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Chapter 14 - 과거의 에이스, 현재의 에이스 (1)
결국 미래고는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체전은 그냥 기권하는게 어떤가?"
"무리하지 않는게 좋긴 하지만... 그래도 1차전에서 떨어지더라도 참가는 해야죠."
"그런가... 그런데 투수들은 고별전 이후로는 쓸 생각이 없네."
"뭐, 투수 출신의 야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11월에 던지게 하는건 안 좋은데... 별 수 없겠군."
일본은 매년 8월에 인터하이라는 이름의 한국의 전국체전과 같은 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야구 종목은 봄과 여름 고시엔의 존재로 인해 미식축구와 함께 예외적으로 인터하이에 참가하지 않는데 한국은 전국체전이 열리는 날짜부터가 11월이다보니 빠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이상 그 부분의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기존의 미래고라면 경기수 문제로 전국체전의 비중이 제법 되었겠지만 올해부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미래고에는 매년 야구부에 들어오는 선수가 많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참에 그 의견을 받아들여서 내년부턴 신입생의 숫자를 줄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미래고 야구부가 지금처럼 선수가 70명이 넘어가는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도 15명 정도는 뽑아야겠지?"
"네. 3개 학년 합하면 문제 없지만 만약을 위해서 그 정도는 뽑아놔야죠. 다만 미래중에서 올라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평작이라더군요."
"그쪽은 괜찮아. 어차피 매년 뛰어난 유망주가 올라오는건 아니니깐 잠재력만 보여줘도 충분해."
올해 1학년이 그만큼 뛰어난 선수들이었기에 1,2년 정도 좋은 유망주가 나오지 않더라도 감독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처럼 꾸준히 성적을 내는 감독은 단기간의 성적보단 장기적으로 성적을 내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거의 10명 정도의 인원이 매년 줄어들겠군요."
"그렇지. 조정이 끝난 3년 뒤에는 인원이 45명에서 50명 정도까지 줄어들꺼야."
이번 일본행에서 미래고는 많은 것을 배웠다.
사실 미래고가 선수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면 일본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과도할 정도로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이런 일이 생긴 점도 있었다.
마침 이번 1학년이 재능들의 집합이었기에 문제 없이 일본행을 성공 시켰으나 앞으로도 그럴 수는 없었고, 일본행 자체는 1회성으로 끝내야했다.
"사실 그동안 선수들을 워낙 쓸어가다보니 다른 고등학교에 욕 좀 들었는데 이젠 덜 듣겠군요."
"그랬나? 그렇다면 이번 결정은 더욱 잘한 결정이겠군."
유망주 선별 작업이 조금 더 골치 아프겠지만 주변 고등학교의 불만도 듣지 않을 수 있게 되었고, 선수들의 경기 출전도 좀 더 배분하기 쉬워졌다.
"다음은... 고별전이군."
돌아보면 올해 들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1회성이지만 일본 야구 유학도 있었고, 미래고 역사상 최다인 5관왕에 도달하기도 했다.
현재 고교 야구에서 존재하는 대회는 8개.
그 중 7개 중 4번의 우승을 기존 베스트 멤버가 이루어냈고, 마지막 대회인 미추홀기에서 1,2학년 위주의 멤버가 우승을 가져왔다.
그렇게 완성된 5관왕이었다.
이제 그 기록을 갱신하는 시기를 현 1학년이 3학년이 되는 시점으로 보고 기대하고 있는 미래고였다.
"일단 3학년 의견을 들어봐야겠죠."
마지막으로 일본 야구 유학과 달리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고별전.
사실 이렇게 압도적인 전력을 보이는 것과 달리 미래고의 역사는 짧은 편이었다.
모 기업의 꾸준하면서도 풍족한 지원을 통해 수년만에 강팀을 만들어냈고, 이렇게 역사를 만든 것이었다.
"유성이가 지명되면 어떻게 하실겁니까?"
