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Chapter 13 - 앞서가는 자 (2)
고별전이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2011 신인 드래프트가 진행 되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지명 대상은 730명인데요."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뽑힐지 기대 되네요."
드래프트가 시작하자 선수들은 모두 TV 앞에 모여들었다.
미래고 선수 중 저 현장에 나가 있는 선수는 단 2명 뿐이었으나 둘 다 유력한 드래프트 지명 대상자였다.
"몇번일려나..."
"글쎄... 일단 3번 안에만 들어가면 하위권 팀이니 주전 먹기는 쉬울텐데 말이지."
이번 드래프트에서 전체 1,2,3번을 지명할 팀은 헌화 이글스, GL 트윈스, 넥스 히어로즈였다.
이 당시 드래프트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유성은 선수들의 면면을 보고 그 선수들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있었다.
"이글스는 누굴 뽑을려나..."
"아마 유청식이겠지."
"왜?"
"저 팀에는 그 선수가 있잖아."
과거의 레전드들이 떠난 이후 현 KBO 최고의 좌완 투수라고 불리는 류연진.
마침 유청식도 류연진과 그 이전의 레전드들처럼 좌완 투수였다.
실제로 이글스는 많은 고민을 한듯한 표정이었으나 유청식을 지명하였다.
"오, 맞았네?"
"아쉽네. 전체 1번이 아니라니..."
"그럼 트윈스일려나?"
"난 히어로즈가 더 나을것 같은데..."
선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남아있는 투수들이 뒤떨어지는 선수들도 아니고 다들 한가닥 하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저희 GL 트윈스는..."
"나온다."
순식간에 야구부는 조용해졌고, 트윈스는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예상 외로 휘문고 임창규를 지명하였다.
1번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2번까지 넘어가게 되자 미래고 선수들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굳었다.
"하... 이게 뭔..."
"GL까지 선배님을 걸러버릴줄은 몰랐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넥스 히어로즈가 세혁을 지명하면서 당초 예상보다는 아쉬웠지만 전체 순위 3번으로 지명을 받게 되었다.
그때서야 선수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으나 아직 한 사람 더 남아있었다.
"선배님은 어느 시점일까?"
"빨라도 3라운드."
"3라운드?"
"아마 2라운드까진 계속 투수가 나올꺼야."
"음..."
실제로 드래프트는 유성의 말대로 이어졌다.
각 선수들의 면면을 몰랐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대부분 안면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많은 의구심을 불러왔던 유성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1,2라운드에서 모두 투수가 지명된 것이었다.
"너 무슨 점집이라도 차렸냐?"
"점집은 무슨... 야구라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투수쪽이 인기가 더 많을 수 밖에 없으니깐 그렇지."
"음? 그런가?"
3라운드에서야 포수가 지명 되었지만 그 선수는 대졸 선수였다.
그나마 기대할만했던 히어로즈도 대졸 야수를 지명했기에 그대로 넘어가는듯 했으나 KS 와이번스가 지명을 하며 전체 23번으로 지명을 받게 되었다.
"됬다!"
"와, 안되면 어쩌지 했는데 됐네."
"그래, 다행이지."
4라운드 이후로 중계가 종료 되었기에 나머지 소식은 기사로 확인을 해야했으나 대학으로 가기로 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5명의 선수들이 추가로 더 지명을 받았다.
당연히 감독의 표정에는 감출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7명의 프로 진출 선수를 제외하고도 대학에 15명이나 되는 선수들을 더 보냈기에 올해 대회 성적은 물론 진학 문제까지 해결하며 최고의 실적을 올렸으니 그 모습을 본 유성도 이해를 했다.
"대충 다 봤으니 훈련하러가자."
"그래. 누가 뽑힐지 모르겠다만 준비는 착실하게 해놔야지."
드래프트 결과는 확인했다.
그렇다면 다음은 드래프트 이후에 있는 대회와 고별전을 준비할 때였다.
이러한 유성의 모습에 선수들도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좋은 분위기로군요."
"그렇지. 우리 학교의 미래가 아주 밝구만."
유성을 따라 그라운드로 향하는 선수들을 보며 어쩌면 1회성으로 생각했던 이벤트가 매년 이어지는 이벤트가 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감독은 코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나아가서 선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
드래프트 이후에 치뤄지는 대회인 미추홀기에서 1,2학년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예정에 없던 고별전 준비를 위해 쉬고 있던 1학년들까지 출전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과 지훈은 가만히 지켜만 봐야했다.
어찌되었든 올해는 더 이상 공을 던지지 않기로 예정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성은 타격 훈련의 비중을 끌어 올렸고, 지훈도 마찬가지로 부족한 기본기를 채우고 있었다.
"만약 유성이가 지명되면 어떻게 될까."
"청백전이라도 한번 치루고 뛰겠지."
휴식기간이 제법 길었기에 실전 감각이 죽은거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코치들도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세혁이는?"
"히어로즈쪽에 이야기를 진행 중이니 문제 없을겁니다. 마찬가지로 실전 감각 회복이 필요하겠지만..."
"간만에 머리 좀 굴려보자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투수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계속 체크하고 있던 투수코치가 투수 운용 방식을 지휘했다.
시즌 아웃이나 다름 없던 유성과 지훈에게 긴 이닝을 던지게 하는 것은 부담이 있었기에 그들은 2,3이닝 정도의 짧은 이닝만 유성과 지훈이 던질 수 있게 정하였다.
그리고 그 소식은 바로 투수들에게 알려졌다.
"오, 등판이 정해졌어?"
"일본에서 얼마나 발전해서 돌아왔는지 드디어 볼 수 있겠네."
"뭐, 발전해봤자. 세혁 선배만큼은 아니겠지만."
