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35화 (35/156)

# 35

Chapter 12 - 일본 관광 (1)

그렇게 시작된 일본 원정대의 첫 경기는 한신고와의 리벤지 매치였다.

다만 이번에는 유성이 아닌 지훈이 나서기로 했다.

"초반에 터지면 무너지는건 해결했냐?"

"그거 고친게 언제적인데 아직도 그러냐."

"그런가?"

확실히 지훈은 유성이 보았던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구속도 점차 올라오고 있었고, 투심에 이어 커터까지 추가하며 6개 구종을 다루는 지훈이라면 이제 지훈을 공략할 팀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실제로 지훈은 무려 8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한신고 타선을 초토화 시켰고, 미래고는 그 기세에 힘 입어 3개월간의 일정의 첫 경기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니깐."

"시작이 좋으니깐 결과도 좋을꺼란 이야기지?"

"그렇지."

"그러면 믿고 가볼까?"

공식적으로는 일본 유학으로 온 것이었기에 당분간은 근처의 팀들과 경기를 치루었다.

하지만 일본에는 골든 위크라는 휴식 기간이 있었기에 미래고도 이 기간에 원정을 떠나며 이전에 상대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팀들과 경기를 치루었다.

상대할 팀은 많고 투수의 숫자가 모자랐기에 곤란한 일정일지도 몰랐지만 이전에 조율한대로 5,7이닝씩 경기를 치루는 단축 경기를 치루었기에 의외로 유연하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필요하면 승호가 선발로 나서기도 했기에 미래고는 계획대로 수 많은 학교들과 연습 경기를 치룰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7월이 되었다.

***

"그동안 주 2,3회씩 경기를 치루면서 총 24경기를 치루었군요."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룬거 같은데 생각보다 적군."

"투수들 휴식일을 최대한 넉넉하게 챙겨 주셨으니깐요."

"당연하지. 1,2년 야구 할것도 아닌데 최대한 관리를 해줘야지."

24경기 중 유성이 10경기, 지훈이 9경기, 그리고 승호가 5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미래고에 들어온 이후 불펜으로만 나섰기에 몰랐지만 승호도 중학교에서는 나름 한팀의 에이스로 뛰던 선수였기에 선발로 뛸 체력은 충분했다.

주환은 본인이 불펜을 선호하기도 했고, 선발을 뛸 정도의 체력이 아니었기에 24경기 중 16경기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하며 1,2이닝씩만을 소화하였다.

나머지 경기는 유성이나 지훈이 경기를 전부 책임질 정도로 이닝 소화력이 좋아지기도 했고, 승호가 선발로 뛰지 않을때는 불펜으로 잠시 나왔기에 주환도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일본도 곧 1학기가 끝난다더군요."

"그래. 시기가 시기이니 그럴때가 되었지."

"아, 그러고보니 고시엔 직전에 몇몇 학교끼리 모여서 마지막으로 작은 리그로 한번 붙어보자는데요."

"작은 리그전이라..."

"우리까지 8개팀이 모여서 4개팀씩 조를 짜고 각조 1위끼리 결승을 붙는다더군요."

"학교 명단은?"

"여기 있습니다."

과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가하는 학교의 면면이 대단했다.

그 중에는 미래고에게 패배한 적이 있던 세이슈도 있었다.

"4곳은 붙어봤던 팀인데 3곳은 처음이로군."

"네. 그팀들은 거리가 멀어서 일정을 잡지 못했던 일본 북부지방의 팀들입니다."

"장소는?"

"모이기 쉽게 도쿄쪽에서 한다더군요."

"그러고보니 도쿄는 안 가봤지?"

"네. 일정이 널널한게 아닌지라 오사카나 후쿠오카 원정이 한계였죠."

"그러고도 수 많은 팀을 상대 했다니 다시 한번 인프라 차이를 느끼는군. 아무튼 마지막 일정이니 도쿄에 한번 가봐야겠군."

"그렇게 이야기를 전해두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그렇게 미래고의 일본 일정의 마지막이 정해졌다.

