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파괴자-34화 (34/156)

# 34

Chapter 11 - 휴식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몇가지 사항이 전달 되었다.

1. 모든 선수가 하는 것은 아님.

2. 유성의 분량이 많음.

단 2가지였지만 언론이 원하는 것이 뭔지 코치는 단번에 파악했다.

이번 대회에 활약한 유성과 지훈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만을 원한다는 이야기였다.

"크... 골치 아프군."

"유성이, 지훈이, 철민이, 백현이, 강혁이까지 5명 정도가 나오는군요."

"확실히... 그 정도면 1학년 베스트라고 해도 되겠군."

한국에 돌아가면 저 5인은 바로 1군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8월에 드래프트가 있기에 세대교체를 감안하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건 인터뷰를 할 선수를 선별 하는 것이었는데 잠시 고민하던 코치는 그대로 그 5인을 보내버렸다.

"그나저나 슬슬 훈련을 다시 해야겠지?"

"안 그래도 애들이 훈련을 못하니깐 고통스러워하던데요."

"일단 러닝이랑 가벼운 토스 정도정도로 시작하자고."

"네."

남은 17명의 선수들은 드디어 시작된 훈련에 환호를 질렀고,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관중석에 있어야했던 5명의 선수들은 입맛을 다시며 공통점인 생각을 하였다.

'빨리 끝내자.'

그렇게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더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고, 그들은 오늘 훈련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은 여유롭게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수 많은 질문 가운데서 일부만 기사화 된다는걸 알았다면 분통을 터트렸겠지만 아쉽게 선수들은 그런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먼저 박유성 선수."

"네."

이번 인터뷰에서 통역은 유성이 하기로 했다.

방송국처럼 거대한 곳이 아닌 평범한 언론사였기에 통역까지 데려올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일본어가 가능한 유성이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일본어가 가능하시다니 놀랍네요. 언제 배우셨죠?"

"그냥 틈틈이 배웠습니다. 공식적으로 프로리그가 존재하는 곳은 한국, 일본, 미국 뿐이니깐요."

"아, 그럼 NPB에도 관심이...?"

"관심은 있지만 KBO와 MLB가 좀 더 크죠."

"그렇군요."

시작은 간단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유성이 NPB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기사 소재로는 충분했다.

시간이 제한 되어있기에 기자는 빠르게 질문을 이어갔다.

"박지훈 선수. 4강 세이슈와의 경기때 모습 인상 깊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유성의 통역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빨랐기에 이야기는 빠르게 전달이 되었다.

그렇기에 점차 지훈을 비롯한 선수들도 편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회 전에 있었던 세이슈와의 연습 경기에서 4.1이닝 7실점을 기록했는데 1달도 안되어서 새로운 구종을 가져오며 7이닝 3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익힐 수 있었나요?"

"뻔한 이야기지만 많은 연습이죠."

"그래도 그 짧은 기간에 그런 수준급 투심을 가져온걸 보면 혹시 재능 아닌가요?"

"이게 재능이라고 할 수준인가?"

"어. 나도 몇달만에 구종 2개 배워왔잖아."

"아..."

유성의 말까지 합쳐지니 지훈은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어서 백현, 철민을 거쳐 강혁에게도 질문이 하나씩 이어졌고, 다시 유성에게 질문이 들어왔다.

"이번 대회에서 4경기 2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이게 고시엔 역사상 가장 많은 무실점 이닝이더군요."

"아, 그래요?"

"네. 게다가 퍼펙트 게임은... 일본에서는 완전시합이라고 불리는데요."

완전시합은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NPB에서도 단 15번 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그렇기에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고시엔에서도 정말 보기 힘든 기록이었는데 이번 유성의 퍼펙트 게임은 역사상 최초의 결승 완전시합이 되었다.

"경기 시작 전에 어떤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셨나요?"

"바로 4강에 지훈이가 던지는걸 보고 어떻게 올라온 결승인데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나섰습니다."

"과연... 서로가 동료이면서 라이벌이라는거로군요."

"그게 그렇게 되나요?"

"두 선수의 모습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드네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유성은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는데 일본 언론들이 예상보다 더 미래고에게 호의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미래고는 이번 대회에서 철저하게 실력으로 우승을 한 팀이었기에 뭐라고 지적할 내용도 없었다.

일본 언론이라는 점으로 인해 은연중에 대비를 하고 나왔던 유성은 평화롭게 진행되는 인터뷰에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인터뷰는 마지막 질문과 함께 그대로 마무리 되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목표라... 하면 역시 메이저리그죠."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바로 메이저리그로 가실껀가요?"

"글쎄요. 한국의 수 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로 직행했다고 실패한걸 봐왔던지라 KBO에서 먼저 뛴 이후에 포스팅으로 가는 방법도 생각 중입니다."

"그렇군요."

당장 2년 뒤에 KBO 최고의 투수가 그런 방식으로 MLB에 진출했고, 몇몇 선수들이 더 그 방법으로 넘어갔다.

유성도 그 방법을 통해서 넘어갔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어느팀으로 갈려나...'

인터뷰를 끝내고 나온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이 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는 바로 합류했다.

그러나 유성은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성이 드래프트에 나오는 2013 드래프트에서 프로야구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9번째 구단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2012 드래프트부터지만 9번째 구단에게는 2013 드래프트가 더 중요했다.

1군에 진입하는 첫 시즌이 2013년이었기 때문이었다.

'옛날에는 넥스로 갔지.'

