는건가?"
"니가 2라운드로 밀릴 일은 없을테니깐."
"끙... 그렇네."
뭔가 말하고 싶어도 유성의 말은 틀린게 없었다.
올해 지훈도 자신의 성적에 자신이 있었기에 1라운드에 지명 되지 않는다면 분명 의문을 표할 것이다.
"우린 그래도 가능성이..."
"있겠지?"
"글쎄... 승호 넌 불펜이지만 선발 기록이 좀 있어서 의외로 2,3라운드쯤에 나갈듯 하고 주환이도 순수 불펜이지만 언더핸드라서..."
결국 4명의 투수들은 모두 늦어도 3라운드 안에 지명된다는 이야기였다.
유성은 작년 드래프트때도 뛰어난 분석력과 높은 적중률을 보여주었기에 그 말은 사실일 확률이 높았다.
"결국 다 뿔뿔이거나 운 좋으면 1명 정도만 유성이랑 같은 팀이겠네."
"정리하면 그렇겠지."
"흠..."
"일단 우승했으니깐 트로피나 챙기러 가자고."
결국 마지막 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둔 유성과 이제는 3학년이 된 미래고 선수들은 다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청소년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는 청대 준비를 시작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청대 이후의 고별전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고별전 있으니깐 덜 심심하겠네."
"오히려 그전까지 뭐할지 고민할테니깐 더 심심하지 않을까."
"그러게."
참고로 이번 청대에 선발된 미래고 선수들은 앞서 말했듯 6명이었고, 그 명단은 아래와 같았다.
투수 - 박유성, 박지훈, 박주환
포수 - 김강혁
1루수 - 이철민
3루수 - 민백현
아쉽게 승호는 선발되지 않았지만 미래고가 청대의 한축을 차지하게 되었기에 임시로 감독님도 같이 청대에 합류하게 되었다.
"박유성 선수?"
"네."
"MVP 인터뷰가 있는데요."
"아, 네."
투수로써의 성적만 본다면 7이닝을 던진 유성보단 4강에서 8이닝을 던진 지훈이 유력했다.
하지만 유성은 이번 대통령배 한정으로 5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기에 그 부분이 종합되며 대회 MVP로 선정 되었다.
"박유성 선수.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깐 여러 느낌이 드네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미래고의 역사에 이제 내 이름도 남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약간 엉뚱한 답이었지만 덕분에 다음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유망주가 바로 유성이었기에 이 질문은 필수적이었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박유성 선수에게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미국행 제의를 받았습니다."
"아... 그러면..."
"고민 중입니다. 일단 메이저리그 구단은 125만불을 제의했습니다."
- 와, 쎄다.
- 최근 몇년간 유망주들 대부분 100만이나 110만이었는데 125만이면;;
- 걍 보내는게 맞을꺼 같은데...
"국내 구단이 만족할만한 금액을 제시한다면 KBO 잔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계획입니다."
"그렇군요."
- 125만불이 얼마냐?
- 대충 13억?
- 어렵겠는데?
인터뷰를 지켜보던 각팀 스카우터들도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이렇게 금액을 이야기하면서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KBO 구단 중에서 크게 부르는 구단이 있다면 잔류를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대 지금 흐름이라면..."
"MC 다이노스가 얼마나 돈을 쓸 수 있느냐겠군."
타팀 스카우터들은 이제 반쯤 관망세로 들어갔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유성의 움직임을 보고는 여차하면 자금을 조금 더 투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상 자신들에게 공이 돌아온 MC 다이노스는 신인 드래프트까지 긴 고민을 이어갔고, 그러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