2학년들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세혁 다음의 에이스로 유력한 선수가 유성이라는 것을 말이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인정할 수 없었다.
그들이 지난 시간동안 보아왔던 미래고 에이스로써의 세혁은 그만큼 뛰어났다.
유성이 기대보다 못한다면 전 에이스를 보아온 후배이기 이전에 미래고 선수로써도 납득할 수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다른 선수를 통해 2학년의 분위기를 들은 유성도 이해할 수 있었다.
미래고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게 그들이다.
에이스 자리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당연히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나저나 코치님도 대단하다고 하셔야하나..."
"왜?"
"결승전 마무리를 나한테 맡기셨잖아?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인데도 말이지."
"그러니 제대로 던져라."
"알고 있어."
팡!
7월 중순에 있었던 등판 이후 거의 1달만에 이루어진 유성의 실전 등판은 무려 미추홀기 결승전이었다.
게다가 감독은 유성에게 마지막 3이닝을 맡기겠다고 이야기 하였다.
다시 말해 유성이 등판하는 건 7회부터 9회까지라는 이야기였고, 현재 경기 상황은 미래고가 7대2로 리드를 잡고 있었다.
[자, 여기서 투수가 바뀌네요.]
[앞서서 이야기 했지만 미래고 1학년 선수들은 얼마 전까지 일본에서 일종의 야구 유학을 하고 왔습니다. 그런 1학년들 사이에서 에이스라 불리던 선수가 바로 지금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박유성 선수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사인은?"
"이전에 이야기했던대로."
"그렇단 말이지..."
유성이 딱히 포수를 가리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코치들은 조금 더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강혁까지 같이 투입하였다.
덕분에 유성은 평소처럼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패턴은?"
"그것도 뻔하잖아?"
"하긴..."
간단한 이야기였다.
힘으로 찍어 누른다.
일본에서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할때도 중학교 시절에도 그랬다.
유성의 포심은 그만큼 강력한 무기였다.
어떻게든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려던 상대 팀이었으나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150km를 던지기 시작한 유성에의해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어디서 저런게 튀어나온거야?"
"언더핸드도 골치 아픈데 저런 강속구까지 나오다니..."
이번 미추홀기에서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한것은 주환이었다.
그래서 막판에 나올 주환에 대비해서 언더핸드 투수를 상대 하는 방법을 준비해온 상대팀은 예상 외의 강속구 투수의 등장에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저쪽도 1,2학년으로만 이루어진 타선이었기에 이런 상황은 더 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선수라면 4,5번에 위치한 선수였는데 전혀 따라 오지도 못하는 나머지 타자들에 비해 이 둘은 그나마 공을 건드리기라도 했다.
"쉽구만."
"역시 일본에서 보여준 모습은 거짓이 아니었군."
"그래서 널 부르면서까지 저 유망주를 기록하고 있는거야."
"저정도면 뭐... 남은 2년간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유망주라고 할 수 있겠어."
일본에서 활동하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인 고든은 일본에서의 일을 다른 동료에게 넘겨주고 한국에 넘어왔다.
유성을 지켜보기 위해서 또 다른 동료를 부르면서까지 말이었다.
"난 그 이상이라고 봐."
"그 이상?"
"우리 팀에게 우승을 가져다줄 에이스의 자질을 봤어."
"...너무 크게 보는건 아니야?"
유성이 뛰어난 유망주라는건 방금 자신도 인정했기에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기대치가 너무 컸다.
하지만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것은 유성에게서 단순히 투수의 재능만 본것이 아닌 타자로써의 재능도 확인했기에 가능한 확신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그 사이 유성은 순식간에 7회에 이어 8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었다.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그 장면을 놓친 그는 녹화 중이던 카메라 중 하나를 통해 확인했다.
"역시..."
"역시?"
"첫 이닝에서 포심 중심으로 던졌지만 두번째 이닝에는 변화구 중심으로 던졌군."
"흐음... 그러면 짧은 이닝이지만 보여줄 수 있는건 다 보여준건가?"
"아니, 지금 미래고의 불펜이 조용해."
"그러고보니..."
"코리안 보이가 마지막까지 던질 모양이야."
고든의 말을 들은 그는 자세를 다시 잡았다.
2이닝이라면 애매하지만 3이닝이라면 확실하게 평가할만한 이닝이다.
그때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다.
"확실한 모양이네."
"잘 지켜보라고. 타격까지 뛰어난 친구거든."
딱!
유성은 지난 4개월간 일본에서 훈련하며 또 일본의 수준 높은 아마추어 팀들을 상대해왔다.
그로인해 전성기 수준은 아니지만 프로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타격 실력을 회복하였다.
그렇기에 유성이 때려낸 타구는 저 멀리 날아가다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버렸다.
7대2의 스코어가 8대2로 바뀌며 쐐기를 확실하게 박혔다.
"여전하네?"
"그러게. 생각보다 감각이 안 떨어졌나봐."
유성은 간만에 경기를 뛰었음에도 문제 없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감독의 입장은 달랐다.
'1달이라면 실전 감각이 떨어지기 충분한 시기다. 그럼에도 이런 모습이라면...'
일본에서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된듯 했다.
이젠 완전히 고등학교 수준을 뛰어 넘었으니 말이었다.
"내년에도 우승은 쉽겠군."
"벌써 내년 생각 하십니까?"
"어차피 고별전 이후는 전국체전 뿐이야. 그러니 내년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지."
"하긴 미리미리 대비해두는게 좋기는 하죠."
뭐든지 미리미리 대비하는게 좋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가끔은 귀찮더라도 미리 준비해두는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팀과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기 때문이다.
팡!
"스트라이크! 게임 셋!"
그렇기에 이번 미추홀기 우승은 미래고가 다른 팀보다 앞서나간다는 것을 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