사실 신생팀으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생팀은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기에 대졸의 비중을 높혔고, 고졸에다가 부상으로 인해 외야수로 전향한지 얼마 안 되었던 유성은 결국 3라운드에서 넥스 히어로즈에게 지명 받았다.

물론 데뷔 이후에 보인 유성의 모습은 신생팀에게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었고, 그대로 구단의 도움을 받은 유성은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하였다.

그러나 유성이 투수를 계속하고 있기에 이번에는 방향이 틀려질 가능성이 높았다.

수년 안에 2개의 구단이 새롭게 창단된다.

그리고 12 드래프트부터 15 드래프트까지 4번의 드래프트에서 신생팀들이 우선 지명권으로 최고 유망주들을 쓸어갔다.

이전과 달리 유성도 최고 유망주라고 할 수 있었다.

벌써부터 프로에 비견될정도의 괴물 유망주로 말이었다.

"유성아."

"응?"

"뭔 생각하길래 불러도 대답이 없어?"

"아... 나중을 생각했지."

"나중이라면... 프로?"

"그래."

아까의 인터뷰가 있어서 그런지 강혁도 고민이 많아졌다.

그래서 유성 옆에 앉으며 나중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저녀석들은 또 뭐하는거야?"

"놔둬. 제일 고생 많이 한 녀석들이니깐 하루쯤 늦게 시작해도 돼."

"...그러죠."

에이스와 주전 포수였기에 하루 정도의 시간을 더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유성과 강혁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의 선수들에게도 가벼운 훈련을 진행 시키며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 올리게 했다.

"코치님."

"응? 왜 그러냐?"

"그... 구종 좀 잠깐 봐주시겠어요?"

"구종? 투심 말이야?"

"아니요. 보시면 알아요."

이번 대회 강혁의 존재로 인해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미래고 1학년에서 단 둘뿐인 포수 중 하나인 장진우가 지훈과 코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혁을 불러올줄 알았더니 백업 포수인 진우가 있었기에 코치들은 잠시 의문을 표했으나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훈이 던진 공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건..."

"하... 갑자기 여름 고시엔에 참가 못하는게 정말 아쉽네."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면 여름이니 그 전에 연습 경기를 치루면서 실전 감각을 쌓아놔야겠죠."

"그래야겠어. 연습 경기를 좀 더 잡아보자고."

코치들이 더 분주하게 움직이게 된 문제의 구종은 잠시 후 훈련에 합류한 강혁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나 유성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치 '지금 내가 들은게 진짜냐?' 라고 말하는듯한 표정은 훗날에도 선수들의 이야기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투심을 몇주만에 배운거는 뭐... 이해할만한데 커터까지 배웠다니 이게 뭔 소리야."

"커터가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던 공인가?"

"나도 안 배워봤는데 어떻게 알겠어."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구속과 강력한 구위가 있는 유성과 달리 지훈은 회귀 전보단 구속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기교파 유형의 투수였기에 변화구가 늘어났다는건 좋은 이야기였다.

"코치님. 청백전 가볍게 한번 하죠?"

"청백전? 청백전이라..."

며칠간 완전히 휴식을 취하면서 선수들의 감각이 떨어진 편이기는 했다.

그러니 연습 경기를 다시 진행하기 전에 청백전을 진행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좋아. 다만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에 하자."

"네."

유성도 최근의 휴식과 지금의 가벼운 훈련이 어떤 의도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도 며칠간 푹 쉬었기에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릴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럴땐 깔끔하게 인원이 22명에 투수가 4명인게 다행이란 말이지."

선발로 나설 9명에 교체로 있을 2명까지 포지션 문제로 전력 배분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애초에 청백전은 실전 감각을 올리는 목적이기에 상관 없었다.

오히려 유성과 지훈을 상대 해보면서 타자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기를 원했다.

"바쁘겠구만."

***

이후 미래고는 조금씩 몸상태를 끌어 올리며 경기에서 뛸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들었고, 2번의 청백전을 통해 실전 감각까지 회복하였다.

투수의 숫자가 모자랐기에 두번 모두 5이닝씩만 치루었지만 선수들에게는 충분한 기회였다.

"와... 유성이 공은 대체 어떻게 치냐?"

"지훈이는 뭐 던질지도 모르겠다."

"좌투수 상대해본적이 없어서 승호도 골치 아프다."

"야, 골치 아픈걸론 주환이가 제일이지. 난 언더핸드 자체를 처음 상대해봤어."

타자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으나 투수들은 조금 달랐다.

4명 모두 무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최고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들어온 애들은 운도 좋지. 일본 고교팀과 무제한으로 연습 경기를 치룰 수 있으니."

"연습 경기 일정은 대충 다 잡혔습니다. 타지역 팀들 중에서도 우리랑 붙기를 원하는 팀이 있어서 아예 따로 원정 주간도 잡아놨고요."

"투수들이 버틸려나?"

"그래서 몇몇팀하고는 5이닝이나 7이닝까지 하는 경기를 잡아놨습니다.

"그거까진 생각 못했는데... 정말 잘했어."

한국으로 돌아 가는 것이 7월 중순으로 정해졌기에 4월 중순인 현 시점부터 3개월간의 일정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이름하여 '일본 원정대'

모 반지를 찾는 원정대가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코치는 그대로 강행했다.

"자, 여름 고시엔에 참가 못하는 대신에 이렇게라도 일본 야구의 진수를 확인해보자꾸나."

"그러죠. 봄 고시엔 챔피언의 힘도 과시하고 말이죠."

그렇게 미래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미묘하지만 일본 원정대라는 타이틀과 함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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