"그걸 위해서 미추홀기 결승전에 등판 시킨거니 문제 없네."
"그러면 진행 방식을 정하죠."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미래고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런 이야기들은 대충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의는 밤 늦게서야 종료 되었고, 코치들은 각자의 일을 하며 고별전 준비를 진행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9월이 되었다.
***
"날씨 좋네."
"쪄 죽던 시기가 지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일부러 이 시기를 잡은 모양이야."
아직 더운 편이지만 찜통이라고 불릴 정도로 더운 날은 이제 물러갔다.
경기를 치루기 좋은 쾌적한 날씨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슬슬 엔트리를 이야기할때가 되었지?"
"네. 3학년들도 모두 다 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오늘 발표하지."
그렇게 시작된 고별전 엔트리 발표.
3학년으로 이루어진 졸업생팀과 1,2학년으로 이루어진 재학생팀의 대결이었기에 기존 베스트 멤버는 의미가 없어졌다.
이미 올해 3학년을 넘어서 주전으로 뛰었던 2학년들이 존재했는데 그 멤버들도 예외 없이 3학년의 지명을 받아야만 경기 출전이 가능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전부 지명을 받았기에 중견수, 유격수는 2학년들이 먼저 차지했다.
남은 포지션 중에서도 좌익수, 우익수, 2루수, 3루수 자리도 2학년이 지명을 받으며 라인업을 차지하게 되었고, 남은 포지션은 1루수, 포수, 투수 뿐이었다.
"1학년 전멸은 아니겠지?"
"다음은 1루수."
그와 동시에 앞으로 나선 3학년 선배.
그리고 유성은 그를 보고 지명 받을 1루수가 누구일지 예상했다.
'철민이겠네.'
"1학년 이철민."
"네!"
철민이 지명되자 드디어라는 표정으로 1학년의 분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3학년 선배가 1루수와 함께 4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선수였기에 철민이 클린업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철민은 1루수 자리와 함께 5번 타순에 배치 되었다.
이어서 포수가 거론 되었고, 1,2학년 포수는 4명이었다.
'이건 어렵겠는데...'
3학년에는 포수가 단 1명 뿐이었다.
그래서 백업은 전부 2학년들이 담당했고, 그만큼 2학년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학년 포수들은 일본행으로 인해 관찰할 시간이 모자랐다.
"1학년 김강혁."
"네? 네!"
예상 외라면 예상 외라고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강혁도 크게 생각을 안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놀란듯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 강혁이까지?"
"이러면 투수는..."
"거의 확정이지?"
그 전에 2학년 포수들이 약간의 불만을 표했는데 그런 후배들을 위해 그는 감독에게 허락을 받고 이번 지명을 위해 일부 선수들에게만 제공 되었던 1학년 선수들이 일본에서 기록한 성적을 공개했다.
"김강혁, 공수 모두를 갖춘 만능형이자 완성형에 가까운 포수."
"가까운...이라는건 아직 아마추어라서 그런건가?"
"그래. 아마추어 선수들은 아직 미완성이야. 완성될지 말지는 프로에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르지."
2학기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된 시기였으나 학교 행사 문제로 인해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간만에 미래고 선수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고, 지금 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고별전이라... 아마추어 무대의 엔딩으로 매우 적합한 경기야."
"이제 투수쪽인가본데?"
원래대로라면 1명만 뽑겠지만 미래고의 혹사를 시키지 않는 운영 방식으로 인해 2선발과 불펜 투수까지 지명이 되었다.
고별전은 단 1경기뿐이기에 2선발이 나설 일은 없겠지만 불펜 투수는 가능성이 높았다.
"투수를 3명 뽑네?"
"그동안 봐온 미래고라면 1,2선발에 마무리 투수겠지."
"과연... 박주환이 뽑혔어."
마무리 투수 자리는 1학년인 주환이 선발 되었는데 미추홀기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기에 2학년들도 이 부분에는 이견이 없었다.
