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36화 (36/156)

# 36

Chapter 12 - 일본 관광 (2)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오늘 라인업을 떠올리며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오늘은 6번인가...'

오타니에 대한 일화를 살펴보면 춘계시즌.

즉, 봄에 입학하자마자 4번 타자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3학년이 아직 한창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4번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타격에서는 거대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그나마 오늘 경기에서는 6번에 배치 되었는데 아마 3학년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혹시 모르니 주자는 차단 해놔야겠지."

팡!

초구부터 기록되는 구속은 151km.

3개월간의 단련과 실전 경험을 통해 유성의 구속도 조금 더 올라갔다.

그렇게 많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140 중후반을 유지하던 평균 구속이 140 후반으로 올라왔기에 이젠 고등학교 수준에서 유성을 상대할 선수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여전히 대단하군."

"그러고보니 그동안 미래고를 계속 따라다녔다면서?"

"아, 그렇지. 드래프트 룰을 살펴 봤는데 1년 이상 다닌게 아니라 어렵지만 선수 의사가 있으면 드래프트 참가가 된다더군."

"오호라... 그러면..."

"그래도 박유성은 무리일꺼 같아서 나머지 선수를 집중적으로 체크했어."

"하긴..."

미래고는 강팀이지만 그런 강팀을 이끌고 가며 원맨팀처럼 보이게 하는 존재가 바로 유성이었다.

그만큼 격외의 존재였기에 유성을 잡는 것을 포기한 스카우터들이었다.

"그래도 기록 같은거 정리 되어 있지 않아?"

"아, 기록이야 다 정리 해놨지."

[미래고 최근 24경기 보고서]

박유성

투수10경기 9승 70이닝 6실점 107탈삼진 방어율 0.77

타자 20경기 58타석 49타수 25안타 7홈런 18타점 타율 0.510

"내가 잘못본건 아니지?"

"아니 제대로 본거야."

"아니... 그래도 그렇지. 0점대 방어율에 5할의 타율이라고?"

"저 선수가 그동안 치뤄온 경기는 대단했어. 실점도 기록되지 않는 실책성으로 나온게 대부분이었으니깐."

"허..."

고시엔에서도 2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기에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직접 확인하니 정말 터무니 없는 기록이었다.

순간적으로 계산을 해본 결과 고시엔 기록을 추가 시키면 방어율이 0.2 가까이 더 떨어진다는 답이 나오기도 했다.

"24경기 중 6패를 했다는데 그건 어떻게 된거지?"

"박유성이 1경기 살짝 컨디션이 별로였는데 그때 3실점을 하면서 패배한거고, 나머지 5번 중 3번은 박지훈의 기록이고 2번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유승호의 기록이지."

"다른쪽은 그나마 현실적이군."

"그래도 미래고가 강팀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야."

팡!

스카우터들이 기록을 확인하고 놀라는 사이에 유성은 순식간에 2명의 타자를 처리하고 3번 타자와 승부를 시작한 상태였다.

유성의 평소 스타일답게 1스트라이크로 시작된 승부는 순식간에 이어진 유성의 변화구에 단번에 2개의 볼카운트가 더 늘어나며 다시 한번 삼진으로 마무리 되었다.

"여전하군."

"그나마 11구나 던지게 만든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

"저 투수의 평소 피칭을 생각하면 별 의미가 없어질꺼 같지만..."

반대조에서 세이슈를 만난 팀들도 그랬지만 이쪽 조에서도 미래고를 만난 팀들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어차피 대회 전의 막판 컨디션 조절을 위한 대회이기는 했지만 사기를 끌어 올리는 차원에서 우승까지 했다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타선은... 오늘도 5번이네."

"4번 좀 그만 노리라니깐."

"왜 보통 5번 에이스보단 4번 에이스가 더 멋지잖아."

"...자리가 위험하구만."

철민은 고개를 저으며 유성에게서 도망갔으나 타선은 생각만큼 활약을 하고 있지 못했다.