"도쿄요?"

"학교 일정도 거의 끝났으니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될꺼다."

"그쪽은 고시엔 전의 최종 점검이고 우린 돌아가기 전의 마지막이군요."

"그렇지."

선수들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24번의 경기에서 20승 4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8할이 넘어가는 승률에서 알 수 있듯 미래고는 일본에서 정점에 오른 상태였다.

"그러면 일단 자리에 앉아라. 마지막 상대니 조금 자세하게 준비 해왔으니 브리핑을 들어두는게 좋을꺼다."

"네!"

"그동안 우리가 상대해봤던 팀들은 일본 서부와 중부에 속하는 팀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부와 동북부 팀들을 주로 상대하게 된다."

"주로 어떤 학교들이죠?"

"대부분 작년이나 재작년 고시엔에서 8강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히 고시엔에 출전한 전통의 강호들이라고 할 수 있는 팀들이다."

그정도 전력의 팀들이 상대라면 최고의 분위기를 자랑하는 미래고에서 최적의 상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미래고의 마지막 일본 일정이 시작되었다.

***

"일정이 좀 빡빡한데?"

"조 3경기에 결승 가면 1경기 더 해서 4경기..."

"이번엔 지훈이 니가 결승 뛰어볼래?"

"내가?"

"나도 한번쯤은 여유롭게 해야지."

"...그러면 뭐 알았어."

어차피 연습 경기다.

고시엔에 참가한다면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없겠지만 한국에 돌아갈 일정을 잡고 있는 미래고였기에 쉽게 일정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럼 예선 1,3차전은 내가 하고..."

"난 2차전이랑 결승 가면 결승전도 하는거네?"

"아, 콜드가 없는게 아쉽네."

유성은 2경기에 배분을 잘 하면 문제 없지만 지훈은 결승을 고려해서 예선에선 힘을 아껴둬야했기에 이번에는 불펜의 힘이 크게 필요했다.

"계산해보니깐 5일씩 쉴 수 있으니 7이닝은 채우는걸로 하자."

"5일이나 쉴 수 있어?"

"5일이라..."

"어차피 고시엔때도 그런 수준으로 나오지 않았냐?"

"그러고보니... 그렇네?"

결국 순서만 정하면 될뿐 일정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쓸때 없는 고민을 했던 유성과 지훈은 잠시 멍해졌다.

"저녀석들 왜 저러냐?"

"몰라."

"넌 또 왜 그러냐?"

"잠깐 현자타임이 왔어."

"...응?"

승호를 제외한 모두가 잠시 멍 때리고 있을때 나머지 선수들은 차근차근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참가가 결정 되었으니 대충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런 상태인데 괜찮은가요?"

"그동안 꾸준한 관리를 해주기는 했지만 1학년 투수에게 그동안의 일정은 꽤나 힘든 일정이었을꺼라고 생각 됩니다."

"그러면..."

"그래도 저녀석들의 몸상태를 꾸준히 체크해왔기에 이번까진 문제 없을겁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간 이후엔 1달 정도는 쉬게 만들 생각입니다."

"어린 선수들에겐 휴식도 중요하죠."

그동안 신세를 진 한신고와도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기에 코치들은 현재 한신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도 나름의 고시엔을 위한 지역 예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지금이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였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아니요. 우리가 고마워해야죠. 덕분에 그동안 많이 배웠으니깐요."

"너무 칭찬만 하시는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또 저희는 전력을 다 했다는 말 밖에 못하는데 말이죠."

"하하하, 오히려 그게 고맙죠. 녀석들도 그동안 계속 노력해왔으니깐요."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이제 일본에서의 마지막을 위해 떠날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미래고에서 각종 비용을 모두 책임 지고 있었기에 야구부는 걱정 없이 도쿄에서 마지막 2주를 보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유성이가 먼저 나서고 지훈이는 결승전에 나선다고?"

"네."

"그것도 좋지. 그런 일이 생기면 안되겠지만 유성이가 부상 같은 문제로 빠진다면 에이스 역할을 지훈이 니가 해줘야하니깐."