2선발의 경우 2학년에서 에이스라 불리던 선수가 선발 되었는데 그는 나름 기대한 것이 있었는지 2선발로 지명되자 아쉬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1선발이자 에이스는..."
"1학년 박유성."
그동안 3학년 선수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그리고 철저하게 몸 상태를 유지시켜온 세혁은 이때를 기다렸다는듯 유성을 불렀다.
"그동안 다들 준비를 착실히 했을 것이다. 호명 되지 않았더라도 아직 기회가 남아있으니 실망하지 마라."
미래고이기에 백업의 역할은 더 중요했다.
그러니 그 말대로 기회는 남아있었다.
"경기는 이전에 이야기한대로 내일이다. 다들 마지막까지 몸상태 관리를 잘 하도록."
"네!"
이야기가 끝난 뒤에 내일 경기에 나설 선수들이 모였다.
2선발이 된 선배의 경우 경기 출전은 못할 확률이 높지만 지명은 받았기에 합류한 상태였다.
백업 멤버는 적당히 배분을 하기로 이야기 되었지만 선발로 나서는 그리고 3학년들의 인정을 받은 베스트 멤버는 이곳에 모인 선수들이었다.
"유성이 너 내일 얼마나 던질꺼냐?"
"왜? 너도 던지게?"
"이왕 마무리 투수가 됬으면 1이닝은 책임 져야지."
"리드 잡으면 그럴게."
"...안 그럴꺼 같은데."
"사실 내일 점수를 얼마나 뽑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야."
"하긴... 올해 한국 최고의 고교팀이었으니깐."
3학년을 주축으로 해서 올해 치루었던 7개 대회에서 미래고는 4번의 우승과 함께 2번의 준우승과 1번의 4강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우승을 거두지 못했던 경기에서도 1,2점 차의 접전으로 아쉽게 패배하였다.
"수비는 전부 2학년 선배님들이 해주실테니 제대로 던지는것만 생각하면 돼."
"강혁이도 고생이 많겠어. 뒤로 빠트리면 바로 눈총을 받을테니."
"그것도 그렇네."
"유성아."
"네."
"던질 줄 아는 공이 정확히 뭐였지?"
"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이요."
"적당하네."
고별전이라고 대충 하면 특별 훈련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이미 전해졌기에 1,2학년과 3학년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뒤도 안보고 맞붙는 끝장 승부라고 할 수 있기에 선수들의 준비는 치밀하면서도 치열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도 이 경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내일 경기에선 외부인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그들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나이로만 보면 3학년팀이 유리하겠지만..."
"1,2학년팀에도 차이를 만들줄 아는 선수가 있지."
"어떻게 보나?"
"양팀 합해서 5점 이하의 득점만이 나오는 투수전."
"나도 투수전이야. 그런데 난 3점 아래."
"이런이런 내기라도 할려고?"
"아니. 하지만 저 1학년이 이기는쪽이 더 좋지 않겠어?"
"...그건 맞아."
그들이 원하는 에이스는 체급이나 피지컬 차이를 뛰어 넘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여야만 했다.
미래고 3학년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면 150만불 정도는 투자할만한 수준급 유망주지만 유성은 아직 1학년이다보니 기대치가 오락가락 하는 편이었다.
"아무튼 빨리 잠이나 자라고. 괜히 늦으면 안되니깐."
"그래. 내일을 위해서 말이지."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고, 평소처럼 일어난 유성은 가벼운 운동과 함께 최종 점검을 마무리했다.
다른 선수들도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컨디션을 체크하였고, 그것은 3학년도 마찬가지였다.
"후..."
"준비 끝났냐?"
"그래."
"그러면 가자고. 오늘의 주인공은 너니깐."
그렇게 3학년은 투수인 세혁을 마지막으로 모두 그라운드로 나섰다.
1,2학년도 하나둘씩 그라운드로 나왔고, 유성은 강혁과 함께 마지막에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