바로 작년까지 있던 에이스 기쿠치가 빠졌음에도 명문은 명문이라는 것인지 좋은 투수자원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첫 타석에선 힘 빼는 방향으로 가야겠군."

"네. 확실하게 하자면 그게 좋겠죠."

투구 내용을 지켜보던 미래고 코치들은 첫 타석에는 일단 최대한 투수의 체력을 소모 시키는 방향을 잡았다.

물론 하나마키히가시쪽에서도 유성의 투구수를 늘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었다.

"어렵군."

"어렵네요."

"끙..."

구속, 구위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났다.

간간히 유성과 지훈의 공을 상대해보기도 했던 미래고 선수들과 그러지 못했던 하나마키히가시고 선수들의 차이는 컸다.

"1회 성적은 비슷하지만..."

"투구수가 2배로군."

11구와 22구로 정확히 2배 차이가 나는 투구수는 하나마키히가시에게 큰 부담이었다.

당장 지역 예선을 생각해야했기에 무작정 긴 이닝을 소화 시킬 수도 없었다.

"이 페이스라면 5회가 한계겠군요."

"어쩔 수 없지. 조금 이를지도 모르지만..."

상대 벤치에서 새로운 작전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2회 초로 넘어온 이닝.

유성은 점차 다가오는 고교 시절의 오타니와의 승부에 기대감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겨우 고등학생이야. 아무리 그래도 지금 시점에선 이 공을 치기 힘들어.'

일단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4,5번 타자를 먼저 처리해둘 필요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145km까지 떨어진 구속의 포심에 이어 바로 151km로 뛰어 오른 포심이 연달아 들어가며 타자는 연달아 헛스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타자를 구석에 몰아넣은 유성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떠올리며 차근차근 사인을 교환했다.

결국 마지막에 유인구로 사용한 체인지업에 타자의 배트가 나오게 되며 오늘 경기 3번째 삼진을 잡아낸 유성이었다.

4번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난 하나마키히가시쪽은 꽤나 분위기가 침통해졌다.

투구수를 늘리기 힘들다면 차라리 확실한 공을 노리자는 분위기였으나 그 확실한 공을 고르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곧 바로 이어진 5번 타자는 제법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번에 2스트라이크로 몰린 것은 같았지만 2번의 유인구를 참아내고 파울도 한번 만들어내며 유성에게 5개의 공을 던지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 버티게 해줄 생각이 없었던 유성은 140km 밖에 안 되는 구속의 공을 던져서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는 동시에 삼진을 잡아내며 2아웃을 만들어냈다.

"드디어 만났군."

물론 오타니는 유성을 모른다.

하지만 유성에게는 일종의 목표였기에 아직 고등학생의 오타니라도 그를 상대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팡!

그것은 초구부터 기록된 150km의 구속이 잘 보여주고 있었다.

유성의 공을 처음 상대해본 오타니였기에 무엇인가 표정을 보여줄듯 했으나 생각보다 냉정했다.

'과연 크게 될 녀석은 어릴때부터 다르다는건가...'

보통이라면 바로 포심을 던지겠지만 유성은 조금 다르게 가기로 했다.

빠르게 강혁과 사인을 교환한 유성은 슬라이더를 꺼내들었다.

이 공은 분명 오타니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공이다.

그래서인지 오타니도 배트가 나왔으나 아쉽게도 돌아가기 직전에 아슬하게 멈추었다.

"이걸 참아냈어?"

여유로운 표정으로 공을 던지던 유성이었으나 유인구를 참아낸 오타니를 보자마자 표정을 바꾸어서 다시 포심을 던졌다.

다시 한번 기록된 150km의 구속으로 2스트라이크 1볼로 오타니를 몰아 넣었다.

'유성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할때도 변함 없던 그가 자신들과 같이 1학년인 타자에게는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놀라울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유성이 보인 반응이기에 강혁도 좀 더 세심한 컨트롤을 할 필요를 느꼈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으니...'