"제가 무슨 에이스에요. 하더라도 임시 에이스까지만 할겁니다."

"아무튼 생각이 없다는건 아니네?"

"뭐... 그러면 그런거겠죠."

"좋아. 그러면 이번 대회 한정 에이스가 되겠구나."

"하하..."

얼마 후 8개 팀이 도쿄에 모였고, 미래고는 2조에 배정 되었다.

기존에 상대해본 세이슈는 1조로 향했는데 유성은 고등학교 명단을 보다가 한 학교의 이름을 확인했다.

하나마키히가시

"하나마키히가시 고등학교라..."

"아는 학교냐?"

"아니, 들어본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

"그 학교라면... 작년에 기쿠치 유세이라는 선수를 프로에 배출한 팀이야."

"기쿠치?"

그 이름을 듣고 나서야 유성은 하나의 이름을 떠올렸다.

일본에서 내놓은 수 많은 천재들 사이에서도 정점에 속하던 진정한 괴물을 말이었다.

'오타니 쇼헤이'

노모 히데오를 시작으로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까지 수 많은 괴물들이 메이저리그를 도전하고 활약했으나 그 이상의 선수는 없었다.

유성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는 타자로써 명예의 전당에 등재될 정도였던 유성마저 상대하기 힘겨운 상대였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와서 유성은 다시 한번 오타니를 만나게 되었다.

'이 시기의 오타니라면...'

아직 타격에만 전념하고 있을 시기다.

오타니라는 선수는 존재 자체가 충격적이었기에 유성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알아 보았다.

조금만 더 나아갔으면 광기가 되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었다.

그래서 유성은 오타니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오타니가 어느정도 수준인지도 말이었다.

'3차전인가...'

예정과 달리 1차전에는 체력을 아끼고 3차전에 쏟아부어야할듯 했다.

어차피 지금 미래고의 불펜이라면 유성이 적은 이닝을 소화해도 나머지 이닝을 충분히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은 유효했다.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유성은 일부러 6이닝까지만 던지고 마운드에 내려왔으나 이어서 마운드에 오른 승호가 3이닝을 혼자서 막아내는 괴력을 과시했기에 가볍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2차전도 비슷했다.

지훈이 7.1이닝을 소화하고 주환이 나머지 1.2이닝을 막아내며 미래고는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두었고, 이제 1위를 확정하기 위한 3차전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

"저 하나... 뭐시기 학교가 일부러 1차전에 덜 던지면서까지 준비할 가치가 있냐?"

"있지."

슬쩍 라인업을 확인한 유성은 오타니가 엔트리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을 보며 유성은 지난 3개월간 준비하고 발전 시켜온 것을 꺼낼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유성이 강혁과 오늘 경기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몇몇 스카우터들이 모여들었다.

뒤늦게 소식을 들었기에 앞선 경기들은 볼 수 없었지만 순위가 정해지는 3차전과 1위끼리의 대결인 결승전이라도 봐야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편하게 북해도 팀을 볼 기회가 흔한건 아니니깐."

"맞는 말이야. 발로 뛰어 다니기는 해야하는데 그러기에는 북해도는 가는게 조금 번거로우니깐."

"아무튼 이참에 제대로 봐두자고."

절묘하게도 지금 맞붙을려는 미래고와 하나마키히가시고 중에서 승자가 결승에 올라가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양팀의 분위기는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스카우터들도 각자 전담 분야가 있었기에 조금씩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는데 한 스카우터의 눈에 유성이 띄였다.

'어딜 보는거지?'

유성이 상대편을 보는 것을 확인한 그는 유성의 시선을 따라서 가보았고, 그 시선이 한 선수에게 향하는 것을 확인했다.

"히가시쪽에 저 선수는 누구지?"

"누구? 아, 저 선수? 분명히... 1학년이었지?"

"1학년이라..."

"뭐 떠올랐나?"

"그래. 좋은 소재가 떠올랐어."

스카우터들이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할때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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