4구째는 커브를 요구했다.

그리고 미트를 살짝 벗어나는 코스에 놔두었다.

잠시 망설인 유성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

그렇게 날아가던 공은 절묘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강혁도 공에 시선을 계속 두고 있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딱!

순간적인 상황에 유성은 타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몸을 돌렸고, 강혁도 마스크를 벗어던지며 일어났다.

내야수들은 가만히 구경 할 수 밖에 없었고, 외야수들도 마찬가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파울!"

모두가 순간적으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단순한 파울이 아닌 파울 홈런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게 뭐야?"

"오타니 쇼헤이라... 어디보자. 올해 입학하자마자 주전 멤버에 들어왔으며 주로 4번 타자로 출전하였...다고?"

"4번이라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하나마키히가시인데 입학하자마자 4번?"

"이거... 터무니 없는 괴물이 우리에게 아예 없던건 아니었던 모양이야."

오타니의 예상 외의 파울 홈런에 스카우터들의 시선은 이 대결에 집중 되었다.

오타니의 타구가 날아간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유성은 혀를 차며 다음 공을 신중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역시 안정적인건 포심인데...'

'살짝 빠지는거지만 커브를 그렇게 날리는거 보면 변화구는 좀 불안해.'

'좋아, 포심으로 가자.'

사인의 교환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여기서 오타니를 막아두지 못하면 흐름을 내줄 위험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딱!

다시 한번 파울이 되었다.

149km가 기록된 공을 건드리며 다시 한번 버텨낸 오타니의 모습에 유성은 물론 다른 선수들의 표정까지 굳어졌다.

"우리랑 같은 1학년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지."

"그러게 말이야. 6번에 있어서 순간 방심했어."

아마추어 단계에서 2년 차이는 매우 크다.

그런 차이를 넘어서 주전에 무려 6번 타순에 배치 되었다는건 그의 실력이 2년이라는 실력을 뛰어 넘길만큼 뛰어나다는 이야기였다.

오타니는 그렇게 미래고 선수들에게 각인 되었다.

"이런... 자료 마지막에 있어서 확인을 못했군."

"...그렇군요. 이번 대회에선 주로 6,7번으로 나서고 있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주로 나선 자리는 4번..."

완벽한 페이크였다.

하나마키히가시가 그동안 만날 기회가 없던 동북부의 팀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자료를 확실하게 체크하지 못한 코치들의 실수도 있었다.

그나마 유성의 구위에 밀려서 지금은 안타를 때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오타니라는 타자는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변수였다.

"나머지 타자도 다시 체크해야겠군."

"네. 그러면 잠시 부탁드립니다."

"지시는 신경 쓰지말고 거기만 집중해."

자료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임시 코치가 잠시 덕아웃에서 빠져나간 가운데 혼자 남게된 투수 코치는 유성에게 사인을 보냈다.

'어렵다면 걸러라.'

'그렇다고 하는데?'

'아니, 걸러야 할정도는 아니야.'

오타니가 만들어낸 두번의 파울 덕분에 유성도 정신을 차렸다.

1학년 봄부터 이미 4번을 차지한 선수가 갑자기 6번이 되었길래 슬럼프라도 왔나라고 생각했던 유성은 심호흡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눈 앞의 오타니를 보았다.

눈 앞의 타자는 단순한 6번 타자나 1학년 타자가 아니다.

프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타격의 천재였다.

그렇게 생각한 유성은 3개월간의 성과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다시 포심인가?'

다시 한번 날아오는 공에 오타니는 의문을 표했으나 스윙을 시작했다.

앞선 공과 비슷한 코스였기에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날아오던 공이 마지막 순간에 가라앉았다.

'이건?!'

헛스윙 삼진으로 오타니를 돌려세운 유성을 보며 오타니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유성이 던진 공은 그만큼 수준급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스플리터였기 때문이었다.

"대단하네. 그래서 더 재미 있지만."

경기는 점차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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